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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ㅣ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단편을 통해 조영주 작가를 처음 접했던 독자로서 이번 장편<쌈리의뼈>는 또 다른 깊이와 서늘함을 전해 주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 특히 가족과의 기억, 죄책감이라는 주제로 파고들며 심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이중 구조를 택하고 있다. 주인공 윤해환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 윤명자를 돌보며, 어머니가 생전에 집필하던 미완성 소설 <쌈리의 뼈>를 이어 쓰게 된다. 쌈리는 한때 집창촌으로 불렸던 동네 이름이며, 그곳의 폐허 같은 공간에서 실제로 사람의 뼈가 발견된다.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의 사건이 기묘하게 겹쳐지면서 ,혜환은 어머니의 소설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해환이 진실을 좇아가는 여정은 단순히 누가 죽였는가를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왜 이 이야기를 써야만 했는가,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독자 역시 서서히 진실의 중심으로 끌려들어 간다. 예상했던 전개는 여러 차례 비틀리고, 감춰진 인물의 심리와 과거는 독자에게 반전 이상의 충격을 안긴다.
작품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건드리되, 그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삶의 무게에 집중한다. 그래서 더 잔잔하고, 더 서늘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 병 너머에 감춰진 과거, 그리고 그것을 마주해야만 했던 혜환의 삶은 때론 공포로 때론 묘한 연민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지가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밝혀놓은 의도는 이야기를 다시 되짚게 만들며, 문학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쌈리의뼈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다. 인간의 기억과 죄책감, 침묵과 대물림된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차분한 문체 속에 숨겨진 긴장감,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 그리고 결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진실들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장르적 쾌감과 깊은 여운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