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잉크, 접착제, 실, 판지, 천, 또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벽돌 크기의 이 마술 같은 물건은 실로 작은 타임머신이다.

책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게 할 수 있으며

이상적이거나 반이상적인 미래로 데려갈 수도 있다.

지구상의 먼 곳,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먼 다른 행성과 우주로 데려갈 수도 있다.

우리가 직접 만날 일이 없을 남자와 여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대한 인물들이 이룬 발견을 조명하며,

이전 세대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미치코 가쿠타니, 『서평가의 독서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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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원 교수의 예배 꿀팁 궁금해 시리즈 3
안덕원 지음 / 홍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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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은 홍성사답지 않게(?) 작고 아담하게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홍성사는 C. S. 루이스로 만나기 시작한 출판사였던지라, 한 권 한 권 양장본으로 내던 기억이 강하게 박혀 있어서다.(물론 요새는 루이스 책도 다 무선제본으로 표지를 갈아 다시 내고 있긴 하지만, 루이스 책 정도는, 음, 양장본으로 좀 튼튼하게...) 파스텔 컬러에 제목만 굵은 검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박아넣은 것이 요새 감성이긴 하다.


다만 일단 책장을 펴면 좀 놀라게 되는데, 글씨가 너무 작다. 그리고 너무 많다. 판형을 유지하면서 너무 두껍지 않게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건가 싶은데, 이 정도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책을 펴기가 힘들 것 같긴 하다. 물론 애초에 내용 자체가 좀 더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 같긴 하지만.




책은 예배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해 두었다. 모두 마흔 개의 질문이 담겨 있는데, 1부는 예배라는 큰 그림을 그려주는 내용이고, 2부는 예배의 각 순서에 관한 질문, 3부는 교회력과 절기, 4부는 성례(성찬, 세례), 마지막 5부는 예배의 좀 다른 모습을 모색해 보는(특히 온라인 예배를 중심으로) 내용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틀 자체는 짜임새가 있다 싶은데,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이 좀 딱딱하다. 첫 몇 개 장만 봐도 아, 교수님이 딱 교수님처럼 썼구나 싶은 생각이 물씬 든다. 뭐 억지 유머를 넣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렇게 딱딱하면 애초에 목적했던 젊은 세대가 쉽게 접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예배학 전공자가 강의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넣고 싶은 많은 내용을 줄이려다 보니 연결이 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관련 주제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균형 있게 정리해 두고 있어서, 참고서로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양한 교파의 입장을 두루 살피면서, 교파나 교단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역사적 교회의 전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꽤 잘 와 닿는다. 오로지 지금 나의 신앙생활만이 전부인 양 착각하는 근시안적인 신앙행태에서 벗어나려면 역시 역사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이다 보니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온라인 예배(심지어 온라인 성찬도?) 같은 주제에 대한 고민도 보여 반갑다. 종합하자면 일종의 대안적 예배 형태로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좀 더 바람직하게는 함께 모이는 게 좋겠다 정도인데, 나도 이 입장에 동의한다. 다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반드시 모여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예배를 해야만 믿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꼰대정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라에서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것 같다.


제목처럼 예배와 관련된 다양한 팁을 알아본다는 정도로 읽으면 될 것 같다(아주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소개되지 않기도 하다). 저자도 자주 말하고 있지만, 예배와 관련해도 다양한 신학 전통이 있기에, 어느 한 쪽이 틀렸다고만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다른 전통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로, 각자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길을 걸어간다면 얼마든지 여러 모습의 예배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물론 우선은 자신이 속한 예배 전통의 본질을 충분히 되살려 보는 게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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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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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러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슬쩍 데려온 책이다. 책 제목부터 뭔가 흥미진진해 보인다. 명화와 역사, 그리고 프로이센까지. 사실 이런 책은 분류하기가 좀 애매하다. 사실 그림에 관한 책을 한 권 볼까 하고 집었는데, 역사가 붙어있는, 그런데 또 읽다보면 중심은 그림보다는 역사인(그렇다고 그림이 단지 참고 설명용으로만 사용되는 건 아닌) 그런 책이다. 그래도 출판사가 일단 예술 관련 쪽이니 예술 쪽으로 분류를 해야 할까 싶으면서도, 이 시리즈가 대체로 역사를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복잡하다. 그냥 알라딘 분류법에 따라 미술사, 예술 쪽으로 넣자.




책은 오늘날 독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센의 역사를 다룬다. 정확히는 프로이센의 호엔촐레른 가문의 역사지만, 책에도 언급되듯 이 이름 자체가 좀 생소하니, 조금이라도 유명한 프로이센이라는 이름을, 그리고 독일이라는 국명까지 붙였다(그런데 결과적으로 “독일 프로이센의 역사”라는 좀 어정쩡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이 “프로이센”은 종종 “프러시아”라고 표기되기도 한다. 후자는 영어식 발음, 전자는 독일어식 발음이다.


중세 십자군운동이 사실상 종결된 13세기 즈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직속의 독일 기사단(튜튼 기사단)은 성지에서 고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집단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법. 당시 교회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유럽의 북동부 지방을 겨냥한 북방십자군 운동을 시작했고, 여기에 이 독일기사단이 나서 땅을 정복했고 아예 자신들이 눌러 앉아버린다. 독일기사단국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250년이 더 지난 1510년 호엔촐레른 가문의 20대 젊은이가 이 기사단국의 37대 총장으로 선출된다. 물론 선출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이전에 모종의 작업이 있었다. 그가 바로 알브레히트 호엔촐레른이다. 그리고 10년 후쯤 그는 독일에서 한창 종교개혁을 진두지휘하던 마르틴 루터와의 만남 후 전격적으로 루터파로 개종을 한다. 애초에 십자군 운동에서 비롯된 기사단은 당연히 가톨릭이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별로 없었나 보다. 알브레히트는 기사단국을 해체하고 프로이센 공국을 세워 자신이 첫 공작위에 오른다. 그렇게 프로이센은 호엔촐레른 가문의 세습 영지가 된 것.


