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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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오지 여행가로, 또 재난현장마다 달려가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는 구호활동가로 잘 알려진 한비야씨가 쓴 에세이집이다. 에세이답게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신념, 신앙, 그리고 바람을 쉬운 어체로 풀어놓는다. 

 

 

 

2. 감상평 。。。。。。。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몇 차례 보았던 한비야씨와 그녀의 이야기였지만 책은 처음 읽어본다. 방송을 통해 보았던 것처럼 소탈하면서 꾸밈없는 성격과 그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글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야 이렇게 쓰려면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책을 어지간히 읽지 않는 사람에게 권해줘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삶은 참 매력적이다. ‘너의 일’과 ‘나의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며 사는 것을 지혜로운 삶으로 여기는 세상에서는 그녀의 삶을 오지랖이 넓은 것으로 평가절하할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바보같이 사는 게 누구일까. 누가 더 사람답게 사는 걸까. 가정을 잘 꾸리고 가족의 삶을 현명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딱 거기에서 그치고 말 때이다. 더 큰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큰 세상 속에서 자기의 역할을 해낸다면 일평생을 산속 작은 마을에서 농사만 짓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도 충분히 세계시민으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수십, 수백 번을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다녔다고 하더라도,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이 잘난 줄 알고 그 모든 것들로부터 뺏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살아간 사람이라면 그는 좁디좁은 사람일 뿐이다. 작지만 큰 차이다.

 

     세계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꼭 한비야씨처럼 재난지역마다 찾아다니며 구호활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1, 20대의 젊은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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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가면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1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최상안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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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멜처라는 이름의 독일 마인츠 출신의 거울세공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인쇄술을 이용한 음모가 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제자인 겐스플라이슈의 함정에 빠져 많은 재산을 다 잃고 딸 에디타와 함께 콘스탄티노플로 이주한 그는, 그곳에서 중국인들의 점토활자기술을 접하고는 자신의 기술과 접목, 금속활자기술을 개발해낸다. 당시 극심한 정치싸움을 벌이면서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던 로마 교황청 내 인사들을 그에게 10만 장의 면죄부를 인쇄하도록 해 손쉽게 돈벌이를 하려고 한다.

 

    여기에 오해로 인해 헤어진 딸과 사랑하는 여인 시모네타, 베네치아, 로마 교황 자리를 둔 정쟁들, 나아가 비밀종교집단의 욕심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하게 얽혀간다. 

 

 

 

2. 감상평 。。。。。。。                   

 

 

     문서 하나를 작성하려면 모두 일일이 손으로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 인쇄술이라는 기술은 ‘악마의 힘을 빌어 일으키는 요술’과도 같았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그 새로운 기술로 더 많은 돈을 손쉽게 버는 방법을 궁리해냈고, 그렇게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사용되기 보다는 그저 소수의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데 더 먼저 사용된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 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일 년에 책 한두 권도 읽지 않는 게 이 나라에서, 오늘날 인쇄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슨 유익을 얻고 있는가? 그에 반해 정치인들과 법률가들, 소수의 부유한 이들이 자기들의 이익에 맞춰 멋대로 써내려간 법률 몇 줄에 국가의 부는 그들의 금고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니 뭐 딱히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다.

 

