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의 생각 - 너 지금 무슨 생각해?
cho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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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사물들을 의인화해서 메시지를 전하는 재미있는 설정의 그림 에세이. 이를 테면 눕혀져서 물이 조금씩 새는 생수병을 그려놓고, ‘마음을 꽉 잠그지 않아서 잘 때 누우면 눈물이 줄줄 샌다는 메시지를 적어놓는 식이다.

 

     몇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랑을 고리로 하고 있다. 소위 썸을 타는 시기부터 사랑에 빠지고, 권태기를 거치다 이별하고, 그리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촌철살인급의 멘트가 덧붙여져 읽는 재미가 있다.

 

  

2. 감상평 。。。。。。。

 

     내 휴대폰 카카오톡에 음식에 작은 팔다리가 달려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모양의 이모티콘이 몇 개 있다. 이제 보니 이 책의 작가가 바로 그 원작자였던 것 같다. 한 페이지에 그림 하나씩만 여유 있게 배치되어 있는 구성인지라, 보는 동안 눈은 편하다

 

     ​하루 만에 부산까지 오고 가야 할 일정이 생겨서, 버스 안에서 볼 만한 책을 고르다 눈에 띄었다. 왕복 10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쉬엄쉬엄 봐도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역시 그림이지만, 함께 붙어 있는 글도 꽤나 매력적이다. 책의 주제가 사랑이다보니 꽤나 보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말 딱 그 시기에 느껴질 만한 이야기들이 줄줄 쏟아진다

 

     그런데 역시 에세이다보니 (아마도) 작가의 연애 성격이 확 드러난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늘 기다리는 쪽이고, 그러다 차이고 나서도 금방 잊지 못하는.. 천천히 움직이는 무빙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작가의 그 잔잔한 사랑여정에 가만히 올라서서 따라 가다보면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에 다다른다

 

 

     ​사실 뭐 이야기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워낙 독특해서 기억에 좀 남을 듯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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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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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요약 。。。。。。。

 

     천문학을 전공하고, 과학사로 학위를 받은 후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고전과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흥미로운 인물이 이 책의 작가인 장샤오위안이다. 이 책은 그가 쓴 평생에 걸친 책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문화대혁명이라는 험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님의 직업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 금서를 돌려보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평생에 걸친 책 사랑의 여정은 시작된다. 책의 첫 부분은 그렇게 작가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만난 책과 지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두 번째 부분은 본격적으로 기관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책장을 갖게 된 이후의 이야기. 이 과정에서 책과 관련된 다양한 관심사들,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수만 권의 장서를 갖고 있으면서, 각각의 책들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정말 애서가다운 모습이 매 페이지에 걸쳐 쏟아진다. 또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중국 사회의 연구문화와 관련된 비평들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책을 고리로 해 만나게 된 새로운 인연들에 관한 설명. 물론 이런 인연에 관한 내용은 앞선 부분에도 등장하긴 하지만, 뭐 여튼 여기에 소개되는 세 명의 인물은 작가가 좀 더 특별하게 여기고 설명하고자 했던 것일 게다.

 

  

2. 감상평 。。。。。。。

 

     집에 다녀오는 길에 전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간단히 읽을 만한 책을 새로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들렸다. 그런데 웬걸, 가볍게 읽을 책을 가볍게 고르려던 처음의 계획은 금방 실패해버렸고, 곧 신간코너에 꽂힌 책을 하나하나 살피다가, 문학코너로 넘어가 프랑스, 영미, 중국과 일본문학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데려갈 만한 책들을 한참 고르다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대학시절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런 도서관 탐험에 빠져버린 것이. 그렇게 한 시간 동안 고른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공교롭게도 책에 빠져 살았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 이런 우연의 일치가.. 

 

 

     사실 처음엔 좀 더 말랑말랑한 책인 줄 알았다. ‘고양이의 서재라지 않는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 고양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쓴 줄. 그런데 정작 책엔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작가 자신의 소원 중 하나가 고양이처럼 한가롭게 서재에서 뒹굴 거리는 것이라는 말에서 나온 제목인 듯하다.

 

     애초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왠지 피식피식 미소를 띠며 읽게 된다. 나도 저렇지 맞장구를 치게 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리뷰를 쓰고 있는 책상 바로 옆 책장에 꽂혀 있는 “C. S. 루이스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나도 약간 병이다 싶을 때가 있으니..

