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마블 아프리카 지리마블 시리즈 1
아티누케 지음, 모우니 페다그 그림, 김미선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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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리마블 아프리카

아티누케 글, 모우니 페다그 그림, 김미선 옮김

윌북 주니어


아프리카 사람이 본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 학교 도서관 협회 논픽션상을 수상하고, 지리 문화 개념사전을 쓴 저자 옥효진 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나이지리아인이 쓴 아프리카 이야기

 《지리마블 아프리카》 


세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며 14억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가장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가 사는 곳, 지구 광물자원의 1/3을 품은 대륙이지만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기아와 난민, 노예의 이미지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곳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활기가 넘치는 알록달록한 아프리카'라는 책 소개처럼, 책 안에서 소개받는 아프리카 모습들도 알록달록 했다. 



미국, 중국, 인도, 호주의 땅을 모두 합친 크기와 맞먹는 땅덩어리 아프리카. 

비슷한 나라 같지만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진 55개 이상의 나라가 분포한 곳.

눈부신 사막과 열대우림, 열대초원과 검은 화산섬, 동물의 대륙이기도 하지만 첨단 기술의 발전도 함께 이뤄지는 곳.

아프리카에 유럽보다 약 200년이나 앞서 세워진 세계 최초의 대학교가 있다고?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매력이 책 속에 묻어났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위치에 따라 남, 동, 서, 중앙, 북아프리카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속한 나라들을 백과사전처럼 하나씩, 그러면서 그 나라에서 꼭 다루고 싶은 주제들을 알록달록하게 소개해주고 있었다.

보통은 북아프리카부터 북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며 소개하거나, 규모가 큰 나라, 잘 알려진 나라부터 소개할 법도 한데 남쪽부터 들여다보니 새로웠다.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의 국경에 있는 세계 3대 폭포이름을 소개할 때도 '모시 오아 툰야'라고 먼저 소개한 것이 새로웠다. '천둥 소리가 나는 연기'라는 뜻의 여기가 어디지 싶었는데, 바로 '빅토리아 폭포'였다.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먼저 그 지역 언어로 그곳을 소개하는 아프리카책. 잠비아에 가보면 머리에 물건을 얹고 다니는 사람을 보며 우리나라 60년대,  할머니가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니시는 풍경이 연상되었다.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케냐, 우간다, 코모로 등이 포함된 동아프리카는 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시아의 차와 향료, 비단과 화약등을 아프리카의 상아, 금, 소금, 노동력과 교류하던 곳이었다. 아랍과도 무역했던 동아프리카.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스와힐리어에는 아시아와 아랍 문자가 많이 섞여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섬나라 모리셔스가 인도 노동자의 후손이 많아서 그런것인것도 알게되고, 에티오피아가 기독교를 나라의 종교로 받아들인곳이란 것, 유럽 식민지배를 안받은 곳이란것도 보게되었다. 인도양의 낙원 세이셸, 시를 사랑하는 소말리아, 가장 뜨겁고 건조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청나일강과 백나일강이 만나는 수단...


사하라 사막 아래의 서아프리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이 있는 중앙 아프리카, 사막국가 북아프리카...매력적인 나라들이 쏟아진다. 직접 가서 보고 싶을만큼!




이렇게 아프리카 나라들을 종횡무진 만나다보면, 아프리카 100배 즐기기 코너를 만나게된다. 

우리나라에서 책이 출간되면서 출판사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국기, 나라이름 맞히기, 아프리카 주요나라 영어 이름 따라쓰기까지, 책을 접하는 어린 독자들을 고려해 학습지같은 느낌의 별책부록이 담긴 느낌이다.


뒷면에는 나라 이름별로 찾아보기 색인과 더 알아보기 웹 주소도 소개해주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에 관심있는 누구나에게 재미있고 친절하게 아프리카를 소개해주는 책. 아프리카 입문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지리마블 아프리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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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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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열림원



'흔들리며 피는 꽃'을 보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멋있는 시라 생각했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만 보던 그 때, 꽃이 피어나는 상황과 시간 전체를 보게 한 시였다.

그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고 했다.

