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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벽 1 - 거대한 슬픔
이시카와 다쓰조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일본의 S현에서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오자키 후미코는 어느 날 권고퇴직 요구를 받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 정부는(책의 배경은 1950년대) 곧 극심한 재정적 압박을 받게 되어 세금을 더 걷든지 지출을 줄이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자민당 정부는 표를 의식해 세금을 더 걷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교육예산을 줄임으로써 문제를 피해가려는 꼼수를 쓰게 된다. 오자키 선생이 퇴직 권고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방침에 그녀는 교원노조의 도움을 받아 권고를 거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의 존재 이유와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전후 미국 군정이 실시한 신교육은 이전의 봉건적 체제를 유지, 강화시키기 위한 일본 전통 교육과는 달리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고, 민주주의와 평등에 대해 가르치려 했지만, 이는 보수적 지지세력 위에 서 있는 자민당 정권에 위기감을 주었다. 때문에 정권은 그런 민주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교조(일본교원노동조합)과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늘어나는 데도 교사들의 수를 줄이고, 정기적인 승급도, 승진도, 호봉의 인상도 거부한 것. 결국 교육현장의 파행을 막기 위해 일교조와 오자키 선생은 승산이 적은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단지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투쟁 이야기만 실려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오자키는 교사였고, 쉰 명이 넘는 아이들을 담임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녀의 투쟁은 조합과 함께 하는 대외적인 싸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한 교실 안에서의 투쟁도 있었다. 작가는 그녀가 하고 있는 이 복잡하고 어려운 두 가지 투쟁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참 교육을 막는 벽이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2. 감상평 。。。。。。。                

 

     그저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오자키를 막아선 것은 무엇이었을까? 당장 눈앞의 어려움은 예산의 부족이었고, 이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패전국이 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이겼다면 제대로 된 교육은 더더욱 요원해졌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다른 민족들의 피와 땀을 짜내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분별없는 군국주의자들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도에 대해 어떤 비판도 없이 무조건적인 충성을 다한 일본국민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전쟁이 끝났지만 이 두 가지 근원적인 문제 요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군국주의자들은 자민당이라는 이름으로 옷만 바꿔 입은 채 여전히 일본 정권을 틀어쥐고 있었고, (시민이 아닌) 신민 교육을 받아 천황에게 충성하던 이들은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다른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그런 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들을 향해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참 교육을 막는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인간이라는 이름의 벽’이었다.

 

     결국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은, 반항하지 않는 국민, 비판력을 상실한 서민들이다. 비판력을 상실한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있는 양떼처럼 손쉽게 이리저리 원하는 대로 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개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마련이지만, 문제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어려워지면 그냥 이전에 하던 대로 하는 데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쉽게 보수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때문에 그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교육을 경계한다. 책 속에 이런 사정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미군이 점령 기간 동안 차례로 실시한 일본 사회의 민주화 방책을 자민당 정부는 아주 증오했다. 그래서 조금씩, 착실하게 일본 사회를 전쟁 전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벽이 나타났다. 그 벽은 초등학생 1천227만 명과 중학생 588만 명이었다. 이 어린 학생들이 날마다 교실에 앉아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 자민당의 보수주의자들은 그 같은 현실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보수당 정부는 곧바로 일교조에 전쟁을 선포한다. 이 싸움은 운명이었다.

 

 

