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그냥 사랑이야기로 읽었던 거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는 다른 의미로 읽힌다.
자아, 진정한 나? 그런 의미로?
그럼에도 아이는 죽음이 결말인 건 힘들어한다.
그렇지 죽음은 어른도 힘들게 받아들여야 하지.
그래도 죽기위해 사는게 아닐까 싶은데, 엄만. 우린 죽음 뒤 세상도 믿지 않니 아들.
이 그림책은 땅에 단단히 박혀있는 빨간 끈을 한번만이라도 머리에 묶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자의 이야기다.
힘으로는 뽑아지지 않는 빨간 끈
사자, 코끼리, 사슴 모두 실패하고 토끼와 딱다구리가 잘라주는 것도 실패하고
거의 울부짖는 사자에게
거미는 끈은 그대로 남겨두고 사자의 머리에 빨간 끈을 묶어준다.
맞아 갖지 않아도 돼
한번 머리에 묶어봤으니.
요즘 자꾸 소유에 대한 그림책들이
눈에 띈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갖고자 하는 욕망보다 더 자유로운 것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
그런데 어른인 나도 사실은 어려운 걸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네
이 책의 뒷표지의 그림은
밤이 찾아오고
끈을 두고 사자가 떠난 뒤의 모습이다.
리본 모양으로 남겨진 끈과 거울 그리고 사자의 작은 머리칼
거울에 비치는 별
저 모습이여서 아름다운 것들
책을 다 읽고 아이에게 그저 좋지?라고 물었다. 응!이라는 대답을 들으며
그럼 되었지 뭐. 좋으면 되었다고 아이를 재운다.
작가의 말"들에 핀 꽃을 꺾지 않아도 향기를 맡을 순 있지.숲 속의 벌레를 잡지 않아도 귀여운 모습을 볼 순 있지.반짝반짝 예쁜 별은 따 갈 수 없지만 해가 뜨기 전까진 오래오래 볼 순 있지.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그리고 언젠간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하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순 있지."
바다가 넓은 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이고우리도 바다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배를 타고 조개껍데기를 줍고 물을 마시고 비를 맞는 것 모두 우리가 바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일그 이야기를 오래오래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하는 일을 잔잔한 그림으로 알려주는 그림책이다물고기를 좋아한다면, 그 물고기가 살아가는 바다에 대해 관심이 가고, 바다를 알게 되면 환경에 관심이 가는게 당연한거겠지그렇게 아이의 관심사가 확장되어 가는게 느껴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