 

     물론 차이점도 있는데, 우리 집엔 작가에 비해 책이 훨씬 적다. 뭐 한 200여 권이 좀 넘을까? 일단 책을 보고 꼭 다시 봐야겠다 싶은 책들만 두고, 나머지는 주변에 선물하거나 팔거나, 버려버리니까. , 예외는 앞서의 루이스 컬렉션인데, 여기엔 C. S. 루이스를 다룬 책이 아니었다면 수준이 낮아서 감히(?) 꽂혀 있기 어려운 책도 남아 있다.

 

 

     읽고 쓰는 것으로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삶을 사는 작가가 부럽다. 그야말로 모든 애서가들의 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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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1-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200권 밖에 없어요?
제2의 피천득 선생이 여기 있었네.ㅎ
가끔 저한테도 버려 주세요.ㅋㅋ

노란가방 2018-01-17 15:59   좋아요 0 | URL
ㅋㅋ 저야 뭐 애초에 보는 책이 많지 않아서리..
스텔라님이 훨씬 많이 보시지 않습니까.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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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서른 두 살의 사토 시게노부는 건축회사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원래는 오사카가 집이지만 직장생활을 이유로 도쿄에 와 있는 상황. 딱히 대단한 비전이나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무난한 성격이고, 딱히 악착같이 뭔가를 얻어내려는 마음도 없다. 반복되는 출근길 지하철을 탈 때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도쿄의 지하철은 오사카보다 너무 볼품없다는 것.

 

     오사카의 출판회사에서 일하는 사토 나카코 역시 서른 두 살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안내서 같은 책자를 제작해주고, 개인적으로는 몇몇 잡지에 맛집 칼럼 같은 글들을 연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 사이의 문제와, 집요하게 괴롭히는 진상고객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타는 지하철 안에서 그녀는 매번 자신이 마치 이것저것 잔뜩 담아놓은 장바구니 속 물건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성도 같고, 태어난 날도 같은 두 남녀가 우연히 업무차 만나면서 뭔가 대단한 변화가 생기나 싶었지만, 책 제목을 잊으면 안 된다. “설레는 일, 그런 거 없다”.

 

 

2. 감상평 。。。。。。。

 

     직장생활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묘사가 몰입을 이끌어 낸다. 뭔가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직장에서나 매일 일어날 것 같은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지만 그게 또 나름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깊은 공감에서 나오는 끌림이랄까.

 

     초중반 까지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의 일상을 세심하게 묘사하면서, 철저하게 직장 이야기인 줄 알았던 소설은, 두 사람이 만나면서 변곡점이 생기나 싶다. 힘든 직장생활이지만 사랑의 힘으로 그걸 극복해 나간다는 익숙한 스토리로 접어드나 싶었던 것도 잠시, 한 시간 여 남짓 한 만남을 끝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고, 둘은 여전히 잔뜩 신경 쓰이는 일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이런, 영리한 작가다.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를 읽어 가면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잔잔한 일상을 그린 일본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작품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다만 뭔가 큰 깨달음이나, 깊은 감정적 요동까지는 바라지 말자. 일상이라는 건 그런 소설 같은 일들 없이 이어져가는 거니까.

 

     덧.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마도 제목에 끌리지 않았을까.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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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01-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가방님, 2017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노란가방 2018-01-02 10: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신나는 한 해 보내시길. ^^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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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대대로 필사가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포포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업으로 이어 오던 문구점을 이어받아 필사가의 일을 시작한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문구점에서 다시 대필을 시작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편지를 써 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에피소드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저마다 가지고 오는 사연이 다양하기에, 반복되는 구조 가운데서도 조금씩 변주가 있어, 마치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은 포포와 한 마을에 사는 주변 인물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바로 이웃집에 사는 바바라 부인, 학교 선생님인 빵티’(빵을 잘 굽는 티쳐), 조금은 거들먹거리지만 진중한 맛이 있는 남작등이 자주 등장한다. 대개 이들은 주인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20대 후반으로 혼자 살고 있는 포포의 일상에 빈틈을 채워준다.

