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민주주의 -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민주주의의 모든 것
홍명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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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쉽게 가르치기 위해 쓴 책. 1장에서는 민주주의가 가지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을 살펴보고, 2장에서는 그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양한 예들(집총거부, 국가보안법, 언론과 집회의 자유 등)을 들어 설명한다. 3장에서는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법치주의와 그 법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현행)법으로도 제한할 수 없는 본유의 가치들에 관해 설명하는 장. 4장은 인권의 중요성을, 5장은 경제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관한 내용이다.

 

2. 감상평 。。。。。。。

 

      짧은 시간 동안 민주주의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니, 두 책의 차이점, 장단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앞서 읽었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의 감각적 디자인과 효과적인 도입 예화 등 시선을 끄는 부분이 많았다면, 이 책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그런 편집상의 기술이다. 물론 내용이 워낙에 탁월하거나 호기심을 감출 수 없을 정도의 필력을 갖고 있다면 그냥 띄어쓰기만 되어 있어도 감지덕지이겠지만, 그런 책은 쉽게 만나기 어렵지 않던가.

 

     ​이 책은 민주주의에 관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언급하려고 애썼다. 좋게 말하면 교과서 같은 구성인데, 다만 그런 노력 때문에 책의 내용은 지나치게 길어졌고, 각각의 항목들을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다. 탁월한 통찰이나 언명이 담겨 있지 않으니, 공부를 하기 위해 읽는다면 모를까, 적극적으로 흥미를 위해 찾아보기는 어려운, 여러 가지 의미로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 책.

 

     ​워낙에 다양한 항목을 다루려다 보니, 일부 서술에서는 사실관계의 오류도 발견되곤 한다. 예를 들면 227페이지에 나온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에 관한 설명 중, 이 투표에 제안된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은 스위스의 높은 물가 수준을 생각하면, ‘전혀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수준의 충분한 금액이 아니다. 인터넷만 뒤져봐도 버거킹 와퍼세트 하나가 2만원에 가깝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데도 2천 원 남짓의 돈을 내야 하는 나라가 스위스니까. 또 그리스 재정위기에 관한 설명에서도 일부 보수파가 주장하는 과도한 복지가 문제였다는 설명을 별다른 반박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책 전반에 걸쳐서 끊임없이 당위를 주장하지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실체가 불분명한 사회계약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데, 과연 인류가 그 기원 단계에서 광범위한 사회계약을 맺은 적이 있긴 할까? 개념 자체가 근대에나 처음 등장한 주장을 과도하게 의존하다보니, 굉장히 임의적인 주장도 적지 않다. 예컨대 예쁜 사람을 예쁘다고 하는 것도 차별적 관점이기 때문에 문제’(203)라는 주장은 그 주장의 실체부터 좀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대한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인 깊이는 아주 깊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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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제작팀.유규오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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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EBS 다큐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되었던 5부작 다큐멘터리 민주주의를 책으로 엮은 것. 시각이 큰 힘을 발휘하는 영상을 책으로 옮겼기에, 감각적인 본문 디자인이 눈에 띤다.

 

     1부에서는 민주주의의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것이 가지는 핵심적 질문으로 누가 자원을 배분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이는 책 후반의 경제 민주주의를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고. 2부는 흔히 민주주의의 장애물로 여기는 갈등이 실은 그 제도를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엔진과 같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갈등을 모두 없애버리는 일은(정확히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게 억누르는 일은)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가능하며, 민주주의에서는 선거를 통해 갈등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선거의 결과를 통해 그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제도라는 것.

 

     3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탐구한다. 재산에 따라 더 많은 권한을 가지는 자본주의와 모든 사람이 한 표씩을 갖는 민주주의는 그 근원적 차원에서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가만두면 소수에게 이익이 집중되도록 흘러가는 자본주의를 조절하기 위해 민주주의적 통제장치들(예를 들면 누진세 같은)이 만들어져왔는데, 역사를 보면 이렇게 민주주의에 의해 자본주의가 적절하게 통제되었을 때 높은 수준의 발전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장치들이 무장해제되어 버렸고, 그 결과는...

