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고 - 잊혀진 제국 발해를 찾아서, 오래된 책방 11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11
유득공 지음, 정진헌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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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조선 후기 실학자인 유득공이 그 때까지 남아 있단 발해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얇은 책으로, 발해의 역대 왕들의 행적을 기록한 부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서 다양한 기록에 소개되고 있는(주로 중국과 일본측 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발해출신 관리들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이 이어진다. , 발해의 지리와 관직, 의복, 특산물, 언어 등이 간략하게 실려 있다.

 

 

2. 감상평 。。。。。。。

 

     한 나라의 역사에 관한 논픽션 저술이지만 사()가 아니라 고()라는 글자를 붙인 이유는, 저자의 판단으로 이 책이 일반적인 사서라고 불리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발해에 관한 기록 자체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 발해 후 그 지역을 이어받은 거란에서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발해 유민들을 대거 받아들였던 고려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고작해야 수십 년, 혹은 백년에서 이백년 안팎을 존재하다 사라졌던 중국의 왕조들과는 달리 고려는 오백 년 가까이 유지되었으니 그 다음 왕조에서 그 오래전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때문에 유득공은 부득이하게 다른 나라의 역사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발해에 관한 기록들을 그러모아 엮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참고한 문헌은 상당히 여러 권이었지만, 후기의 여러 왕들은 시호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그들의 행적 또한 빈약하기 그지없다. 유득공이 서문에 밝힌 것처럼 애석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나마 발해에 관한 기록들을 정리해서 우리 것으로 갖고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바로 어제(126) KBS의 역사저널 그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발해를 다뤘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마지막 부분에 한 패널이 했던 말이 인상적이다. 요지는 남북국 시대 신라는 발해와의 관계보다는 왜나 당과의 관계에 더욱 열을 올렸고, 그 결과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남기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역사공백이 발생해버렸고,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발해와 그 강역에 대한 역사와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제대로 말조차 붙이기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그 패널은 오늘날 우리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상기시킨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들이 북한을 무시하기 바빴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는 훗날 그 지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상당히 불안정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탁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보여주는 이 한심한 정부(와 그 지지 세력인 소위 보수진영)의 안쓰러운 역사인식을 직접 접하고 나니 이 패널의 우려가 기우로 끝날 것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교과서에 김일성 사진은 세 번 나오고 박정희 사진은 한 번 나오니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라에 과연 무슨 제대로 된 역사가 쓰일 수 있고, 무슨 미래가 있을까.

 

     답은 유득공에게 있는 것 같다. 사실 발해고 역시 국가에서 편찬한 정사(正史), 즉 국정교과서는 아니었다. 정사에서 삭제되고 축소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다시 살려 내 조금 더 진실하고 바른 역사책을 쓰면 될 일이다. 비록 발해사는 이렇게 사라져버렸지만, 오늘 우리의 역사마저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비록 자랑할 것이 많지 않더라도, 적어도 후대가 반면교사로는 삼을 수 있도록 말이다.

 

 

     원 저자인 유득공 못지않게, 유득공 연구자로서의 역자의 노력 또한 기억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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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 부지런함이 숨긴 게으름의 역사
이옥순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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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우리 사회의 게으름에 대한 시선이 다분히 문화적으로 조장된(혹은 조직된) 것이라고 말한다.(1) 2장과 3장에서는 게으름에 대한 서양의 관점(비난)과 동양의 관점(용인적 수용)은 의도적으로 대조시키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근면을 강조하던 서양이 여유를 중시하던 동양을 식민지배하기 위해 게으름에 대한 비난이 강력해졌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4)

 

     사실 책은 여기서 내용상 완결되어야 했는데, 저자는 굳이 5장을 덧붙인다. 뭐 넓게 보면 게으름이라는 주제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니까. 이 장의 주제는 현대인들의 소비주의가 결국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쉼 없는 노동을 유발시킨다는 것. 결과적으로 게으름을 비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또 하나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2. 감상평 。。。。。。。

 

     내가 매기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5점 부터여야 하지만 작가나 저자, 배우와 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의 노력을 감안해 1점을 더 주고 본다. 그러니까 일단 6점이라면 딱 기본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이 책은 이미 중반을 넘길 때부터 2점이나 떨어졌다.(4) 이 정도면 문제의식이 생기는 경우다. (사실 1점을 더 깎을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결론에 담긴 통찰에 나름 일리가 있기에 참았다.)

