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화에 관한 유튜브 콘텐츠를 가끔 만들기 시작하면서, 영화 관련 책이 눈에 보일 때마다 하나씩 손에 들게 된다. 개중에는 너무 어려워서 좀 읽다가 던져버린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왠지 제목부터 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옛날 영화’를 다룬다. 물론 ‘옛날’ 영화가 언제까지 나온 영화를 가리키는지 하는 것 같은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정의 같은 걸 살짝 언급하긴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고,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정도의 ‘옛날에 나온’ 영화를 생각하면 된다. 주로 헐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내용이 이어지고, 한국영화도 일부 나온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한 영화들이었지만.
이 책은 우선 고전 영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들어 보는 1910년대 영화제목들이 잔뜩 쏟아지는 걸 보면서 아무 동요 없이 책장을 계속 넘기는 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으니까. 사실 책 전체에 그런 목록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그냥 모르는 건 넘어가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된다(내 경우엔 그랬다).
결국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건 영화의 역사이고(지난 것들을 다룰 때 자연스럽게 취하게 되는 태도이다), 역사를 읽다보면 모르는 인물이나 사건을 잔뜩 만나게 되는 법이다(그렇지 않다면 굳이 왜 역사를 읽겠는가).
이런 정도의 가벼운 생각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헤이즈 규약’이라고 부르는, 1930년대에 시작한 할리우드의 검열 규정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무성영화는 죽지 않았다’는 소제목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우린 무성영화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사가 사용되지 않은 채 영상만 이어가는 방식은 사실 현대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책에는 기독교 영화에 관한 내용도 짧게 실려 있는데, 깊이가 있는 통찰은 아니었지만 또 나름 관심을 갖고 보았고. 저자는 고전 기독교 영화에는 잠시 찬사를 보내지만 그 시대는 지나버렸다고 말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가 사회의 주류종교였던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이전에는 당연한 ‘배경’이 이제는 공들여 설명해야 할 ‘설정’으로 전환되면서 영화적 매력이 떨어졌다는 건데,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래서 왜 옛날 영화를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완전히 납득이 되지는, 그래서 어서 옛날 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일부러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우선은 워낙에 새로 나온 영화들이 많기도 하다는 점이 큰 이유일 듯.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한 번 전체적인 풍경을 훑어보고, 그 안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어보는 건 의미가 있었던 독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