 

     마지막 4부에서는 기업 안에서 어떻게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부분이다. 겨우 돈만 투자(혹은 투기)한 주주가 기업의 주인으로 여겨지는 제도에는 문제가 있으며, 회사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직원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에 위기가 닥치면 주주들은 주식을 팔고 떠나버리지만, 직원들은 상당수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더 오래 남아 노력한다. 이런 실제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책은 직원지주제와 같은 노동자 참여형 기업운영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2. 감상평 。。。。。。。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한두 번 본 후,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주의, 선거에 관해 소개해 줄만한 책을 찾아가 인연이 닿았다.

 

     ​아일랜드의 기근을 소재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질문으로 넘어가는 기법은 감각적이었다. 딱 영상은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구나 싶은 구도. 책 곳곳에 다큐에서 봤던 이미지들이 담겨 있어서 주제가 가진 딱딱함을 좀 덜어주었다. 사실 영상을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책 전반에 걸쳐 이런 식의 구성이 자주 보인다. , 다큐에는 여러 학자들의 인터뷰가 상당수 실려 있는데, 책에서는 이를 폰트의 변화(, 크기)와 일정한 편집으로 옮겨두었다.

 

     이런 식으로 일반적인 책들과는 편집상에서 좀 다른 부분들이 눈에 띄는데, 내용을 전달하는 신선한 방식이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좀 산만한 구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학자들의 인터뷰가 본문 사이에 배치되어서 내용의 흐름을 끊을 때가 자주 있다(어쩔 수 없다. 책은 한 페이지 안에 넣을 수 있는 내용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영상일 때에야 중간 중간 인터뷰를 넣는 게 의미가 있겠지만(사실 좀 많다 싶기도 했다), 책으로 옮길 때는 과감하게 꼭 필요한 내용만 넣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본문과 각주로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을 일부러 인터뷰 지면화 하면서 본문자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좀 분산되어버렸다. 편집자의 과도한 욕심(?)이 부른 화.

 

     사실 내용만 두고 보면 꽤나 좋은 책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학자들의 어려운 용어나 말도 안 되는 번역체 문장을 쓰지 않은 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감각적인 편집을 통해 그 주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그 기원에서부터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경제적인 원칙 문제와 서로 떨어질 수 없었다는 통찰은 이 책이 갖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단순히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이 책과 제작진이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이 부분, 즉 불평등의 문제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내용 중 민주주의에 의해 자본주의가 적절하게 통제되던 시절의 경제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피케티의 주장이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경제성장의 열매를 실제로 그 일에 땀을 흘려 참여한 사람들이제는 현물(유가증권증서)도 없는 디지털 숫자 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에게 제대로 나누어질 때,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할 의욕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단지 생존을 위한 노동과 같은 긴장 상태가 이어지다보면, 정말 어느 순간 탁 하고 모든 게 끊어져버릴 지도 모른다.

 

     4장을 보면서 투자자와 노동자 중 누가 더 주인으로 적합한가 하는 질문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해 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투자자=주인이라는 개념은 사실 법으로 구성된 매우 인위적인 원리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 등치부호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에 법적 인격을 부여해 법인으로 대우하는 (매우 임의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그 기업의 소유권을 두고 다른 법적 판단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여기엔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은 아무 권리도 가지지 못했으면서 기득권을 위한 체제수호에 온 몸을 바치는 가련한 인생들의 육탄저항도 만만치 않을 테고. 하지만 이런 식의 부유층을 옹호하는 제도가 제도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강화되어 왔다면, 그 반대의 조치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편집상의 산만함만 약간 잡혔더라면 당연히 추천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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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한 줄 카피 - 길거리 POP부터 TV광고까지 실전 카피 쓰기의 모든 것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이자영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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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정보의 양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현대에,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판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케팅, 홍보 영역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책은 반드시 팔리는 마법의 한 줄을 가르쳐 준다고 호기로운 장담으로 시작한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뭔가를 팔 수 있게 되는 건 아니고, 여기 실려 있는 원칙들을 붙들고 부단히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관계있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 자신과 상관이 없다면 그냥 보거나 듣고 지나가버리고 말 것이라는 말. 이를 위해서 5W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새로운 일을 알리고 있음을 강조하고, 이익이 될 만한 것을 제시하며, 욕망을 자극하고, 공포와 불안으로 부드러운 위협을 하고, 신뢰를 판매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

     이 6W도 기본적으로 구매자의 심리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 있지만, 책에는 좀 더 구체적인 구매자 분석이 더해진다. 매출로 이어지는 10가지 욕망이라든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10가지 요소라든지 하는 것들. 그리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여섯 가지 이유도 실려 있다.