 

     책의 문제는 결론이 아니다. 사실 결론부만 가지고 본다면 나름 괜찮은 책이다. 게으름을 바라보는 시선에 일종에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개입되어 있음을 밝히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아마도 저자는 이 흥미로운 결론을 내 놓고 앞부분을 덧댄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애써서 모은 여러 정보의 조각들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설명했듯, 이 책의 중심축은 게으름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서양과 이에 대해 관대한 입장에 서 있는 동양 사이의 갈등이고, 이 차이를 힘의 우위로 눌러버린 서구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게으름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문제는 저자가 열심히 모아 놓은 동서양의 문헌들이 서로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 서양의 문헌에도 게으름, 혹은 쉼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이 꽤나 자주 보이고, 반대로 동양에서도 근면과 부지런함에 대한 찬양이 비교적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저자의 핵심 주장의 근거가 흔들린다. 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답은, 동양 사람들이 어느새 서양의 관점에 종속되어버렸다는 식이다. 예컨대 조선 말 밤마다 잔치를 벌이느라 하루일과를 오후부터 시작하던 고종과 대신들에 대한 한 유학자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근대 서구의 시간개념을 내면화한 일본의 영향이 이미 조선 사회에 퍼졌다는 것도 알 수 있(135)고 결론을 짓는다. 그리고 이젠 부지런 하라는 권면마다 일제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186, 191) 이쯤 되면 좀 무리다.

 

     게다가 저자는 첫 번째 문제는 아예 제대로 다루지도 않는다. 저자 자신도 언급하고 있듯이 서양 사상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기독교에서는 안식일이라는 날을 따로 정해둘 중도로 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42). 물론 성경에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금언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과도한 탐욕으로 인해 인간생활의 터전이 망가지고 삶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교훈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저자 자신도 이런 점들을 앞에 써두었으면서 동양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는지, 짐짓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그러나 불교는 기독교와 달리 지나친 게으름과 심한 노동을 함께 비난합니다라고 말하고 넘어가버린다(106).

 

 

     여기에 인도 현지에서 인도사를 전공했던 저자 자신의 이력 때문인지, 인도에 대한 서양의 비난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면서, 서양에 철학과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오류도 제법 보인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일은 부채를 면제해주고 노예를 해방시키는 날이 아니었고(아마도 50년 마다 돌아오는 희년과 혼동한 듯. 42), 성경에 나태하거나 게으른 사람을 염소에 비유하는 장면이 아예 없다(굳이 비슷한 부분은 마태복음 25장의 비유인데, 여기서 양과 염소의 나누는 기준은 게으름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다. 50). 그리고 프로테스탄트의 윤리가 강하지 않던 독일이라는 표현(55)도 좀 생각해 봐야 하는데, 독일이야말로 종교개혁의 발상지이자, 종교전쟁의 핵심지역이었고, 그 결과로 가장 일찍 개신교(루터파 교회)가 공인되었던 곳이니까.

 

 

     큰 맥락은 새겨들을만한 책이지만, 세부사항들을 기억해뒀다가 다른 데서 써먹으려고 했다가는,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을 법하다. 일에 대한 과도한 몰입이 가져오는 폐해들을 한 번쯤 조금 떨어져 관찰하게 만드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긴 하다. 다만 지나친 옥시덴탈리즘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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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2 - 존슨에서 오바마까지 PEACE by PEACE
올리버 스톤.피터 커즈닉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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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암살당한 케네디를 대신해 대통령이 된 존슨은 능수능란한 수완가이자 골수 반공주의자였다. 취임 직후 그는 제국주의 노선 대신 내치에 힘쓰겠다고 선언했으나 이 발표는 곧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그는 베트남에 계속해서 사람과 무기를 쏟아 부었고, 이 와중에 발생한 극렬한 반전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CIA를 동원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기까지 한다.

 

     사실 이 책에 실려 있는 대통령들은 모두 한결같이 기본적으로는 이런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 닉슨, 카터, 레이건,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 심지어 오바마까지, 출신 정당이 달라져도 미국 행정부는 사실상 군부와 보수우파의 이해관계와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채 휘둘렸다. 그 결과 미국은 19세기 이후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때로 고문과 강간까지도 자행하는 이름난 깡패국가로 전락했다.

