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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 또 다른 교육 더 나은 세상 ㅣ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번역 총서 2
마이클 애플 지음, 강희룡 외 옮김 / 살림터 / 2014년 10월
평점 :
1. 요약
。。。。。。。
책은 ‘교육의
성격’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공)교육이란
단지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를 반복, 확산, 공고화
하는 도구로서 기능만 하는가, 아니면
실제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는가? 물론
이 책의 대답은 후자 쪽이다.
저자는 세 개의 장(2~4장)에
걸쳐서 앞선 시대(이지만
일부는 저자와 동시대 인물이다. 지금
기준으로 앞선 시대라는 것)의
교육이론가들의 사상을 돌이켜 보며, 교육이
가지는 사회 변혁적 기능의 가능성과 그 실재를 살핀다. 5장에서는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라는 도시에서 실제로 추진되었던 시민 참여적 교육행정이 어떻게 그 도시의 문화를 바꾸었는지에 관한 사례 연구가 실려
있다.
6장에서
저자는 교육을 통한 사회변혁이 반드시 진보적 진영에서만 연구, 실천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여기에
실려 있는 것은 월마트를 중심으로 한 보수 우파의 교육적 시도인데, 이
책의 내용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
7장에서
저자는 한국을 방문했던 자신의 경험(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했던 사건 얼마 후였다)을
통해, 이
책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의 실제 적용에 관해 잠시 언급한다. 마지막
장은 이제까지 다루었던 내용의 총 정리 쯤.
2. 감상평
。。。。。。。
역자 해제를 보면, 이
책은 저자인 마이클 애플이 자신의 학문적/활동가적
여정을 결산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활발하게 활동했던 학자의 여정을 정리하는 것이 어디 간단한 일이겠는가. 덕분에
이 책에는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학문적 연구와 경험과 사례에 대한 연구가 복잡하게 실려 있고, 이런
점은 나 같은 문외한들이 책을 읽는데 꽤나 애를 먹게 만드는 부분이다.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 정도로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
여기에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한 가지의 장애물은 번역이다. 총
네 명이 나눠서 한 번역인데, 번역자들
사이의 수준차가 심하다. 이건
도무지 알아먹기 힘들 정도로 긴 복문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 챕터가 있는가 하면, 단문
위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들도 있다. 예를
들어 37페이지에
나온 다음 문장을 보자.
“이
논점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서로 지지하기 위해 다양한 진보적인 집단들의 변혁적인 목적을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더 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인가로 표현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쯤
되면 내용의 문제 이전에 번역의 문제가 심각하다. 전형적인
번역투의 문장이라, 분명
한글문장을 읽고 있는데 영어 단어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초벌
번역이라면 모를까, 이쯤
되면 좀 너무하지 않나?
또 ‘여정의
정리’라는
이 책의 콘셉트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 같은 다양한 내용들을 다 함께 담으려는 시도로 나타나는데, (전부가
그런 것은 아지만) 가끔은
그저 책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만 하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저자가 프레이리를 직접 만나 대화했던 부분을 소개하는 2장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사실 교육이 가지고 있는 사회 변혁적 기능에 관한 강조는 이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지당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책
속에도 실려 있듯, 전두환의
반란정부가 대학생들을 탄압했던 역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전교조를 불법화하고 막으려고 하는 이유도, 소위
‘좌편향
교육’ 운운하며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고, 특정한
경제 사조를 절대적인 교리로 가르치려고 하는 이유도 다 같은 데 있다.
저자의 주장을 교육의 정치화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처럼 교육은 더 이상 안전한 영역도 아니고, 무엇보다
가치중립적인 성소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세력의 가치를 체계화해 가르치는 영역이고, 그렇다면
이왕이면 좋은 가치를 가르치는 영역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것을 성공이라고 가르치는 세력, 탐욕에
근거해 돌아가는 경제를 우수한 것으로 떠받드는 세력, 강자의
이익을 위한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세력 대신,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가치를 중시하는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교육이라면 우리에게 분명 더 유익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시도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진보적
교육 운동”에
무비판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한국 교육상황은 암담하다. 전두환
정권 당시 한국을 방문한 저자가 했던 다음의 연설이, 지난주에
했던 것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니까.
“이
정부는 또한 한국 교육 시스템이 모든 수준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견고하게 통제되어서 여러분의 아이들이 지배자들이 원하는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합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 하지만
나처럼 교양수준의 지식을 위해서라면 다른 좀 더 분명한 내용의 책이 더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