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나라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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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생을 마감한 진보 정치인 노회찬이 생전에 한 강연회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면서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로 공정을 꼽은 그는최소한 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는 나라를 제안한다비정규직과 파견직으로 왜곡된 노동구조로 인해노동자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부터 해결하지 않고는 공정을 어디서 얘기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과 관련해 흥미로운 내용이 보인다호주의 경우 두 가지의 최저임금이 정부에 의해 정해지는데정규직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최저임금이 그것흥미로운 부분은 비정규직 최저임금이 정규직보다 25%가 더 높게 책정된다는 점이다고용상태가 불안하고 각종 복지나 수당이 제한되는 비정규직이 더 받는 것이 옳다는 생각 때문이다비슷한 예로 영국의 예도 나오는데여기는 아예 비정규직이 세 배쯤 높은 연봉을 제시받는다고 한다물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한 고용상태에 대한 보상 격이다.


굉장히 타당한 제도인 것 같다만약 이런 생각이 우리나라에도 정착이 된다면기업들이 함부로 쓰고 버리는 카드로 비정규직을 남발하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최소한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말은 들어가지 않을까같을 일을 하면서도월급도수당도복지도 적은 이등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진보정당에서 평생을 보내온 인물답게노동에 관한 현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그의 명쾌한 분석과 대안 제시는 듣는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기본적으로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인 국가에서노동이라는 영역만 공정하게 만들어도 얼마나 큰 갈등요소가 해결되겠는가.

 

다만 소위 귀족 노조라고 불리는 일부 작업장 노조원들이 방만한 노조운영 형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할지예컨대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유튜브를 상시로 켜 놓고 일을 하고외국 라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생산선을 보여주면서도 매년 기계적으로 임금과 각종 수당 인상과보너스를 요구하고심지어는 노조원 자녀들에 대한 특채까지 요구하는 그들의 노동운동은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건지또 최근 SPC 운송노조들이 벌인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노조원들에 대한 테러행위는 용납해야 하는지 같은조금은 껄끄러운 문제들에 대해 노회찬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조금은 궁금해진다.


그와 함께 진보정당 운동을 해온 이들이 남은 정당에는 솔직히 더 이상 별 기대가 가지 않아서 말이다채 열 손가락 숫자도 채우지 못하는 소수정당이면서도 온갖 진보적 과제들에 모두 한 숟가락씩 얹어놓는 데 바빠서 정작 노동문제 해결에 제대로 된 비전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는 듯해 보이니...

 


그의 죽음은 참 안타까웠다그가 살아있다고 해서 집권세력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지만적어도 야당에는 이런 인물이 한 명 쯤 있는 게 좋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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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 자유주의의 본질적인 모순에 대한 분석
패트릭 J. 드닌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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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에 나와 있는 자유주의말 그대로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이념이다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뭐든 해도 상관하지 말라는 말이다이런 철학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오랫동안 인류는 신분제 사회 안에서 살아왔고여기에서는 타고난 신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 중 하나였다이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게 바로 자유주의다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이 자유주의를 기본적인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아니 실패했다고(과거형이다진단한다이 부분은 굳이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한 때 트럼프가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재선에 실패한 후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건 그 표면적인 상징물이다.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국가의 운영은 사실상 비선출직인 관료들에 의해 장악된 지 오래다세계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그 중 상당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갈등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인 듯하다가족공동체종교 같은 규범과 제도가 붕괴하고 있지만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이 없다보니 일종의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


저자는 이런 자유주의 체제의 문제는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자유주의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그러니까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이상적인 자유주의를 복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우린 해답이 아닌 것을 해답인 줄 알고 지지해왔다.

 


자유주의의 어떤 면이 그것을 실패로 이끌까자유주의는 그 정의상 인간을 자유로운 존재로 규정한다인간이 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전통이나 문화종교사회적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문제는 그런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은 인위적으로 이런 상태로 인간을 몰아넣기 위해기존의 것들을 때려 부수는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오늘날 자유주의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을 많이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문화적으로는 균질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기존의 문화를 해체하고(역사적사회적종교적 맥락을 지우고전통으로부터 단절되어 한없이 가벼워진 문화생산물을 나열하는 것을 성공적인 다문화 정책이라고 착각하고 있다이런 상황은 비단 보수주의 정부나 진보주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나타나는 흐름이다.

