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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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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고대 동아시아의 역사와 소아시아, 중앙아시아, 나아가 지중해 동부 일대를 포괄하는 하나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나 사마천, 김부식 등 각각의 사가들에 의해 서로 다른 것으로 기록되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기존의 고대 세계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을 모두 뒤엎고 진시황이 알렉산드로스와 동일인물이며, 부여의 대소왕이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를 같은 인물로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하나의 고대 세계의 정신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샤머니즘’이며, 고대 세계 전역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의 유사성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2. 감상평 。。。。。。。

 

     저자는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남아 있는 자료가 부족하니(어쩌면 누군가가 고의로 없애버렸을 수도 있으니) 자료들 사이의 넓은 간격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채워야만 고대 역사의 참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과거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것 자체는 애초부터 불가능하기에, 모든 역사 기술에는 어느 정도 역사가의 상상력(전제나 추측)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상상력을 뒷받침 할 만 한 어느 정도의 논리적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역사가의 주장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그저 개인의 ‘의견’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뭐라 할 수 없겠으나, 역사서로서는 함량미달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책은 어떤 논리적 정황이나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저자는 크게 두 가지를 근거로 제시한다. 지중해 동부와 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의 공통점과 같은 지역의 고대사를 다룬 역사서들에 등장하는 지명과 인물들의 발음상의 유사성이 그것.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사실 이 두 가지는 ‘증거’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수백, 수천의 개체가 수억 개 이상의 유전자까지 동일하게 진화되었다’는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설명을 믿는 것이 아니라면, 인류는 한 쌍의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을 것이다. 그 조상들로부터 상대적으로 가까웠던 고대의 유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들은 바로 여기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이것은 원줄기로부터 멀리 나온(시간이 많이 지난) 오늘날에 왜 문화권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가 크게 달라졌는지도 설명해 준다. 나아가 발음상의 유사성이라는 것도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어디에서는 발음의 유사성을 취하다가, 또 다른 곳에서는 단어의 뜻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그것도 아니면 한자의 이두 발음까지 꺼낸다. 그 유사성이라는 것도 긴 단어의 한 부분만 일치하는 듯 보이면 곧바로 연결시키는 식(중국의 노나라가 ‘로도스섬’의 첫소리를 옮긴 것이라는 주장, 326쪽)이니 이래선 강아지와 망아지는 원래 같은 동물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책은 저자의 지나친 상상력으로 인해 일찍부터 산으로 올라갔고, 좀처럼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미 세워 놓은 역사적 가정에 각종 서적과 유물을 꿰어 맞추는 식으로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역사가가 피해야 할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특히나 책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성경에 대한 언급은, 그것의 역사적 가치를 최소한으로 인정하는 가장 진보적 해석을 취하는 학자들조차 동의하기 어려운, 기초적 사실관계에 있어서의 잘못된 인용들을 남발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내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다른 여러 역사서들에 대한 인용과 해석부분에 있어서도 그 진실성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공헌은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살았던 고대인들에게 때때로(‘항상’이 아니다) 나타나는 매우 놀라울 정도의 공통적 기억에 관한 발견과 그 자료들에 대한 매우 견실한 수집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점만으로도 이 두꺼운 책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나치리만큼 자주 등장하는 저자의 억측과 자의적 연결은 책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며, 특히 책의 구성은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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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7 - 악명높은 황제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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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가 주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 주권을 행사하는 데에는 사실상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만 큰 소리로 불평할 뿐이다.

 

1. 요약 。。。。。。。

      ‘악명 높은 황제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로마인 이야기의 일곱 번째 책. 아우구스투스를 이어 로마의 최고 통치자가 된 네 명의 황제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귀족 정신의 소유자로 황제라는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갔던 티베리우스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정책들 대신 제국을 건실하게 만드는 데 주력을 한다. 그의 정책은 이후의 혼란에도 제국이 버텨낼 수 있도록 해 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람들은 옳고 그름 보다는 무시당하거나 소외됐다는 느낌에 좀 더 좌우되는 존재였다.

     통치자로서의 능력이 없이 그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과 사업들만 남발했던 칼리굴라의 짧은 치세는 로마의 재정과 대외적 영향력에 큰 마이너스였지만 짧은 시간이었기에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었고, 이어서 등극한 클라우디우스의 견실한 재정운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을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에 아내에게 휘둘리기 일쑤였던 그는 미심쩍은 죽음을 맞게 되고, 유명한 네로가 황제에 오른다.

