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예술품도 이런 NFT로 만드는 시도가 있다. 저자는 이런 시도가 가져올 수많은 장점들을 이 작은 책에 가득 채운다. 일단 NFT화된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굳이 무거운 분위기의 미술관 같은 데를 갈 필요가 없으니 개인의 인적 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고, 예술가들은 각종 수수료(판매, 경매 과정의)를 떼지 않고 직접 작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구매자도 작품을 보관하기 위한 환경(온도와 습도 관리 등등)을 애써 구축할 필요 없이 언제나 온라인에만 접속하면 볼 수 있어서(?) 편하다. 여기에 그 토큰을 구입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가 작가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도 있고, 자신이 구입한 작품의 작가를 홍보하는 서포터즈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도 보인다.
아무튼 여러 면에서 좋다는 말인데, 책을 읽으면서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작품을 NFT로 구입(소유)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 걸까? 물론 책 후반에는 이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이 약간 실려 있지만, 정작 실제적인 묘사가 부족하다. 그건 어떤 작품의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아서 모니터로 볼 수 있다는 것일까? 다운로드 쪽은 좀 다르지만, 모니터를 통해(각종 증강현실 기기 등을 포함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내용인 듯하다. 과연 그게 실제로 그 작품 앞에 서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경험일까?
텔레비전 화면이 아무리 발달하고 기술이 좋아진다고 해서 직접 경기장에 가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같은 경험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AI가 어느 정도나 발전할지는 모르지만, 그 냄새와 바람과 옆 사람들과 함께 느끼는 강한 아드레날린의 분출, 처음 본 사람들과 같은 것을 바라보며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경험 같은 것들이 온전히 온라인으로, 디지털 기기로 재생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영양소가 포함된 알약을 삼키는 것으로 우호적인 교제와 함께 이루어지는 식탁을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도 단순히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과는 좀 다른 요소가 필요한 건 아닐까?
토큰 구매자들의 커뮤니티는 현재의 연예인 팬클럽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자칫 그 안에서 작가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하려는 시도나 악플러들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고, 또 저자가 NFT의 장점으로 꼽는 것 중 하나인, 복잡한 공부가 없이도 좀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폐쇄적인 커뮤니티 안 “똑똑이”들로 인해 또 다른 꼰대문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