 

자유가 그렇게 중요하다면타인을 위한 희생을 해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의지까지 들먹이며(물론 비유적 표현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과 희생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유전자 단위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설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자신의 원래 주장(유전자는 이기적이다)과 모순되는 주장일 뿐이다마치 자유주의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모순처럼저자는 문화교육시민사회 등 다양한 차원에서 어떻게 자유주의가 사람들을 망쳐왔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나아가 저자는 자유주의가애초에 그것이 물리치고자 했던 신분제 사회 속 귀족들을 다시금 만들어냈다고까지 말한다여전히 우리는 특권을 물려받고손쉽게 부모의 회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가문사이의 연대를 위한 결혼을 하며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사는 이들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K드라마의 절반은 이런 사람들이 주인공이다이게 자유주의의 결과임을 이제 인정하자.


 

저자의 대안은 자연스럽게도 탈자유주의일종의 대항문화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자유주의 이론가들이 만들어낸 위로부터의 건설이 아니라아래로부터의 문화건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여기서 중요한 건 지역이다거대한 경제구조 안에서 소멸된 가정경제를 되살리자고 말한다건물을 짓거나 고치고요리를 하고텃밭을 가꾸고 하는 일들을 가정 단위에서 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현대 경제의 추상적이고 비인격적인 성격에 최소한으로 참여하는 일도 중요하다누가어떻게 만들거나 키웠는지도 알지 못하는 물건을 그저 소비하고필요가 아니라 유행이나 광고에 현혹되어 무절제하게 탐닉적으로 하는 소비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나서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자치의 연습 또한 중요하다일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내가 사는 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갖고가장 유익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훈련이 충분히 될 때우리는 좀 더 큰 단위의 문제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하지만 자유주의가 보장했던 선물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해진 이 즈음뭔가 대안적인 방식을 모색해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자유주의 그 자체가 문제였다는 저자의 지적이 조금 충격적이긴 했지만뭐 인류 역사를 두고 보면 이 사상이 주류가 된 것도 매우 최근의 일일 뿐이니까충분히 도전해 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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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0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축하드려요

노란가방 2021-12-10 08:19   좋아요 1 | URL
호오... 축하 감사합니다 ^^

쎄인트saint 2021-12-09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노란가방 2021-12-10 08: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변변찮은 리뷰가 당선이 되었네요.

서니데이 2021-12-09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노란가방 2021-12-10 08: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어쩌다 한 번씩 주는 용돈이 기분이 좋네요
 
백신 거부자들 -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백신 공포를 만들어내는가
조나단 M. 버만 지음, 전방욱 옮김 / 이상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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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제목에 이끌려서 손에 든 책이다코로나19가 2년 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백신이야말로 우리를 이 상황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백신 거부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정신 나간 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도대체 그들은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책은 백신 거부의 역사가 어제 오늘에 시작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그건 18세기 말 백신이라는 도구가 최초로 등장했을 때와 거의 시간을 같이하고 있었다그들(백신거부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그리고 (흥미롭게도당대의 과학지식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백신을 거부했다사실 그도 그럴 것이초기 백신접종은 위생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새로운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다만 이런 거부가 조직적으로 나타나게 된 데에는 정부의 백신접종 의무화(강제화조치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방역을 위한 지침이었지만앞서 언급한 의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백신의무화 조치는 심리적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


