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페인행 티켓 - 잠자던 여행세포가 깨어난다
정주환 지음, 대한항공 / 홍익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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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여행가기 전 그곳에 관한 정보를 위해 관련 책을 찾아보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에 당연히 설렜지만, 다녀온 이후 그곳에 관한 책을 볼 때에도 설렘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한 번 다녀왔다고 혹시 내가 다녀온 곳이 소개되어 있는지 어떻게 소개되어 있는지,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가 더해집니다. 책 속에서 들렀던 곳을 찾게 되면 사진부터 설명 토시 하나하나까지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되는 건 저만 그런 것일까요? 혹시 외형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는지, 그곳에서 내가 놓쳤던 부분이 있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직접 찾아갔던 곳이나 지나치면서 눈에 걸렸던 곳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실은 공항 사진만 보아도, 지난 여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좋았던 기억 뿐만 아니라 힘들고 안 좋았던 기억까지 전부 다 말이죠. 그래도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 표지 안쪽 부분에 있는 저자분의 소개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자분이 바로 <바르셀로나 플랜비>를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바르셀로나 여행 때 플랜비를 통해 가우디 투어를 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투어가 시작되었을 때 진짜 퍼붓듯이 쏟아지던 그 광경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투어 동안에 조금 불편하기는 했어도 그 덕분에 오히려 더욱 생각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의 막바지에는 비가 완전히 그치고 하늘까지 개서, 화창하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성가족 성당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떠나기 전 보았던 다른 책은 정말 여행 가이드북처럼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답답해 보일 정도였지만, 이 책은 가이드북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에세이 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습니다. 여백의 미와 감상, 감정을 공유하는 부분들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그 외에 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에 소개된 장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구글 맵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 놓은 QR코드와 책 뒤편의 쿠폰들입니다. QR코드를 찍어보고서는 제가 스페인에 가기 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 아쉬움은 곧 다음에 갈 때 꼭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최대한 빨리 또 다녀오고 싶습니다.

책 뒤 쪽의 쿠폰들은 다름 아닌, 플랜비에서 제공하는 가우디 투어와 골목 투어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쿠폰과 바르셀로나 소재 숙소의 할인쿠폰입니다. 역시 플랜비 창업자(?)답다 생각했습니다. 그 센스에 박수를 보냅니다.

 

