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실체로서의 나는 없다.
그러므로 어떠한 나도 만들수 있다.
바로지금 여기에서 나의 행위가나다.
행위가 있을 뿐 행위자는 없다. - P106

걸어갈때 걸어갈뿐! 머무를 때 머무를 뿐!
앉아 있을 때 앉아 있을 뿐! 누워 있을 때 누워 있을 뿐!
밥 먹을때 밥 먹을 뿐! 잠잘 때 잠잘뿐!
늙어 갈때 늙어갈뿐! 아플때 아플 뿐!
죽을때 죽을뿐! - P106

아바타로 분리하고
바라밀로 전환하여,
행불로 함께 나누니
나도 해탈! 너도 해탈! 모두 해탈! - P108

허공으로 장엄된 세계 바다의
비로자나 진정한 법신과
현재 설법하시는 노사나불
그리고 석가모니 제 여래께 귀의합니다.
- 「화엄경 약찬게』 - P109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몸과 마음을 아바타(空)라 관찰하고
모든 고통 벗어났다.
「반야심경』 - P111

보신과 화신은 진짜가 아니고 허망한 연(緣)일뿐!
법신은 청정하여 광대하기 끝이 없네.
일천강에 물이 있으니 일천 강에 달이 비추고
허공만리 구름 없으니 그대로가 천하늘!
--「금강경오가해』 - P112

듣는 성품을 돌이켜 듣는다면 성품은 위 없는 도를 이루리니
위원님 이근원의 진실이 이와 같습니다.
이것이 부처님들께서 한결같이 열반의 문에 이르는 길입니다.
-「능엄경』 - P114

일체 세간의 산하대지와 생사열반이
모두 허공 꽃(空華)의 모습이니라.
- 「능엄경』 - P115

세존이여, 여래께서 설하신바 삼천대천세계는 곧 세계가 아니므로그 이름이 삼천대천세계입니다. 왜 그런가?
세계가 진실로 있는 것이라면 하나로서 합하여진 모양인바 여래께서 설하시되 일상(一合相)은 일합상이 아니므로 그 이름이 일합상일 뿐입니다.
금강경』 - P115

몸은 부처가 아니고
음성 또한 그러하네.
하지만 이를 떠나서
부처의 신통력을 볼수도 없다네.
-『화엄경』 - P116

아바타로 분리하고
바라밀로 전환하여,
행불로 함께 나누니
나도 해탈! 너도 해탈! 모두 해탈!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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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마음공부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결국 우리가 마지막에 해야 하는 것은 마음공부입니다. 저는 마음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마음공부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냅니다.

여러분은 편지를 받아보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들께 저자가 마음을담아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로 이루어졌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편지를 보내 마음을 전한 이가 부인일수도, 자식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어느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는 편지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으니 자식뿐 아니라 부인과 형을 비롯한 지인에게도 편지로 마음을 전했겠지요. 다산이 편지로 마음을 전한 것처럼 저는 독자 여러분들과 마음을 나누고자 한 분 한 분께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다산의 마지막 편지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편지가 책의 중간중간에 소개되며, 저자의 생각과 맞닿아흘러갑니다. 다산을 이야기하지만 다산에 관한 내용이 가장 적게 들어있는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중에많이 나와 있는 다산 관련 책들처럼 다산의 글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에 저자의 해설을 풀어놓은 형식에서벗어났습니다. 그와는 정반대의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제가 살아오며 느낀 것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정리하여 70여 편의 글로 남겼습니다. 그 이후 글의 주제와 비슷한 다산의 글을 찾아서 각 꼭지의 처음에 소개를 한 후 내용이 원활하게 전개되도록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마치 서두에 소개된 다산의 편지에 따라 주제가 일맥상통하는 내용의 글을 저자가 연결해서 쓴 것처럼 보이게 말이죠. 여느 책들과 마찬가지로 다산의 글을 소개한 후 그것을 풀이하는 방식이 아닌 저자가 집을 지어놓고이후 다산 정약용 선생을 초대하여 조용히 차 한 잔 대접하는 마음으로 글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저자가 미리 쓴 주제와 부합하는 내용을 가진 다산의 편지를 찾기가 무척이나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글을읽다 보면 간혹 저자가 쓴 글과 다산의 편지 내용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우 이 글을 상기하여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책에서 소개한 다산의 편지는 다산이 어느 한 사람에게 보낸 편지만을 발췌한 것도 있으나 여럿에게 보낸 편지의 주제가 유사할 경우 마치 한 편의 편지처럼 취합하여 매끄럽게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개된 다산의 편지를 마치 다산이 한 사람에게 보낸 한 편의 편지로 오인하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원문의 내용을 흩트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저자의 문체로 고친 것이오니 그렇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녀들은 혼자서 자랄 수 없습니다. 부모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합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가 올바른 양육을 해야 올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것은 이후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을 가슴에 새기고살아간다면 훗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좋은 아이가 성장하여 좋은 어른이 되고, 좋은 어른이 나이가 들어 좋은 노인이 됩니다. 이것은 제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만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 인생

