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리커버 에디션) - 최신 뇌과학이 밝혀낸 성공의 비밀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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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로 먼저 보고 4권 더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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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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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보면 엄마의 안위따윈 없는듯하다. 엄마가 스트레스로 병이나던 말던 상관없는 것 같고, 당연히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강아지들도 충분히 다 자라서까지도 어미개의 젖을 물어뜯는다. 어미개는 젖꼭지가 헐어버려 강아지들에게 으르렁 거리면서 새끼들을 떼어내며 도망다닌다.

의문이 많은 나는 또 궁금해한다. 왜 포유류 새끼들은-인간새끼포함(감정이입이 좀 되었음) 어미의 안위 따위 없이 자신들의 욕구만 충족시킬까? 그에 걸맞는 답을 진화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인생 문제의 답을 진화론에서 찾을 수 있다.)

알기쉽게 부계 유전자, 모계 유전자라는 표현을 써보겠다. 부계 유전자는 자신의 아이가 어미쪽에서 계속해서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남편이 바뀔수도 있기 때문이다.(현대의 일부일처제는 잠시 잊자) 그래서 자궁에 자리를 잡으면 어미의 안위 없이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한다. 이런 유전자가 강하면 엄마의 영양분을 필요이상으로 빼앗아 산모가 당뇨나 임신중독증의 원인을 제공한다. 또 태어나서도 밤에 자주깨서 울고, 젖을 오래 먹는다. 밤에 자주 깨고 젖을 오래 먹으면 둘째를 갖는 터울이 생긴다.

반대로 모계유전자가 강하면, 이번 자식을 낳고 또 낳아야 하니 아이들이 보통 순하다. 갸날프게 울고 길게 잠을 잔다고 한다.

와.. 이거 진짜 납득이 간다. 남편이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이건 어른들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닌거다.

또 충격적인 사실, 아이의 태반이다. 태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태반은 아이에게서 나와 어미의 혈관과 연결된다. 이 때, 자신의 세포가 어미에게 들어간다. 그 남은 세포는 첫째 출산 후 임신에 실패하는 습관성 유산이나, 임신중독증에 영향을 준다. 역시 부계유전자일 경우에 그렇다고 한다.

이 책을 비슷한 책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와 비교해보겠다. 둘 다 진화론을 근거로 들며 인류의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다정한것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몇 마리 데려다 놓고 협력을 강조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동물사례와 인간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서 진정으로 우리가 협력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써냈다.

개미의 근연도나, 죄수의 딜레마 등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미 만났던 이론들을 볼 수 있으나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더 쉽게 써줘서 리처드 도킨스가 그 점을 칭찬 한 것 같다.

인류가 협력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사피엔스를 보는 것 같다. 또 랩걸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극한의 연구과정을 재미있게 이야기 하고, 칼세이건처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참 글을 잘 쓰는 듯) 여러 재미진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는 과학책이며, 개인적으로 다정한것이보다 재미있다.

협력에 보상이 따를 때, 자연선택은 그것을 선호한다. 인류는 협력으로 망하고 흥했지만 결국 80억의 개체수를 자랑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종이 되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공유지의 비극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이타적인 협력이 정말 필요한 때이다. 바로 이 점을 작가는 진화론을 들어 효과적으로 설득한다. 그 어떤 설득보다 효과적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의 일인듯 하다.

기버가 뜨는 이유는 종의 생존을 위한 기운 운동인가?

*공유지의 비극 : 한정된 목초지에서 여러 농가들이 서로 소를 많이 키우려다가 결국 풀이 없어져서 서로 키우지 못하게 되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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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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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보다 더 재미있다. 부계유전자가 어미를 힘들게 한다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저자의 추론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상당히 신빙성 있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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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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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생존전략 중 하나이다.

원하는 양육을 받으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는 아이는 부모를 잘못 만나면 죽거나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아기 새 역시도 먹이를 달라며 시끄럽게 짹짹거린다. 그 소리는 다른 포식자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죽으라고 먹이를 잡아다 날라야 한다. 그럼에도 울고 떼쓰기 전략이 성공적인 이유는 학대 당할 확률보다, 포식자에게 들킬 확률보다 원하는 바를 얻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새끼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모를 조종한다. 유전자는 자신을 낳아준 개체는 크게 필요가 없다. 이미 세대교체의 임무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생존과 번식이 주된 목적이 된다. 사람의 생각으로 해석하면 괘씸하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바로 이 지점이 유전자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사본을 효과적으로 남기기 위해 다세포 기관을 만들었고, 생존과 번식만을 생각하며, 개체는 단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확장된 표현형은 유전자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개체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로 더 뻗어나간다.


달팽이의 기생충은 본인의 생존 최적화를 위해 달팽이의 껍데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유전적 영향을 끼친다. 달팽이가 껍질을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달팽이 자신에게는 불리하다. 게의 기생충은 숙주인 게를 거세시키며, 새우의 기생충은 새우를 수면 위로 올라가게끔 조종해서 최종 숙주에게 잡아먹히게끔 한다. 동물계에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유전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외부로 뻗어나간다.