얼마 전, 스페인 국민들이 물가상승과 소음 등의 이유로 외국 여행객들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와 과격행동을 벌이는 것을 뉴스에서 봤습니다. 우리가 우리나라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우리도 국외에 나갔을 때 조금만 더 에티켓을 잘 지킨다면 서로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저처럼 아쉬움에 책만 뒤적거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책을 들고 직접 떠나시는 분들도 많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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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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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고를 때만 해도 제목과 표지만 보고는 외국 작가의 작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사실 저자의 이름을 한 번만 봤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착각이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책을 직접 손에 잡고 펴면서 저자와 작품 속 인물들이 우리나라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책을 읽기 전 제목이나 책 소개 등을 통해 어떤 내용일지 혼자 추측하거나 예상해보고는 하는데, 막상 책을 접하고 난 후 제 예상보다 훨씬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전반적인 줄거리와 소재들은 굉장히 암울하고 가슴 아팠습니다. 또 한편으로 '찬'과 '란' 형제가 사이비 종교인 '천령교'에 흘러들어가게 되는 계기와 그 이후 병을 담는 '그릇'의 아이들이 다뤄지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마크드 포 라이프(markded for Life)]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무고한 어린 아이들이 처참하게 다뤄지고 무참히 희생되는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찬과 란 형제는 인신매매의 피해자로서 사이비 종교인 천령교의 교주 '한승목'과 그의 망나니 동생이자 천령교 장로로 활동하는 '한승태'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게 됩니다. 어떤 연유로 납치된 아이들은 칠흑 같은 어둠의 컨테이너 속에 감금되어 있다가 배를 통해 중국으로 팔려갑니다. 하지만 찬과 란은 배에 탈 수 없는 아이들로 분류되었고 결국 한승목 형제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찬과 란을 그저 애물단지로만 생각했던 한 형제는 우연히 형인 찬의 신비한 능력을 알게 되었고, 그를 교주의 아들로 사람들 앞에 내세우고 그의 능력을 이용하여 사이비교를 부흥시키게 됩니다. 찬의 신비한 능력이란 바로, 처음에는 단순히 상처나 질병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특정인물의 그것을 다른 개체 즉,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시키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병을 낫게 해주는 기적을 행하는 종교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떨칩니다. 결국 나라의 각계 유명인들도 찾아오게 되고, 돈과 권력욕에 취한 형제의 탐욕은 끝을 모르고 질주합니다. 동시에 찬은 능력을 행하면서 생기는 육체적 부작용과 죄책감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쇠약해져 갑니다. 그런 와중에 한 신자(信者)가 한승목이 자신의 아픈 아들을 선택하여 '축복'을 내려주지 않은 바람에 결국 죽게 되었다 생각해 그 복수로, 똑같이 그의 아들이라 알려진 찬을 죽이려 합니다. 하지만 그 칼은 동생이었던 란에게 향하였고, 동생을 너무도 아꼈던 찬은 동생의 상처를 자신에게 옮겨와 대신 죽게 됩니다. 하지만 동생의 자상을 가져만 간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그 '능력'을 란에게 넘겨줍니다. 자신이 형의 능력을 이어 받게 된 것을 안 란은 형의 복수를 꿈꾸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능력 자체만 보면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그 외에 다른 요소는 반대로 너무도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능력'이 차라리 없었더라면, 아니 있었어도 알아채지 못했더라면 찬과 란 형제는 훨씬 더 사람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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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 - 세계 3대 요리학교 출신, 두 빵순이가 꼽은 오사카 디저트 맛집
강수진.황지선 지음 / 홍익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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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시, 파리]라는 '프랑스 파리 불랑즈리, 파티스리, 카페 투어 가이드'를 방불케 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런 저런 책들을 스캔scanning 하던 중 이 책 [오사카에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본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일 외에도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보니 전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못하지만, 대학생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일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지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을 넘어 일본과 일본어에까지 관심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일본어 회화 스터디도 참석하며 열의를 불태웠지만 결국 지금 저에게 남은 것은 아주 미미한 일본어 듣기 능력 정도입니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공부하지도 못했고 일본에도 못 가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하면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이랄까 로망이랄까 하는 것들과 큰 아쉬움, 그리고 언젠가 꼭 가보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가슴 속에 묵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다시, 파리]의 저자 분들도 그러했지만 이 책의 저자 두 분도 참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이자 실력자들 이신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츠지 제과 전문학교' 출신으로, 일본에 왕래하며 또는 그곳에 머물며 열심히 발품 팔고 열심히 드신 덕분에 이 책을 완성시켰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일본에 간 적이 없는 저는, 오사카에 대해서도 아는 게 극히 적습니다. 오사카 성과, 뭐라고 부르는지 조차 모르는, 육상선수가 두 팔 벌린 채 달려오는 전광판이 그 전부입니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저의 일본에 대한, 오사카에 대한 짧은 지식이 조금이나마 길어진 것 같아 괜스레 뿌듯합니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스페셜 디저트'를 빵과 화과자를 중심으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언제, 어떻게든 테마를 잡아 즐길 수 있는 '테마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혼자 먹어도 참 좋은 '싱글 디저트'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편의점 디저트는 그동안 인터넷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책으로도 만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책의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니며 생긴 저자들의 추억이나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한 덕에 알 수 있었던 셰프들의 추억 이야기까지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디저트의 역사, 가게의 역사, 혹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친근하게 맛집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 시리즈의 교토 편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또 어떤 달달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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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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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검은 강]은 자전佳珍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벌인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정확한 나이까지는 알 수 없지만 20대 혹은 30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팡거'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커피점(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피 전문점이나 카페를 말하지만, 팡거가 굳이 커피점이라고 이름 붙이고 모두가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전은 자신이 일하는 바로 그 커피점의 단골손님인 '훙보'라는 늙은 남자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을 살해하게 됩니다. 그녀는 커피점 앞을 흐르는 강이 태평양까지 이어진다는 걸 알고 시체를 강가에 유기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시체가 미처 바다로 흘러가기 전 발견되면서 덜미가 잡힙니다.

