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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ㅣ 네버랜드 클래식 45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경미 옮김, 조디 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캐나다의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작은 마을 에이번리. 큰길에서 좀 떨어진 곳에 나무들에 둘러싸인 초록지붕 집에는 매슈와 마릴라 남매가 살고 있었다. 둘 모두 나이도 들고 더 이상 힘든 일을 홀로 할 수 없었던 그들은 고아원에서 자신들의 일을 도와줄 사내아이를 입양하기로 하지만, 막상 약속된 날짜에 역 앞에서 만난 건 작고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이인 소녀 앤 셜리였다. 기대감에 넘치는 아이를 차마 고아원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던 남매는 결국 앤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이 수다스럽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모든 사물과 사건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밝은 아이는 실수를 연발해 마릴라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 놀라게 만들기도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하루도 지루할 틈 없이 보낸다.
2. 감상평 。。。。。。。
이 멋진 작품을 왜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싶다. 기억 속 아주 어린 시절에 텔레비전 만화영화로도 방송이 되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 때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오히려 이 책을 보고 난 뒤에야 ‘한 번 찾아볼까’ 싶은 생각이 드는) 20세기 초반 캐나다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녀가 일으키는 작은 소동들의 이야기가 왜 그렇게 재미가 있었을까.
우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어린 나이에 양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원에서 수개월을 자란 주인공 앤 셜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쾌활하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를 쓴다. 아니, 단순히 ‘긍정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사물들을 경탄어린 눈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실수를 하면서도 자기비하나 자기연민에 빠져 들어갈 틈이 없는데, 그러기엔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너무나 멋지기 때문이다. 그토록 빨리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앤에겐 고개를 숙이고 있을 틈이 없었다.
물론 앤이 고아 출신이고, 때문에 그가 하는 생각과 말들에서 그런 배경이 언뜻 드러나는 부분들이 보일 땐 약간의 측은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곧 그녀의 도전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자신의 결핍과 한계를 아는 아이가 더 의연하게 말하고 행동할 때 드는 짠한 마음이랄까.
하지만 단순히 앤이 불쌍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우선 그 자신이 그렇게 느끼지 않고 있다) 작중 여성에게 투표권도 인정되지 않았을 당시, 시골 마을에서는 특히나 더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주체성을 잃지 않는다. 물론 자칫 이게 예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앤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으니.
작품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앤 또한 나이를 먹어간다. 오늘날로 치면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해 있을 만한 나이지만, 20세기 초에는 십대 중후반이면 한 사람 몫을 해 내야 했던 시절이다.(개인적으로는 정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도 든다.) 앤도 성장하고, 전 만큼 많은 말과 공상에 빠지지 않게 되는데, 마릴라가 그런 앤을 보고 아쉬움을 느끼는 장면에 아주 깊이 몰입해 버렸다. 물론 성숙해진 앤은 그 나름대로 멋있는 여성이 되겠지만, 워낙 그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한 귀여움이 기억 속에 깊이 남았으니..
단숨에 읽어버린 작품. 후속의 두 권도 얼른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