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항해자 - 21세기 말레이 세계의 정화 숭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연구소 Asia+ 7
강희정.송승원 지음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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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의 3대 황제인 영락제는, 1405년 정화라는 이름의 환관을 수장으로 삼아 대규모 함대를 출범시킨다정화가 이끈 이 함대는 오늘날의 남중국해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지역들을 거쳤고최종적으로는 아라비아와 동아프리카까지 도착했다(정화 본인은 아라비아까지만 가고분견대를 보냈다는 설도 있다).


참고로 이 시기는 이미 동서양의 교류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마르코 폴로가 원나라에서 일한 게 13세기 말이었고그보다 앞서 실크로드를 통해 다양한 문물과 사람들이 양측을 오고가며 교류했었다바닷길 역시 무역상들의 무대였고.


하지만 어쨌든 그 시절 이 정도로 멀리까지 나갔던 해양 탐험은 처음이었다콜럼버스가 탐험에 나선 건 아직 100년 후였으니까. 2만 명이 넘는 엄청난 인원들과 수백 척의 배로 이루어진 정화의 선단은 동남아 곳곳의 지배자들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도록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이 때 조공이라는 게 명분상 종주권을 인정하는 대신봉신국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크게 얻어가는 형식인지라어차피 중국인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다면 썩 괜찮은 선택이긴 했다조공을 바칠 때 함께 가져가는 상품에는 면세 혜택이 주어졌고당연히 이 조공무역을 통해서는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은 흥미로운 내용을 덧붙인다그렇게 황제의 명령을 받아 인도양을 누볐던 정화가동남아시아 각국특히 말레시아에서는 거의 신적 존재로 숭배되고 있다는 것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말레이시아에는 특이한 성격의 종교적 건물들이 많다고 한다유교와 불교와 도교 신앙이 혼합된 사당혹은 사원이 그것중앙에는 불상이 있지만 한 편에는 정화의 형상이또 다른 편에는 관우상이 동시에 세워져 있는 모습니다이것도 재미있는데더 흥미로운 건 정화 모스크라고 불리는 이슬람 사원들이다대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있고기와까지 얹어져 있는 중국식 건물인데 모스크의 기능을 한다는 거다.


그 배경에는 말레이시아에 이주한 화인즉 중국인들이 겪었던 역사와 관련이 있었다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이 지역에 이주한 건 식민지 시절로유럽의 통치자들이 일을 시키기 위해 중국 이주민들을 대거 정착시켰다고 한다물론 그 이전에도 소규모 이주는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런데 말레이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배자들을 몰아내고 독립을 하면서 이런 상황에도 변화가 생겼다식민지배 시절을 거치며 소수의 이주 중국인들이 원주민보다 더 큰 부를 쌓으면서 그들에 대한 반감이 커져갔고,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화인들도 대거 공산당에 가입하고 정치기구를 만들어 인도네시아 정치에 개입하려 하면서 더 큰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60년대 후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수하르토 시절에는 강력한 반공주의의 결과로 중국 문화와 신앙전통 자체가 금지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화인들은 지역 문화와의 동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는데그것이 바로 정화 숭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사실 정화의 아버지는 서역에서 온 무슬림이었고그런 정화와 그의 일행이 인도네시아에 이슬람교를 전해준 인물이라는 것국민의 절대 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을 줄여주는 데 이보다 좋은 소재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주장에 대한 역사적문헌적 근거는 부족하다어떻게 보면 역사의 날조, “이것도 중국이 한 일이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목숨과 재산이 달린 위기의 순간 화인들의 살아남기 위해 정화라는 인물을 끄집어 내고그를 모신 사당을 세우고그의 벽화가 그려진 모스크까지 세우는 모습(온갖 종류의 구체적 형상을 거부하는 정통파 무슬림들이 보면 경악하겠지만)은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한편으로 최근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동남아의 정화 기념사업들은중국 정부의 중국몽과 연결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중국 땅 밖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단합과 세력화의 중심 인물로 정화 신화를 이용하는 느낌이랄까고대의 문화가 다양하게 교류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걸 관찰하는 건 흥미롭지만그게 현실 정치에 이용되는 과정에서 윤색되는 모습을 보는 건 좀 우스꽝스럽다뭐 그게 중국의 일만은 아니지만.


여전히 모르는 나라와 민족들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읽는 건 즐거운 일이다여전히 세상은 넓고내가 모르는 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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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국가, 거란 - 거란의 통치전략 연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총서 109
김인희 엮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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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기 초반 중국의 장성 이북 지역에서는 거란족이 크게 세력을 떨친다당시 중국은 5대 10국 시대라고 불리는 혼란기였고거란족은 지리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5대와 관계를 맺으면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한족들을 포로로 잡아왔고후진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병력을 지원하면서 장성 이남 지역을 포함하는 연운 십육주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약 200년 동안 존재했던 거란국또는 요나라에 대한 연구서다여러 명의 저자들이 참여해 각각 거란국의 외교언어와 문자행정기구학문(유학등을 살피고거란국이 가진 정통성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도 살핀다거란국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던 차에 꽤 흥미롭게 읽었다.