 

자전은 그녀가 아주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일을 하지만 집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자전에게 꽤 자주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자전은 이렇게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 적 한 번 없이 성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 탓으로 그녀는 어린 학창시절부터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됩니다. 워낙 빈곤했기에 그녀는 그 흔한 학용품 하나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도라에몽 필통이 너무도 갖고 싶던 나머지 한 아저씨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것이 그녀의 첫 경험이었고, 초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 아저씨라는 남자는 더 이상 자세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자전의 극빈한 가정환경을 잘 알던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에 학용품으로 그녀를 꾄 것이겠죠.

 

그녀는 친한 친구도 거의 없었기에 친구들과 우정을 나눈 적도 없었습니다. 감정적 교류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런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잘 인지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다시 훙보 이야기로 돌아가면, 사실 훙보는 단순한 커피점의 단골손님이 아니었고 아내 몰래 자전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훙보와의 관계가 지속되던 중 그녀는 '셴밍'이라는 대학원생과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비록 '사랑'을 갈구하다 훙보와의 어긋난 관계에 빠지게 되었지만, 자전은 쉔밍을 만난 후 그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꿉니다. 그 미래를 위해서는 훙보에게서 벗어나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훙보는 재혼한 아내를 없앨 계획을 세울 정도로 자전과 함께 하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어떻게든 훙보에게서 벗어나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때에 그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음을 알게 된 자전은 그에게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으로 살인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자전은 훙보 부부를 죽이기 전, 훙보의 아내 살인계획을 그녀에게 알리고자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훙보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자기를 결코 배신할 수 없다 여겼고 자전의 자작극으로 치부해버립니다. 결국 자신의 치부(비밀)만 잔뜩 알려주고 돌아오게 됐다 생각한 자전은 훙보의 아내까지 함께 없애기로 마음먹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친한 친구도 없던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비밀을 공유한 적이 없었고, 결국 '비밀'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됩니다. 그녀는 더욱 나아가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증오하게 되는데, 자전의 언질을 무시했던 훙보의 아내가 바로 이러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죠. 결국 훙보 부부 모두 그녀의 타깃이 되고 맙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였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자전, 드디어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고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 싶었지만 그녀는 다시 한밤중의 강물처럼 검고 어두운 곳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의 안전망이나 시스템의 부재나 결여가 결국 이 사건의 최초 진원지라 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그렇다 생각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뭔가 그 이상으로 참 씁쓸하게 만드는,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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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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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사실 책 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이 말은 저에게는 굉장히 낯선 단어였습니다. 사실 떼어놓고 보면 고고학자나 심령학자는 그래도 그동안 살면서 몇 번은 들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고고학자와 심령학자 분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똑 부러지게 한마디로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 두 말의 합성어가 아닐까라고 그저 추측할 뿐이었던 저에게는 그야말로 신조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책에 고고심령학이 무엇을 연구하고 무엇에 대한 학문인지 설명이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소개를 통해 접한 대강의 스토리가 저에게는 책을 선택할 당시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었기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고고심령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고심령학이란, "심령학적인 관찰을 통해 고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학문, 혹은 결국 같은 말이겠지만 고고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심령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측정해 역사 연구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해주는 학문"이라고 대강 정의내릴 수 있는 학문 분야입니다.

고고심령학계에서 몇 안 되는 사실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실력자이자 대가인 '문인지' 박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이름만 천문대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녀의 제자 조은수는 스승인 문인지 박사가 천문대에서 서재로 사용하던 공간의 지도화 작업에 참여하게 되고, 그 무렵 심령현상(요새빙의)로 추정되는 성벽이 서울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후, 빙의 현상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은수를 비롯한 고고심령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에게는 즐겁거나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문과성향이 강한 사람인지라, 수학이나 과학을 소재로 한 글에 대한 부담이 꽤 큰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의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또한 제가 워낙 독서의 재미에 빠진지 얼마 안 됐고 책도 빨리 읽지 못하는지라 저자인 배명훈 씨가 작품 활동을 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소설가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하지만 책 마지막에 담긴 해설이나 표지에 쓰인 추천글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작가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을 접하고 보게 되면서 저도 이제 배명훈이라는 작가에 대해 또 그의 작품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 수많은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들과 꾸준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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