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자녀는 좋은 아이인지, 좋은 어른인지, 좋은 노인인지 수시로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비단 자녀뿐만이 아닙니다. 부모 형제와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한우리 가족 집에 오면 가족들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스마트폰에 빠져있거나 TV 앞에 말없이 앉아있는요즘, 부모 자녀의 관계 개선은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부 사이도 갈수록 서먹해집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딱히 이유를 찾기는 힘듭니다. 알고 보면 서로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게 사실이지만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은 듯합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서로는 각자의 시간을 찾게 되고 조금씩 멀어지며 서로 간섭받기를 싫어합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해법은 어느 한 사람이 먼저 물꼬를 트는 것입니다. 취미가 되었건 삶의 사소한 부분이 되었건 어떤 식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그러한 소통의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제가 살아오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글을통해 온전히 저자의 시간과 삶을 공유하고 저자의 가치관을 이해하며, 저자의 글에 공감하고 실천하며, 그후 그로 인해 달라진 시간을 통해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가족이 서로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함께ㅎ 가운데 같은 • 바라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바로 그 시간일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써 내려간 삶의 지혜서입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랑하는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서로의 올바른 가치관과 삶의 지혜를 향유하는 관계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저자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삶의 의미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매 챕터마다 풍부한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개개인의 자아성찰을 위해서, 그리고 좀 더 행복하고 바람직한 사회가 형성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페이지마다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주제는 저자가 삶을 살아오며 겪은 깊은 생각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독자들에게도 익혀야 할 내용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주제가 있다면 자신에게 적용하여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 역시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살았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닦을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통해 풀어놓은 이야기들 중 아직도 저자가 실천하기 힘든부분도 있고, 이미 배우고 익혀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도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제 삶을 돌이켜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역할과 자녀교육의 중요성, 마음공부, 그리고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듯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부디 좋은 인생의 길동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녀가 있는 독자들은 내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어떤 올바른 습관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한번 생각해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군 생활을 할 때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편지를 받으며 그들의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올 때 아버지가 저에게 전한 편지는 마치 다산의 편지와도 같아 지금도 고이 간직하며 삶의 지침으로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 편지로 인해 부족한 제가한 발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마디 글이 사람의 마음을 더 울릴 수가 있습

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보내온 편지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여러분을 위해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보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조그만 울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저를 깨우쳐주고 영감을 주신 모든 분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15만 부 이상 판매되어 대한민국에 『논어』와 고전 열풍을 일으킨 2022년 올해의 교양서 오십에 읽는논어』최종엽 작가님, 그리고 5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신 고전평론가이자 존경하는 인디라이터 연구소 명로진 대표님께서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선배로서 후배의앞날에 밝은 등불이 되어주시는 두 분께 온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하루하루에 늘 행복과 웃음이 넘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모두가 이 사회의 훌륭한구성원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직 마음공부가 부족한 저자가 이 시대의 지성들에게 바칩니다.
고맙습니다.

