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판관 1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유정희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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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정의에 우선되는 날, 이 땅에는 불행이 횡행할 겁니다.



 

     한 편의 추리소설과 같았다. 작가의 더 유명한 작품인 람세스에서 보여주었던 이집트라는 소재여서 친근하기도 했다.(사실 이 작품이 람세스보다는 먼저 나왔다고 한다) 지방의 소판관이었던 파재르. 스승의 천거로 그는 중앙인 멤피스의 판관으로 임명되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던 한 병사의 전출이라는 사건을 파헤친 결과 쿠데타라는 음모를 밝혀낸다. 그 와중에서 파재르는 이집트의 총리자리까지 이른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네페레라는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저신의 일에 충실한 여인과의 로멘스는 책의 초반부를 흥미롭게 만들었고, 정의수호가 우선인 파재르와는 정 반대 성격인 수티라는 친구를 설정해 놓은 것도 책이 자칫 평범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최후의 진범이 의외의 인물인 것도 전형적인 추리소설적 기법이다.

     파재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무의식적으로 나와 비교해보는 경우가 많았다. 정의수호. 책이야 결국 파재르의 승리로 끝나지만, 실제 세상에서 과연 이정도의 무모할 정도로 정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집트라는 나라의 문화와 정신적 가치에 대해 접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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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여왕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자작나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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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리 스튜어트는 왕관 없는 여왕보다는

차라리 왕관을 쓴 포로가 되기를 선택하였다.

 

     영국의 위대한 여왕 엘리자베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이자, 잉글랜드의 바로 옆 나라인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던 메리 스튜어트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해도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배경을 연구하고 쓴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성격이 강하다.

     역사상 그리 많지 않은 여왕이 다스리던 나라가 같은 시기에, 그것도 매우 인접해서 존재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승자만의 역사’라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엘리자베스의 승리와 영광은 널리 드러나 있지만, 메리 스튜어트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조차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메리 스튜어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가난한 나라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메리 스튜어트. 그녀는 나면서부터 여왕이었지만, 일생동안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그녀의 지위가 그녀의 삶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의 의지적인 결심보다는 주변의 환경이 그녀를 이끌어갔다. 엘리자베스보다 어쩌면 더 왕위 계승권에 근접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그녀의 지위였지만, 그러한 지위는 엘리자베스의 경계를 받도록 만들었고, 결국 그리 아름답지 못한 종말을 맞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메리 스튜어트라는 인물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는 단순한 악녀가 아니었다. 외부의 정치적 투쟁에 희생된 한 여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물론 그녀가 개인적으로 저질렀던 실책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또, 당시의 스코틀랜드의 국내외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썩 잘 쓰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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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문 - 전2권 세트
스티븐 프레스필드 지음, 이은희 옮김 / 들녘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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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공포를 정복한다.

스파르타인들도 더 큰 공포를 죽음에 대한 공포 맞은편에 두지.

더 큰 공포란 불명예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집단에서 쫓겨나는 것을 말하지.”

 

     제목만 보면 무슨 환타지 소설로 보이지만, 이 책은 제 2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유명한 2대 전투 중 하나인 테르모퓔레 전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학부 때 들었던 강의 중에서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발표를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소설의 배경, 인명, 지명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았다.

     소설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쓰여 졌다. 스파르타의 정치, 사회제도, 국가관 등을 소개하는데 좋은 책으로 생각된다. 레오니다스를 중심으로 한 300용사가 테르모필레에서 악전고투 끝에, 장렬하게 전사하는 부분은 이 책의 클라이맥스라고 볼 수 있다. 저자의 서술도 매끄러웠다.

     하지만 고증면에 있어서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엿보인다. 스파르타는 흔히 무(武)만 숭상하던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문(文)에 있어서도 상당한 정도의 식견을 갖추도록 교육을 받았다. 또 테르모필레의 300용사는, 소설에서처럼 전쟁을 앞두고 투표의 형식으로 소집된 병사들이 아니라, 왕의 친위대 격으로 존재했던 집단이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라고 알고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인물들의 멋진 대사를 통해 스파르타의 정신세계를 한 마디로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 군데군데 존재하는데,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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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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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신의 노래를 그대로 번역한 호메로스가 아니라

베르길리우스의 입장, 즉 스스로 미토스를 창조하면서도

뮤즈의 여신에 의지해 노래한 위대한 시인을 모범으로 삼는다.

