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임 : 인류멸망 2011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필리핀의 한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괴질병. 그리고 얼마 후 일본에서도 가벼운 감기증상으로 시작해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마침내는 피를 토하고 죽는 병이 발생해 급격히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관계당국은 질병의 원인은 물론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해 급속도로 전염되는 질병을 어찌하지 못한다. 최초의 환자를 진찰했던 츠요시는 질병의 원인을 찾아 아본 공화국이라는 작은 섬나라로 떠난다. 여기에 그의 대학시절 사랑이자 조교였던 에이코가 WHO의 관계자가 되어 돌아오면서 잔잔한 로맨스까지 더해진다.

 

 

 

 

2. 감상평 。。。。。。。                    

 

     인류멸망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붙여놓은 건 확실히 배급사의 과장으로 보인다. 영화는 일본 열도 내에서 급속하게 퍼지는 전염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다른 나라로의 전염까지는 말하고 있지 않다.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생존의 위기까지는 처음부터 다룰 생각이 없었던 것.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르는 그냥 평범한 영화지만, 그래도 나름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급성전염병이 퍼졌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뜻이나마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중단한 인류의 삶의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신경을 쓴 부분도 보인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그리 높게 평가할 수 없었다. 질병 전파의 주요 내용은 그냥 자막으로 처리되고 있고, 영상은 그저 단편적인 혼란상만을 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생뚱맞은 ‘아본 공화국’(그냥 필리핀에서 찍은 걸로 보인다)으로의 탐사나 일본 정부도 제대로 못한 원인균 발견을 (상당히 어설퍼 보이는) 일개 재야 학자가 분리해낸다는 설정 등은 급히 만들어진 텔레비전 용 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작은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금방이라도 멸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인류 공통의 감정인 듯하다. 과학이 발달하고 의학기술이 폭발적으로 진보했음에도 여전히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니 그럴 만도 하다(물론 오늘날엔 이게 단지 기술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도 많이 얽혀있지만). 단 몇 달 만에 일본의 거리가 비어버리고 사회기능을 유지하는 인력들이 죽어버리면서 기능이 마비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것들이 언제라도 금방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좀 더 솔직히 인정한다면 좀 겸손해질 만도 한데, 다들 뭐 그리 자신만만한 건지.

 

     배우들의 연기는 나름 선전했다. 다만 너무 큰 규모의 이야기를 너무 적은 상상력과 제작비로 다루려 했던 듯, 힘에 부치는 게 느껴진다. 영화의 다큐멘터리화(?)를 막기 위해 츠요시와 에이코의 러브스토리나 간호사 가족의 애틋한 정을 넣으려 했던 것 자체는 좋았으나, 그마저 충분히 감동을 주기에는 영화가 너무 산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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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혹은

“우리는 복지를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진짜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과연 그래”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계획하고,

그런 활동이 자연스럽게 출산으로까지 이어지는 순간,

그때 우리는 이 어두웠던 순간들을 빠져나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 그 말을 잃어버린 경제,

그건 경제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 우석훈, 『디버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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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는 자기가 몸담은 세계의

사회 구조에 대해 책임이 있다.

그 구조는 자연 질서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이 결정한 것이므로 서로 협력해서 바꿀 수 있다.

아니, 그것은 개혁이 필요한 타락한 구조이기에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 왈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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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누려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교회의 한 부분일 때만

그러한 관계를 누릴 수 있다.

 

- 마이클 호튼, 『미국제 복음주의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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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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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 줄거리 。。。。。。。                   

 

     인종차별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던 1960년대의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어느 마을.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스키터는 한 신문사에 취직해 칼럼에 대한 답변을 대신 써주는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보게 된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과 차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 책으로 내 문제를 고발하려고 한다. 50년대 인종차별과 관련한 불안과 옳음에 관한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전혀 다른 세계관들의 충돌이 정반대로 너무나 평안해 보이는 목가적인 배경 위에서 잔잔히 풀려나온다.

 

  

 

 

2. 감상평 。。。。。。。                    

 

     1960년대는 미국 내 인종적 차별이 극심했던 시기다. 이즈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설교를 남긴 대표적인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백인들에게 암살당했고, 그보다 몇 해 전 맬컴 X 또한 흑인들 내부의 투쟁노선의 차이로 인해 암살로 생을 마감하던 시절이었다. 여기에 거침없이 폭력을 동원해서 흑인들을 겁박하고 살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KKK단이라는 미치광이들도 날뛰니 사실 영화 속보다 현실이 더욱 심각했다.

 

     영화는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극의 흐름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칫 딱딱한 정치적 이야기로 흘러갈 수도 있는 영화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여전히 여성들은 그들의 남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질 뿐, 문제 자체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시대적인 한계라고 봐야할 거고.

 

 

     영화를 보면서 ‘교양’이라는 덕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속 힐리로 대표되는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여인들은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교양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여자들이었다. 일찌감치 결혼해 아이를 낳고, 남편들이 출근한 후에는 모여 차를 마시거나 카드를 하며 사교적인 모임을 갖고,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자선행사를 여는 중년의 백인 중산층.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겉껍질에 속하는 것들이었고, 진짜 교양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그들로부터 천박하다는 비난을 받는 셀리아만이 흑인 가정부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교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판단력과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 위협과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꿋꿋이 반대할 수 있는 용기가 최소한의 필수요건이 아닐까. 이런 의미라면 요새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교양이 있니 없니 운운하는 이들은 그냥 새로운 생각을 하기가 귀찮은 것일 뿐, 교양인도 뭣도 아니다.

 

 

 

     이런 일들을 보며 공연히 문제를 일으킨다고 혀를 차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원래부터 있었고, 이제는 그것을 드러내고 햇볕 아래로 내어 놓아 소독을 하고, 음습한 부분을 말리고, 환부를 절제해 도려내는 것이라 하는 것이 맞다. 생살을 찢는 것이 아프긴 하지만 그마저 하지 않으려 한다면 몸 전체가 썩어 들어갈 뿐이다. 저널리즘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건데, 요샌 별 쓸모없는 연예인 뒷조사를 하면서 기자입네 하며 우쭐하는 작자들이 넘쳐나니..

 

     좋은 영화다. 덜 자극적이면서 바른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덧. 영화 속 조연으로 출연한 흑인 목사의 사역이 인상적이다. 영화 자체로 보면 딱히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언뜻 들을 수 있는 설교의 단편은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영감어린 흑인 목회자들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그에 반해 똑같은 책에 근거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좀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하기보다는 그들의 편견에 그 책의 내용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견강부회식의 언행이란... 모름지기 목회란 단순히 경전의 내용을 오늘로 옮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때와 오늘을 비교하고, 오늘의 상황 속에서 그분의 뜻을 밝혀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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