     과학과 기술개발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딱한 소리겠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장치들이 고안된다고 하더라도 인간들만 살아가는 세상은 딱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생활수준의 전반적인 향상 운운할 지도 모르지만, 해 뜨면 일어나서 밭에 나가 일하다가 해가 지면 들어와 자는 그 옛날의 생활방식과 해 뜨기 전부터 나가 일하기 시작해 해가 진 후에도 남아 일하는, 그것도 양부모 모두 그렇게 일을 하러 나가느라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자체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생활방식이 딱히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2년 전쯤 이 책을 읽으려고 폈다가 중간쯤에서 덮고 다른 책들을 봤었는데, 이제 다시 집중해 읽고 보니 왜 그 때 중간에 책을 덮었었는지를 알 것 같다. 주인공의 성격은 너무나 우유부단해 딱히 매력을 찾기 어려우며,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은 지나치게 평면적인 성격이라 자신의 판단에 일체의 고민조차 하지 않으니 쉽게 감정이입이 되기 어렵다. 중세 서양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콘스탄티노플과 베네치아를 주요 무대로 한 이야기 전개 자체에 약간의 흥미를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책 제목인 ‘구텐베르크의 가면’은 딱히 내용과 연관이 없다. 물론 ‘구텐베르크’라는 인명을 ‘인쇄술’을 가리키는 수사적 표현으로 읽는다면, 인쇄술이 가지는 양면적 속성에 관한 부정적 의식(흔히 ‘가면’은 무엇인가 감추려는 것을 의미하니까)을 반영한 괜찮은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책에는 구텐베르크가 등장해버리지 않는가.(주인공 멜처를 곤경에 빠뜨리는 제자 겐스플라이슈가 후에 구텐베르크로 알려진다는 내용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인쇄술의 두 얼굴’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면 좀 촌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책이 구텐베르크라는 인물과 ‘그의 인쇄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데도 그런 뉘앙스를 준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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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벽 1 - 거대한 슬픔
이시카와 다쓰조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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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일본의 S현에서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오자키 후미코는 어느 날 권고퇴직 요구를 받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 정부는(책의 배경은 1950년대) 곧 극심한 재정적 압박을 받게 되어 세금을 더 걷든지 지출을 줄이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자민당 정부는 표를 의식해 세금을 더 걷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교육예산을 줄임으로써 문제를 피해가려는 꼼수를 쓰게 된다. 오자키 선생이 퇴직 권고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방침에 그녀는 교원노조의 도움을 받아 권고를 거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의 존재 이유와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전후 미국 군정이 실시한 신교육은 이전의 봉건적 체제를 유지, 강화시키기 위한 일본 전통 교육과는 달리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고, 민주주의와 평등에 대해 가르치려 했지만, 이는 보수적 지지세력 위에 서 있는 자민당 정권에 위기감을 주었다. 때문에 정권은 그런 민주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교조(일본교원노동조합)과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늘어나는 데도 교사들의 수를 줄이고, 정기적인 승급도, 승진도, 호봉의 인상도 거부한 것. 결국 교육현장의 파행을 막기 위해 일교조와 오자키 선생은 승산이 적은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단지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투쟁 이야기만 실려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오자키는 교사였고, 쉰 명이 넘는 아이들을 담임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녀의 투쟁은 조합과 함께 하는 대외적인 싸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한 교실 안에서의 투쟁도 있었다. 작가는 그녀가 하고 있는 이 복잡하고 어려운 두 가지 투쟁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참 교육을 막는 벽이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2. 감상평 。。。。。。。                

 

     그저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오자키를 막아선 것은 무엇이었을까? 당장 눈앞의 어려움은 예산의 부족이었고, 이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패전국이 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이겼다면 제대로 된 교육은 더더욱 요원해졌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다른 민족들의 피와 땀을 짜내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분별없는 군국주의자들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도에 대해 어떤 비판도 없이 무조건적인 충성을 다한 일본국민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전쟁이 끝났지만 이 두 가지 근원적인 문제 요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군국주의자들은 자민당이라는 이름으로 옷만 바꿔 입은 채 여전히 일본 정권을 틀어쥐고 있었고, (시민이 아닌) 신민 교육을 받아 천황에게 충성하던 이들은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다른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그런 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들을 향해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참 교육을 막는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인간이라는 이름의 벽’이었다.

 

     결국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은, 반항하지 않는 국민, 비판력을 상실한 서민들이다. 비판력을 상실한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있는 양떼처럼 손쉽게 이리저리 원하는 대로 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개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마련이지만, 문제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어려워지면 그냥 이전에 하던 대로 하는 데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쉽게 보수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때문에 그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교육을 경계한다. 책 속에 이런 사정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미군이 점령 기간 동안 차례로 실시한 일본 사회의 민주화 방책을 자민당 정부는 아주 증오했다. 그래서 조금씩, 착실하게 일본 사회를 전쟁 전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벽이 나타났다. 그 벽은 초등학생 1천227만 명과 중학생 588만 명이었다. 이 어린 학생들이 날마다 교실에 앉아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 자민당의 보수주의자들은 그 같은 현실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보수당 정부는 곧바로 일교조에 전쟁을 선포한다. 이 싸움은 운명이었다.

 

 

     195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 서글프다. 벌써부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직선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고, 국가권력은 온갖 꼬투리를 잡아 교조를 탄압하기에 바쁘고, 이 나라의 정치공작에서 빠질 수 없는 빨갱이 타령은 진작 등장했다. 일본의 자민당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 땅의 보수정당은 영구집권을 꿈꾸며 일본에서 60년 전에 써먹었던 방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한 집단의 진로와 그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관한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할 때, 교육문제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정치인들이 정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어디 교육문제 뿐인가. 오늘 시장에 나가 반찬거리고 사 온 배추 한 통도 사실 정책적 지원에 따라 생산량이 정해지고 가격이 형성된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교육도 교실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정치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에게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억압이라고 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도 보수적 정치 참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진보적 정치세력에 참여하는 것은 눈에 불을 켜고 막으려고 하는 행패는 뭐라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없는데도 용케 허용하는 걸 보면 답답할 뿐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좋은 작가다. 최근 들어 여러 권으로 구성된 책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은데, 세 권을 합쳐서 1,3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여느 책과는 달리 전혀 지루한 감이 없이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좋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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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전4권 세트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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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천재 음악가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전설적인 인물인 모차르트는 그 엄청난 영감어린 작품들과 함께 서른다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함으로써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온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들을 각 시기별로 작곡한(작가가 배열한 것으로 보이는) 음악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재구성해보려고 시도한 팩션이다.