     통치보다는 다른 것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이 젊은이는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판단력을 가지지 못했고,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체제에서 이는 큰 결점이었다. 몇 차례의 반복적인 정치적 실책은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사그라지게 만들었고, 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황제는 암살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2. 감상평 。。。。。。。

     이 시기 로마 제국의 상황과 관련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지도층들의 전반적인 통치 능력 저하였다. 책의 제목은 ‘악명 높은 황제들’이지만, 사실 진짜로 ‘악명 높은’ 것은 원로원 의원들의 질적 저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티베리우스야 그 혼자서도 제국을 짊어지고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니 넘어가더라도, 칼리굴라나 클라우디우스, 네로의 시대에는 원로원 의원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국가 운영에 힘을 쓸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쩌면 옥타비아누스 이후 권력의 정점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원로원 의원들에게 있어서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원로원 회의에 참여해도 사실상 황제가 모두 결정해 놓은 안건에 거수기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의욕을 가질 수 있을까. 더구나 확장 후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었던 로마 제국의 전역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된 그들이었다. 등 따숩고 배부른데도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법이다. 요컨대 카이사르가 설계하고 옥타비아누스가 기정사실화 시킨 일인집중 권력구조는 발 빠른 정책 결정을 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지배층의 전반적인 의욕저하와 그에 이어지는 능력의 저하까지 초래한 원인(遠因) 중 하나가 된 것은 아닐까. 인간은 책임감을 갖고 실제로 일에 뛰어들어보아야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집착’은 하나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자연히 주변부의 것들은 보이지 않게 되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옥타비아누스의 혈연에 대해 당대의 사람들에 비해 이례적일 정도의 집착은 시오노 나나미가 지적했던 것처럼 이제 막 시작된 제정으로의 전환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실력에 의한 제위 계승이 꼭 유혈투쟁을 초래한다고만 볼 수도 없다. 어쨌든 호선(互選)에 의해 최고통치자를 뽑았던 전통이 있는 나라니까.

     그리고 현실에서는 혈연에 의한 제위 계승 원칙은, 통치자가 되지 못한 ‘황족’들에게는 피를 타고 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도록 만드는 위험요소가 된다. 나아가 능력도 없는 이들이 단지 피를 타고 났다는 이유로 제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들어 불필요한 희생을 초래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옥타비아누스가 완성해 낸 새로운 체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물론 인간사 100%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일은 많지 않고, 그렇기에 끊임없는 개선과 수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 자체가 큰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발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야말로 로마의 진정한 능력이니 말이다. 문제는 절반의 성공조차 이룰 수 없는 무능력자들이 최고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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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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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할 만큼 꼼꼼하고 자질구레한 데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던 

로마 제국 초대 황제는

남의 윗자리에 서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철저히 법을 지켜야만

아랫사람에게도 법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 요약 。。。。。。。

      카이사르를 암살한 공화파 세력과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던 안토니우스와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로마의 최고 실력자가 된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이 얻게 된 권력을 바탕으로 로마에 새로운 정체(政體)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일인자에 의한 의사결정이 합법화 된 국가, 즉 제정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저 나에게 힘이 있으니, 내 말을 따르라는 식이라면 위험하다는 것은 카이사르의 암살이 분명히 보여주었다. 여전히 공화정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세력들이 남아 있었고, 비록 그들에게 힘이 없다고는 하지만 암살이라는 도구는 약자라고 하더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방식인 법이다. 때문에 옥타비아누스는 모두가 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 작업을 진행한다. 마치 거대한 직소퍼즐의 조각을 서로 연결되지 않게 띄엄띄엄 늘어놓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마지막 조각을 끼워 넣는 식이었다. 일흔 일곱 해라는 시간은 그렇게 해도 로마의 제정으로의 전환을 안정적으로 이뤄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2. 감상평 。。。。。。。                               

     3권에서 드러난 것처럼 지중해 전역의 패권을 쥐게 된 로마는 더 이상 하나의 도시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면 그만인 국가가 아니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원로원 의원들에 의한 의사결정 구조는 이런 상황에서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손에 쥔 기득권을 놓지 않고자 했기에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고,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마리우스나 술라 등의 비근본적인 개혁이 문제가 터져 나오는 상황을 잠시 미뤘을 뿐이었다.