     195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 서글프다. 벌써부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직선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고, 국가권력은 온갖 꼬투리를 잡아 교조를 탄압하기에 바쁘고, 이 나라의 정치공작에서 빠질 수 없는 빨갱이 타령은 진작 등장했다. 일본의 자민당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 땅의 보수정당은 영구집권을 꿈꾸며 일본에서 60년 전에 써먹었던 방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한 집단의 진로와 그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관한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할 때, 교육문제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정치인들이 정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어디 교육문제 뿐인가. 오늘 시장에 나가 반찬거리고 사 온 배추 한 통도 사실 정책적 지원에 따라 생산량이 정해지고 가격이 형성된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교육도 교실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정치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에게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억압이라고 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도 보수적 정치 참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진보적 정치세력에 참여하는 것은 눈에 불을 켜고 막으려고 하는 행패는 뭐라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없는데도 용케 허용하는 걸 보면 답답할 뿐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좋은 작가다. 최근 들어 여러 권으로 구성된 책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은데, 세 권을 합쳐서 1,3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여느 책과는 달리 전혀 지루한 감이 없이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좋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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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 A Chinese Fairy Ta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천년 묵은 나무 요괴에게 잡혀 요괴가 된 섭소천. 그런 요괴들을 없애는 것이 일이었지만 섭소천과 사랑에 빠지게 된 도사(퇴마사) 연적하. 연적하는 섭소천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알고 그녀의 기억을 지운 후 떠나 요괴들과의 싸움을 계속한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무 요괴가 사는 흑산 인근 마을에 물이 없어 고통을 당하게 되자, 관아에서 파견한 영채신이 물을 찾아 산으로 올라간다. 영채신은 그곳에서 만난 섭소천을 보고 사랑에 빠져버렸고, 기억을 잃어버린 섭소천도 순수한 영채신에게 마음을 주고 만다.

     섭소천과 다시 만나게 된 연적하, 그리고 영채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2. 감상평 。。。。。。。                        

 

     60년대에 제작되었다는 ‘원작’은 딱히 본 사람이 별로 없어선지 다들 8, 90년대에 나왔던 몇 편의 ‘천녀유혼’과 이 영화를 비교하며 평가를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봤던 향수가 더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커버린 때문인지 원작만큼의 감동은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딱히 작품의 완성도도 더 높지 못해보인다.

 

     우선 인물들의 캐릭터나 비중이 충분히 완성되지 못했다.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 감독은 여주인공인 섭소천(유역비)을 전면에 내세우려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 나라 배우 신세경을 연상시키는 청순한 외모는 나무랄 수 없겠지만 그녀가 연기했던 섭소천은 딱히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모습은 전혀 없고(사실 그 이전에 현실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잘생긴 남자 만나서 이리저리 따라다닌 것 밖에 한 일이 없다. 여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욕을 먹는 캐릭터인 영채신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어리바리한 인물인데, 요괴든 아니든 그저 얼굴만 예쁘면 그만이라는 건지 순진한 척은 다 하면서 한 번 만난 섭소천에 빠져 앞뒤를 못 가리고 사고만 친다. 민폐 캐릭터의 전형. 그나마 시종일관 정인(情人)에 대한 의리를 지키면서 묵묵히 욕을 먹으면서도 조용히 섭소천을 지켜주려는 연적하 정도가 공감이 가는 인물인데 이 정도라면 영화 자체가 잘 될 리 없지 않은가. 영채신 대신 연적하가 주인공이 되는 거야 뭐가 문제냐 싶은 마음이지만, 그걸 좀 멋지게 그려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와이어 액션이나 특수효과가 눈이 휘둥그레 질만한 정도는 아니다. 역시나 영화라면 스토리와 인물성격이 탄탄해야 충분히 몰입해서 특수효과도 보이고 액션도 보이고 하는 건데, 이건..

     곧 DVD 시장이나 케이블로 갈 것 같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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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전4권 세트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천재 음악가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전설적인 인물인 모차르트는 그 엄청난 영감어린 작품들과 함께 서른다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함으로써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온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들을 각 시기별로 작곡한(작가가 배열한 것으로 보이는) 음악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재구성해보려고 시도한 팩션이다.

