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단지 제도만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분위기, 시민 개개인의 민주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화, 법에 따른 통치, 본성에 다른 자연적 평등, 시민 지혜, 바른 추론, 교양 교육 등이 여기에서 중요해진다. 즉, 시민들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그들이 모여 내리는 합리적 결정에 따라 통치되는 사회야말로 민주주의라는 것.
저자는 이런 민주주의의 이상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고직 십 수 만 명이었던 고대 아테네와 수백, 수천 만 명이 속해 있는 현대 국가 사이의 물리적 차이를 고려하면, 옛 방식을 그대로 오늘날로 이식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변용, 혹은 적용이 필요한데 아쉽게도 이 책에선 그 부분이 깊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또, 저자가 찬탄해 마지않는 민주주의가 왜 ‘옳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이 없다. 그저 민주주의는 옳다는 생각 뿐. 하지만 고대 아테네에서 이 민주주의는 그 도시 안에서도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았고(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자들에 의해 사법살해되었다), 아테네 제국 시기에는 그 범위와 강도가 훨씬 심각해지기도 했다. 저자는 그건 사람의 문제고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떤 제도 안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그 제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떤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제도를 바로 폐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런 단순한 해결책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으니까. 그리고 인류는 아직까지 민주주의보다 나은 정치제도를 발명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니까. 어떻게 하면 이 하자 많은 제도를 좀 더 고장나지 않게 끌고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또 하나, 책 속의 참주에 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선거로 뽑힌 참주가 독재자가 될 때,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 소개되는 참주의 특징이 오늘 우리의 최고권력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고 씁쓸해진다. 결국 시민들의 무지함과 무능력이 이런 참주를 국가의 원수로 뽑아 놓은 셈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해 볼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