 

     미 행정부의 이런 행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 국방예산의 끊임없는 증가이다. 이미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체제가 끝나면서 미국은 누구로부터도 군사적 위협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나 밥줄이 끊기게 된 군부는 끊임없이 다양한 가상의 위협들을 만들어 내며 사람들을 협박해 군비축소는커녕 엄청난 속도의 증가를 이뤄낸다. 여기에 외교에도 국무부보다 오히려 국방부의 입김이 더 강하게 영향을 끼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물론 각 대통령들마다 특징들은 있었다. 멍청하기로는 서로 1, 2위를 다툴 레이건과 아들 부시는 말 그대로 군부와 우파의 꼭두각시였는데, 이 심각할 정도로 무능한 대통령으로 인해, 획기적인 군축을 통해 전 세계에 평화이 분위기를 정착시킬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가 날아가 버리고 만다. (하필 고르바초프의 대화상대가 레이건이라니..)

 

     책의 마지막 장은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장이다. 대단한 변화를 공약하고 당선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지만, 불행히도 그 역시 제대로 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화당은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오바마 자신 역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보다는 재선을 위해 어정쩡한 스탠스를 잡고 있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던 것. 과연 이 나라에 희망은 있을까.

 

 

2. 감상평 。。。。。。。

 

     책을 읽어나갈수록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국방부는 누구도 쉽게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져버렸고,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대통령의 자리에 누가 앉든 상관없이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엄청난 이윤이 남는 전쟁장사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다가,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워싱턴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니 이건 거의 영구동력기관급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그냥 비웃고 넘어갈 수만도 없다. 어찌되었든 미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자, 수많은 압력을 행사하는 종주국이기도 하니까. (, 주권국가끼리 종주국이 어디 있느냐는 원론적인 반론은 하지 말자. 사실 뭐 돌아가는 걸 보면 누가 이걸 부정하겠는가.) 미국이 막 나가면 우리 역시 좋든 싫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게 사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의 파병이나 현 정부의 사드 배치 건도 다 이런 역학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분란들이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어지간히 예술적인 정치적, 외교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으로 치면 레이건과 부시가 연속해서 정권을 잡은 셈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담하다..(근데 더 우울한 건 다음 정권은 잘 해야 닉슨 급일 것 같은..)

 

 

     앞서 1권에 대한 평에서, ‘그나마 미국정도나 되니까 이런 대통령들을 거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감상을 남겼었는데, 2권을 보니 이제 그 자원마저 점점 줄어가는 게 확연히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나라지만, 외교라는 것이 힘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우선 명분이 사라졌다. 사실 이미 세계의 대부분 나라에서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들을 침략할 때마다 내세우는 대의명분이 거짓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물론 이건 미국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침략, 관타나모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미군기지 내 비밀 수용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적법하지 않은 구금과 고문 등을 보고서도 그들을 선한 수호자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 멍청하다는 말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나아가 더 이상 역내의 주변 국가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물로 여전히 미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엄청난 보복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힘을 합치면 메뚜기도 사자를 공격할 수 있는 법이다. 최근 쿠바의 미주기구 가입을 놓고 미국과 의견을 달리하는 남미 다수 국가의 정상들의 발언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얼마 전 미국과 쿠바 사이의 국교재수립도 이런 역내 국가들의 압력의 영향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런 식의 대응이 필요할 텐데, 역대 대통령들 대부분이 절대적인 대미의존적 정책을 펴왔기에 이제 와서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협조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가, 우리의 주변국이라고 할 만한 게, 미국에게 딸랑거리기 바쁜 일본과 고집불통인 북한, 그리고 너무 커서 손을 꽉 잡았다가는 미국에게 혼날 게 뻔한 중국 같은 나라들이니..

 

 

     칼은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손에 있을 때 유익한 법이다. 그런데 미국은 그 칼을 동네 양아치들의 손에 들려주었고, 양아치들은 그 칼을 사용해 기업형 조폭으로 성장하더니, 이제 스스로 자경단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 경찰노릇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꼴이다.

 

     이 모든 일이 선거와 투표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정말 투표제도는 옳은것일까. 투표권을 확대하는 것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걸까? 평등이라는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적인 권리로 봐야 하는 걸가.. 쓸데없는 물음이 많아지는 지점.

 

     한편, 현재 오바마의 후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힐러리라는 인물도 우려가 되긴 마찬가지. 책 속에 나온 발언들을 통해 보면, 잘 해야 미국의 박근혜 정도나 되지 않을까 싶은..(이건 지구적 재앙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다른 놈들이 된다고 해도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게 함정.

