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스쿨은 딱 두 가지만 묻는다 - 당신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G. 리처드 셸 지음, 김윤재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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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러 대학들 중 경영대로 꽤 높은 순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와튼스쿨에서 성공학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가성공이라는 주제로 쓴 책이다책 제목에 나와 있는 두 가지란 성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성공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명확하다.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군사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니던 저자는 베트남전이 일어나면서 반전운동에 동참했다학교를 그만두고그 시절 수많은 히피족들이 그랬듯, ‘자유로운’ 삶을 살기도 하고배낭 하나 메고 세계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우리나라의 송광사라는 절에도 잠시 머물렀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


그 방황에서 뭔가 깨달은 게 있었던지승려가 되는 게 어떠냐는 송광사 주지의 말도 뿌리치고 돌아온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 와튼스쿨 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일단 그 자신이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는이 책에서 확신을 갖고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는 성공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다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정작 그가 바라는 성공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들 중 상당부분은 그런 식이다.


저자는 이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할 필요를 주장한다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성공의 조건들이나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서정말로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게 된다는 것나에게 의미를 주는 진정한 성공을 찾을 때에야 비로소 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책의 2부에서는 이제 그렇게 찾은 성공의 본질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 조언들이 등장한다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신감을 기르고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집중하고그 일까지 이를 수 있는 동기를 찾아내고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라는 것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아주 실제적인 조언까지는 아니다뭐 그 부분은 각 사람의 성향과 그가 처한 상황과 환경 등에 좌우될 테니까.



역시 1부 쪽에 좀 더 시선이 간다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무작정 어딘가로 달려가다 길을 잃은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볼 수 있는지 모른다분위기에 취해서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에 넘어가서당연히 준비조차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성공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얼마나 추해지는지그리고 성공을 손에 넣은 후에도 그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져만 있는지.


2부 쪽의 조언들도 조금은 느긋하게 보이지만그걸 얼마나 잘 받아들여서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가 결정적인 부분일 듯하다뭐 대부분의 선생들의 교훈이 그런 식이니까인생의 전환기에 한 번 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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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같은 소리 하네 -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거짓말
데이브 레비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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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부제가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거짓말이다저자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과학을 멋대로 인용하는 행태를 그 유형에 따라 구분해 정리하고 있다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거나(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이 생략되거나 왜곡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들만 모아서 이론을 만들거나겉으로는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뒤로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


그 외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내뱉은 주장의 근거가 고작 비전문가적 블로그라거나(우리나라의 경우 편향되거나 특정한 사정기관/정치세력과 유착된 일부 유사언론 보도를 가져오는 식의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좁은 문자주의적 해석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거나(예를 들면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물질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넣은 것은 아니라는 식의),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니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말자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 등은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는 꼼수다.



미국을 배경으로 쓰인 이 책에서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과학을 오용하는 선동을 남발하는 정치세력은 대개 공화당 쪽이다남북전쟁을 승리하고 노예 해방 선언을 한 링컨의 정당이 오늘날 고작 음모론에 뿌리를 박은 채 기득권 옹호에만 열을 내고 있는 현실이 퍽 안쓰럽다.


정당의 존재 목적이 단순히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정의하는 3류 정치인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의 오래된 격언이 정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일지도 모르겠다정당은 고작 권력을 잡아서 휘두르려는 게 아니라국민의 일반의 삶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물론 그 정의와 수단에 대해서는 치열한 다툼이 있겠지만좀 더 나은 비전을 향해 움직이는 결사체여야 할 텐데 말이다.



우리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는 과학이지만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영역에 막연한 두려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이란 뱀이나 곰을 만났을 때와는 다른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비슷한 느낌이다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니누가 그 부분을 가지고 뭐라고 하면 금세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내용이니 전문가를 따라가자는 식일까.


물론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모르는 것 투성이일 것이다바쁜 삶을 살면서 그런 영역까지 모두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고다만 과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인 합리성을 가지고 나름의 검증을 시도해 보는 건 필수적일 것 같다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이나텔레비전의 생활정보프로그램을 빙자한 건강보조식품 광고에 선동당하지 않는 건 우리의 건강과 지갑 사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니까.