     물론 딱딱하게 이런 이론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고, 각 항목별로, 주제별로 실제 기업들, 혹은 판매자들이 생각해 낸 독특한 카피문구들의 예가 잔뜩 실려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2. 감상평 。。。。。。。

     꼭 무슨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꽤나 중요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팔고 있다. 히키코모리나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이 때 관계라는 것은 내게 필요한 뭔가를 상대로부터 얻어내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어주는 식의 상호작용일 테니까. 물론 이 때 파는 게 꼭 물건은 아닐 수도 있다. 아이디어나 생각, 감정의 동조 등도 판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결국 일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되는 것이고, 이건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다. 치열한 분석과 고민이 더해져야 하는 법. 꼭 무슨 물건을 팔려는 것이 아니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기술로서의 마케팅 기법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고른 책이다.

 

     모든 물건을 바로 팔아버릴 수 있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교과서 같은 정석적인 분석과 단계들이 제시된다. 하지만 그런 분석에는 꽤나 오랜 시간의 연구가 필요했을 테니, 이런 책 한 권으로 그 오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가치 있는 독서일 터. 중요한 요점들, 그리고 그 요점을 설명하는 실례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건 덤.

     이 책은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지, 운전을 대신 해 주는 책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읽어가다 보면,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가 적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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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 제4차 산업혁명, 경제의 모든 것이 바뀐다
케일럼 체이스 지음, 신동숙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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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은 이제 최근의 이슈라고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익숙해진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기술들은 지금도 하나둘 제품화 되고 있지만,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 거의 인간과 같아진 수준으로 각종 분야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고 예측한다.

 

     뭐 여기까지는 다른 책들에서도 익히 봐왔던 내용들이다. 앞으로 얼마나 놀랄 정도로 달라질지,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편해질지, 문제는 줄어들고,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그런데 이 책의 본론은 여기에서부터다. 저자는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시기가 오기 이전에 먼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대규모의 구조적 실업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경제적 변동(광범위한 불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노동자들이 돈을 벌 수 없으면, 기업들 역시 상품을 팔아 돈을 벌 수 없을 테니까.

 

     저자는 이런 상황이 단기적인 조정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경제의 특이점이 그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내어 놓는 카드는 기본소득이다. 이를 통해 급격한 경기후퇴를 막을 수 있다는 것

 

 

2. 감상평 。。。。。。。

 

     책 전반부는 익숙한 4차 산업혁명 논의의 재판처럼 보였다. 이미 다른 책이나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 다양한 미래 기술들을 쭉 나열하면서 꽃길을 묘사하는 그런 종류. 그런데 이 책의 진가는 후반에 등장한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기술발전으로 인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구조적 실업이 나타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전개다.

 

     이야기가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흘러가게 되면 자연히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공격적인 질문이 따라 나온다. 저자는 이 부분은 발달된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부자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전자야 그럴 만도 하다 싶지만 후자 쪽은 다시 의문이 든다. 왜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돈을 내어 놓을 거라고 생각해야 할까? 물론 그들은 이를 통해 나머지 사람들의 존경을 얻을 수 있지만 단지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그런 부를 안겨준)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것이 도덕적인 해이를 일으킬 것이고, 국가 재정에 큰 피해만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정반대로 만들어서, 그렇게라도 시민들의 경제적인 삶을 지탱하지 않으면 그 국가라는 것 자체에 큰 위기가 생길지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 쪽의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늘 방어적인 입장에 서기 마련인 기본소득 찬성입장에서 나온 은근한 협박(?)이 재미있다.

