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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ㅣ 매트 헤이그 걸작선
매트 헤이그 지음, 정현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SF소설 <휴먼>을 만나
보았어요.
부제로 "어느 외계인의 기록"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지요?
얼마전 방영을 마친 "별그대"를 연상케 했는데
"혹시??"하는 생각이 "역시!"가 되었다지요~ 표지와 제목을 보고는 비슷한 내용이겠다
싶었거든요~^^
책의 문자들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은 시기였지만,
한장한장 읽다 보니 순식간에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힘든 시기가 있을 때, 책 속
외계인, 그러니까 주인공인 앤드루 마틴 교수의 별에서처럼 문자 캡슐을 삼키기만 된다는 그 능력, 가끔은 저도
그런 기프트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한밤중 고속도로에 나타난 앤드루 마틴 교수는 다른
별(보나도리안)에서 온 외계인이에요. 지구인인 앤드루 마틴 교수는 이제껏 그 어떤 인간도
풀지 못한 중요한 수학 문제를 막 해결한 교수이지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인간 종의 진보를
이루어내었다는 이유로 아무도 모르게 납치되었고 앤드루 교수로 변신을 하게 된 주인공은 앤드루
마틴 교수가 얻은 수학 지식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 더 있는지 알아내어야 하는 것과 앤드루 마틴 교수의 부인
이소벨과 아들 걸리버을 없애야만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요. 그러니까 그는 앤드루 마틴 교수인 척 행동하지만
실상은 아닌 것이지요.
앤드루 교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주목받는 행동은
삼가면서 자신의 고향 별
호스트의 지령에 따라 행동해야 했고 그에게 있는 기프트(초능력)를 지혜롭게 써야 했지요.
절대 인간세계에 빠져 들어서는 안되는 교수인데 그는
점점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까지 해요.
공감이나 연민을 느끼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게 뻔했기 이소벨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썼고, 그녀와
가까이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호스트로부터 자꾸 이와 같은 지령이
내려옵니다. 물론 냉철한
그에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묘한 기분을 막지는 못해요.
이소벨이 '나'의 손을 쓰다음들 때에도, '나'를 지그시
바라볼 때에도 말이지요. 그리고 이소벨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고맙다는
그 말을 할 때처럼 교수는 새로운 기분들을 하나씩 느끼기
시작해요. 그동안 연구에만
바쁜 남편과 불화를 겪었던 이소벨과 학교폭력에 시달려 자살생각까지 한 아들 걸리버.. 왜 자꾸 아내와 아들의 일상이 궁금하고 그들이 이전
모습이 알고 싶고 아내와 아들의 마음에 공감이 되는 걸까요..
그를
반드시 없애야 하오. 둘 다 없애야 하오.
아닙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야 한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면, 걸리버의 신경망을 조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앤드루가 한
말을 잊어버리게 하면 됩니다. 증명 내용을 알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걸리버는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되어. 인간들은 자기 자신조차 믿지 않소.
걸리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소벨은 아는 게 없습니다.
당신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하오, 당신이 못하면 임무 완수를 위해 다른 자를 보낼 것이오.
아닙니다.
내가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 209쪽
앤드루 마틴 교수는 점점 '나' 아닌
'나'로 변해 가요. 그리고 점점 인간과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면서 인간으로 살고 싶어져요. 침대에 함께 누운 인간 여자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지요.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을 들여다보니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벽을 깨버린 거예요. 점점 변해 가는 '나'에게 호스트는 시간을
낭비하지도, 인간을 믿지도 말라고 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고까지 하지만, 그곳엔 '나'의
가족이 없다고 말해요.
돌아가겠다고
해 달라고 청해야 하겠지만 나는 하지 않겠습니다.
내 정신을
방해할 수는 있어도 조종할 수는 없을 겁니다. - 303쪽
'나'는 사랑하는 여인과 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지켜 주고 싶어 해요. 앤드루가 컴퓨터 자판으로 쳐 내려나간 인간을 위한
97가지 조언..
이 조언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세상을 조급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충고이자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한 아들을
지키기 위한 마음을 담고 있어요.
52. 웃고
있을 때는, 혹시 진심은 울고 싶은 건 아닌지 잘 생각해 봐.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91. 살아
있다는 건 행운이야. 숨을 들이쉬고 삶의 경이를 받아들이렴. 꽃잎 한 장도 이유없이 있는 건 아니야.
97가지 조언 그 어떤 하나의 조언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특히 52번..가끔 웃는 게 웃는 게
아닐때, 울고 싶을 때가 있을 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기억해 두려고요. 그리고 91번..요즘같이 우울한 일이 일어나고
사망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 조언을 보자니 마음이
아픕니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운명을 달리한
저 세상에서의 행복을 기원할밖에요....
<휴먼>은 어느 외계인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기록이더라고요. 인간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이야기인 것이지요.
어려운 때일수록 자기 안에 그
무언가를 꽁꽁 가두기보다 그 마음을 드러내 보이며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앤드루 마틴 교수가 인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만으로도 포근함을 주기에 충분했답니다. <휴먼>은 작가 매트 헤이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영화로도 만나 보겠지요?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서 인간만이 가진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내용이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처럼
사소한 생명체가 거대함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오직 사랑뿐이다. - 칼 세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