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아이들과 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세대가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지혜란 고작해야 ‘짜파게티를 끓일 때 마지막 물양 잘 맞추기‘ 같은 것이 아닐까? 미리 얘기해봐야 직접 해보기 전엔별 도움이 안 된다. 먼저 얘기해주지 않아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자기에게 딱 맞는 물의 양을 스스로 찾기 마련이다. 뭐, 전쟁을 막고 전 인류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 정도 되면 좀 다른 수준의지혜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어떤 세대도 몰랐던것 같고.
상처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되겠지요?"
악순환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가치
팬데믹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어렵사리손에 넣었던 마스크 한 장을 친구에게 주었더니 진심으로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지않는다. 오늘 내가 그에게 마스크 몇십 박스를 보낸다 해도 그때처럼 감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지폐
요즘 드는 생각인데, 3만 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을듯싶다. 1만 원권에서 5만 원권은 점프의 폭이 너무 크다. 1, 3, 5, 10, 이렇게 올라가는 한국인 특유의 감각을 생각해보면, 3만 원권은 필시 유용하게쓰일 것 같다. 만 원짜리 세 장이면 되지 않냐고? 글쎄, 또 다른 느낌이 아닐지.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만 원을 주긴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 봐 호기롭게 5만 원권을 쥐여주고는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 원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
송년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귀하다. 한 달 한 달이 더없이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뼈저리게 아쉽다. 그런데 왜 꼭 연말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나.
물방울
수도꼭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텼다. 그는 몰랐다. 그 또한 먼저 떨어진 물방울 덕에 서서히 물방울로 자라났음을. 그가떠난 뒤에 역시 그와 닮은 물방울 하나가 같은 자리에 자라날 것을. 낙하의 순간이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