이천이십이년 연말, 저자 박석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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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음식 천국이 되었다. 런던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새벽 1시에 거리에 세워진 밴에서 사 먹는 값싸면서도 훌륭한 튀르키예식 되네르 케밥döner kebap(회전 구이 케밥)에서부터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비싼 일본식 가이세키 (연회용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상상하는 모든 것이 다 있다. 강렬하고 대담한 한국식요리에서부터 요란하지 않지만 배 속까지 뜨끈하게 데워 주는 폴란드식까지 맛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다. 이베리아반도, 아시아, 잉카 문화를 모두 포용한 섬세하고 복잡다단한 페루식 요리에서부터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뽐내는 아르헨티나 스테이크 사이에 존재하는 갖가지 음식 중에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마트와 식료품점에서는 이탈리아, 멕시코, 프랑스, 중국, 카리브해 연안국, 유대 지역, 그리스, 인도, 태국, 북아프리카, 일본, 튀르키예, 폴란드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심지어 한국식 재료도 가끔 눈에 띈다. 특화된조미료나 재료도 잘 찾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1970년대 말에 교환 학생으로 옥스퍼드에 와있던 미국인 친구가 올리브유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약국뿐이었다던(궁금한 독자를 위해 부연 설명하자면약국에서는 귀지를 녹여서 제거하는 용도로 올리브유를 판다) 바로 그 나라와 지금 이 나라가 같은 나라라니 믿어지는가?

내 음식의 우주는 빛의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지만 내가 속한 다른 우주인 경제학 분야는 슬프게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서로 다른 비전과 연구 방법을 자랑하는 다양한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이 활동하는 분야였다. 가장 굵직한 학파만 해도 고전학파classical, 마르크스주의 Maxism, 신고전학파Neoclassical, 케인스학파Keynesian, 개발주의 Developmentalism, 오스트리아학파Austrian, 슘페터학파Schumpeterian, 제도주의 Institutionalism, 행동주의 Behaviorism 등 다양했다. 이 수많은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서로 공존했을 뿐 아니라 상호 교류를 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1920 년대와 1930년대의 오스트리아학파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그리고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케인스학파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그랬듯목숨을 걸고 서로 죽일 듯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파 간의 상호 교류가 더 점잖게 이루어진 경우도많았다. 각 학파는 활발한 토론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시행한 정책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논점을 갈고닦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학파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했고 (많은 경우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이론들을 융합하는 시도가 학계 일부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의 경제학 분야는 서로 다른장단점을 가진 수없이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며 경쟁을 벌이는 요즘의 영국 음식 분야와 닮은 데가 많았다. 모두 각자의 전통에 긍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배우지 않을 수가 없고, 그 과정에서 의도하는 하지 않는크고 작은 융합이 많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모두는 경제학 이론이 세금, 복지 지출, 이자율(금리), 노동 시장 규제 등의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고, 이런 정책은 우리 일자리와 노동 환경, 임금, 주택 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 상환금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 이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생산성 산업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꾀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개발을 가능케 하는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쳐 그 경제 체제의 장기적 - 집단적 발전가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경제학은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경제적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다시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규정 자체를 변화시킨다.

경제학은 또 경제가 발달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며, 그에 따라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주고, 그 결과 우리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이 공공정책 개입을 통해 산업화를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해 경제학 이론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 나라의산업화 정도는 다른 유형의 개인을 만들어 낸다. 가령 더 산업화된 나라 사람들은 농업 사회 사람들에 비해시간을 더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이-그리고 거기에 따라 나머지 일상도-시계에 따라 조직되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면 노조 운동도 촉진되는데 공장 에서는 다수의 노동자가 한데 모여 일을하고, 농장 같은 환경보다 다른 사람과의 협조가 훨씬 더 잘 이루어져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조 운동은 결과적으로 평등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는 중도좌파 정당을 낳는데, 이런 정치 세력은 공장이사라져도 약화는 될지언정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몇십 년 사이 부자 나라들에서 목격된 현상이었다.