시인의 향기를 정치에도 남기고 다시 돌아온 그가 풀어놓는 시어가 범상치 않다. 

'고요로 가야겠다'

제목만큼 절제된 표지, 흰 바탕에 흑백사진.

첫 시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월>.

한 편의 시를 한 문장씩 펼쳐놓으니 

이월이 이런 의미였나 다시 보게된다.

살얼음이 다시 끼는 상황속에서라도 '이월'이라면, 입춘이 지난, 마침내 맞이할 봄을 앞둔 2월이라면, 들판의 푸릇푸릇한 흔적을 보여주는 이월이라면

지금을 견디고 봄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곡우 무렵>

...

이런 평범한 하루를 연두와 연분홍으로 채우는

사월의 오후는 얼마나 고마운 시간인지요

평범한 날이 모여 인생이 되는 거지요

평범한 것들이 훨씬 소중한 거예요

평범한 그대도 그래서 내게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에요

...


시인이 읊는 평범함이

시대와 겹쳐 보인다.

일상의 평온함,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소중함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도토리>


이 시를 보며, 가을, 상수리 나무들 아래 모자를 쓰고 후두둑 떨어진 도토리들을 떠올린다.


씨앗이 결심하면 새싹도 결심하고

뿌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한 몸, 한 공동체,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

후에, 그 도토리가 다시 수백개의 도토리가 되었을 때, 처음 그 도토리의 고독과 결정적인 순간을 모른다 할지라도, 그 하나의 도토리가 내린 결심은 작지만 위대한 것이었음이 분명할거다. 

운명공동체. 지금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고요>


바람이 멈추었다

고요로 가야겠다

 


바람이 멈추면, 이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낼법도 한데, 시인은 고요로 향한다.

진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타오른 불길과 오래 흘러온 강물을 보게하는, 여전히 내가 가야한 길을 보게하는

고요.

나 자신도, 용서하지 못한 것들도 내가 판단하지 않고 신에게 맡기며

고요로 가는 걸음.


이 고요를 향해 가는 시인의 걸음이 이 시들을 낳았나보다.

격변하는 바람 속에 있었지만, 이제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제 한 걸음 뒤에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지난 날을 돌아보며, 이젠 전체를 보는 따스한 시선.


시 한 편 한 편이 그저 스쳐지나가지 않는 시집.


가을 이라서,

도종환 시인의 시집이어서,

책이 이뻐서,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손에 들었다면

읽어 본 이들간에 따스한 눈맞춤을 나눌법한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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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365장의 편지 - 애뽈의 사계절 일일달력
애뽈(주소진) 지음 / 그림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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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365장의 편지 (사계절 일러스트 에세이 캘린더북)

애뽈(주소진)의 사계절 일일달력

그림숲


매년 연 말이 되면 새로운 달력과 다이어리를 보러 간다. 이번 일 년은 어떤 다이어리와 달력을 일년내내 마주하며 지내게될까. 해가 바뀐다는 아쉬움 만큼이나 새 해를 맞이한다는 설렘을 누리는 시간이다.


이건 놓치면 안돼!

 이건 좋지 않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계절 일러스트 에세이 캘린더북을 보고서는 바로 이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 캘린더북은 스프링식의 일력과 함께 작은 무지수첩 2개가 박스안에 담겨 있었다.)





숲에서 온 365장의 편지.

꽃말과 함께하는 열두 달의 시작. 매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에세이. 그것도 만년달력으로 쓸 수 있는 책상위의 힐링 스팟이 될 예감이 딱 들었기 때문!

매 달 하나의 나무나 꽃과 연결되어 있지만, 꼭 그 나무와 꽃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상하지 못한 풍성한 일러스트와 에세이의 세계가 펼쳐진다!


새 해 첫 시작은 1월 1일. 

이 달력을 구입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직 젋은 이(!)들이 많을 듯 한데, 이렇게 인사 받는 일보다 인사 하는 일이 많은 우리네(!)들에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정식 인사를 받고 시작하는 한 해라니. 

