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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 신을 멀리하게 된 이후로

과연 이 세상은 그만큼 더 밝고 즐겁고 자유로운 곳이 되었는가?

오히려 인간들은 그 품위를 박탈당하고

공허한 자유에 내맡겨지는 저주를 받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 베네딕토 16세, 『미래의 도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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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 The Kid with A Bike
영화
평점 :
현재상영


1. 줄거리 。。。。。。。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시릴. 한 달만 있으면 찾으러 오겠다는 아버지는 좀처럼 연락이 없고, 집으로 건 전화 건너편에서는 아버지가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보육원을 빠져나와 결국 집까지 찾아가지만 이미 빈 집. 그런 그를 우연찮게 만나게 된 사만다는 왠지 모르게 그 아이에게 끌리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시릴을 데려와 집에 머물게 하는 위탁부모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삐뚤어지기만 하는 시릴은 동네 형의 꼬임에 빠져 강도짓을 준비하고, 사만다는 그런 시릴을 염려하며 기다린다.

 

 

  

 

2. 감상평 。。。。。。。                    

 

     영화 속 주인공 시릴의 주변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먼저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리를 보육원에 맡기고는 찾아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그의 아빠 기. 그리고 시릴에게 잘해주는 척 하며 결국은 그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동네 형. 마지막으로 어떤 이기심도 없이 시릴을 품어주며 용납하는 사만다. 영화는 이 세 사람 속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는 시릴의 모습을 따라가며,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전통적인 배경에서 혈연이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무엇이다. 아무리 미워도, 나쁜 짓을 해도 결국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용서를 구하면 받아진다는 것이 주요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혈연은 시릴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것 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시릴이 처한 불안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바로 그의 아빠였다. 그는 가장으로서의 아무런 책임감도, 능력도,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아들을 버리고 상처 주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차가 좀 나긴 하지만)의 존재도 비슷하다. 역시 전통적인 이미지는 종종 가족들보다도 더 끈끈한 정을 쌓으며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특별한 관계로 묘사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릴을 이용하려는 모습으로만 그려지고 있다.

 

     결국 시릴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만다의 기다림과 받아줌이었다. 사실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용서하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왜 그녀는 처음 만난 소년을 그토록 열심히 사랑하려 애를 쓰는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아무튼 시릴을 변화시킨 게 그녀의 온유함과 오래 참음이라는 이라는 건 가족과 친구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사람을 믿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고독한 사회에서는 그저 삐뚤어진 인간 군상들만이 늘어날 테니까. 사람을 길러내는 것마저도 컨베이어 벨트 위의 제품처럼 철저하게 기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래서 조마조마하다. 하나를 받으면 똑같이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공동체 안에서는 시릴처럼 변하는 이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당장은 그냥 잡아 가두고 통제하는 것이 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사회 전체의 손해가 결코 작지 않은데도, 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는 걸까.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딱히 튀지 않고 잘 녹아들어갔다. 주인공 시릴 역의 아역 배우 토마 도레의 경우 첫 연기라고 하는데 놀랍다. 또, 벨기에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무난했다. 전반적으로 약간 느슨한 감이 없진 않지만, 강한 메시지는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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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들은 너무도 자주
 
창문이 되어 바깥 세상에 다른 길을 제시하기 보다는,

거울처럼 주변 세상의 모습들을 반사 시키기만 합니다.
 
- 필립 얀시
 


All too often the church
holds up a mirror reflecting back the society around it,
rather than a window revealing a different way.
– Philip Yan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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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란방 - Forever Enthrall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백부의 뒤를 이어 경극배우의 길을 걷게 된 원화. 천부적인 재능과 경극에 대한 열정으로 곧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마침내는 자신을 키워준 십삼연과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최초로 해외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청나라 말기의 격동적인 시대적 상황은 한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게 만들었다. 실존 인물이었던 전설적인 경극 배우 매란방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2. 감상평 。。。。。。。                    

 

     한 위대한 인물의 일생을 다루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그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이니까. 적어도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어떤 주제가 필요하고, 그것이 단순히 그/그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보는 이들의 이야기와도 맞닿을 수 있는 무언가가 또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 예술가의 삶을 그려내기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주제야 그의 업적을 통해 쉽게 확보될 수 있지만, ‘무언가’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섬세함이 생명인 경극배우의 삶일까. 하지만 첸 카이거 감독은 이 작업을 꽤 훌륭하게 해낸다.

 

     개인적으로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본 건 10년 전쯤 ‘투게더’라는 작품이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년과 그의 아버지를 다룬 그 영화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그 음악이 마음에 들었고 한동안 잊히지 않았던 영화였다. 장동건이 출연해 유명해졌지만 딱히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무극’에서도 역시 자극된 것은 눈도 눈이었지만 귀였다. 경극 배우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극에 사용되는 배경음악들과 노래들이 나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경극을 다룬 이 두 번째 영화(찾아보니 패왕별희를 만든 바로 그 감독이었다)에서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매란방이라는 인물을 담아 멋지게 표현해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역시 감독의 영향력이 작지 않은 듯하다. 주인공 매란방 역의 여명과 여소군의 연기나 장쯔이, 왕학기 등의 조연들도 탄탄하게 받혀주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는 경극의 화려한 배경은 눈까지 즐겁게 한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분량 때문인지 지나치게 편집된 부분들이 언뜻 보여 맥이 종종 끊어지는 느낌이다.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종흔동의 분량이 사라지는 바람에 장쯔이의 입지까지 애매해지는 등 극이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을 넣으려 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눠 만들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차라리 과감하게 잘라내고 초점을 모으는 게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좀 아쉽긴 했지만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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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화 '화려한 휴가' 中

 

건전한 국가와 불건전한 국가의 차이는

그 나라의 군사력이 국외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국내를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로마 제국의 군단기지는 대부분 국경에 바싹 붙어 있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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