햄은 스페인 문화의 심장이다. 스페인 말고 어느 나라에서 〈햄 햄>(하비에르 바르뎀도 출연했지만 페넬로페크루스의 데뷔 영화로 더 인상 깊은 <하몽 하몽 Jamón Jamon)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오겠는가?(햄을 뜻하는 스페인어Jamón을 한국에서는 보통 ‘하몽‘이라 하지만 ‘하몬‘이 맞는 발음이다-옮긴이) 기독교가 이베리아반도 대부분을 다스리던 이슬람 세력과 전쟁을 벌여 기독교도의 스페인을 세우는 과정에서 햄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돼지고기를 먹는지 안 먹는지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였고, 돼지고기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스페인에 살면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유대인도 기독교가 다시 세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겪었다. 1391년 성난 폭도로 변한 기독교인의 위협에서 목숨을 건지기 위해 많은 수의 유대교인이 기독교로 강제 개종했다. 교회는 이들이 진심으로 개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돼지고기를 강제로 먹도록 했다. 콘베르소converso라고 부르는 이 유대교인 출신 개종자 중 일부는 비밀리에 유대 교리를 계속 따르면서, 돼지고기와 조개류를 조리하지 않고 유제품과 고기를 섞지 않는 등 유대교의 의식과 명절에서 핵심적인 요소들을 지켜 나갔다.

오스만제국에서는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대교인도 세금만 더 내면종교의 자유를 누렸고, 원하는 방식으로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이 주어졌다. 유대교인은 제국의 거의 모든 직종에 종사했다. 궁정 고문, 외교관, 상인, 제조업자, 짐꾼, 석공 등 종교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은없었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종교적 편협성은 이슬람교의 본질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슬람 문화에 관한 다른 부정적인 고정 관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있다. 많은 사람이 이슬람교를 군국주의적 종교라 생각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도 그런 견해를 부추겨 왔다. 지하드jihad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가 널리 퍼진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교도와 벌이는 전쟁이란 의미로 알려진 지하드는 원래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한다는 뜻이다. 이슬람 교리 중에는군국주의적인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도 있고,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리도 있다. 후자는 "순교자의피보다 학자의 먹물이 더 숭고하다"라고 강조한 선지자 마호메트(무함마드)의 말에 그대로 담겨 있다. 사실이슬람 학자들이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고전을 아랍어로 번역해서 보존하지 않았으면 후에 이를 유럽어로 번역하면서 일어난 르네상스 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이전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쓰인 문헌을 이교도적이라 선언하고 방치하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파괴해 버렸다.

동아시아의 ‘경제 기적‘이 근면, 절약, 교육을 강조한다고 알려진 유교 문화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문화에서 이런 덕목을 강조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1960년대 초 비슷한 경제 개발단계에 있던 한국과 가나(사실 당시 한국이 가나보다 훨씬 더 가난했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평균 소득은 93달러였던데 반해 가나는 190달러였다)의 운명이 갈린 원인을 설명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
lizations》의 저자인 저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이렇게 주장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수많은 요소가 작용했지만 문화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은 절약과 투자, 근면, 교육, 조직과 규율을 중요시하는 나라다. 가나 문화는 이와 다른 가치 체계를 지니고 있다. 요컨대 문화가 중요하다."헌팅턴이 유교 문화를 묘사하는 이 부분은 긍정적인 문화적 고정 관념의 완벽한 예다.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문화의 특정 부분만을 골라서 강조한 것이다.

유교 문화권에서 교육을 중요시한다는 평판도 그렇다. 전통적으로 중요시된 교육은 관료가 되는 시험, 이른바 과거에 필요한 분야인 정치 철학과 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경제 발전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농업을 제외하고 물건을 만들거나 사고파는 등의 실용적인 일들은 경시되었다.

헌팅턴과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유교 문화에 대한 긍정적 고정관념을 더해체할 수도 있지만 내가말하려는 의도는 이미 전달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슬람 문화에 대해 완벽하게 긍정적인 고정 관념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유교 문화에 대해 완벽하게 부정적인 고정 관념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문화라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측면들을 가지고 있다. 다른 종교에 관용적이고, 규칙을 근간으로 하며, 과학을 중시하고, 상업 정신을 갖춘 버전의 이슬람 문화도 실제로 존재하는 모습이고, 현세에 관심이 없고, 비관용적이며, 군국주의적인 버전의 이슬람 문화도 실제로 존재하는 모습이다. 근면하고, 교육을 중시하고, 절약 정신과 규율을중시하는 버전의 유교 문화도 있지만, 구성원에게 근면성을 함양하지 못하고, 계층 이동을 제한하며, 상업과공업을 경시하고, 창의성을 억누르는 버전의 유교 문화도 있다. 한 사회가 주어진 문화적 재료로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는 많은 부분 선택의 문제며, 따라서 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화가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따라서 그 나라의 경제가 조직되고 발전하는 양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흔히 통용되는 단순한 고정 관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모든 문화는 복합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다양한 부면을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경제적 행동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서 문화는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약하다는 점이다. 그 점은 도토리를 먹는 한국인에게나 도토리를 먹여 키운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에게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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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야 혜각선사에게 장수좌주가물었다.
"청정본연(淸淨本然)하거늘어찌 홀연히 산하지가 생겼습니까?"
이에 선사가 소리를 높여 말했다.
"청정연하거늘 어찌 홀연히 산하지가 생겼는가?"
좌주가언하에 대오했다.
- <선문염송> 「1379. 청정(淸淨)」 - P80

