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부문 퓰리처상을 받고, 뉴욕타임스에서 30년 넘게 서평란을 담당했던 저자가 쓴 서평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인 미치코 가쿠타니라는 이름은 잘 몰라도, 이 정도의 이력을 보면 충분히 이 책이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물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한정.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조부모대에 미국으로 건너와서(생각해 보면 당시는 일본인들에 대한 경계가 굉장히 심했을 듯)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불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까. 그리고 그 노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 책 읽기였다.
이 책에는 그런 저자가 읽었던 책들 중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모두 아흔아홉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몇 글들은 한 권 이상의 책을 소개하고 있으니, 실제로 등장하는 건 100권이 훨씬 넘는다. 서양의 고전부터 우리 시대의 글들까지, 소설과 시, 논픽션과 연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이 많은 책들 중에 직접 읽어본 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살짝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 못 읽어본 책이 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많은 책들 중에 이런 저자와 내가 겹치는 책들이 몇 권 있다는 데서 (독서에 대한) 의지를 북돋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그렇다 독서가들은 모든 부분에서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술꾼들이 온갖 이유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저자가 뉴욕타임스에서 서평가로 활동을 했던 마지막 시기는 2017년이었다. 이 해는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을 한 해였고, 저자는 그와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바마가 가고 트럼프가 들어선 미국은 분명 세계에 주는 메시지가 있었고, 책 전체에 (특히 역사나 논픽션에 관한 서평에는) 이런 우려가 잔뜩 묻어나온다. 문제는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지만, 세계 곳곳에 이런 작은 트럼프들이 우후죽순 돋아났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