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재미있는 제목의 책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이 책은 특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온갖 선동 작업이 어떤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런 저질 선동에 넘어가는지, 선동가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책의 판형 자체가 작기도 하고, 페이지도 겨우 140페이지 정도라(그런데 가격도 14,000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선동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안에 관한 정밀한 합리적 접근을 거부하고, 대신 정체성 정치에 집중한다. 쉽게 말하면, 문제가 무엇인지보다 누가 이 주장을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우리 편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 편이 하는 말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식이다. 흔히 이런 종류의 정체성 정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확산되면서 함께 퍼져나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선동가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다 있어왔다.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에서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 응원 페이지에 이상한 결과가 있었다. 분명 우리나라 페이지인데도 우리를 응원하는 것보다 중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90% 가까이 나왔던 것. 알고 보니 해당 페이지는 로그인이 없이도 얼마든지 응원 버튼을 누를 수 있었고(대부분의 스포츠 응원 페이지가 그렇다. 나도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의 응원버튼을 마음 내키는 대로 누르곤 한다), 두 개의 외국 서버에서 자동클릭을 하는 프로그램을 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뭐 여기까지는 별 시답잖은 것들이네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축구 응원버튼을 누가 더 많이 눌렀는지가 뭐 그리 중요한가. 하지만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측 인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그 포털 사이트에서 여론조작이 행해지고 있다면서 무슨 대단한 범죄라도 저지른 양 수사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정확히 선동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여론조작과 스포츠 응원 버튼 사이에는 어떤 개연성도 없다.(당연히 의혹을 제기한 선동가들도 당연히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냥 그런 게 있다는 선동 멘트만 반복할 뿐) 양쪽의 매커니즘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우리 동네 편의점에 불이 났으니 옆 동네에 있는 카페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무슨 말이냐고? 난들 이해가 되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