 

     작가인 크리스티앙 자크는 여기에 ‘프리메이슨’이라는 소재를 더한다.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의 열렬한 단원이었고, 사실 그가 작곡한 오페라는 이 프리메이슨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널리 퍼뜨리기 위한 도구였다는 것이다. 그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서도 생각만큼 큰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일반적인 것처럼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작곡활동이 개인적 성공보다는 프리메이슨을 위한 헌신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전제왕정이 일반적인 시대 이런 자유주의적 가치들은 당연히 국가권력자들로부터 견제와 의심을 받았고, 결국 그가 일찍 죽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2. 감상평 。。。。。。。               

 

     수년 간 책을 읽으면서 이 책만큼 결말이 기다려졌던 책도 드물었던 것 같다. 스토리가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결말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지루한 스토리라 뻔히 예상되는 그 결말에 언제쯤이면 이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2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거의 순전히 뭔가 하나를 끝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작가가 일찍부터 이집트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람세스』를 비롯한 몇몇 작품들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쓴 모든 작품에 그 소재를 중요한 열쇠로 등장시키려는 의도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나친 고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모차르트를 도와주는 인물인 타모스는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끊임없이 연금술로 금을 만들어 충당하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는데, 이는 처음부터 모차르트를 프리메이슨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나타난 어쩔 수 없는 무리수였다. 경제적, 사회적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니, 그런 현실감각이 부족한 주인공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 결과가 연금술이었다는 것.

 

     책 전체에 걸쳐서 지긋지긋하게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의 성격 자체가 무엇보다 불분명하다. 여전히 과장된 기사도적 허장성세가 남아 있던 근대 초기 귀족과 부유한 중상층들에게 있어서 프리메이슨은 ‘고대의 비의’니, ‘신비한 입문의식’이니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사교클럽에 불과하지 않았겠는가. 사실 책 속에서도 그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등장하지도 않은 채,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가치들만 주워섬기는 모습으로 제시될 뿐이다. 이래서는 독자의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책 어디에도 프리메이슨적 가치의 매력에 대해서 작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길을 잃어버린 걸까. 그 결과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던 것으로 설정되는 모차르트의 인생이나 그의 작업도 매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책 속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여러 음악들을 찾아서 듣게 된 건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책 자체는 영 수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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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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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 위치한 부패한 국가인 벨리즈는 인구 25만의 작은 나라이다.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에 온갖 종류의 부정과 협잡이 통하는 이 나라에서 어느 날 작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만들어진다. 이런 종류의 토목공사라는 게 늘 그렇듯 이 과정에는 은밀한 이권 거래가 벌어지는 것이 뻔히 보였는데, 문제는 그런 일상적인 부패만이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발생될 엄청난 환경재앙도 뒤따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벨리즈에 귀화해서 버려진 동물들을 모아 동물원을 경영하고 있는 샤론은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고, 곧 사방에서 그녀를 향한 음모와 보복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이 꽉 막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부패한 정부 관리들은 다국적 기업과 손을 잡고 자국의 이권을 팔아넘기고, 이 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미심쩍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적으로도, 또 국가 재정상에도 재앙을 일으킬 것이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쌓아올린 공기업을 헐값에 개인에게 팔아넘기는 민영화는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루어지고 있는데, 더 답이 안 나오는 것은 상황이 이런대도 국민들은 자기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작은 이권에 혹해서 도리어 지지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간지에서 찾아낸 기사들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벨리즈’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썩 다행스럽지 못한 것은 이런 일들이 벨리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도 매 시간 이루어지고 있는 4대강 삽질이 그렇고, 도대체 도시 전체를 새롭게 바꾸자는 것인지 몇 개인지도 알 수 없는 뉴타운 사업들이 그렇다. 근본적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하고, 자연을 나에게 맞추려는 인간중심적 발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세계 어디라도 일어날 수 있다.

 

 

     작가는 이 무거운 주제를 한편의 소설로 잘 엮어 낸다. 아마도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실감이 났던 이 소설은, 환경운동은 자신과 딱히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이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샤론의 투쟁은 힘들고 무모해보였다. 이는 환경운동이라는 게 대부분 강한 정부권력과 돈을 지배하는 기업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석훈 선생이 쓴 책을 읽다가(그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생태 경제학자로서 상황이 어렵더라도 계속 명랑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이 무모한 싸움을 계속 해 나가려면 그렇게라도 자기암시를 계속하지 않으면 버텨내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자꾸 이 나라의 현실이 오버랩 되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나라에서 벌어진 투쟁이 승리해 대리만족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단숨에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확실히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책 표지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새가 참 예쁘다. 이런 새들을 없애버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의 탐욕스러움이란.. 과연 이 탐욕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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