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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톨킨 ㅣ C.S. 루이스 연구서
콜린 듀리에즈 지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1. 요약 。。。。。。。
판타지 문학의 두 대가인 J. R. R. 톨킨과 C. S. 루이스의 삶을 비교, 대조하는 책. 1892년 태어난 톨킨과 1898년 태어난 루이스는 거의 동년배였지만, 태생적인 차이가 있었다. 아일랜드의 개신교 중산층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루이스와는 달리, 톨킨은 일자리를 위해 남아프리카로 갔던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면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두 사람은 모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고, 이후 1926년 루이스가 옥스퍼드 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면서 처음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약간 낯을 가리는 감이 있었지만, 둘은 곧 공통의 관심사(영원한 진리를 담아내는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쓰는 일)를 고리로 친해졌고, 루이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소모임 ‘잉클링즈’의 핵심 멤버로 십 수 년 동안 활동한다. 둘은 서로의 재능과 능력을 알아보고 끊임없이 격려를 해주었고, 이 우정을 바탕으로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성격도(톨킨은 꽤나 내성적이었던 모양이고, 루이스는 호인이었다), 종교도(톨킨은 가톨릭, 루이스는 성공회신자), 외모도(톨킨은 전반적으로 마른 체형이었고, 루이스는 체형이 제법 컸다) 달랐지만, 서로의 빛나는 부분을 알아볼 수 있는 참된 우정을 나눈 두 위대한 작가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병렬 배열한 책.
2. 감상평 。。。。。。。
우선 책 자체가 두 사람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배열하는 데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감동적인 일화를 강조(혹은 과장)하거나 하는 부분은 볼 수 없다. 비유하자면 드라마보다는 다큐 쪽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덕분에 재미는 좀 떨어져서, 나 같은 경우야 C. S. 루이스에 대한 팬심으로 이 책을 골라들었지만, 또 다른 동기로 이런 책을 볼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두 대가가 친분이 있고, 아니 그것을 넘어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였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지 않은가. 그렇다고 두 사람이 비슷한 길을 걸으며, 비슷한 작품을 쓴 것도 아니고(만약 그랬다면 ‘옥스퍼드파 소설’ 같은 게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다른 관점과 시야를 가진 소설들을 써 낸 것을 보면 둘 다 자존심은 꽤나 셌다. 이쪽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져볼 만도 한 책.
개인적으로 루이스의 소설들에 대한 톨킨의 비판(지나치게 알레고리적이라는)에는 꽤 공감이 간다. “나니아 연대기”나 “그 가공할 힘”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좀 세다 싶은 장면들이 있으니까. 같은 것을 말하려 하지만, 좀 더 은밀하게 위대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톨킨으로서는 좀 불만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건 두 사람의 글쓰는 목적의 차이에서도 일부 기인하는 문제가 아닌가도 싶다. 톨킨의 경우 거의 평생 “반지의 제왕”이라는 한 작품에 매달리면서, 단순히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라 성인을 위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의식으로 썼지만, 루이스는 좀 더 실용적인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경향이 강했고, 덕분에 훨씬 더 많은 글을 남길 수 있었다. “나니아 연대기”는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 쓴 글이니까.(물론 성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책을 보며 비단 두 사람을 넘어, 그 둘이 함께 참여했던 ‘잉클링즈’ 같은 모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멋지지 않은가.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친밀한 모임. 매주 모여 자신이 써 온 작품을 낭독하고, 서로 애정 어린 비평을 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동료들. 이런 이들이 있었기에 “반지의 제왕” 같은 대작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다. (슬슬 뭔가를 써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나에게도 이런 모임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위대한 문학적 영감은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불리는 ‘애정’보다는, 사랑의 또 다른 종류로서의 ‘우정’으로부터 더 크게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루이스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사랑은 서로에 집중하며 탐닉하기에 바쁘지만, 우정은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거니까. 하루아침에 끝내버릴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라면, 친구란 그 일을 제대로 마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단순히 두 사람에 관한 일화를 배열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신중하게 연구해 일종의 해석들도 덧붙이는데, 루이스나 톨킨이라는 인물연구를 위해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