 

 

     현재 미국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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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 - 윌슨에서 케네디까지 PEACE by PEACE
올리버 스톤.피터 커즈닉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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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뭐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 한 때 미국을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나라로 여기던 시각이 있었다. 일명 세계의 경찰국가로 자처하던 시절이다.

 

     물론 실제 경찰들이 그러하듯, 국 역시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만 싸우는 건 아니었고, 도덕적이기 보다는 그냥 도적으로 보이던 시기 역시 결코 짧지 않다. 이 책의 두 저자들은 그런 미국의 자화자찬적 수사로 감춰진 실제 모습을 고발하기 위해 이 두꺼운 책을 썼다.

 

 

     우선 미국의 22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을 보자. 그는 그 유명한 민족자결주의원칙을 발표해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로 고생하고 있던 세계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 하지만 실제 그는 1907년 프린스턴대학교 총장으로 있던 시절, ‘닫혀 있는 나라들의 문을 때려 부수고, 정부의 각료들은 자국의 금융가들이 외국에서 따낸 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도 괜찮다고 발언했던 인물이다.(42-43)

 

     당연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가 주장했던 민족자결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승국들은 패전국들이 차지하고 있던 식민지를 빼앗아 자신들의 목구멍으로 삼켰다. 미국이 여기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윌슨은 독재자들을 뒤에서 지원했으며(이건 이후 수많은 미국 대통령들의 일관된 행보 중 하나다), 백인우월의식으로 가득해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흑백차별을 가하고 있었다.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참전과 활약으로 끝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준다. 실제로 전쟁 동안 나치 독일군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또 피해를 입었던 나라는 다름 아닌 소련이었다. 그러나 거드름 피우기 좋아하던 미국의 트루먼은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스탈린의 소련을 다루려고만 했고, 이는 결국 냉전을 촉발시켰다.

 

     전쟁 말기 일본에 떨어진 두 발의 원자폭탄은 당시 미국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극우파들의 본성을 잘 드러내 준 사건. 이미 일본은 항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소련을 견제하려고 했던 트루먼 정부는 보란 듯이 새로 개발된 원폭을 떨어뜨릴 구실을 찾고 있었다는 것. 이후에도 미국정부는 꾸준하게 소련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핵무기를 개발, 확충했고, 결국 세계를 파멸로 몰아 놓을 핵 군비경쟁의 문을 열어 놓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 시기 쿠바 사태는, 이렇게 시작된 핵 군비경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말년의 케네디는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의 암살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2. 감상평 。。。。。。。

 

     어느 나라든 자랑스러운 일들만 내세우기 마련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역사를 덧칠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볼 수 없고, 과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를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없으며, 미래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가까운 일본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범의 후손들이 정권을 잡고 앉아서 할아버지 대의 일들을 감추고 미화하기 바쁘니 주변국들과의 제대로 된 관계개선이 될 수 없고, 결국 이건 국민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키워진 아이는 결국 바보가 될 뿐.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왜 USA미국(美國)’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이 말이 아메리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음독한 것(아마도 아리카의 로 옮긴 듯?)이란 것까진 그럴 만하다 싶다.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한자 중에 아름다울 를 사용했을까? 알아보니 일본에선 쌀 미()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원래 이를 사용했었는데, 해방 후 이승만의 반공정책이 시작되면서 미국을 절대선으로 묘사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그 결과 이렇게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건 참 난감한 경우다.

 

 

    USA美國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굉장히 불온한 서적으로 보일 것 같다. 그 정의롭고 아름다운 나라가 독재자를 뒤로 후원하고, 정당한 선거로 선출된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군비경쟁을 촉발 시키는 장본인이라니.. 더구나 2차 대전을 끝낸 것도 미국이 아닌 소련의 힘이었고, 그 사이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부분에 이르면 강한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매우 설득력 있는 증언과 증거에 기반해, 지난 100년 미국이 저질러온 범죄들과 비열한 행태들,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등을 고발한다. 그냥 아니라고 부정하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 행정부의 비열함은 수많은 외국 국민들을 고통과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미국 국민들의 심성에까지 미쳤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어느 순간 미국인들은 더 이상 미국군이 외국에서 벌이는 잔혹한 행위들에 분노하거나 충격을 받지 않게 되어버렸고, 이는 2차 대전 말기 실시되었던 여론 조사의 결과에서 뚜렷하게 증명된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일본이 좀 더 늦게 항복하기를 바랐는데, 그 이유는 원자폭탄을 더 많이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 광란의 질주에서 몇몇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정치인들도 있었다. 1차 대전 중 독일군에게까지 잠수함과 비행기를 팔아대며 증오의 열매를 즐겼던 군수산업계에게 중과세를 통해 제제를 가하려 했던 몇몇 상원의원들과 정치인생 동안 일관되게 세계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했던 헨리 월리스 같은 인물들이 그 예. 하지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그렇듯, 그런 선구적 인물들은 대개 인정받지 못하거나, 모함을 받거나, 숙청되고 만다.