참고로이 거란국이 등장했을 시절 한반도에는 고려가 있었다왕건이 즉위한 게 918년이고야율아보기가 거란국을 세운 게 916년이니까 시기적으로는 거의 동시였다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조영의 라이벌이었던 이해고그의 민족이었던 이진충손만영 같은 인물들이 거란족이었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지 않을까.



책은 이 거란국에 관해 몰랐던 다양한 정보들을 알려준다우선 흔히 아직 나라가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에 거란이라는 국호를 썼다가 후에 ’(대요)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알고 있었지만, ‘거란이라는 국명은 거란족들 사이에서 계속 사용되었고, ‘는 한인들을 상대할 때 사용한 이름이라고 한다.


단지 나라 이름만이 아니라 거란국은 통치 제도에서도 이런 이원적 형태를 띠었다북부의 거런인들과 남부의 한인들을 다스리는 기구를 항상 두 개씩 만들었던 것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거란문자(대문자와 소문자가 있었다!)를 만드는가 하면거란인들보다 높은 비율의 한인들을 통치하기 위해 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그 덕분인지거란국을 멸망시키고 그 자리에 들어선 여진족의 금나라가 100여 년을 지속했던 데 반해거란국은 2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거란국은 한인왕조들에 비해 호전적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물론 어떤 나라가 처음 세워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력의 사용이 필수적이었지만일단 나라가 자리를 잡은 후 거란은 중원을 향해 정기적으로 침공해 들어오는 식의 다른 이민족들과 달랐다는 것.


연운십육주를 할양받은 후송나라로부터 매년 공물을 받는 조건으로 우호관계를 맺은 전연의 맹약 이후 거란국은 이 맹약을 대체로 잘 지켰다협정을 맺은 거란국의 성종과 송나라의 진종은 형제의 관계가 되었고(이 때 송황제가 형이 되었는데그 이유는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황제들의 관계도 여기에 근거해 서로의 족보를 정했다고 한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각 분야를 나눠서 서술했지만참고했던 자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인지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보인다총괄 편집자가 조금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같은 서술이라도 다른 분야에서 인용하며 분석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고.


책의 부제가 거란의 통치전략 연구이다 보니거란국이 어떻게 융성했는지에 관해서만 볼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다아무래도 국내에서 거란을 다루는 책 자체가 적으니까이왕이면 거란의 쇠퇴기멸망에 관한 상세한 분석 같은 것도 있었더라면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뭐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하지만.


대표저자인 김인희의 다른 책을 보다가 여기까지 끌려(?)왔다앞으로도 몇 권은 좀 더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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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3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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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로마를 지배했던 독재관 술라가 죽으면서이번 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으로잘 생긴 외모에뛰어난 판단력까지 가지고 있던 그는 순조롭게(물론 해적에게 잡혀서 몇 달간 인질생활을 한다던가상관에게 찍혀서 중요한 임무에서 배제된다던지 하는 걸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면관직의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히스파니아 전선에서 세르토리우스에게 고전하며 톡톡히 교훈을 얻은 폼페이우스도 마침내 로마에 돌아와 집정관에 오른다앞서 술라에 의해 원로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스스로 기사계급에 머물기로 결정하면서기사 출신으로 집정관에 오르겠다는 묘한 고집을 부르던 폼페이우스는본거지인 피케눔 출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이탈리아 반도로 돌아와서 은근한 위협을 하며 집정관직을 요구한다.


확실히 정치적 감각이 떨어졌던 그였다군대를 데리고 허가도 없이 이탈리아 영토 안으로 들어와버린 그는당장 눈앞의 자리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이를 일깨워준 것이 당시 크라수스의 부관을 맡고 있던 카이사르였다. (그리고 자연히 훗날 삼두정치의 한 명이 된 크라수스도 등장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시종일관 돈 버는 것 말고는 별다른 능력이 없는 수전노로 묘사되었던 크라수스는이 책에서는 좀 더 우직한 인물로 그려진다물론 돈을 아끼려는 면모는 여전하지만비전도 정치력도 없는 그런 인물을 아니었다는 것그런 그 역시 카이사르의 중재 적분에 폼페이우스와 함께 집정관에 오르게 된다이제 카이사르가 이 두 사람을 어떻게 구워삶게 될지가 펼쳐질 듯.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거대한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또 다시 앞서 말한 거물들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이 어째서 그렇게 오래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자연스러운 세대교체란 이런 걸까 싶은.


