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4
듀나 지음 / 구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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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화에 관한 유튜브 콘텐츠를 가끔 만들기 시작하면서영화 관련 책이 눈에 보일 때마다 하나씩 손에 들게 된다개중에는 너무 어려워서 좀 읽다가 던져버린 책도 있지만이 책은 왠지 제목부터 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옛날 영화를 다룬다물론 옛날’ 영화가 언제까지 나온 영화를 가리키는지 하는 것 같은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정의 같은 걸 살짝 언급하긴 하지만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고흔히 떠올릴 수 있는 정도의 옛날에 나온’ 영화를 생각하면 된다주로 헐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내용이 이어지고한국영화도 일부 나온다물론 대부분은 내가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한 영화들이었지만.



이 책은 우선 고전 영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처음 들어 보는 1910년대 영화제목들이 잔뜩 쏟아지는 걸 보면서 아무 동요 없이 책장을 계속 넘기는 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으니까사실 책 전체에 그런 목록들이 잔뜩 등장하는데그냥 모르는 건 넘어가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된다(내 경우엔 그랬다).


결국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건 영화의 역사이고(지난 것들을 다룰 때 자연스럽게 취하게 되는 태도이다), 역사를 읽다보면 모르는 인물이나 사건을 잔뜩 만나게 되는 법이다(그렇지 않다면 굳이 왜 역사를 읽겠는가).


이런 정도의 가벼운 생각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헤이즈 규약이라고 부르는, 1930년대에 시작한 할리우드의 검열 규정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무성영화는 죽지 않았다는 소제목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우린 무성영화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대사가 사용되지 않은 채 영상만 이어가는 방식은 사실 현대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책에는 기독교 영화에 관한 내용도 짧게 실려 있는데깊이가 있는 통찰은 아니었지만 또 나름 관심을 갖고 보았고저자는 고전 기독교 영화에는 잠시 찬사를 보내지만 그 시대는 지나버렸다고 말하는데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가 사회의 주류종교였던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이었다이전에는 당연한 배경이 이제는 공들여 설명해야 할 설정으로 전환되면서 영화적 매력이 떨어졌다는 건데일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래서 왜 옛날 영화를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완전히 납득이 되지는그래서 어서 옛날 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다여전히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일부러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으니까우선은 워낙에 새로 나온 영화들이 많기도 하다는 점이 큰 이유일 듯.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한 번 전체적인 풍경을 훑어보고그 안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어보는 건 의미가 있었던 독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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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코드 - 12개의 테마로 읽는 봉준호 영화의 세계
이용철.이현경.정민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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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무려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던 봉준호 감독은 모두 일곱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그 장르가 꽤 다양한데첫 장편영화였던 플란다스의 개는 명랑만화, “살인의 추억은 스릴러, “괴물은 재난영화, “마더는 필름누아르, “설국열차는 액션, “옥자는 동화 그리고 기생충은 블랙코미디가 주된 분위기를 형성한다.(이 중 세 편의 영화는 극장에서 봤고 한 편은 텔레비전에서 해 주는 걸 본 것 같다.)


영화를 보다 보면 특정한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비슷한 분위기나 주제의식 같은 것들이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다예를 들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강렬한 폭력과 에로티시즘그리고 복수 같은 주제가 두드러지고(모두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요소들이다), 공개 불륜으로도 유명한 홍상수 감독은 한결같이 자신과 비슷한 종종 기괴해 보이는 비틀린 관계를 사랑으로 치장하는 영화들을 만들곤 한다.


이 책은 봉준호 감독이 만든 작품들 속에 담긴 열두 개의 코드를 분석해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세 명의 평론가들이 뽑아놓은 키워드는 엄마소녀노인하녀계단돈 자연먹기달리기섹스바보짓이었는데일부는 그럼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또 일부는 과도한 의미부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 말미에 마더와 기생충을 개봉한 후 감독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는데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끄집어내는 많은 디테일’ 중 적지 않은 내용들이 (감독 자신의 말에 따르면우연히혹은 그런 심오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역시 꿈보다 해몽인가 싶은데책에는 꽤나 진지하게 저자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공통적 키워드의 심오한 의미를 논하고 있다.





이런 책을 만들려면일단 뽑아 놓은 키워드에 어떻게든 영화의 내용을 맞춰 넣으려고 하는 모양이 나타날 수밖에 없나 보다저자들이 꼽아 놓은 키워드들은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각각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 같다심지어 영화 속 여성을 그리는 감독의 방식을 자신들이 재단하고는아마도 봉 감독은 여성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뇌피셜까지 남발하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지적하고 있는 것들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까지는 없고그저 하나의 (헛다리짚었을 수도 있는참고 사항 정도로 여기면 충분할 것 같다그 정도로 본다면 어느 정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 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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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 내 맘대로 조절하기 - 음악의 다섯 가지 마법
김은숙 지음 / 나다운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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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분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한다상쾌하게 시작된 아침이바로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며 걸어가는 무개념 보행자 때문에 금세 망쳐지기도 하고한참 우울하던 기분이 작은 친절이나 선물로 인해 급격히 밝아질 때도 있다.


하지만 때로 어떤 한 기분이 조금 오랫동안 지속되는 일들도 있다문제는 우리를 계속 가라앉게 만드는 기분이 이어지거나좀처럼 적절한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못할 때이다이런 일들은 무슨 특별한 사람들만 격는 게 아니고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의 그런 기분을 음악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사실 사람의 기분이 그렇게 쉽게 조절까지 가능할까 싶은 의심이 들긴 하다책을 읽어보면 의외로 이미 많은 곳에서 우리는 음악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행동도 영향을 받는다는 명제는,예를 들면 마케팅 분야에서는 진작부터 사용되고 있다주로 구두나 액세서리 같은 것을 파는 백화점의 1층에서는 어떤 곡을여성복을 파는 2층과 남성복을 파는 3층에선 또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하는지는 이제 어느 정도 상식이 정립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무슨 뇌파의 영향을 주고 하는 식까지 나아가지는 않지만음악이 우리의 기분에 분명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고가능하다면 그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건 지혜로운 방법인 것 같다.