     문제는 앞서의 서평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체제의 전환 자체가 문제를 자연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인에 의한 지배는 의사결정의 신속함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문제를 보지 못하는, 혹은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사람이 일인자에 오를 경우 이전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이전의 정체(政體)에서는 그저 실각을 시키면 되지만, 일인자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그들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특히나 혈연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옥타비아누스에게 이점은 장차 큰 불안요소로 다가오게 된다. 전제군주정의 최대의 약점인 능력 없는 이들의 통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익을 나누기를 거부하는 강한 기득권 세력에 의한 개혁의 좌절.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이다. 로마의 경우 결국 기득권 고수에만 급급했던 이들을 완전히 권력에서 배제시켜버리는 방식으로 결론이 지어졌다면, 이 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게 될까. 모든 관직을 평민들에게도 개방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로마의 귀족들은, 더 이상 권한을 나누기를 거부함으로써 독점적 권한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점을 이 나라의 ‘귀족’들은 제대로 알고 있을까.



     카이사르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공연히 드러낸 사람이었다.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한 체제로 인해 국가 전체의 이익이 저해 된다면 체제 자체를 바꾸어 버려야 한다는 명료한 태도. 그리고 옥타비아누스는 그런 카이사르의 노선을 충실히 계승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충분한 인내심과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카이사르로 인해 로마는 새로운 국가로 재건되었고, 옥타비아누스는 그렇게 세워진 국가가 든든히 서기 위해 필수적인, 보통은 2대나 3대 째에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로마로서는 제 때 제대로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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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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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평화)는 우열이 없는 나라끼리의 대화를 통해 성립되기보다는

절대적으로 우세한 나라의 조정이나 판정을 통해,

또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물리적인 힘을 통해 성립될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인간 세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1. 요약 。。。。。。。

     로마의 최고권력자가 되기 위한 카이사르의 여정이 계속 이어진다. 갈리아 정복을 어렵사리 마치고 명성과 함께 힘까지도 손에 넣은 카이사르를 로마의 지배층들이 경계하기 시작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빛나는 별이 되어 버리면 집단지도체제인 원로원 주도의 공화정이 유지될 수 없었기 때문. 오랜 시간 카이사르파에 의해 눌렸던 그들은 마침내 삼두정치의 또 다른 한 머리인 폼페이우스를 그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 카이사르에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카이사르는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국법을 어기고 군대를 이끌고 본국으로 들이닥쳤고, 이 전격적인 쿠데타에 폼페이우스를 비롯한 공화정파에 속한 의원들은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동부 그리스지역으로 건너가 병력을 모으고 카이사르와의 일전을 벌이지만, 파르살로스 평원에서의 회전에서 대패를 하고 만다. 이후 이집트로 가서 다시 한 번 대결을 펼치려고 했던 폼페이우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암살을 당하고, 카이사르는 로마 세계의 제일인자로 등극한다.

     승리자가 되어 본국으로 돌아온 카이사르는 로마의 정체(政體)를 바꾸기 위한 여러 개혁들에 착수하지만, 파르티아 원정을 준비하던 중 정적들에 의해 암살을 당하게 되고 다시 한 번 로마는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된다. 카이사르의 부하 중 뛰어난 군사적 재능을 가졌던 안토니우스와 카이사르가 후계자로 지명했던 옥타비아누스 사이의 또 다른 내전이 이어지고, 마침내 안토니우스를 제압한 옥타비아누스는 로마 세계의 새로운 일인자가 된다.

 

2. 감상평 。。。。。。。

     카이사르는 과연 개인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과 관련시켰는가?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이 점에 대해 전혀 의문을 던지지 않지만, 카이사르에 대한 숭배적인 묘사는 오히려 서술의 신뢰도에 대한 저항감만을 북돋을 뿐이었다. 물론 카이사르가 결국 승리자가 되었기에 결과를 근거로 그에 대한 후한 평가를 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아직 내전이 다 마무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두세 달을 ‘휴가’로 보낸 것까지 ‘천재의 탁월한 자기 제어’라고 칭송하는 건(213) 좀 낯 뜨겁지 않은가.

     카이사르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그가 암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정확히 어떤 것을 가리켰는지에 관해 그저 후세의 추측만을 남길 수 있었다. 종신 독재관에 취임해 사실상의 황제가 되고 난 뒤 그의 판단이나 결정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과연 카이사르가 생각했던 제정으로의 정체 변경이 당시 로마 사회가 앓고 있었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해결책인가 하는 점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이전의 서술을 통해 볼 때, 당시 로마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불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수적인 로마인들의 성향으로 인한 순혈주의가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토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와 사회 구성원의 비중의 변화로 인한 사회 구조의 문제다. 정체를 바꾸는 것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뿐이지,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권력의 정점에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해법을 가지고 있는 이가 오른다면 문제의 해결에 힘을 쏟을 수 있겠지만, 결국 군주제의 가장 큰 약점은 늘 바른 의지와 능력을 가진 군주가 연속적으로 왕위에 오를 수 없고, 반대의 경우인 군주가 오르더라도 그를 실각시킬만한 방법이 힘의 행사 이외에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권력의 집중은 인(人)의 장막 안에 고립된 군주로 인해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끼칠 수 있다.