 

     작가인 크리스티앙 자크는 여기에 ‘프리메이슨’이라는 소재를 더한다.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의 열렬한 단원이었고, 사실 그가 작곡한 오페라는 이 프리메이슨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널리 퍼뜨리기 위한 도구였다는 것이다. 그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서도 생각만큼 큰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일반적인 것처럼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작곡활동이 개인적 성공보다는 프리메이슨을 위한 헌신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전제왕정이 일반적인 시대 이런 자유주의적 가치들은 당연히 국가권력자들로부터 견제와 의심을 받았고, 결국 그가 일찍 죽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2. 감상평 。。。。。。。               

 

     수년 간 책을 읽으면서 이 책만큼 결말이 기다려졌던 책도 드물었던 것 같다. 스토리가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결말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지루한 스토리라 뻔히 예상되는 그 결말에 언제쯤이면 이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2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거의 순전히 뭔가 하나를 끝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작가가 일찍부터 이집트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람세스』를 비롯한 몇몇 작품들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쓴 모든 작품에 그 소재를 중요한 열쇠로 등장시키려는 의도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나친 고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모차르트를 도와주는 인물인 타모스는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끊임없이 연금술로 금을 만들어 충당하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는데, 이는 처음부터 모차르트를 프리메이슨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나타난 어쩔 수 없는 무리수였다. 경제적, 사회적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니, 그런 현실감각이 부족한 주인공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 결과가 연금술이었다는 것.

 

     책 전체에 걸쳐서 지긋지긋하게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의 성격 자체가 무엇보다 불분명하다. 여전히 과장된 기사도적 허장성세가 남아 있던 근대 초기 귀족과 부유한 중상층들에게 있어서 프리메이슨은 ‘고대의 비의’니, ‘신비한 입문의식’이니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사교클럽에 불과하지 않았겠는가. 사실 책 속에서도 그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등장하지도 않은 채,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가치들만 주워섬기는 모습으로 제시될 뿐이다. 이래서는 독자의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책 어디에도 프리메이슨적 가치의 매력에 대해서 작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길을 잃어버린 걸까. 그 결과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던 것으로 설정되는 모차르트의 인생이나 그의 작업도 매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책 속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여러 음악들을 찾아서 듣게 된 건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책 자체는 영 수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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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행성 밖에서 C. S. 루이스의 우주 3부작 1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성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영국의 한 지방을 여행하던 언어학 교수 랜섬은 우연히 방문하게 된 한 집에서 두 남자에게 납치된다. 탐욕스러운 드바인과 명석한 물리학자 웨스턴은 랜섬을 우주선에 태워 태양계의 다른 행성으로 가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랜섬은 이제까지 춥고 어두운 황량한 불모지라는 우주에 대한 생각과는 달리 각종 아름다운 생명체들로 가득한 어느 행성에 도착한다. 자신을 ‘소른’에게 바치기 위해 납치한 것을 알게 된 랜섬은 틈을 타 탈출을 하고, 그 행성의 거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우주와 지구에 얽힌 비밀들을 알아가게 된다. 

 

 

 

2. 감상평 。。。。。。。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실제로 그러했든, 문학 속에서 그런 작업을 했든 말이다.(물론 후자가 좀 더 쉬울지 모르겠다. 아무튼 앞서 존재하는 것들을 참고할 수 있으니까) 이 작품에서 C. S. 루이스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톨킨과 절친한 관계이기도 했던 루이스는, 그의 친구와 함께 지금 존재하고 있는 세상과는 좀 다른 새로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고, 그 결과 나온 것들이 ‘나니아 연대기’나 이 작품과 같은 우주 3부작이다.

 

     이 작품에서 루이스는 화성에서 살아가는 서로 다른 모양의 지적 생명체들을 창조해냈다. 인간이라는 한 종이 지배하고 있는 지구와는 달리 그가 그리고 있는 화성은 서로 다른 종의 인격체들이 다른 존재들을 말살시키려하지 않고 저마다의 특징을 간직한 채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오야르사, 말렐딜, 엘딜 등의 영적 존재들의 등장은 이 짧은 이야기가 단순히 심심풀이로 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단서들이다. 루이스는 여전히 이 책에서도 ‘신비’라는 주제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사람들은 각각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성격을 부여받고 있다. 오직 황금에만 집착하는 드바인은 물질중심주의를, 필요하다면 다른 생명체들을 모두 멸절시키고서라도 인간 종족의 영속성을 유지시키려는 웨스턴은 극단적인 과학지상주의를 상징한다. 작가는 화성인의 입장에서 본 두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지를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널리 퍼져있는 이 두 가지 관점이 그 영향력과는 별개로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구조 자체가 멋진 접근이다.

