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존 그리샴 작가는 이미 법정 스릴러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은 언제나 법의 테두리 안팎에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을 조명해 왔다. 그런 그의 신작 <자비의 시간>은 묵직하면서도 가슴 먹먹한 사회의 한 단면을 조명한 작품이었고, 그의 작가적 역량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하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가정폭력이라는 묵직한 사회 문제를 다루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었다.
소설의 시작이 충격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상황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가정의 일상이 어땠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잔혹하기까지 한 스튜(남자)의 말과 행동은 이 집에서 폭력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날도 스튜는 평소처럼 애인에게(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애인은 정신을 잃게 되었고, 이를 목격한 여자의 아들 드루는 엄마가 죽은 줄 알고 스튜에게 총을 쏘게 되는 장면은 사건의 비극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변호사 제이크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법정 안팎의 진실과 정의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한다.
제이크는 돈이 되지 않는 이 사건을 선뜻 맡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판사 누스의 요청 아닌 요청에 결국 드루의 변호를 맡게 되는데 드루 사건은 그의 경력을 위한 선택도 돈을 위한 선택도 아닌 법의 이름으로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그의 선택이 독자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드루 동생 키이라의 임신이라는 또 하나의 충격적 진실을 통해 사건은 단순한 폭력의 결과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폭력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던 엄마와 아이들이 세상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곳이 가족도 아닌 교회 목사였다는 사실은 씁쓸하면서도 적어도 누군가가 그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사실은 한 줄기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가족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 제이크의 모습은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존 그리샴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고 직설적이며 서사의 흐름은 군더더기 없이 전개된다. 법정 장면에서는 여전히 치밀하고 긴장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며 인물 간의 감정선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단지 스릴을 넘어 독자에게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를 묻는 사회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약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손길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비의 사간>은 존 그리샴 특유의 법정 스토리텔링에 사회적 책임의식을 더한 작품이었다. 법정소설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실 속에서 법이 놓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 여성,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존 그리샴 작가의 이름이 왜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왔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