 

 

     가만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우리의 정치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니까. 미국처럼 국력이 강하지 못하니 세계의 깡패가 될 수는 없었지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직 돈을 위해 일하는 정치꾼들이 판치는 모습은 그 아름다운 나라를 꼭 닮아 있다. 미국이야 무식하고 허영심 많은 대통령이 앉아 있어도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처럼 빈약한 자원의 나라는 이젠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찬찬히 읽어나가면 재미있는 책. 아직 두툼한 두께의 2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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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시작 - 노무현에 관한 첫 구술기록집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생각의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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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업을 시작하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게 된 시기, 그와 함께 했거나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목차를 따라 크게 세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연대순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활동하던 초기, 부림사건으로 민주화운동에 눈을 뜬 시기, 그리고 노동전문변호사로 탄압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러 나섰던 시기가 그 대상이다. 구체적인 연대로는 1978년부터 1987년까지의 기록.

 

     각각의 시기마다 서너 명의 증언들을 실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특별한 과장 없이 최대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2. 감상평 。。。。。。。

 

    ‘노무현재단 첫 구술기록집이라는 부제와 ‘1978년부터 1987년까지라는,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에 대한 한정구는 이 책이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한 권이자 첫 번째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책 제목(노무현의 시작’)부터 이런 점을 보여주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이 책은 크게 세 시기를 다루고, 각각의 시기마다 서너 명의 증언들을 담고 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대한 증언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편집상의 실수나 기획의 문제라고 보는 건 한편만 본 견해다.

 

     사실 엄밀히 말해 동일한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사건이라고 해도 지켜보는 위치와 상황, 입장에 따라서 미세한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고, 목격자들은 종종 그런 기억들이 실마리가 되어서 사건에 대한 전혀 다른 양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억의 실수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비슷한 서로 다른 자리에 있던 증인들의 기록을 모으는 것은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또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일종의 사료편찬을 위한 작업으로 나온 책인지라, 다루는 시기를 늘려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땠느냐는 비판 역시 적절치 않다. 그런 작업은 추후 시리즈로 나올 책들을 통해 보면 될 일이다.

 

 

     단순히 대통령 노무현만 아는 독자에게, 그의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노무현은 그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튀어나와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런 시기에 용공조작, 노동탄압과 같이 자신에게 별 이익이 되지도 않을,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는 사건들에 발 벗고 나서서 약자들과 함께 하려고 애썼던 인물이었다. 수십 년을 인권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일관된 행보를 보여 왔던 그의 행적을 알지 못하면, 그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매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는 이념을 파먹고 사는 운동가가 아니었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듯, 그는 어찌되었든 일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용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던 인물이다. 그런 상식적인 사람이 보기에 워낙에 말이 안 되는 짓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니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는 공감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이런 사람이 나왔으면, 마땅히 그 후에는 좀 더 나은 인물들이 바통을 이어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독재정권의 시녀로, 혹은 검은 돈의 대가로 비호를 받으며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이즈음을 보면, 과연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변호사가 애써 싸웠던 상황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까지 하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우리에겐 여전히 노무현 같은 인물들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정파로서의 친노니 하는 것엔 별 관심이 없다. 꼭 어떤 계파에 속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가진 것을 털어서 약자들을 위로하고 작은 승리라도 손에 쥐어줄 수 있는 그런 능력 있는 사람, 그게 아니라면 그냥 화 낼 힘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신해 소리라도 쳐 줄 수 있는 사람이인 거니까. 현실 정치가 이 소박한 기대를 배신하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계속해서 노무현을 추억할 것 같다.

 

 

     일찍부터 권위주의 따위는 키우지 않았던 노무현 변호사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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