 

 


1. 줄거리 。。。。。。。

 

     단테가 쓴 ‘신곡’에 빠져 수 십 년 동안 독자적인 연구를 해 온 한 일본인 교수가 쓴 강의록이다.(정확히는 그가 한 강의를 녹화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서론 격에 해당하는 세 개의 강의에서, 저자는 단테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개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그리스도교 -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단테는 호메로스의 전통, 즉 신들만이 알려줄 수 있는 장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베르길리우스적인 면모, 즉 그 이야기를 ‘내가’ 말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함께 가지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도교적인 세계관이 더해지면서 ‘신곡’이라는 걸작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열 두 개의 강의는 ‘신곡’의 구조를 따라 각각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설명하는 데 네 시간씩 할애되어 있다. 저자는 각각의 이야기 중 특별히 인상 깊은 부분들을 뽑아 주석을 달고, 그 내용의 현대적 적용을 하는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2. 감상평 。。。。。。。

 

     어떤 한 문학작품에 빠져 평생을 두고 읽으며 연구를 하는 일은 참 멋진 삶의 방식이다. 더구나 그 작품이 ‘신곡’ 같은 고전이라면 삶의 품격까지 높여주지 않는가.

 

     저자가 신곡을 읽어 나가는 방식은 독특하다. 저자는 본문을 읽어 나가다가 특별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명구들을 발견하면 우선 이탈리아어로 본문을 읽어본다. 이어 일본어 번역들을 몇 가지 살핀 후, 자신이 생각하는 본문의 의미를 덧붙인다. 여기에 그 내용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가능성과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까지 함께 실리는데, 마치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한 편의 설교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아마도 저자의 종교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보면 고전의 현대적 부활을 위한 재미있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지적할 만한 사항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지나치게 주관적 기준으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들만을 위주로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지옥과 연옥의 의미를 희망의 유무로 단정 지어 몇 페이지에 걸쳐 강조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단지 ‘문학작품’일 뿐인 신곡을 종교적 경전의 수준으로까지 높이는 듯(이것도 저자의 종교적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한데, 결과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독학으로 공부한 사람은 자유로운 면이 있다. 작게는 책을 읽는 순서에서부터, 학문적인 추측이나 추론, 나아가 결론에까지 자유스러운 데가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고, 매력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가 그 예인데, 이 책은 단테를 가지고 시오노 여사와 유사한 작업을 해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야기’로서 글을 풀어내는 면은 좀 부족해 보이지만 말이다.(재미는 좀 덜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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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로빈 쿡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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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를 잃을 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리오나가 말했다.

“때로는 살아남은 사람을 다루는 게 더 힘들지.”

 

 

1. 줄거리 。。。。。。。

 

     주인공 크레이그는 얼마 전부터 ‘전담진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소수의 환자에게 미리 돈을 받고, 환자가 필요한 시간에 환자가 필요한 장소에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전담진료’의 핵심. 대신 일반적인 진료보다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 크레이그에게는 소위 ‘문제 환자’들이 있다. ‘건강염려증’이라는 병 아닌 병을 앓고 있는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의사를 불러내지만, 막상 가보면 별 일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 그래도 의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크레이그는 새벽이든, 한 밤중이든 달려나간다.

     어느 날 밤, ‘문제 환자’ 중 한 사람이었던 페이션스 스탠호프라는 한 여 환자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죽게 되면서 일은 시작된다. 얼마 후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의료과실 혐의로 고소를 당하게 된 것이다.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진 크레이그에게 고소는 그 자체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여기에 그의 복잡한 가정문제가 더해지면서 사태는 점점 꼬여가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좋게 말하자면 현대의 기계화되고 비인간적인 의료산업을 탈피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있는 진료를 할 수 있게 하는 ‘전담진료’.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좀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해 준다는 또 하나의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소설에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의료정의’의 문제와, 지나치게 많은 환자들로 인해 환자를 대충 진료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의료의 질’ 문제가 함께 제기되며 독자의 생각을 자극한다. 꽤나 수준 있는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독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크레이그의 처남이자 법의관인 잭과 함께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게 되는데, 로빈 쿡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이러한 설정은 극에 스릴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독자는 숨 가쁘게 사건을 추적해 가느라 지루함도 잊은 채 달려가게 된다. 탁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인물들의 성격도 선명하고, 특히 잭의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음모론 추리는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게다가 소설 막판에 등장하는 엄청난 반전!!! 로빈 쿡 의학 스릴러는 이런 맛으로 읽는다고 할 수 있다. 들고 다니면 심심하지 않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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