이 장면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같이 인사해주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름이면 여름 감성으로 숲의 싱그러움이 더해지고,



오늘 날짜의 달력을 펼쳐보며 그냥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들고 나와 바깥 풍경과 같이 찍어보았다.

늦가을의 산책.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숲 속은 아니지만, 단풍이 들어 예쁜 가로수를 바라보며 에세이에 나온 것 처럼 계절의 마지막 숨결을 마주해본다.


사무실이나 책상위에 올려두고 일 년 내내 나만의 숲과 쉼을 누릴 수 있는 애뽈의 사계절 일일 달력.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가끔은 이렇게 타인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도 있다. 

그리고, 다시 와서 오늘의 날짜를 펼칠 수 있겠지.


한 번 보고 지나가는 달력이 아니라, 한 바퀴를 돌고 또 다시 새롭게 볼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는 달력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더 좋은 달력.

《숲에서 온 365장의 편지》

하루 한 장, 숲소녀가 전하는 사계절 일러스트와 에세이가 담긴 감성 캘린더 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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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월간지)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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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독서평설 2025.11



가을이다.

모든 계절이 그렇겠지만, '독서'를 떠올리게 하는 계절 가을. (날이 너무 좋은 탓에 산과 들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 일부러 독서의 계절이라 명명했다는 속설이 있다고. by 표지 이야기)


자유학기제인 중1과 일찍이 기말고사를 치른 중3에게 책을 권할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중학 독서평설 11월호》가 우리집에 왔다.




독서평설 안에는 책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교양진로, 독서, 교과, 시사 부분은 물론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쉼터 코너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케쥴표로 매일 읽을 내용도 나누어주다니 친절한 독평이다.(읽고싶은 주제부터 읽어도 무방!)


통합교과 특집으로 나온 '오늘도 학교로 출근'하는 이들을 다룬 이야기는 익숙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배움터 지킴이, 행정실직원, 학교 시설 관리원, 상담교사, 영양교사, 조리 실무사, 사서교사, 원어민교사, 보건교사, 학교 청소 노동자인 환경 실무원, 방과 후 학교 강사...학교에 교과선생님 말고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계셨다니. 학교에서 뵈면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싶었다.


천경자 화백이 세상을 떠난지 10주년을 기리며 그녀의 작품 전시를 소개하는 글,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이 진짜 공부가 잘 되는 방법이라는 것도 교양편에 소개되어있었다. 100번의 잔소리보다 활자화 된 글의 위력이 크게 다가오는 만큼 중학생아이들이 바로 실천하길 바라며!



고입을 대비한 명문고 소개와(이번 호에서는 부산의 해운대고와 부산외고를 다루었다) 특목고,  자사고 입시에서 최종합격을 좌우하는 면접에 관한 안내도 다루고 있었다. 막연히 고등학교를 어디 가야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한 중학생들에게 보다 피부로 와닿는 지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중3 친구들에게도 실질적인 조언이 되고 말이다.


 

독서평설 잡지를 읽으며 시와 단편소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짧은 기사 글을 통해 정보도 얻지만, 단편 소설을 통해 책이 재미있다는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소설 내용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선생님의 글이 연이어 나와서 독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도 좋았다.


영화로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구성된 면, <사회 교실에서 드라마 읽기>도 새로웠다. 영화 <잔혹한 인턴>을 통해, 중학교 사회 과정에서 다루는 인권, 노동자의 권리 등을 다루고 있었다. 영화 줄거리와 연결해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들이 다 녹아져 있음에도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실제 조언으로 전해지는 것이 좋았다.


별책부록으로 들어있는 <정면독파>. 

책 속에 들어있으면서도 따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 노트처럼 되어 있었다.


기사를 좀 더 꼼꼼히 볼 수 있도록 질문들과 함께 기록할 수 있는 지면에 정리하며 볼 수 있어서, 중요한 내용들을 놓치지 않고 보게 해 주었다. 단순히 주어진 정보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와 관련해서 내용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질문도 함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깊어지는 가을만큼,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깊어지는 시간.