이 책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다일부 영역은 사실 과학이라기 보다는 가치판단이나 윤리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저자와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연구가 무한정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연구윤리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에는 늘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규정이라는 건 빈틈을 완전히 메울 수 없기도 하고예컨대 인간의 생체조직을 이용한 산업적 활용은 처음엔 지방 같은 단순한 부산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곧 배아세포로 옮겨졌고그보다 더 나아가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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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면
윤순경 지음 / 선스토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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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서 자녀교육 또는 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다사실 이 두 용어 중에 좀 더 선호되는혹은 자주 사용되는 건 그 동안에는 자녀 교육이 아니었나 싶다아이에게 얼마나 더 많은 지식을 가르칠 것인가(정확히는 그 머릿속에 우겨넣을 것인가)가 지상과제였다.


최근에는 그보다 조금 더 넓은 개념인 양육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자녀 양육의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연예인들의 어린 자녀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플랫폼은 벌써 나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자녀가 어릴 때야 잘 놀아주면 된다지만이제 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조금은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소위 스카이 대학교들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진작부터 시작된다특정한 과목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시작되고조금 더 크면 과외도 이어진다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더라도 학원 한두 개는 예사로 여긴다마치 자녀의 학업성적으로 부모의 노력이 평가라도 되는 양.


이 책의 저자는 조금 다른 방식의 자녀 양육을 제안한다그는 자녀가 단 하나의 능력만 가질 수 있다면 비판적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한다좋은 부모란 자녀가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인성나아가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의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좋은 부모란 어떤 것인지어떻게 하면 자녀들에게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줄 수 있는지그리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다각각의 항목은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중심으로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도록 쓰였다.



자녀는 부모가 조종하는 아바타가 아니다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네가 꼭 이뤄달라고 부탁하는 건 부모의 욕심일 뿐이다그렇다고 자녀를 방임하라는 말이 아니다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조종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건데막상 아이를 대하고 있으면 그게 잘 생각이 나지 않나보다.


자녀교육/양육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어지간히 노골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나 강연의 이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모든 부모들을 자녀교육 전투에 내보내려는 의지로 충만한(그러면서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이는사기꾼들이 넘쳐나는 느낌이랄까.


아이들의 모습과 성격이 다양한 것처럼부모의 모습 또한 어느 한 가지가 정답일 수만은 없다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유다이 책의 저자는 서문에서 이 점을 지적한다자녀가 어른이 되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통을 겪듯부모도 자녀를 키우며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는 것.(우리.. 부모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앞서도 말했지만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다어린 자녀들을 키우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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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방식 - 서로 기여하고 번영하는 삶에 관하여
베론다 L. 몽고메리 지음, 정서진 옮김 / 이상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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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분류학 기준에서 생물로서는 가장 하위에 있는 것들이다. (플랑크톤이나 바이러스를 어떤 식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린 인간과 같은 포유류, 그 중에서도 영장류를 가장 고등한 위치에 올려놓고, 파충류와 양서류를 그 아래에, 다시 다양한 종류의 식물종들을 그 아랫단에 배치한다. 소위 진화론적 분류체계다.


때문에 우리는 식물에 관해 모르는 게 많다. 적어도 나와 비슷한 정도는 되어야 상대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관심을 두는 인간의 특성이다. 식물은 조용해서 (당연히) 말을 하거나, 최소한 고양이나 개처럼 울부짖지도 않고, 우리에게 애교로 보이는 행동을 보이지도 않는다. 뭔가 불편하다고 해서 어딘가로 떠나버리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홀로 말라버릴 뿐이다. 무슨 독초를 먹지 않는 이상, 좀처럼 식물에게 ‘공격당하는’ 일도 없다(사실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공격에 대한 방어기제다).


