푸코는 인구의 정상화와 최적화에 관여하는 생명정치의 장으로서 ‘인구‘를발견하고, 삶이 정치적 개입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통치성의 영역으로 이론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은주는 《가족과 통치》(창비, 2018)를 통해가족이 사회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인구변동이나 출산율, 소비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인구의 통치를 위한 특권적인 도구"가 됨을 지적하며 가족이 생명정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즉, 태어나고죽고 병들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의 구체적인 삶의 과정이 출산율과사망률, 혼인율과 가계수지 통계 등으로 드러나는 생명정치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가 논의한 ‘출현할 권리‘는 구속받아왔거나 위험에 처했거나 폭력에 놓인 많은 취약한 신체들이 공적으로 출현하는것을 의미한다. 버틀러는 그러한 출현의 과정이 새로운 ‘우리‘를 발견해가는 상호의존의 정치적인 장으로서 작동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살 만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적 관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며, 관계들의 집합 속에서 삶이 가능하고, 불안정성과 취약성이 잠재적 연대와 연결의 조건이 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이 거리에서 이동하고, 젠더규범과 불화하는 성소수자가 있는 그대로 사회에 출현하고, 주거할 권리를 요청하면서정주권을 획득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보이지 않는 신체의 출현이며, 그출현은 취약성을 사회변화의 조건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주디스 버틀러,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김응산·양효실 옮김, 창비, 2020. A는 24세에 독립하여 오랜 기간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그는 일상을 나누는 친구와 인권단체의 존재가 원가족을 떠나서도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되었다고 여긴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민주노동당의 제안으로 2006년 7월 13일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으로 첫 모임을 가졌다. 이후 2019년 1월 24일, 연구소로 전환하였고 지금까지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초기부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장애여성공감, 언니네트워크, 여러 퀴어/페미니즘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함께했고, 이후 사회복지연구소 물결도 합류했다. 가족구성권연구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가족구성권연구소 창립 기념 발간자료집: 2006-2018》 (김원정 엮음, 가족구성권연구소, 2019)을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모임 초기부터 현재까지 가족구성권연구소의 모든 회의를 가능하게 장소를 제공하며연대의 뜻을 보내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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