아니 근데, 왜 이런 동물들은 기생충들에게 이렇게 당하고만 있나?


물고기가 미끼에 걸리는 이유는 멍청해서가 아니다. 먹이 비슷한 게 있으면 일단 물고 보는 개체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큰 것이다. 먹이인지 미끼인지 구별하는 감각기관을 발달시키려면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미끼 구별을 위해 감각기관에 투자하는 건 그들이 사는 환경에서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의 의미를 쉽게 비유해 보겠다.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을 할 때, 초기 스탯이 있다. 힘에 스탯을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민첩성이나 생명력, 에너지 등에 투자를 할 수 없다. 스탯은 정해져 있고, 거기서 캐릭터 성향에 맞게 투자를 해야 한다. 동물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스탯이 있어서 추가로 감각기관의 발달에 투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확장된 표현형에까지 관심을 보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또한 이 책을 꼭 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부제를 달아보자면 "리처드 도킨스의 변"이라고 하고 싶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공격당한 것에 대한 변론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그의 날카롭고 논리 정연한 주장에 더 이상 학자들이 토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어렵다. 내가 왜 학자들 싸움에 끼어들어 구경하고 앉아있나 싶다. 단지 이기적 유전자를 재미있게 본 죄로...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재밌게 본 사람에겐 추천하지만 아직 진화생물학 관련 책을 많이 보지 못한 분들은 좀 나중에 보기를 추천한다. 제공받은 도서라 좀 장점 위주로 말해야 하는데 거짓말은 못하겠다.


#리처드도킨스 #과학 #유전학 #과학책
#도서협찬 #확장된표현형 #이기적유전자 #진화생물학 #유전자 #동물학 #생물학 #장영도리뷰 #확장된표현형장영도


영화 비바리움과 확장된 표현형

뻐꾸기는 다른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먼저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눈도 안떠진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다른 알들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식량을 독차지 하기 위해서이다. 대리모는 뭣도 모르고 뻐꾸기를 먹이는데, 나중엔 뻐꾸기가 양부모보다 더 커지지만 여전히 먹이를 제공한다. 왜? 먹이를 달라고 벌리는 입속의 색깔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도저히 먹이를 바치지 않을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밥달라고 울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다른 포식자를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럼 양부모는 왜 이렇게 뻐꾸기에게 당하기만 하게 진화했을까? 물론 이들 사이에 군비경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뻐꾸기의 개체가 양부모들의 개체보다 훨씬 적다. 양부모는 평생에 뻐꾸기를 한 번 키울까 말까한 확률이라서 지금까지 뻐꾸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비바리움 의 첫 장면은 이 뻐꾸기로 시작하며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인간 부모에게 자신의 아기를 맡겨서 키우게 한다. 금방 성장해버리고, 엄청난 소리를 지르고, 부모의 모든 것을 따라 말하는 이 아이는 실제 육아 현장과 다를 바는 없다. 아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자 양부는 아이를 차에 가두어버린다. 억지로 아이를 키우는 영화 속의 부모들의 모습도, 실제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모습의 숨겨진 부분을 대변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소리 지르고 떼쓰는 아이를 내버릴까 하는 마음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 물론 실행에 옮기는 뉴스에 나오는 부모들도 있긴 하다.

영화 비바리움과 확장된 표현형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왜 뻐꾸기나 인간의 아이는 자신이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대접을 받을 줄 알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일까? 또 다른 포식자에게 먹힐 수도 있고, 학대하는 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런 위험도 물론 있을 테지만 그 위험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쪽이 더 양육을 무사하게 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확장된 표현형을 압축하자면,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환경적 적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유기체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뻐꾸기 유전자가 양부모를 조종하여 자신의 이득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이 난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내 몸 밖의 다른 개체들을 사용한단 말인가. 우리 몸은 수천 조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입장에선 이미 우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수천조 개의 세포를 제어한다면 좀 더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유전자 하나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복제하는 유전자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공동이익을 나눠 가는 결합체이며, 복잡한 기관과 행동 유형은 군비 경쟁에서 선호되기 때문에 유전자풀에서 살아남아 왔으며, 번식이라는 새롭게 단세포부터 시작하는 생활 주기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이전 책 #뇌와 세계 도 한달이 걸렸는데 둘 다 힘들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른 모든 책을 안 봐도 이 책을 꼭 보라고 했지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마지막에 봐라이다. 증명하는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의심을 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이론에 의심을 품거나 뭐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독자가 먼저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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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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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생존전략 중 하나이다.

원하는 양육을 받으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는 아이는 부모를 잘못 만나면 죽거나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아기 새 역시도 먹이를 달라며 시끄럽게 짹짹거린다. 그 소리는 다른 포식자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죽으라고 먹이를 잡아다 날라야 한다. 그럼에도 울고 떼쓰기 전략이 성공적인 이유는 학대 당할 확률보다, 포식자에게 들킬 확률보다 원하는 바를 얻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새끼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모를 조종한다. 유전자는 자신을 낳아준 개체는 크게 필요가 없다. 이미 세대교체의 임무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생존과 번식이 주된 목적이 된다. 사람의 생각으로 해석하면 괘씸하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바로 이 지점이 유전자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사본을 효과적으로 남기기 위해 다세포 기관을 만들었고, 생존과 번식만을 생각하며, 개체는 단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확장된 표현형은 유전자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개체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로 더 뻗어나간다.


