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조선 말, 세도정치가 정점을 달리던 시기, 왕보다 더 큰 권세를 가지고 있던 김좌근(백윤식)은 아들 김병기(김성균)와 함께 정국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부와 권력을 가문 대대로 갖기를 원했던 그는, 왕실의 묘를 훼손하면서까지 천하에서 가장 좋은 명당을 찾아 조상의 묘를 쓰려고 애쓴다.
왕실의 잘못된 묏자리를 지적했다가 김좌근 일당의 눈에 띄어 큰 화를 입게 된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복수를 다짐하며 김좌근이 조상의 묘를 쓴 자리를 알아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그의 앞에 왕실의 유명한 망나니 흥선군(지성)이 나타난다.
세도가를 물리치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 그러나 이 대에 걸쳐 천자가 날 수 있다는 명당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2. 감상평 。。。。。。。
제법 기대가 되었던 영화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관객이 늘지 않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건, 예상과는 달리 주제가 매우 묵직하다는 점. 명당이라는 조금은 이색적인 주제를 가운데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권력을 손에 쥐려는 권력투쟁을 그리고 있다. 물론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인 만큼 선지식의 유무에 따라 영화를 얼마나 깊이 볼 수 있느냐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좀 지루하고 어려운 느낌을 줄 것 같다.
보통은 이런 지루함을 만회하기 위해 화려한 볼꺼리를 삽입하곤 하는데, 일단 잘 생긴 배우들이 나와서 칼을 부딪치며 싸운다던지, 시대를 좀 앞서가는 화려한 복색과 장식 등이 그런 예.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부분에 딱히 신경을 쓴 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물을 비추는 카메라의 각도가 인상적인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마저 주니까.
소위 역술 3부작으로 불렸던 관상, 궁합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인데, (그 중 궁합은 그냥 망작이었고) 내용상 관상과 명당은 거의 비슷한 흐름을 따라간다. 관상을 이용해 왕위를 차지하려는 수양대군과 명당을 이용해 왕을 능가하는 자리를 지키려는 김좌근(그리고 또 흥선군)은 거의 겹치는 느낌이고, 이들이 보여주는 분위기마저 비슷해 보인다. 백윤식이라는 배우가 두 작품 모두 출연했기에 (물론 캐릭터는 반대였지만) 이런 기시감은 더욱 높아지는 듯하고.
개인적으로는 역사물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위에서 지적했던 부분이 딱히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지막 자막이 나올 때는 사실과 허구를 적당히 버무려서 용케 말이 되게 만들었구나 하면서 살짝 웃으며 보기도 했고. 다만 영화 자체에 팍 하고 오는 임팩트가 부족했던 건 사실.
조승우, 김성균, 백윤식, 지성, 그냥 이름만 대도 어느 정도의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연기파 배우들이 잔뜩 출연해 연기력을 뽐내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치열한 두뇌싸움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주인공은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였고, 극중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흥선군은 보조인물에 머물러 있는 동안, 백윤식의 빌런 캐릭터 구축 과정이 그나마 가장 눈에 들어왔다. 김성균이 왕이 되기로 결심하고 벌인 사건(명당자리에 아버지를 묻기 위해 직접 살해를 한다)에선 살짝 놀랐지만 딱 거기까지.
나름 잘 만들었는데,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