 

     ‘나는 이 책에 매료된 나머지 다 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던 톨킨의 감상이 이 책의 전체적인 인상을 잘 대변해준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외계인 이야기로만 보일지도 모르지만, 루이스의 문학이 가지는 독특함을 알고 읽는다면 더 큰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바타보다 나은 주제인데다, 이 정도 배경에 스토리라면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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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명장 관우 - The Lost Blades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나관중의 삼국지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장수 중 한 명인 관우. 장비, 여포 등과 함께 삼국지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무용을 자랑하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방대한 삼국지의 내용 전체를 한 편의 영화로 담아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 때문에 감독은 그 중에서 흔히 ‘오관돌파’라고 불리는, 관우 혼자서 보여준 절정의 무용담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하비성 싸움에서 패한 후 의형인 유비의 두 부인들과 함께 조조의 포로가 된 관우는, 유비의 부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지 유비의 소재를 파악하면 돌아가도록 해 준다는 조건을 내 걸고 조조의 수하로 들어간다. 마침내 유비가 원소에게 몸을 의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관우는 유비에게로 돌아가고자 하고, 그를 막으려는 다섯 개의 관문을 지키는 장수들을 홀로 물리치고 길을 간다.

 

 

 

  


  

 

 

2. 감상평 。。。。。。。                 

     삼국지를 즐겨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그 엄청난 책이 영화로 제작되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벼운 흥분을 느낄 것이다. 삼국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다룬다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일과 제작비가 소요되기에 요 몇 년간의 흐름은 그 중 특정한 장면이나 인물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2008년 개봉했던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유덕화가 천하를 돌아다니며 활약하는 조운의 모습을 그렸고, 2008년과 2009년에 1, 2부로 나누어 개봉했던 ‘적벽대전’은 말 그대로 촉오 동맹과 위나라 사이의 벌어졌던 적벽대전이라는 한 전투만을 그린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영화는 관우의, 그 중에서도 오관돌파 시기라는 특정한 장면에 주목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이지만, 덕분에 서로 다른 감독들의 삼국지 인물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들을 접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

 


     이번 영화에서 특별히 흥미를 끄는 부분은 관우 역을 맡은 견자단이다. 수많은 무협영화에 출연했던 그가 연기하는 관우는 기존의 영화에 등장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수많은 적군들을 상대로 접전을 벌이기보다는 일대일의 비무를 주로 펼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화끈한 무협 액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볼만한 장면들이 많다.

 

     최근의 특징인 건지, 원작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는 주로 냉혹할 정도로 실리를 챙기는 인물로 그려져서 쉽게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인 조조에 대한 재해석이 이 영화에서도 두드러진다. 여기에 유비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충성을 하느라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던 관우도 세상과 사람들을 두고서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란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관우의 첫사랑에 관해서도 얼핏 보여주니, 아무튼 이것저것 볼만한 부분들은 꽤 된다.

 

     삼국지 매니아라면 꼭 봐줘야 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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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5-2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반대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용의 부활도 그렇고 삼국지 매니아라면, 특히 나관중의 삼국지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안 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타이틀은 삼국지이지만 왠지 무협영화와 같다는...마지막에 조조가 했던 "나도 양이라네"라는 대사는 식스센스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노란가방 2011-05-20 17:53   좋아요 0 | URL
'원작'에 애정을 많이 갖고 계시나보네요. ^^
이런 식의 시도를 훼손이라기 보다는 해석이라고 보면 좀 이해해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ㅎ 애초에 나관중씨(?)도 각색과 재해석의 달인이었으니까요. 당시 사람들에게 와닿게 인물들과 사건구조를 변경시켰듯, 또 오늘의 사람들에게 와닿는 변형과 해석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삼국지 매니아로서 삼국지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네요, 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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