무주금화산구지 화상은 누가 묻기만하면 손가락하나를 세울 뿐이었다. 그 스님이 운명하려 할 때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천룡에게서 한손가락선(一指頭禪)을 얻은 뒤로 일생 동안을수용해도 다하지 못했느니라."
- <선문염송> 552. 일지(一指)」 - P82

덕산은 어떤 스님이든지 들어오는 것을 보면 문득 때렸다. 장령탁이 송하였다.

덕산의 방망이와 임제의 할이여!
구리로 만든 금강과 무쇠로 된 보살이라.
우레가 진동하는 곳에 귀가다 멀고별이 사라질 때에 눈이 모두 먼다눈이 먼다함이여! 그대에게 조계의 달을 가리켜 주노라.
- 「선문염송」 「672, 편방(便棒)」 - P86

눈에 있으면 본다하고 귀에 있으면 듣는다 하며코에 있으면 냄새를 맡고 입에 있으면 담론하며손에 있으면 움켜잡고 발에 있으면 운반하네.
두루 나타나서는 세계를 덮고, 거두어들이면 한티끌속에 드네.
아는 이는 불성인 줄 알지만, 알지 못하는 이는 정혼(魂)이라 부르네. - P89

조주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내가 청주에서 삼베 장삼 하나를 지었는데, 무게가 일곱근이더라."
- <선문염송> 「408. 만법(萬法)」 공 - P91

태어남은 한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조각 뜬구름 사라짐이라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으니,

태어나고 죽음과 오고감이 또한 이와 같도다.

홀로 한 물건이 항상 드러나 있으니,

담담하여 생사를 따르지 아니하도다. - P99

청원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큰 이치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여름의 쌀값이 얼마인가?"
- <선문염송> 「148. 여름(廬陵)」 - P100

인과연으로 생겨난 모든 존재

이를 일러 공이라 하네.

이 또한 임시 명칭이며

실체는 없고 현상만 있을 뿐!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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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사람 만나 말도 하고, 일체처 일체 시에 소소영영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 경허선사, 참선(參禪曲) - P50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바로 이러한 때, 어떤 것이 그대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인가?"
『육조단경』 - P54

조주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니라."
- 선문염송』 「421. 백수(柏樹)」 - P58

남악회양선사가 숭산에서와 뵙자, 육조스님이 물었다.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8년 만에 깨치고 나서 말했다.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습니다."
- ‘선가귀감(禪家龜鑑)』 - P62

어떤 스님이 (마조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도를 닦는 것입니까?"
"도는 닦는 데 속하지 않는다(不修) 닦아서 체득한다면 닦아서이루었으니 다시 부서져 성문(聲)과 같아질 것이며, 닦지 않는다하면 그냥범부이다."
- <마조록> - P64

절대로 딴곳에서 찾지 말지니멀고도 멀어서 나와는 소원하다.
나 지금 혼자가지만 곳곳에서 그와 만난다.
그가바로지금의 나요, 나는 지금 그가 아니다.
응당 이렇게 알아야 비로소 여여함에 맞아 떨어지리라. - P67

한 번 때리자 알던 것 다 잊어버리고, 다시는 닦고 다스리지 않게되었네.
덩실덩실 옛길을 넘나드니, 더 이상 근심 걱정 않는다네.
곳곳에 자취가 없고, 빛과소리 밖의 위의(威儀)로다.
제방(方)의 도를아는 이들이 모두가 최상의 근기라하네.
-선문염송」 「1022. 일격(一擊)」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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