 

     하지만 과연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부를 공유하려 할지는 확실치 않다. 가상화폐 투기를 방해한다고 분노하는 젊은이들과, 부동산 투기를 방해한다고 격렬하게 반응하는 중장년층을 보면, 인간의 탐욕은 건강한 사고를 망가뜨리는 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다. 기본소득 이외의 수입을 갖지 못한 이들은 점점 더 많은 소득을 요구하지는 않을까?(망해가는 기업을 향해서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들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게 되는 건 인간의 속성이다.

 

 

     대중교양서 수준의 책이다 보니, 좀 더 구체적인 수준의 재원 마련 방법이나 체제에 위협이 될 정도의 기술발전에 대한 분석이 아쉽다. 이 정도 논의를 갖고 부자들이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자발적으로 내 놓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책 속에도 언급되었던, 유발 하라리의 신들과 쓸모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로 나아갈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이기도

 

     과연 인간을 뛰어 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들이, 인간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 물론 그냥 손을 놓고 있다면 새드엔딩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게다. 건강한 상식을 가진 이들이 좀 더 일찍, 좀 더 부지런히 일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 한 귀퉁이를 열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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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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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인간을 너무 단순화해버린 데 있다고 본다. 소위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세우고, 그런 인간들로 가득한 세상을 분석해 이론을 만들었다는 것. 잘못된 모델을 가지고 예측을 했다면 그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저자는 소위 경제적 결정이 낳은 각종 실패들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인간의 특징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정확한 계산을 통한 예측에 근거해 결정을 하는 것인데, 통상 이런 특징들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렇게 경제적 인간의 범주에서 여성들이 제외되면서, 여성들이 해 왔던 여러 일들도 함께 경제적 예측에서 빠져버리게 되었다. 이는 단지 예측의 신뢰도에만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다시 경제 영역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을 더욱 무시하는 재 강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저자는 경제학이 관계를 모든 것의 근본으로 봐야 한다’(285)고 주장한다. 이 관계에 기초한 경제학에서는 경제적 인간대신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인간’(285)이 그 기본 요소이다. 그렇게 할 때 경제활동의 목표가 비로소 소유에서 편안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런 경제학은 현재의 그것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

 

 

2. 감상평 。。。。。。。

     현대의 경제학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의 절반 가까이가 굶주리고 있음에도 그 반대쪽에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부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이미 태초에 자본이 있었다는 식의 돈에 대한 숭배로 변질되어 버린 자본주의, 그보다 좀 더 큰 개념으로써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 책 이전에도 충분히 많이 나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이 가지는 독특함은, 그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비판에 페미니즘적 성격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의 주류 경제학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는 주장 역시 이미 많긴 하지만, 무게 중심이 약간 다른 느낌이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문제를 중심에 두고 경제학을 곁들인 것이 아니라, 기존 경제학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를 비판하면서 그 중 하나가 여성문제라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중간 중간 나오는 여성문제 부분을 아예 빼고 읽어도, 충분히 전체 전개에 무리가 없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문제 부분이 영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애덤 스미스가 일할 때 그의 뒷바라지는 누가 해주었을까 라는 단순한 질문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경제적 기여 부분을 아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그리고 사실, 사랑, 신뢰, 희생, 같은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을 계속 남겨두고 싶다면, 그런 것들을 위해 헌신하는 행위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엔 딱히 반대할 논리가 없다.(물론 이 때의 보상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어떻게 보면 이 책에 담긴 생각 역시 실제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말 모든 문제가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된 걸까. , 저자가 책 속에서 제기한 경제학에서의 여성 문제에 대한 대안이 어떤 건지 살짝 모호하다. 여성들이 그 동안 해 왔던 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또 다른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건지
 

     ​전자의 경우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호의에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하고(ex. 이스라엘의 보육원 사례), 후자라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그 일들을 어떻게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는지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경제사상 비판서지만, 흥미로운 인문학적 통찰들이 몇 가지 눈에 들어온다. 경제학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과학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나(20), ‘애초부터 경제학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피는 학문이었다(22)는 지적은 특히 인상적이다. 확실히 오랫동안 언론사에서 일해 온 경력이 글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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