그리고 프로이센 공국은 얼마 후 왕국으로 승격할 기회를 얻게 된다. 1701년 스페인의 왕위를 두고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이 벌인 전쟁에서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1세를 돕기로 약속한 대가로 왕국으로의 승격을 허락받은 것. 책은 1대 왕인 프리드리히 1세부터 마지막 9대 빌헬름 2세까지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간략하게 요약 설명해준다.





생각보다 금세 책장이 넘어간다. 애초에 생소한 이름들, 지역들이지만 저자는 적당히 자를 건 자르고, 붙일 건 붙여서 내용을 쉽게 설명해 낸다. 물론 여기에는 이 책의 기획 자체가 그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식이다보니, 설명할 그림이 있어야 하니까 내용도 여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좋은 요약 능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보니, 일단 시작으로는 이 정도의 책으로 충분하겠다 싶다. 좀 더 상세하고 전문적인 정보는 또 다른 책을 찾아보면 될 일이니까. 결국 프로이센 왕국은 점차 세력을 키워 오늘날 독일을 형성하는 모체가 된다. 근세 독일과 유럽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상식은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컬러 도판도 눈을 즐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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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무선)
유진 피터슨 지음, 이종태 옮김 / IVP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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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게 아마 대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지금과 표지도 달랐었다(지금이 훨씬 세련되게 변했다). 유진 피터슨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그냥 다윗 이야기를 재미있게 썼구나 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아직 내 리뷰생활이 시작되기도 전이어서(아마 대학 2학년쯤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내 감상이 정확히 어땠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그 중에는 당연히 유진 피터슨의 책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 그가 얼마나 탁월한 이야기꾼인지도 알게 되었다. 아는 게 많아지면, 보이는 것도 많아지는 법, 오랜만에 다시 손에 든 이 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깊은 통찰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었다.




저자는 다윗의 인생에서 열아홉 개의 주요 장면들을 뽑아내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다(총 20개 장이지만, 첫 장은 일종의 서론 격이다). 우리가 잘 아는 골리앗과의 대결, 사울의 아들 요나단과의 우정, 나발과 아비가일 사건, 시글락 공동체와 블레셋에서의 삶, 마침내 왕이 되었지만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과 죽음까지, 다윗이라는 인물의 삶 전체를 차근차근 재구성한다.


이 이야기의 기본은 성경에 나오는 기사들이지만, 그 행간에는 상상력이 들어갈 수많은 틈이 있다. 저자는 매우 능숙하게 이 빈자리를 멋진 이야기들로 채워 넣는다. 마치 책 초반에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가 해 주셨다는 다윗 이야기처럼 말이다. 물론 이 상상력은 전혀 엉뚱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럼직한, 그러면서도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다.


또, 저자는 시인이었던 다윗의 삶에 걸맞게, 여러 편의 시편을 뽑아 다윗의 인생의 한 장면과 연결시킨다. 물론 이건 아주 새로운 시도는 아니고, 기독교(와 유대교)의 오랜 전통 위에 서 있는 시도다.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일상’이다. 책 초반 저자의 흥미로운 발견이 소개된다. 바로 다윗 이야기에는 단 한 번의 기적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기적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적이란 소위 초자연적인 어떤 사건 같은 걸 말하는 것일 게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그렇다. 다윗은 직접 천사를 만난 적도, 강물을 멈추게 하거나, 죽은 사람을 살리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그의 삶은 철저하게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삶은 철저하게 하나님을 향해 있었다. 이 말은 그가 살면서 한 번도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거나 도덕군자처럼 살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그는 여러 번 죄를 저지르기도 했고, 청동기 말 살았을 다른 위대한 군장들처럼 오늘날 기준과는 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끈질기게 하나님을 붙잡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건 오늘 우리의 삶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리 또한 매순간 수많은 사건과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는 다양한 일들 속에서 살아간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 예배에 겨우 참여하는 것으로 가느다란 생명줄을 연장하곤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만나는 사람이 대개 같은 교인인 목사들만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있는 이례적 존재들이다). 일부러 생각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자연히 이원론적 삶의 패턴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다윗은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범이다. 그는 강단에서 선포되는 메시지 속 하나님이 아니라, 현실의 사건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우리에게 회복되어야 할 능력이 바로 이런 능력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능력은 강의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유진 피터슨이 성경을 이야기로 풀어냈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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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3-0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학 때부터 읽어 천 권이요? 노랑가방님 책 많이 읽으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읽어도 아직 천 권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하신데요?
이책 저도 읽었나 읽다 말았나 했던 거 같은데 다시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잘 지내시죠?^^

노란가방 2024-03-06 15:12   좋아요 2 | URL
그 때부터 쓴 리뷰를 세어 보니까 1000권은 넘더라고요 ㅎ
뭐 대단까지 할 일은 아닙니다..(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런)
네, 한 번 쭉 읽어보실 만한 책이네요.
 


새로운 시리즈를 하나 시작해봅니다.

(너무 여러 개를 벌여놓은 것 같긴 하지만...)

얼마나 자주 업로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보려는..ㅋ

책을 읽을 때마다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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