    백번 저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카이사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런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하더라도, 그의 해결책은 자신에 대해 대단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 권력자가 된 후에도, 모든 것을 손에 쥐게 된 그 때에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만이 그토록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겠지만, 너무나 일찍 죽어버렸으니 누구도 결과는 알 수 없을 터.

     ‘로마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로마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야심찬 계획은, 카이사르를 다룬 두 권의 책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 물론 격동의 시기이긴 했지만, ‘시민들’은 ‘병사들’로 전락해 버렸고, 그들의 삶은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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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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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자신의 시대를 초월하기 때문에 천재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시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1. 요약 。。。。。。。

      앞서서는 땅을 중심으로 한 빈부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마의 여러 가지 노력들을 다뤘던 시오노 나나미는 이제 잠시 그 시선을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한 명의 인물에게 고정시킨다.

     포에니 전쟁 이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된 로마의 패권과 그에 뒤따른 사회, 경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로원 중심의 공화정이라는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오랜 암중모색의 시기를 지나고 마침내 40대에 들어 로마 정계의 전면에 등장한다. 이후 잠시도 쉬지 않고 본래의 목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시작함으로 실질적으로 로마의 국체를 바꾸기 시작한다.  

     이후 오늘날의 중부 유럽인 ‘갈리아 지방’을 로마의 패권 아래 두기 위한 전쟁을 시작해 엄청난 영토를 로마에 편입시키지만, 그 동안 카이사르의 생각을 눈치 챈 원로원 세력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삼두의 또 다른 머리인 폼페이우스를 자기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카이사르의 폼페이우스의 대결은 5권으로 으로 넘어간다)

 

 

2. 감상평 。。。。。。。

     로마인 이야기라는 대규모 연작을 집필하면서 무려 두 권을 한 사람의 이야기에 헌정한 시오노 나나미답게, 카이사르에 관한 서술을 하는 내내 그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치다 못해 바닥을 적실 정도였다. 그가 결정하면 그것은 필연적인 무엇이 되고, 그가 선택하는 방식은 언제나 최선의 것이었다. 이쯤 되면 카이사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신앙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실제로 고대 로마에서는 그를 신격화 했으니, 어쩌면 시오노 나나미는 진정한 고대 로마제국의 충성스러운 신민일지도 모른다. 그의 종교까지도 고대 로마식으로 바꿔버리는..)

     물론 어떤 국가에 새로운 정체(政體)를 도입하는 일은 상당히 섬세하면서 예술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그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인물이라면 충분히 말할만한 ‘꺼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말 같지도 않은 논리를 적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카이사르가 한 일은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었던 권력을 실력으로 빼앗아 자신에게 집중시킨 것뿐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정체는 이미 로마에도 있었고, 로마 인근의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일반적이었던 제도였다.(다시 말해 그가 독창적인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가 권력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은 힘과 재물의 인위적인 결합이었고,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채택한 것은 타 민족에 대한 침략이었다.

     어찌 되었건 발전했지 않느냐는 말은 꽤나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주장이다. 때문에 저자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침략전쟁을 서술하면서, 그가 점령한 뒤 세운 로마 군단 기지가 있었던 장소들이 오늘날에도 도시로 남아 있다는 서술을 반복하면서 은근히 ‘그들을 개화시켜 주었다’는 식의 논리를 담아내고 있다. 이는 ‘로마화 = 문명의 발전’이라는 공식으로 전면에 제시된다. 일제의 식민화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는 주장과 어쩜 이렇게 닮아 있는 걸까.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유능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지켜보는 것은 물론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말 그대로 문무에 능한(여기서 ‘무’는 직접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용력’보다는 ‘전략과 전술’을 가리키지만) 인물이니까.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3권까지 지속해 온 로마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큰 틀이 상당히 축소된 듯한 느낌이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침략은 방어선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당시 로마 사회의 빈민들의 문제는 외적의 침입이 아니라 심각하게 벌어진 빈부격차로 인한 것이었다. 과연 그런 로마사회의 불안이 단지 정체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일까에 관한 의문은 이번 권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재미와는 별개로 저자의 사관(史觀)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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