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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4 :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존 레녹스 지음, 이우진 옮김 / 한국장로교출판사(한장사) / 2021년 11월
평점 :
간만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최근엔 이런저런 경로로 서평 이벤트 같은 명목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집에 이미 안 읽고 사다놓은 책만 백 권은 되는지라 일부러 신청하지는 않는다. 신청을 위해 요구하는 이런저런 활동들도 간단하지만 그다지 내키기도 않고.
그래도 이렇게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해 보내주는 책은 사양하지 않고 받는다. 혹 리뷰에 관해 문의를 하는 경우에는, 책은 읽어보고 딱 제가 느낀 대로 올릴 거라서 만족스럽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보내주신다면 감사히 읽겠다고 대답하는 편. 이 책은 출판사 담당자분이 매우 쿨하게 별다른 언급 없이 책을 보내줘도 괜찮겠다고 물으셔서 오케이.
존 레녹스라는 저자 이름이 왠지 귀에 익다 했는데, 찾아보니 6년 전쯤 읽었던 책의 저자였다. “최초의 7일”이라는,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창조기사와 과학이론을 조화시켜보려는 시도를 담고 있는 내용이었던 책이었다. 아직도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나름 괜찮은 통찰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책은 AI라는 주제를 끄집어냈다. 최근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주제이면서,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성급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그것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를 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가까운 시기에 커즈와일 같은 인물들이 예언했던 ‘특이점’ 같은 건 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아직 ‘지능’ 비슷한 수준도 아니며, 단순히 특정한 알고리즘을 매우 빠르게 수행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다만 학습, 계획, 추론 지능과 같은 용어들을 무분별하게 기계장치에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저자는 이 기술발전의 이면에서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 지배하거나 빈부의 심각한 격차를 더욱 벌리며 특정인을 위한 기술로 전락하는 문제, 나아가 그것이 추구하고 있는 최종적인 목표로서의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더욱 우려한다(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오늘날 널리 퍼져 있는 인공지능 기술 추종자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기술을 통해 생명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이 극복은 단순히 건강의 유지만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지능을 향상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불멸에 까지 목적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간다움’의 상실, 혹은 폐지까지 모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다움을 ‘넘어선’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당장은 신체의 일부가 기계장치로 대체되는 사이보그형이 떠오르지만, 일부는 아예 신체에서 벗어난 어떤 존재마저 떠올리는 듯하다(여기에서 저자는 C. S. 루이스의 “그 가공할 힘”이라는 작품을 자주 인용한다). 육체가 없이 순전히 정신만으로 존재하기 위해, 뇌의 정보를 기계로 이식하는 그림은 일부 영화에서는 이미 구현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아이디어의 기저에,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일종의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읽어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저자는 이미 성경에 그런 ‘신인(神人)’이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인데, 뿐만 아니라 성경은 그가 겪은 온전한 변화를 모든 인류가 따라갈 수 있음을 이미 말하고 있다(인본주의적 호모 데우스 프로젝트는 이 비전의 하위 호환이다).
책 제목인 2084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적 소설인 1984를 다분히 의식해 지어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매우 암울한 그림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어쩌면 최근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 이런 전망을 앞당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저자는 우리가 AI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 기술 용어들에 현혹되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그것이 그려주는 최종적인 비전도 결코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보다 확실한 하나님의 약속(특히 요한계시록 등을 주석하면서 이런 주장을 강조한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이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는 못했다. AI라는 기술에 관한 언급은 지나치게 간략하고 단편적이며, 여기에서 유발 하라리 등이 언급한 ‘호모 데우스’라는 비전으로 옮겨가는 과정의 도약은 조금은 급격해 보인다. 책 후반은 성경의 오래된 약속에 대한 주석으로 거의 채워져 있을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설교 한 편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조금은 길게 늘어뜨린 것 같다) 하는 느낌도 준다.
기술이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비판적으로 관련 연구자나 예언자들의 말을 추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다만 편리함은 누리되 위험성은 경계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보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어떻게 경계하면서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게 한두 사람의 개인적 실천을 넘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반적으로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머리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 느낌의 책(이게 번역의 문제인지, 구성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지나치게 많은 인용구가 읽기를 방해하는 감이 있고, 구성이나 담고 있는 정보의 양과 깊이 부분에서도 조금은 아쉬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