다만 음악이 우리의 감정이나 기분을 완전히 전환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금 확신을 하지 못하겠다저자와 직적 만나 이야기 했던 자리에서도 말했듯이개인적으로는 음악이 갖는 힘은 우리의 기분을 증폭시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우울한 사람을 조금 더 우울하게혹은 기분 전환의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그 전환에 도움을 주는...


그리고 이 음악의 효과라는 게 개인차가 어느 정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어떤 사람에게는 꽤 큰 폭으로 이 증폭이 일어나지만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의 전환만 일어나지 않을까물론 섬세하게 선택된 곡들은 그 폭을 확대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악을 설명하는 책이다 보니 단지 글로만 설명하는 것은 확실히 부족하다그래서 책에는 여러 개의 QR코드가 들어있는데특정한 상황에 맞는 음악에 관해 설명하면서실제로 저자가 고른 관련 음악 리스트가 소개되는 식이다유튜브 재생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으니 한 번 실제로 들어보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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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0-1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조절하는데 음악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기분이 조금 가라앉을 때는 밝은 음악이 기분 전환이 되지만 깊은 곳까지 가라앉을 때는 오히려 슬픈 음악을 듣는 게 감정을 씻어내리는 기분이 들어서 더 좋은 거 같기도 해요

노란가방 2022-10-15 09:31   좋아요 1 | URL
네. 확실히 영향을 주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음악을 들으면서 보내고 있더라고요. ^^
 
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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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책에 담긴 내용이 어렵다거나 읽을 내용이 많은 건 아니다(사실 읽기에 들어간 시간만 두고 보면 금세 읽긴 했다). 아주 어려운 학술적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특수한 영역에서만 통용되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하지도 않는다하지만 좀처럼 눈으로 들어온 문장들이 머리에 남지 않고 빠져 나가버린다이유가 뭘까.


책 제목인 나무처럼 생각하기를 통해서대략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 예상은 됐다. “나무의 가치라든지그것이 가지고 있는 존재론적 의미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추려보겠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실제로 책을 펴보면 비슷한 주제로 진행이 된다그리고 이런 책이라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기도 하다.


그 다른 책에 관한 리뷰에서도 썼듯이이런 식의 접근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나무’ 혹은 식물로부터 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훈을 배워야 하는 당위를 입증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정말로 나무가 우리의 인생에 윤리나도덕적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물론 일종의 우화로서 우리는 개미에게도 뭔가를 배우라고 말할 수는 있다하지만 그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듣는 사람도 모두 개미가 일종의 은유적 대상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개미처럼 당장에 땅굴을 파고 깊이 들어가 살라는 말이 아닌 걸 모두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게 좀 불분명하다때로는 비유적이거나 시적인 표현 같기도 하고또 다른 데서는 식물학(과학)을 말하는 듯도 하다문제는 이게 일종의 사회학으로 전환될 때인데대체로 변수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일방적인 주장(대개는 나무는 훌륭하다는 식의)이 반복된다나무에 대한 의인화를 넘어 영웅화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거리감이 급속도로 는다.


요컨대 책의 장르가 모호하다차라리 그냥 나무에 관한 에세이에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덧붙였다면 조금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다그래도 가끔씩 인상적인 구절들은 몇 개 만날 수 있었지만전반적으로는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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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스쿨은 딱 두 가지만 묻는다 - 당신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G. 리처드 셸 지음, 김윤재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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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러 대학들 중 경영대로 꽤 높은 순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와튼스쿨에서 성공학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가성공이라는 주제로 쓴 책이다책 제목에 나와 있는 두 가지란 성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성공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명확하다.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군사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니던 저자는 베트남전이 일어나면서 반전운동에 동참했다학교를 그만두고그 시절 수많은 히피족들이 그랬듯, ‘자유로운’ 삶을 살기도 하고배낭 하나 메고 세계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우리나라의 송광사라는 절에도 잠시 머물렀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


그 방황에서 뭔가 깨달은 게 있었던지승려가 되는 게 어떠냐는 송광사 주지의 말도 뿌리치고 돌아온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 와튼스쿨 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일단 그 자신이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는이 책에서 확신을 갖고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는 성공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다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정작 그가 바라는 성공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들 중 상당부분은 그런 식이다.


저자는 이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할 필요를 주장한다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성공의 조건들이나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서정말로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게 된다는 것나에게 의미를 주는 진정한 성공을 찾을 때에야 비로소 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책의 2부에서는 이제 그렇게 찾은 성공의 본질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 조언들이 등장한다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신감을 기르고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집중하고그 일까지 이를 수 있는 동기를 찾아내고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라는 것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아주 실제적인 조언까지는 아니다뭐 그 부분은 각 사람의 성향과 그가 처한 상황과 환경 등에 좌우될 테니까.



역시 1부 쪽에 좀 더 시선이 간다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무작정 어딘가로 달려가다 길을 잃은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볼 수 있는지 모른다분위기에 취해서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에 넘어가서당연히 준비조차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성공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얼마나 추해지는지그리고 성공을 손에 넣은 후에도 그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져만 있는지.


2부 쪽의 조언들도 조금은 느긋하게 보이지만그걸 얼마나 잘 받아들여서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가 결정적인 부분일 듯하다뭐 대부분의 선생들의 교훈이 그런 식이니까인생의 전환기에 한 번 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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