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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소금 - Hinds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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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전직 조폭이었던 윤두헌은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부산에 내려가 요리를 배우며 식당을 차릴 꿈을 꾸고 있었다. 전직 사격 선수인 세빈은 빌린 사채로 천 만원이 수 천 만원으로 불어나자 할 수 없이 두헌을 감시하라는 심부름센터의 일을 하기 위해 그의 주변을 맴돌지만, 살뜰히 자신을 챙기는 두헌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얼마 후 두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가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조직의 남은 이들은 그를 제거하기로 하고, 공교롭게도 이 일을 맡은 것은 세빈이었다. 과연 세빈은 두헌을 쏠 수 있을까? 

 

 

 


 

 

2. 감상평 。。。。。。。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떠오르는 샛별 신세경의 만남으로 주목했던 영화다. 기대했던 대로 두헌 역의 송강호의 연기는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딱 좋을 정도였는데, 세빈 역의 신세경의 경우는 아직은 A급 연기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정도였다. 덕분에 이야기는 두 사람이 이끌어간다기보다는 송강호가 리드하고 신세경은 여기에 보조하는 느낌이 되어버렸다. 신세경은 이번 영화에서 이미지 변신에 좀 더 큰 비중을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뭐 이제 시작인 배우에게, 아이돌 출신의 발연기 전문인 수준도 아닌데 굳이 혹평을 쏟아내는 것도 공정해 보이진 않는다.(다만, 세경양... 공기총도 아니고 인명살상이 가능한 권총은 그렇게 한 손으로 쏘다간 멋은 있겠지만 반동으로 큰일 날 수 있다구~ 왜 아무도 안 알려주는 거냐!)

 

     영화관을 나올 무렵 드는 느낌은 스토리의 논리적 연결고리가 선명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헌을 죽이려는 사람들은 너무 보조적으로 그려져 딱히 강렬한 살인동기가 느껴지지 않고, 얼마든지 다른 방식을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세빈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논리도 좀 부족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는 건 두헌과 세빈의 서로에 대한 과몰입인데, 덕분에 분위기는 멜로였는데 내용은 좀 떨어지는 느와르 형태가 되어버렸다. 각본의 문제.

 

 


 

 

     영화 속에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왜 아직도 칼을 갖고 싸우느냐고 푸념하는 총기밀매업자의 대사가 등장한다. 반어적으로 아직 이 나라에 총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 만큼은 정말 제대로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정치, 사회, 교육, 문화 전체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데 여기에 총까지 등장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마피아가 총 들고 설쳐대는 이탈리아화 되고 말 것 같으니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만을 두고 본다면 괜찮은 영화다. 또, 영상 자체도 아름답다. 억새밭을 달리는 추격신이나, 파란 하늘이 비친 염전 사이에서 총을 겨누는 장면 등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스토리의 짜임새는 케이블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CSI 시리즈가 더 치밀할 것 같다. 한국 영화도 이런 부분엔 좀 더 발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분위기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내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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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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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어버린 남순(권상우 분)은 그 모든 이유가 자신이 차 안에서 콜라를 쏟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충격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병에 걸리고 만다. 교도소에서 만난 범노와 함께 자해공갈로 사채 회수를 대행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그의 앞에 어느 날 동현(정려원 분)이 나타난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그녀는 빈궁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꿋꿋이 밝음을 지켜가며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빌린 돈을 받기 위해 찾아갔지만, 이내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게 된 남순. 하지만 그들의 팍팍한 삶은 쉽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2. 감상평 。。。。。。。               

 

     원래는 만화가 강풀이 웹툰으로 만들려고 했던 소재를 곽경택 감독이 받아 영화로 만들었다. 그들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높은 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강풀 특유의 느낌은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부 구성에서는 전적으로 감독의 생각이 더 많이 들어갔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 때문에 영화가 좀 거칠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순의 설정 상 어느 정도의 폭력 장면이 등장하는 거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저 사실적으로 그린다고 해서 더 잘 설명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영화의 전개가 통증 자체가 아니라 통증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좀 더 비중이 있게 다뤄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거칠다는 말은 단지 특정한 장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말이다.

 

     주연을 맡은 권상우와 정려원은 제대로 배역을 만난 것 같다. 특히나 권상우의 경우는 드라마 ‘대물’의 나도하 검사에 못지않게 이 영화의 남순이라는 인물로도 크게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창백한 얼굴로 어이없을 정도로 당돌한 ‘깡’을 보여주는 정려원도 그에 못지않게 잘 연기하고 있다. 조용히 개봉했지만, 흥행이 어느 정도 이어지지 않을까.

 

 


 

 

     서울이라는 넓은 땅에,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에 몸 하나 누일 곳이 없어 까치발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맞기만 할 뿐 다른 사람은 절대로 때리지 못하는 남순을 사람들은 그 겉모습 때문에 가까이 하려 하지 않고, 빌려간 돈을 갚지 않으니 몸을 팔게 해서라도 돈을 회수하겠다고 벼른다. 세상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아무도 그 이유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자신의 처방을 따르면 해결될 것이라고만 한다. 몇 년에 한 번씩 다른 처방을 해보지만 좀처럼 낫지는 않고, 그러는 동안 가장 약한 부분은 먼저 죽고, 썩어나간다.