물론 이들이 다들 같은 정치적 색깔을 지녔던 건 아니다시골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마리우스는 원로원의지지 대신 자신의 신력과 민중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곱 번이나 대제사장이 되는 업적을 세웠고반대로 명문귀족 출신이었던 술라는 그런 민중파들을 가혹하게 숙청하고 독재관이 되었고원로원의 권위를 크게 높이는 정책을 추진했다폼페이우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골출신이었고카이사르는 명문 귀족 출신이었다.


말하자면 로마의 권력자는 어느 한 집단에서 독점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유입되고 있었다는 것비유하자면 야당과 여당이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국가운영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 같달까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채로 로마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다물론 항상 유능하고 선의를 가진 인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아니었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벌써 수십 년째 세대 갈등/차이가 단골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이미 손에 뭔가를 쥔 사람은 오래도록 놓지 않으려고 하고아직 가진 것이 없는 세대는 그걸 빼앗으려고 하다 보니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다다른 말로 하면 세대교체가 잘 안 되는일종의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결국은 새로운 세대가 힘과 능력을 길러서 빼앗아 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뺏긴 사람 입장에선 속이 상하겠지만뭐 일이라는 게 다 그렇게 되어 가는 게 아니던가좀 더 일찍 물러나서 좋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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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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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의 다양한 장면들을 관련된 그림과 함께 짤막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총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파트마다 적게는 여섯 개, 많게는 여덟아홉 개 정도의 꼭지가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꼭지도 그렇게 길지 않아서, 큼지막한 그림이 몇 개씩 포함되어 있는데도 예닐곱 페이지 정도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구성이라는 말.


목차만 읽어봐도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경제에 관한 다양한 상식들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역사학의 하위 분야로서의 경제사이니,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하고, 컬러 도판이 잔뜩 실려 있어서 미술 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도 한 번 볼만할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실린 상당 부분을,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몇몇 항목들은 새롭게 알 수 있었는데, 조선 시대 우리나라에서 서양에 비해 이른 시기에 꽤나 고도화 된 은 정련 기술이 발견 되었다는 내용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기술의 가치를 몰랐던 관리들에 의해 사장되었다가 결국 일본으로 수출되어 그쪽 경제 발전에 기여를 했다는 씁쓸한 소식.


기초적인 상식 정도가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각 항목이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담아내기엔 적기도 해서, 뭔가 좀 설명을 하려다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 종종 있다. 뭔가 깊이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하면 관련된 또 다른 책을 찾아보는 동기 정도로 이용하는 게 바른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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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 2
블레즈 파스칼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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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물리학에 특별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었던 파스칼은 기독교 신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대 교회가 지니고 있던 문제에 대해 제법 깊은 사고를 했지만, 오늘날 그를 종교적 개혁과 연결시켜 떠올리지 못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결국 어느 정도 당시 교회구조에 대한 순응으로 돌아섰던 인물이다.


팡세는 그런 파스칼이 남긴 아포리즘이다. 수백 개의 그리 길지 않은 경구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복잡한 전승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애초에 어떤 순서로 쓰여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판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나 같은 일반 독자들이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연구자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장절 배치에 대한 합의가 안 되는 건 조금 난감할 듯도 싶다.


책의 전체적인 볼륨이 꽤나 크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말인데, 각각의 항목이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서, 아무 데나 펴놓고 읽기 시작해도 상관이 없다. 애초에 이 경구들의 정확한 순서가 확정이 안 되어 있으니, 전체 구조에서 뭔가를 얻으려 해봤자 소용이 없다. 주제별로 모아놓은 이 책의 구분에 따라 읽어갔다.



종교, 정확히는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참 많다. 당시의 철학이란 곧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기도 했을 테니까. 뭔가를 깊이 사고하려면 교회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떠나기 쉽지 않았으리라. 그 외에는 귀족과 같은 지체 높은 이들이 보여주는 모순적 행태 등이 또 자주 발견된다.


파스칼은 가장 비판적으로는 건 허위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건 교회 안에서도 왕궁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것이다. 본질을 놓치고 껍데기에 집중하면서 벌어지는 모순은 우스울 지경이지만, 정작 그 안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지 못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약하고, 흔들리기 쉽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인간이 언제 자주 실수를 하는지, 어떤 착각을 하고, 무슨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놓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인간의 특별함을 믿고 있었다. 인간은 너무 많은 곳에서 약점을 지니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특별한 자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위로가 되는 부분.



책의 상당부분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단편적인 단어와 문구들로 채워져 있다. 모든 부분을 꼭 다 읽어 내려가지 않더라도, 우연히 책장을 넘기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만나기만 해도 좋을 듯하다. 두껍지만 너무 겁 먹지 말고 조금은 마음 편히 들춰봐도 괜찮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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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웅 2022-09-02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칼에 대한 더 깊은 연구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