     작가는 가마쿠라라는 유서 깊은 도시의 여름에서부터 이듬해 봄까지 한 해 동안 포포의 뒤를 따라다니며, 인근에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유적지들과 상점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일종의 지역 안내서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역자 후기에 따르면, 실제로 이 책을 보고 가마쿠라 명소 순례에 나서는 사람도 제법 있다고 한다.)

 

 

2. 감상평 。。。。。。。

     무슨 엄청나게 시끄럽거나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관광으로 유지되는 평범한 마을에서 남들이 편지를 대신 써준다. 편지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성격은 다양하지만, 굳이 편지라는 격식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답게 어느 정도 기본은 지킬 줄 아는 인물들이다. (실제 한적한 문방구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어디 그렇게 날마다 새롭고 즐거운 일이기만 할까 싶지만) 덕분에 이야기는 아주 점잖게, 그리고 평온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에피소드들의 연속만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의뢰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 포포의 모습은 성장소설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주인공 포포가 할머니를 부르는 호칭인 선대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좁혀지는 과정은 볼만한 부분.

 

 

     ​일본 소설답게 온갖 사소한 것들을 명인 수준으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이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주인공의 직업인 글씨(편지) 쓰기에 관한 온갖 장인정신(?) 그득한 묘사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마니아틱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글씨를 쓰는데 사용하는 필기구부터, 우표에 그려진 그림, 글씨의 진하기에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배어 있었던 것이었나.

     또, 틈만 나면 가마쿠라 시내의 맛집과 명소들을 찾아가는 게 일상인 포포 덕분에, 마치 관광가이드북을 보는 것처럼 그 지역의 풍속과 역사, 맛집과 같은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점. 좋은 소설 하나가 한 도시에 얼마나 좋은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 이런 게 문학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일상적으로 지나는 거리와 공원, 식당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면 일상생활이 참 즐거워지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포포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책 속에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라는 설정만 나오고, 외모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되지 않으니까. (의뢰인 중 한 명이었던 옛 친구를 통해 학창시절 포포가 인기도 좀 있었다는 설명도 한 줄 보이긴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은 그만큼 인물이 매력적이라는(혹은 흥미롭다는) 말일 것이다.

     편안하게 읽어 볼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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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두지그래"가 안 되는 이유
시오마치 코나 지음, 우민정 옮김, 유키 유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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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끊임없는 야근과 스트레스, 과로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노동현실은 우리나 일본이나 큰 차이가 없나보다. 이 책은 그렇게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일하다가 극단적인 상황자살이나 질병, 과로사까지에 몰리게 된 이들을 위한 조언을 만화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사람이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고, 결국 극단적 상황에 치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 사실 이미 1장에서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내용은 다 제시되고 있다.

     이후 장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징후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조건에 맞추지 않고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일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아직 괜찮아라고 생각할 때 판단하지 않으면 판단 그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들을 들면서 좀 더 버텨야 하는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들이라는 것도 대개는 관성이거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요구들,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한 우려 같은 것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서 만들어진 것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결단이라는 것.

     물론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다른 데에 간다고 딱히 나아질 것도 없으니, 자신의 경력과 평판을 위해서 라는 이유들은 나름 무게가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서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다면,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잠시 다른 사람의 눈총을 받고, 뒷담화를 듣더라도, 그 사람이 내 인생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책임이나 성실이라는 덕목에 대한 집착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덕목들은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 것들이다. 관계설정이 심각하게 잘못된 상황에서, 한편만 일방적으로 책임과 성실, 신뢰를 지키려고 애쓰는 것은 결과적으로 애초에 원하는 유익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뿐더러, 그저 자기만족으로 그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에서 이렇게 말해주어도, 막상 그 상황에 빠져버린 사람은 혼자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미 괜찮지 않은 상황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 들어가기 전, 수시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혼자가 쉽지 않으면 작은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선 어조가 부드러워서 마음이 간다. 비슷한 내용을 강력한 사회비판적 어조를 가지고 전달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뭔가 대단한 비판이나 분석을 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 빠져 있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좀 더 치중한다. 평범하디 평범한 만화와 함께. 사실 그렇게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식의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당장 내 주변만 하더라도 거의 매일 같이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그 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가면서. 진작에 이 책을 알았다면, 한 권씩 선물해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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