 

     때문에 영화의 결말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착잡하다.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스크린을 통해 거대한 영상으로 보게 되니까.(이래서 해피엔딩이 아니면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도 충분히 슬픈데 또 뭘 애써 슬퍼하러 극장까지 가냐는 말이지..) 감독은 이 상황을 사랑으로 치환시키려 하지만, 또 영화 속 인물들은 그렇게 안고 울며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영화 밖 수많은 남순과 동현은 이들의 슬픔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또 슬픈 영화. 일단 강풀 이름 들어가는 영화는 다 봐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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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자멸
리처드 코치, 크리스 스미스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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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들은 서구문화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들 - 크리스트교, 낙관주의, 과학, 성장, 자유주의, 개인주의 -이 어떻게 서구문명을 발전시켰는지를 살펴보고, 동시에 그것들이 오늘날 어떤 식으로 약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당연히 이러한 중심 요소들의 약화는 서구 문명 전체의 약화 내지는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 결론부에서는 서구문명이 나아갈 수 있는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제시하면서, 서구인들은 물론 전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문명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그들을 발전으로 이끌어온 좋은 가치들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2. 감상평 。。。。。。。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제목이었지만, 내용은 생각만큼 선명하지도, 그렇다고 눈이 확 열리는 것 같은 통찰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구문명을 떠받치는 여섯 가지 기둥과 각각의 기둥이 해 낸 기능에 관한 서술은 보통의 인문서적이 담고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결론은 추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책 전체에 걸쳐서 물질적 풍요와 행복과 번영을 동일시하는 시각과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위를 당연한 것처럼 전제하는 (그리고 동양을 구제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는 영 떨떠름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영 허무맹랑하다거나, 학술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한 지역의 문명과 문화를 분석하는 것도 쉽지 않을진대, 서구라는 대단히 크고 다양한 단위들을 가진 대상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를 뽑아낸다는 게 어디 간단한 일이겠는가. 저자들은 이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형식에 치우쳐 여섯 개의 ‘기둥’을 따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했던 면은 분명 의의가 있는 부분이다.

 

 

     서구의 자멸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어느 새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문명이 스스로 붕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 위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양보다 앞서 발전을 거듭했다고 하는 그들이 이제 먼저 노화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저자들은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상실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역으로 그들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그들을 무너지게 만드는 건 아닐까도 싶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들이 선진금융기법이라고 불리는 빚 돌려막기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사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들의 뒤편에는 소위 선진국들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중국과 영국은 카다피에게 무기를 팔았고, 그 외 많은 서구국가들은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이를 교만은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석한다면 지나치게 도덕주의적 역사관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다 그렇게 순리대로 가는 게 아닌가. 어쩌면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의 회복이 아니라 겸손함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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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김종은 지음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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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첫사랑’이라는, 늘 우리에게 뭔가 선명하지 못하고 아련한 어떤 기억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그렇다고 서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개개의 단편들의 모음은 아니고, 책 전체는 저자 자신이기도 한 74년생 ‘정은’이 주인공으로, 또는 화자로 등장해 그 시절 누구나 경험해봄직한(혹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난 82년생인데 왜 공감이 가는건지..;;) 

 

 

 

2. 감상평 。。。。。。。        

 

     처음 몇 장을 넘길 때는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왕 펼친 거 끝까지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을 먹고 제대로 읽기 시작하니 의외로 재미있는 면이 있었다. 나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저자의 소년기는 내 유년기와도 맞물려 있었고, 사실 그 때는 지금처럼 1, 2년 만에 숨 가쁘게 사회 전 분야의 문화가 바뀌지 않을 때였다. 그리고 그 또래의 사내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이란 대개 비슷하기 마련이니까. 당연히 이야기는 술술 읽혀나간다.

 

     사랑은 사람을 키운다.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런 것이었을 게다. 소설 속 정은이 경험한 수많은 ‘첫사랑들’은 그렇게 그의 삶의 일부가 되고, 그를 성장시키는 영양분이었다. 요새 아이들도 그런 경험들을 해 보고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비교 속에서 상대를 밟고 올라설 것만을 가르치는 현실에서, 다른 아이들을 왕따 시키는 삐뚤어진 동지애나 그저 동물적인 성욕의 배출만이 전부인 양 생각하는 놈들이 늘어나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자기 전 베개 근처에 놓아두고 읽기 시작했다가는 다 읽을 때까지 잠을 못 잘지도 모른다. 난 어젯밤 새벽 2시까지 다 읽고서야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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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 Incendi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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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머니(나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공증인을 찾아 온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의 유언을 듣는다. 자신들보다 먼저 태어난 형제가 있으며, 그를 찾아 어머니의 편지를 전하라는 내용이었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여전히 내전의 여운이 남아 있는 레바논으로 날아간 남매는 조금씩 어머니가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쫒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진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1이라는 것. 

 

 

 

 

 

2. 감상평 。。。。。。。        

 

     종교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그러나 사실은 지역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내전으로 인해 한 여인의 인생은 뒤틀리고 말았다. 전쟁을 정략의 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그것은 즉시 괴물로 변한다. 상대를 적이 아닌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상대를 해친다는 죄의식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고삐 풀린 말보다 더 위험한 것은 최소한의 도적적, 윤리적 규정도 무시하면서 권력을 쥔 자들이다. 영화는 그 결과를 나왈이라는 한 개인의 상처로 환원시키지만, 실제로는 그런 개인들이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까지 이르곤 한다.

 

 

 

 

     약간 작위적인 느낌도 들지만, 감독은 정통적인 그리스 비극의 공식을 현대적 배경 위에 충실히 구현해 낸다. 고대의 시인들은 비극의 원인을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에 돌리고 넘어가곤 했는데, 이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의 오이디푸스들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물론 그들이 고대인들처럼 운명이라는 이름의 초월적 힘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당한 일들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면 시종일관 시끄러운 배경음악을 넣어서 끊임없이 직설적으로 뭔가 말하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그런 것들은 최대한 자제한 대신 인물들의 연기만으로 충분한 울림을 준다. 약간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게 다른 나라의 방식인거니까. 한 번쯤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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