예컨대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는천연두가 전염성이 없으며장 질환으로 인해 피가 탁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변에도 백신을 거부할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물론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그를 믿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을 죽어가게 만들었지만여기엔 당시 인도를 억압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인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간디의 예는 백신 거부가 엄밀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좀 다른 이유도덕적이고정치적인 동기에서도 기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주요한 동기는 금전적 이익인데이건 최근의 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1990년대 이래로 오랫동안 퍼져온 가짜뉴스가 하나 있다바로 백신이 아이들의 자폐증을 유도한다는 헛소문이다여기엔 함량 미달의 수준 낮은 논문들자료의 왜곡구체적인 실험이나 연구조사의 부재언론의 자극적인 기사 남발 등 오늘날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된 최초의 논문을 작성한 앤드류 웨이크필드의 본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알 수 없다그러나 드러난 사실만 보면그는 자신의 연구 설계 자체가 허술하고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떤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애초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으며바로 그 때문에 그의 주장을 신뢰하는 많은 이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확실히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최근의 코로나 대처에서우리 정부는 꽤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검사 한 번 하는 데 수 십 만원을 내야 하는 옆 나라 일본과도애초에 검사결과나 수치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중국과도 차이가 있다그런데 우리 언론과 야당의 발언만 보면우리나라의 상황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 좋은 것만 같다덕분에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방역조치가 방해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언론은 클릭질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야당은 정부를 공격해 정권을 잡기 위해서 벌인 위험천만한 불장난이었다.

 


책 후반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하나 실려 있다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들은 좋은 부모가 되는 데 깊은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그들은 대개 대학교육을 받았고중산층이며다수의 육아 책을 읽고 있다스스로를 애착이나 자연육아에 관심이 있는 깐깐한 부모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다마치 사이비 종교나 사상적 확신범처럼 굴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많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오늘날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데 더 어려움을 느낀다때문에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도그들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신의 믿음을 입증할 어구들을 몇 개 금세 골라올 수 있다.


책 말미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좋은 이웃으로서 본을 보여주는 것이다나와 비슷한 환경에서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하는 이웃들이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접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임을 삶으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건데조금은 느려 보이는 방법이지만뭐 어쩌겠나증거를 들이밀어도 고집을 부린다면.

 


흥미로운 주제지만저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배열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데 조금 약점을 보인다좀 아쉬운 부분인데덕분의 책의 내용일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좀 더 좋은 편집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그래도 이 주제에 관해 다양한 정보들을 읽을 수 있었던그리고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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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burning 2022-01-0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백신접종이후 사망자 1,500여명과 위중증 등 수많은 사례의 부작용 보고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노란가방 2022-01-05 08:39   좋아요 0 | URL
우선 관련된 소문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봅니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라는 말이 ˝백신 때문에 죽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논리적 비약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둘은 같지 않거든요. 오늘 죽은 사람 중 70%가 아침에 밥을 먹었다고 해서 죽음의 원인이 밥이었던 건 아니니까요.

이 부분은 과학적 검증의 영역이어야 하고, 실제로 백신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는 건 한 손으로 꼽을 정도고, 직접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케이스를 모두 합쳐도 30건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위중증과 관련해서는.. 백신접종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최소 3~4배는 그 수가 더 늘었을 거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구요)

부작용에 관해서는.. 모든 약이나 백신이 그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 있는데 당연히 부작용의 위험도 있죠. 하지만 부작용이 생길 위험보다 약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능이 훨씬 크고 명백하다면 먹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저는 백신 강제접종은 반대합니다(그건 위에서 소개해 드린 이 책의 저자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다행이 아직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고 있지요.

이빛터 2022-01-0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봄날 2022-02-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신주의보˝.˝백신의 덫˝. ˝의약에서 독약으로˝라는 책들을 추천합니다. 소문들이 거짓인지, 아닌지는 그때가서 말씀하시길. 과학적 검증이니 인과관계여부등 모두 잘 나와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모르면서 안다는 착각이 제일 위험하니까요.

노란가방 2022-02-03 21:03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 말씀에는 십분 공감합니다. 지구는 평평하고, 미국은 달에 가지 않았고.. 뭐 그런 내용도 과학으로 포장해서 남발되는 세상이니까요.

서로가 각자가 믿고 싶은 바를 담고 있는 책을 가지고 나와서 자기 말만 하고 들어가기만 한다면, 아마 지적 세계에서 확실성이란 도무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게 최소한의 성실한 동료들에 의한 상호검증이겠죠. 그렇게 과학은 오류를 수정해 가며 조금씩 발전해 나갑니다. 이걸 믿지 못하면 우리는 어떤 약도 먹을 수 없을 테구요.

