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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평점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이현아, 김다혜, 김미주
김설아, 김여진, 김지민
우서희, 이한샘, 조시온
카시오페아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정말 두근두근 기대하며 기다렸던 보람이 있었던 책이었다. 그림책에는 저자 아홉 명의 그림책과 매개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나다움,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과 사유에서부터 사회적인 시선까지 다양하고 속깊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림책과 함께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 확신과 단호함이 느껴지고, 수줍은 듯한 고백같기도 했던 제목의 울림도 참 좋았고 표지도 멋졌다. 어른으로 엄마로 그림책을 좋아하고 아들과 매일 그림책을 읽고 있었기에, 함께 실린 그림책과 삶의 이야기들이 더더욱 공감되어 힘이 되었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의 시작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의 저자는 모두 아홉명이다. 모두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운영진이면서 현직교사로 그림책에 대한 열정과 공부가 깊은 분들이었다. 매주 목요일 퇴근 후에 만나 그림책을 매개로 나와 세상을 들여다보고 삶을 끊임없이 보듬고 탐구했던 그 오롯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겼다.
책 내기 쉬운 요즘, 하루 아침에도 수많은 책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이때에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면 저자분들이 얼만큼 정성을 들였는지 절로 느끼게 된다. 좋은 문장은 좋은 것을 부른다. 깊은 문장은 나를 여기에서 저기로 이끈다. 소소하고 거대한, 근경과 원경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다 삶을 바라보고 고민했던 시선들이 문장 안에 차곡차곡 담겼다. 좋은 교사를 넘어서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들이 충분히 느껴졌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의 한 가운데에서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었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리디아의 정원>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퐁당퐁당, 드문드문이었다가 어느새 매일 읽고 있다.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수만가지. 그중에서도 한 가지를 꼽자면 삶의 위로와 용기였다. 아들과 다 읽고 나면 끝나는 것이 것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그림책의 장면이, 문장들이 나를 단단하게 붙들어주었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한 마음으로 사는 나에게 신선한 질문을 던진 <애도의 방식>. 그림책 <살아있다는 건>을 바라보며 저자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건강을 잃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의 시선을 지녔던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저자는 삶 그리고 죽음의 경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삶의 질문들을 풀어주었다.
-----“살아 있다는 건 말이야,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거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경계를 기억하면 삶의 무게중심을 바로잡을 수 있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삶, 내가 떠난 후에 남겨질 것들을 헤아리는 삶을 살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37쪽)
작년에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를 그림책에 담아낸 <살아 있다는 건>을 읽었을 때 ‘지금 여기’라는 시간에 주목하고 감사했었다. 코로나로 삶의 경계 없이 보이지 않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을 때 그저 무탈함에 감사했던 시절. 오늘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앞으로의 시간으로 확장하여 한 걸음을 선명하게 그려보았다. 먹먹하고 쉽지 않은 질문, 감사하였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정말 수없이 위로를 받는다.
나는 <근육은 없지만 액티비티가 하고 싶어>를 읽다가 마음의 걸음을 멈추었다. 저자는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를 읽고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라는 문장으로 삶을 펼쳐주었다. 삶에는 목적이 있고 방향이 있다. 저마다의 속도도 있다. 어른이란 나이에서 굳이 세분하자면 중년의 나이로 진입한 나는 사십춘기로 삶을 고민하고 살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행복할까? 고민 끝에 저자의 문장들이 마음에 다가왔다.
-----나에게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은 새로운 ‘경험’ 그 자체다. 결과는 어떻든 상관없다. 즐거움, 뿌듯함, 설렘, 재미, 두근거림, 기대감, 긴장감, 터질 듯한 마음, 짜릿함, 자신감......중 하나만 얻어도 그만 아닌가!(60쪽)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의 본문은
<1장 그림책,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2장 그림책, 이해와 공감의 매개체>, <3장 그림책,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시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펼쳐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 펼쳐도 좋고 언제 읽어도 좋다. 삶의 바라보지만 저자들 각각의 시선들은 그림책 어른독자들에게 아무 것도 채근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그림책의 아련함에 더욱 빠져들었다. 잔잔하게 마음 곁을 내준 그림책 에세이에 정말 고마웠다.


좋았던 문장들을 후루룩 다시 펼쳐들었다가 만나는 기쁨도 여전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책 모퉁이를 살짝 접는다. 그 지점의 문장들은 마치 살아있는 힘이 있어서 아직도 마음에서 일렁인다. 자세하게 일일이 다 옮길 수 없어 애석하다. 저자들이 달리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고민했듯이, 봉사를 통해 날카로운 마음을 꿰뚫어 보았듯이, 육식을 하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성찰했듯이 이제도 나에게도 그림책이 삶을 흘려보내고 머물 수 있는 작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까지 선한 영향력 가득

그림책 에세이로서 생명을 충분히 다했음에도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자잘자잘한 이야기를 부록에 꽉꽉 담아주었다. 그림책 독서 모임에 대한 꿀팁은 물론, 주제별 그림책 목록을 묶어주어서 당장 활용해도 좋은 정보까지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요즘 코로나 시대에 발맞게 줌을 이용한 그림책 모임이 활성화되었다. 또 100세 시대 그림책이란 말처럼 많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향유하고 있다.
끝까지 선한 영향력을 나누어주신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다. 잘 챙겨서 공부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