 중학교 학생들이 읽어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필독서'란 이름으로 낯설고 두꺼운 책을 권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쉽게 접근할 수있는 잡지를 통해 시사와 교양, 교과, 독서를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으로 전해줄 수 있는 《중학 독서평설》을 건네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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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정세권 - 집을 지어 나라를 지킨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김경민 지음 / 와이즈맵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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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정세권

집을 지어 나라를 지킨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김경민 지음

와이즈맵




멋들어진 한옥마을을 생각하면 전주가 떠오른다. 하회마을도 생각나지만, 근대까지 거주해온 지역이면서 지금도 활기가 넘치는 곳, 서울의 북촌도 빼놓을 수 없다. 익선동은 또 어떤가. 종로, 인사동 인근의 좁으면서도 운치있게 옛모습을 살리면서도 멋스럽게 들어선 카페등 상점에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몰린다.


그런데, 이 한옥마을 북촌과 익선동을 만든 건축가가 있다고? 

집을 지음으로써 조선사람들의 거주지를 일본으로부터 지키고 나라를 지킨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의  전체과정을 총 지휘) 《건축왕 정세권》을 책으로 만나게되었다.



이렇게 멋진 분을 왜 이제야 알게된건지 싶을 만큼, 건축 뿐 아니라 조선물산장려운동, 조선어학회 등 우리 근대사에 큰 영향력을 끼친 분이 이분이셨다.  


조선 총독부는 왜 경복궁 옆에 지어졌는지, 북촌은 어떻게 파괴되지않고 조선인들이 사는 지역으로  남게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 이 질문조차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이야기들로, 글을 읽으며 아하!하며 당시를 상상하며 볼 수 있었다.

청계천 이남에 쏟아지듯 들어오는 일본인들과 그들을 위한 가옥들, 일본인들의 거주지를 확장하기 위해 조선인들의 가옥이나 토지보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국유지였던 궁궐에 지어진 일본관청들, 그리고 청계천 북쪽까지 터를 잡아 주거지역으로 삼으려 짓는 일본 관사들... 거기에다가 지방에서 올라온 조선인들과 경성에 있으면서도 자본이 없어 점차 자신의 거주지역에서 밀려나는 조선인들. 이 맥락에서 건양사의 정세권이 등장한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주택사업으로 경제적 성공을 내다보는 동시에 나라를 지키겠다는 민족적 소명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북촌의 한옥은 안동 하회마을과 같은 전통 한옥이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져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작은 평수의  한옥을 지으며 위생시설인 화장실이 도시형 한옥 내부로 들어오고, 부엌은 입식구조로, 한옥의 바깥처마까지 방의 벽면을 확장해 수납공간을 늘렸다. 시대적 필요에 따라 조선식 한옥을 공급했다는 측면을 넘어, 일제강점기 경성 내부에서 유일한 조선인 거주공간이었던 북촌을 지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당시 경성의 3명의 왕이라 불렸던 유통왕, 광산왕, 건축왕 중 건축왕이라 불렸던 정세권만이 친일의 행적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강압에 의한 행보였겠으나 정세권은 끝까지 압박을 견디며 오히려 신간회, 조선물산장려회, 조선어학회 회관을 기증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대가는 참혹했다. 일제에게 재산을 강탈당해 회사가 몰랐했으니 말이다.

이어진 글을 통해 그의 어릴적 이야기 부터, 건양사를 세우며 건축을 진행했던 일들, 그리고 민족운동가로서의 활동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북촌과 익선동의 아름다운 한옥 외형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했던 그의 행적은, 민간 디벨로퍼로 자체 자본으로 서민 주택금융을 보조하고 대단위 민간 주택임대사업을 개시하며 부동산 사업의 수직적 계열화를 이룬 사업은 지금도 다시 시도하기 어려운 사업일거다. 

전후 시대적 경제적 사회적 맥락에서 최초의 디벨로퍼이자 민족운동가 정세권을 기억하게 해 준 책. 

K문화 열풍을 보이며 북촌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지금, 아름다운 사진에 담긴 한옥의 외형과 함께 그것을 지은 이가 가졌던 마음과 열정까지도 관심이 확대되길 바라며 동경하는 건축가들 이름 사이에 '정세권'의 이름도 새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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