황우석 사태 기억하시나 모르겠습니다. 이 상호검증을 피해나가는 사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바로 그 동료들의 검증으로 인해 발각되었죠. 학계는 꽤나 살벌한 면이 있어서 자신과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성과를 부정하기 위해 경쟁심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정확한 과학적 규칙을 지키기만 했다면 오히려 그런 행위가 옹호되기도 하구요.

백신은 그런 상호검증을 통과한 과학적인 매커니즘입니다. 백신에 관한 음모론이 학계에서 거론할 가치조차 두지 않는 이유는 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구요.
 
코로나 인문학 - 인간 욕망에서 사회 시스템까지 뉴노멀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
안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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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도 1년이 훨씬 지나버렸다대규모 전염병으로 인한 집단 격리와 셧다운국지적이고 세계적인 이동의 중단이 동시에 일어났고그렇게 사람과 물건의 이동과 운반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에도 문제가 생겼다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해서 (비대면 수업을 이어오긴 했으나대규모의 학력저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도 하니이번 문제의 여파는 제법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힐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복잡할 때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문제가 하나씩 터질 때마다 급조된 해결책을 내어놓는 식으로는 누더기밖에 만들 수 없으니까그리고 이런 사회 경제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보는 데는 인문학적 관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전염병을 역사와 문화사회적 배경 안에서 읽어내는 것이다이 책이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쓰였다.

 


     저자는 우선 역사적 관점에서 전염병을 이해해보고자 시도한다중세의 흑사병이 어떻게 사회체제를 변화시켰는지근대 초입에서 일어난 마르세유 흑사병이 일어난 원인을 추적함으로써대규모 전염병이 갖는 힘과 인간의 탐욕이 사태를 어떻게 악화시키는지를 한 눈에 읽어낸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도 아니고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예시도 아니다과거는 늘 반복되지도 않지만그렇다고 내일의 사건이 어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대신 우리는 역사를 읽어가며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어떤 것들이 계기가 되고문제가 확산되도록 만들었던 실책이 무엇이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역사적 관점을 지닐 수는 없기에, 21세기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알코올을 들이마시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도시의 방역망을 뚫어 마르세유 흑사병이 퍼지게 만든 탐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애써 쌓아 놓은 방역 전선을 여기저기에서 뚫고 있다.

 


     책의 2부는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여러 나라들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시위들이 일어났었다여기에는 어떤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있었을까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와 고립된 자아라는 근대의 자아상을 비교하는 글도 있고대규모 재난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취약계층이라는 지적팬데믹 못지않게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인포데믹이라는 재앙이 끼치는 결과들 등등.


     물론 이런 고찰들이 당장의 코로나 사태를 해소하는 데 무슨 직접적인 해결책을 알려주지는 않겠지만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뉴스에는 이런 것들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대부분은 개인적 경험이나 선동적인 어구들에 휘둘리며 대책 없는 불평만 남발하곤 한다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런 대부분에게 돌아온다는 것.


     코로나는 산불이다작은 불이야 중구난방 어떻게든 물만 뿌리면 금세 꺼질 수 있지만거대한 산불은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모두가 큰 그림을 보며 힘을 합치든지아니면 최소한 큰 그림을 보고 있는 지시자에게 협력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이걸 방해하면 누가 피해를 볼지 자명하다책에도 언급되어 있는사회의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지고결국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

 


     책의 후반부 몇 개 장은코로나 상황 이후를 조망하는 장들이다매일 엄청나게 발생하는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 이야기로 시작해기후위기까지 이어지는 장과바이러스의 전 세계로의 급속한 확산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인 세계화 문제그리고 비대면 시대에 최적화되고 있는 산업형태의 미래까지.


     단순히 보건과 방역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훨씬 더 거대한 구조 안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특히 마지막 장의 제목은 “‘콘택트’ 없는 언택트는 디스토피아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있는데편리해지고 있다는 생각만 할 수 있는 언택트 산업의 불편함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었다다만 결론이 조금 얼버무려진 듯한 느낌은 있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금세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 상황도 그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이게 정말 이라고 쉽게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어느 식으로든 이 문제는 우리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테니까.


