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는 나의 그림책 -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
황유진 지음 / 메멘토 / 2021년 3월
평점 :
너는 나의 그림책
황유진 지음
메멘토

<너는 나의 그림책>은 저자가 그림책 읽듯, 두 아이를 읽어온 10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또한 10년 동안 아이들의 성장에 스며든 그림책 이야기이면서 ‘엄마’라는 자리에서 여물어갔던 시간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들과 매일 그림책 읽는 엄마로 살고 있는 요즘, 그래서 <너는 나의 그림책> 이 책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자가 전하는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이 정말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와닿았다.

1부 우리는 서로의 처음 만나는 책
2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3부 키가 클 때마다 마음도 자라나
4부 혼자 걷기 시작한 너에게
<너는 나의 그림책>은 모두 4부 구성이다.
각 부와 소제목을 살피며 따뜻한 육아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 말미에서 촘촘하게 담아낸 수록 그림책 목록을 보고 그림책 독서 에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의 시간들에 녹아든 그림책 이야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림책이 아이의 성장과 삶에 스며든 풍경을 보여주는 책

어린 시절 사랑하여 반복해서 읽은 책은 안정감과 즐거움으로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을 위무하고 지지해준다. 하니 그런 경험을 부모가 미리 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많이 읽었으니 다른 책을 가져와, 이제 네가 읽을 만한 책이 아니야. 아기 때 읽던 책은 이제 버리자. 그런 말들을 조금 더 참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이야기 뿌리는 아직도 더 깊이 더 멀리 뻗어나갈 필요가 있다.(86쪽)
<너는 나의 그림책>에서는 이 세상에 막 태어난 아기의 시간부터, 회사에 간 엄마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의 깊숙한 마음, 성향이 아주 다른 두 아이가 보여주는 다양성과 성장 등 저자의 자녀들이 그림책 안에서 어떻게 머물고 성장했는지 진솔하게 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었던 10년이란 긴 시간을 꾸준하고 세심하게 살핀 덕분에 어린이의 마음을 아주 가까이서 새롭게 만났다. 어린 시절, 그맘때 아이들의 마음, 아이들마다 가진 고유의 성정을 촘촘하게 기록하여 감동적이었다. 덕분에 아들 키우면서 오래 익숙했던 어린이라는 존재와 대상을 아주 새롭게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경험과 자극이 되었다.

한 권씩 한 권씩 머물렀던 그림책의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의 성장과 가족의 역사가 새겨지는 사진첩이 되었다는 문장에서 마음이 울컥해졌다. 앞으로 아들과 그림책을 읽을 남은 시간들을 따뜻하면서도 애틋하게 손꼽아 보았다. 마음으로 기대고 시간으로 추억을 덧댄 그림책들도 더욱 소중하게 대하고 간직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다.
삶과 함께 걸어간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라니!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림책의 세계를 알게 된 한 엄마로서, 그림책이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다운 책이라는 것을 <너는 나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겨본다.
두서없이 지나왔던 엄마 자리를 마음 뜨겁게 되돌아보게 했던 책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요구에 감정적으로 지친 나는, 아이에게 내 말을 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내가 ‘말을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딱히 아이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사람이 아기뿐이니 그에게 말을 걸었을 분이다. 그때 우리 둘 사이의 다리가 되어준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25쪽)
육아는 결국 계속 나를 넓히는 일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육아의 산을 한 고비 두 고비 넘어가면서 우리는 좀 더 넓은 인간이 되어간다. 앞으로 넘을 산이 많으니, 앞으로 넓어질 일도 많이 남았다.(196쪽)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좌충우돌에서 성장의 아이콘이 된 저자의 ‘엄마 이야기’ 역시 이 책의 감동 중 하나였다.
‘어쩜 내 이야기 같아! 맞아! 맞아! 그때 그랬지’ 라고 공감되었고, 힘들고 정신이 없어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지 못하고 지나온 지난 시간들이 뜨겁고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엄마로서 지난했던 시간들을 걷고 걸어 성장한 저자의 모습에서 엄마라는 연대와 깊은 위로를 받았다.

<너는 나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엄마는 어떤 사람이어야할까, 마음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엄마이자 학부모로 사는 요즘, 코로나의 상황까지 덧대어 마음이 더욱 분주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기 바빴고, 공부 신경 안 쓸 수가 없던 현실에서 본질적인 나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엄마에게는 엄마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다 있어야 하고, 양육의 시간을 통해 나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마음 깊숙이 자리했다.
그리고 내가 우리 집 어린이에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도 함께 생각해보았다. 아들이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라는 세계와 감정들을 더욱 소중히 보듬고 간직할 수 있도록 따뜻한 곁을 내주고 싶다.
#
육아에세이이자 그림책 독서 에세이라는 절묘한 균형감과 놓치지 않은 깊이감 덕분에 책장 끝까지 감동하고 감탄하며 소란스럽게 읽었다. 좋은 책, 추천책, 필독서 등의 타이틀 대신 삶의 한 부분을 이루었던 그림책 소개도 그저 머문 시간을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덕분에 그림책이 한결 더 재밌고 좋아졌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읽는 그림책 시간을 ‘설렁설렁 오래오래’ 감사함으로 채우고 싶다. <너는 나의 그림책> 덕분에 귀한 시간이었고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