달팽이의 기생충은 본인의 생존 최적화를 위해 달팽이의 껍데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유전적 영향을 끼친다. 달팽이가 껍질을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달팽이 자신에게는 불리하다. 게의 기생충은 숙주인 게를 거세시키며, 새우의 기생충은 새우를 수면 위로 올라가게끔 조종해서 최종 숙주에게 잡아먹히게끔 한다. 동물계에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유전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외부로 뻗어나간다.


아니 근데, 왜 이런 동물들은 기생충들에게 이렇게 당하고만 있나?

물고기가 미끼에 걸리는 이유는 멍청해서가 아니다. 먹이 비슷한 게 있으면 일단 물고 보는 개체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큰 것이다. 먹이인지 미끼인지 구별하는 감각기관을 발달시키려면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미끼 구별을 위해 감각기관에 투자하는 건 그들이 사는 환경에서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의 의미를 쉽게 비유해 보겠다.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을 할 때, 초기 스탯이 있다. 힘에 스탯을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민첩성이나 생명력, 에너지 등에 투자를 할 수 없다. 스탯은 정해져 있고, 거기서 캐릭터 성향에 맞게 투자를 해야 한다. 동물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스탯이 있어서 추가로 감각기관의 발달에 투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확장된 표현형에까지 관심을 보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또한 이 책을 꼭 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부제를 달아보자면 "리처드 도킨스의 변"이라고 하고 싶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공격당한 것에 대한 변론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그의 날카롭고 논리 정연한 주장에 더 이상 학자들이 토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어렵다. 내가 왜 학자들 싸움에 끼어들어 구경하고 앉아있나 싶다. 단지 이기적 유전자를 재미있게 본 죄로...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재밌게 본 사람에겐 추천하지만 아직 진화생물학 관련 책을 많이 보지 못한 분들은 좀 나중에 보기를 추천한다. 제공받은 도서라 좀 장점 위주로 말해야 하는데 거짓말은 못하겠다.

2021년도 후기

뻐꾸기는 다른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먼저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눈도 안 떠진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다른 알들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식량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이다. 대리모는 뭣도 모르고 뻐꾸기를 먹이는데, 나중엔 뻐꾸기가 양부모보다 더 커지지만 여전히 먹이를 제공한다. 왜? 먹이를 달라고 벌리는 입속의 색깔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도저히 먹이를 바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밥 달라고 울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다른 포식자를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럼 양부모는 왜 이렇게 뻐꾸기에게 당하기만 하게 진화했을까? 물론 이들 사이에 군비경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뻐꾸기의 개체가 양부모들의 개체보다 훨씬 적다. 양부모는 평생에 뻐꾸기를 한 번 키울까 말까 한 확률이라서 지금까지 뻐꾸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비바리움
비바리움
감독
로칸 피네건
출연
이모겐 푸츠, 제시 아이젠버그
개봉
2020. 07. 16.

영화 비바리움 의 첫 장면은 이 뻐꾸기로 시작하며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인간 부모에게 자신의 아기를 맡겨서 키우게 한다. 금방 성장해버리고, 엄청난 소리를 지르고, 부모의 모든 것을 따라 말하는 이 아이는 실제 육아 현장과 다를 바는 없다. 아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자 양부는 아이를 차에 가두어버린다. 억지로 아이를 키우는 영화 속의 부모들의 모습도, 실제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모습의 숨겨진 부분을 대변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소리 지르고 떼쓰는 아이를 내버릴까 하는 마음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 물론 실행에 옮기는 뉴스에 나오는 부모들도 있긴 하다.


영화 비바리 비움과 확장된 표현형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왜 뻐꾸기나 인간의 아이는 자신이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대접을 받을 줄 알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일까? 또 다른 포식자에게 먹힐 수도 있고, 학대하는 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런 위험도 물론 있을 테지만 그 위험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쪽이 더 양육을 무사하게 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확장된 표현형을 압축하자면,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환경적 적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유기체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뻐꾸기 유전자가 양부모를 조종하여 자신의 이득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이 난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내 몸 밖의 다른 개체들을 사용한단 말인가. 우리 몸은 수천 조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입장에선 이미 우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수천조 개의 세포를 제어한다면 좀 더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유전자 하나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복제하는 유전자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공동이익을 나눠 가는 결합체이며, 복잡한 기관과 행동 유형은 군비 경쟁에서 선호되기 때문에 유전자풀에서 살아남아 왔으며, 번식이라는 새롭게 단세포부터 시작하는 생활 주기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이전 책 #뇌와 세계 도 한달이 걸렸는데 둘 다 힘들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른 모든 책을 안 봐도 이 책을 꼭 보라고 했지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마지막에 봐라이다. 증명하는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의심을 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이론에 의심을 품거나 뭐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독자가 먼저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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