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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지 않는 법 ㅣ 소노 아야코 컬렉션 3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21년 2월
평점 :
이 작가가 쓴 에세이집을 두 번째 읽는다. 앞서 읽은 『약간의 거리를 둔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무슨 특별한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한 일들 가운데 인생에 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각각의 에세이의 길이도 매우 짧아서, 하나하나는 단숨에 읽어갈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책 제목에도 실려 있듯, 이 책은 “노인이 되지 않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노화’는 육체적인 늙음보다는 정신적인 노화, 내면의 나이 듦을 가리킨다. 작가는 “육체적으로는 젊었어도 정신이 늙었다면 노인”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 책에서는 일곱 가지 범주(자립, 일, 관계, 돈, 고독, 늙음·질병·죽음, 신)에 따라 정신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맨 먼저 배치한 ‘자립 정신’이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고, 능력이 되지 않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면서 삶을 단순화 할 필요도 있다. 누군가에도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하라는 조언도 새겨둘 만하다. 나는 나이가 들었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노인화 되는 지름길이다.
작가의 자립에 대한 강조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두 번째 장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세 번째 장,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지출규모를 가져야 한다는 네 번째 장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사실 나머지 세 개 장에서도 자립정신은 그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글을 읽다보면 일본인 특유의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나도 폐를 끼치지 않을 테니, 너도 폐를 끼치지 말아라’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몇몇 작가는 노인들에 대한 버스승차권 할인이라든지 여러 사회보장 정책들(연금제도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빈곤의 문제는 개인의 탓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측면도 있기에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죽을 때까지 일하면서 자신이 쓸 돈을 벌며 사는 것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책상에 앉아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과 힘겨운 육체노동을 해 나가는 건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 부분은 선이 좀 아슬아슬한 면이 있어서, 조심해야 할 부분.
하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보여주는 통찰까지 버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특히, 여행을 갔는데 자신이 다 들고 다닐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하던 노인과 자신의 힘이 떨어졌다며 스카프 한 장만 사서 가더라는 또 다른 노인의 대조는 인상적이다.
누구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굳이 늙은 후에는 그렇게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감사를 알고, 양보할 수 있는 사람, 이건 나이를 떠나서 꼭 갖춰야 할 인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