     치료제 정도의 기능을 해야 할 언론이팬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처럼 굴고 있다는 책 속의 한 구절이 인상적이다그런 언론에 놀아나는 사람들이 늘수록사회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적어도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책 한두 권 정도는 찾아 읽었으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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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애슐리 도슨 지음,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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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하루에도 100여 종의 생명체가 멸종되고 있다고 말한다이게 정확한 수치일까 의심부터 든다일 년이면 36,500종의 생물이 멸종된다는 얘기고, 10년이면 어림잡아 36만 종이 멸종된다는 말이다이런 속도로 멸종하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종이 곧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러면 지구상에 총 몇 종의 생물이 있을까찾아보니 보고된 것만 150만 종이라고 한다그러면 정말 큰 일 아닌가? 5년 후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이 사라진다는 말이니까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라아직 발견(보고)되지 않은 게 최소 1000만 종에서 많게는 1억 종까지 있을 거라는 추정이다그러면 지구상의 모든 종이 멸종할 때까지 최소 300년에서 3천 년 정도가 걸린다물론 지금처럼 하루에 100종씩 멸종을 계속하고새로운 종이 만들어지지(분류되거나 발견되지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이 별 거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하루에 100종이라니... 그래도 엄청난 수가 아닌가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든다그렇게 많은 수가 멸종하는데왜 우리는 그걸 실감하지 못할까.


     첫 번째 가능한 이론은 멸종되는 생물이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만 살고 있다는 것이다오늘날처럼 전 세계가 이어져있고정보가 공개되는 시대에 좀처럼 가능할 것 같지 않다또 하나의 이론이 있어야 하는데그 이라는 게 매우 미시적인 구분으로애초에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환경에만 적응 가능했던 소규모 무리혹은 매우 작은 특징으로 나뉘는 학문적 성격의 구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아마도 진실은 두 번째 이론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매일 100종이 넘게 멸종된다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확실히 위기감을 안겨주지만그 말을 들었을 대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그림과 실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좁은 범위에 사는 적은 수의 개체 종들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다만 만약 앞서 한 추정이 옳다면그 적은 수의 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복잡하거나(각각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하니최소한 하루에 100개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다(지금부터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모두 중단하면 된다).


     그러나 어느 쪽에 생각하는 일에 비해실천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1년에 36만 개 종을 보호하는 계획을 실현하는 건 너무 복잡해 보이고(이 정도로 민감한 종들이라면 하나를 보호하기 위한 어느 행동으로 인해 다른 둘이 멸종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장에 우리의 삶을 중단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저자는 내가 보기에 이 두 번째 방법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다책은 이 대규모 멸종의 원인으로 인간을문명을제국을그리고 나중엔 자본주의를 지목한다지나치게 단순한 도식이 실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도 모르겠고문제의 원인을 이렇게 지목하면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진다.


     당장에 문명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고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급격한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통해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문명의 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당연히 이 계획에 얼마나 동참할지 모르겠다우리가 자동차를스마트폰을인터넷망을 포기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반자본주의 운동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의심스럽다환경을 파괴하는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재정을 내서 남반구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결론부에 위치해 있지만어떻게 그 재정을 분배할 것이고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어떻게 선진국들로부터 그 재원을 얻어낼지는 불분명하다당장에 저개발국가들에서 코로나로 매일 수만 명씩 쓰러져 죽어가지만 선진국들은 백신을 독점한 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심지어 그렇게 해도 앞서 말한 하루 100종의 멸종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사실 멸종되어가는 100종에 관한 이야기는 책의 중후반으로 가면 더 이상 등장하지도 않는다.(저자도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이야기를 이 리뷰 초반에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대책이 있어야 비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너무 큰 이야기도식적이기만 한 구조비판에 매몰되다보면 외곬만 보이게 되고타협과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다당연히 실제적 문제해결로부터도 멀어질 테고그리고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반자본주의 운동이란 듣기만 해도 좀 무시무시하지 않은가이 반자본주의 운동이 하루에 몇 개의 종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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