식물은 조용할 뿐만 아니라 느리고 재미가 없다. 그리고 기르는 동안 할 일도 별로 없다.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좀 더 긴 텀을 두고 관찰한다면 분명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이 바쁜 현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을 보면,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조용하고, 정적이고, 재미없는 이웃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를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식물은, 대신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취한다(1장). 같은 종이라고 하더라도 자라는 장소에 따라 선택하는 전략은 다르다. 심지어 식물은 종종 자신이 처한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한다(4장). 화산이 터지고 대규모 산불이 나 황폐화된 땅도, 일단 식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점차 생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물의 뿌리와 미생물 사이의 공생 관계는 이 부분에서 열일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은 생존을 위해 다른 개체와 경쟁을 하기도 하고(2장), 때로는 협력을 하기도 한다(5-6장). 우리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떤 종들은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땅 속 뿌리들이 연결되어 서로에게 필요한 영양소 같은 것들을 주고받는다. 일부 식물들은 다른 종들 끼리 성장에 유리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꽤나 역동적인 식물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있다. 화려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꽃들, 온통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그린 컬러의 옷을 입고 그저 ‘배경’으로만 작동하는 것 같았던 풀과 나무들도, 실은 굉장히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도전과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건 뭐 쉽지 않는 게 없다.



여기서 자연히 그러면 우리(인간)가 배울 점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식으로 논의를 이끌어 간다. 각각의 장 말미에는 그 장에서 설명한 식물의 특성과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짧게 언급하는 식의 구성을 반복한다. 식물학과 인문학의 결합이랄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식물의 모습에서 저자는 시간을 들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읽어낸다. 생존을 위해 다양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전략을 취하는 데에서는,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배우는 식이다.


물론 이런 식의 적용점을 찾아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여기에서 저자가 이끌어 내는 사회적 전략, 인간관계에서의 교훈 같은 것들은 식물을 관찰하기 전에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저자는 이미 알고 있는 교훈을 식물들의 모습에 덧씌워서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식물은 우리에게 그런 전략이나 교훈, 혹은 도덕법칙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건 동물도 마찬가지다. 식물(혹은 어떤 동물 종)이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 전개는 딱히 당위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사실 그것들이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지만. 사실 우리는 뭔가를 몰라서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던가.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책 자체는 좋다. 무엇보다 표지도 예쁘고, 평소 잘 알 수 없었던 식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 조금은 과하게 큰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시도만 하지 않았다면 좀 더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 같다. 따뜻한 봄볕을 맞으면서 읽기에 딱 적합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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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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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을 빙자(?)한 기초 물리학책, 이 책의 성격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저자는 물리학자이면서 쉬는 날을 이용해 직접 그림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다. 그런 독특한 이력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아이디어부터가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빛’이다. 조금 더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광학’ 정도가 될까? 사실 빛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빛이 무엇인가(입자인가 파동인가), 빛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가(속도라든지, 운동의 경향이라든지) 하는 질문은 물리학 발전의 중요 지점마다 새로운 발전의 실마리가 되어 왔다.


그런데 이 빛은 또한 미술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근대 미술은 빛을 어떻게 화폭 안으로 담아내는가 하는 주제에 천착했던 것 같다. 물론 그에 앞선 중세에도 빛은 신적 속성을 드러내는 주요한 요소로 사용되긴 했지만, 근대 이후 빛은 좀 더 지상 가까이 내려와서 세상을 비춰주는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이 두 분야를 적절히 엮어내면서 내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단 목차를 봐도 알 수 있듯 그 순서는 역사적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빛에 관한 물리학적 탐구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된 미술 이야기를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학이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은 매우 기초적인 내용들이라서,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금세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도입 정도로 언급되는 수준이다.(물론 아예 이 쪽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무슨 말인가 싶을지도)


책 전체에 여러 장 삽입되어 있는 컬러 도판이 마음에 든다. 물론 그 때문에 책값이 17,500원으로 뛰기는 했지만, 미술을 다루면서 컬러도판이 없는 건 아무래도 허전하니까. 책의 설명이 어떻게 실제 그림 속에서 구현되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한 가지 재미이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과학적 발견이 당대의 미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이란 건 세상을 관찰하는 안경 중 하나이고, 그렇게 새로운 안경이 나오면 그로 인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영역이 보이게 되고, 예술가들은 그 영역을 누구보다 빨리 그려내는 사람들이니까.



과학과 예술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멀리 있을 것 같은 두 분야를 재미있게 조합해 놓은 책. 미술을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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