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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사회주의자였을까
로렌스 W. 리드 지음, 조평세 옮김 / 개혁 / 2021년 7월
평점 :
보통 기독교 관련 책과 그 이외의 책을 한 권씩 교대로 읽어나가는 루틴상, 이 책은 기독교적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손에 들었던 참이었다. 우선 제목에 ‘예수’라는 주어가 들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일기 시작하면서 곧 그런 예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책은 기본적으로 경제학, 혹은 정치학을 다루고 있었고, 특정한 경제사조, 즉 사회주의는 반성경적이며 자본주의야 말로 그리스도인에게 맞다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복한다.
사실 책의 첫 머리는, 예수님은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리버럴이나 보수주의자도, 특정 정당의 당원이나 특정한 교파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옳게 단언하며 시작한다. 그렇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특정한 철학 사조에 구겨 넣으려는 시도는 거의 확실하게 실패할 것이다. 문제는 많은 수의 편협한 신학이 그렇듯,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성격에 특정한 구절들만 가져다가 뭔가를 구성하려는 태도가 좀 더 일반적이라는 점일 테고.
한편으로 이 책은, 앞서 나온 잘못된 또 다른 주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튀어나온 것 같기도 하다. 책의 여러 페이지에 인용되어있는, 예수님을 과격한 사회주의자로 묘사하는 의견들이 앞서 있었고, 저자는 그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이 책을 쓰고 있다. 앞서의 주장이 과격하다면, 그 반작용도 조금은 과격해 지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서, 저자의 주장은 사회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나아가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문맥에서, 예수님이야말로 자본주의자였을 것이라는 뉘앙스로까지 나아가버린다.
저자가 보는 사회주의자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늘 불평만 떠들어대는 ‘한심한 인간들’(108) 좀처럼 누군가를 도울 생각이 없는 ‘냉혈한’이며, 어쩌다 누군가를 도우려고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또 다른 사람을 해치는 ‘무능한 이들’(145)이다. 거의 혐오에 가까운 인식인데, 개인적으로는 일단 책에서 이런 문장들을 보면 저자의 나머지 글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도 공감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사회주의의 실패 사례들을 제시하면 앵무새처럼 ‘그건 진짜 사회주의가 아니다’며 회피하는 모습은 얄밉긴 하다. 책에 인용된 것 같은 나이브한 성경 이해를 가지고 예수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좀 더 근본적으로 국가라는 의심스러운 조직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꽤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마찬가지의 논리가 저자의 주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책에는 자본주의의 실패에 관한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금융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각종 편법행위들, 사실상 도박을 조장하는 각종 금융의 문법들, 시장의 실패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개인의 호의에 맡기는 방임을 했을 때 황폐화되는 공유지들, 자본주의가 주류가 된 이후 집중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환경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가지고 온 성경에 대한 해석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상당부분 현대적인 견해에 근거해 각 구절들을 해석하고 있으며, 당시의 문화와 배경을 반영해 바른 문맥에서 보면 조금은 다른 결과도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부의 강제적 재분배는 강도질이며, 그런 정책은 부도덕하다’(164)는 식으로 말씀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그분에게 사회주의자가 찾아왔다면, 주님은 그를 내쫓으셨을까?
저자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회주의는 스탈린의 (그리고 ‘아마도’ 마오쩌둥의) 사회주의인 것 같다. 수백 만 명을 죽음으로 내 몰았던 무능한 계획경제말이다. 오늘날에도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이들을 교조주의적으로 좇고 있지만, 솔직히 누가 요새 그런 낡은 주장을 따라가겠는가.
사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사회주의의 의의는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감을 주는 차원에 있지 않나 싶다.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리주의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그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전반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