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다양한 기사들을 항목에 따라 배열해 놓았을 뿐이지만, 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왜 그런 미신들이 당시 유행했는지에 대해 나름 합리적인 추론을 해 보려고 애쓴다.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 먹고, 간과 쓸개를 빼 먹는 나병 환자들의 모습에서는 그 만큼 병이 주는 절망감이 컸음(87-88)을 읽어내고, 시신을 공중애 매달아 두는 풍장은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으로 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수 없었던 상황(178-179)을 보는 식이다.
또,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신흥 종교에 대한 탄압에서는, ‘조선적인 종교’의 탄생을 저지하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추론(34)한다. 일견 나름 일리가 있는 추정들이다. 사람이 사람의 신체를 먹고(사실 이건 다른 맥락에서는 극진한 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정신병을 치료하겠다면서 죽을 때까지 복숭아나무로 만든 도구로 때리고 하는 짓을 아무 이유 없이 한 거라고 넘어가기는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합리화하고 넘어가기엔 확실히 여기 소개된 사건들이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일제당국에서 한 분석, 그러니까 당시 조선 민중의 비과학적이고 충분히 비판적이지 못한 사고에 기인한 것이므로, 서둘러 개화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쉽게 부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의 판단을 오늘날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건 확실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오늘 우리의 판단에, 오늘날의 상식과 과학의 대답이 전제되어 있고, 그것에 충실한 사고의 결과가 도출되었다면, 과거에도 그건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물론 그래도 인육은 좀...
조금은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당시의 역사 자료를 잘 정리해 둔 책이다. 좋은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