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마지막 날들 - 십자가 사건의 역사적 재구성 비아 시선들
프랑수아 보봉 지음, 김선용 옮김 / 비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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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제가 십자가 사건의 역사적 재구성이다)에서 알 수 있듯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전후로 한(특히 이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짧은 시간들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작은 책이다책 사이즈 자체도 작고부록을 빼면 150여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니 정말 작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적 재구성이라지만 정확히 말하면 본문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어차피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남아 있는 자료들에 근거한 것이니까때문에 책의 첫머리에는 이 주제에 관해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사료들(성경과 그 외 본문들)을 검토하고가장 확실한 사실들―예수라는 인물이 로마 총독인 빌라도의 명령으로 십자가형을 받아 죽게 되었다는―을 언급한 후좀 더 세부적인 사항들을 탐구해 나간다.



전반적으로 저자가 취하고 있는 관점은 본문비평에 의한 역사적 재구성인 듯하다물론 이 방식이 어떤 고대의 문헌이 언제쯤 작성되었는지어떤 선행 문헌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하는 부분에 있어서 일정부분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비평방식은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것이지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한 사람이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필체와 용어로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때문인지이들의 결론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는 문서는 거의 항상 여러 개인혹은 그룹들의 편집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마치 고대의 위키백과처럼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작은 증거로부터 대단한 차이를 발견했는지를 경쟁한 필연적인 결과다마태와 누가는 물론셰익스피어도 여러 명이다물론 최근에는 그들이 가정하고 있는 여러 명의 편집자들을 그냥 마태라고 부르자는 식으로 논의를 이어가고는 있지만거기에 깔려 있는 전제는 변한 게 없다.






예컨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신 것이요한의 특별한 신학적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는 서술은 그럼직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하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아마도 이 작은 책에 관련 논의를 모두 담기 어려웠겠지만담았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소위 가상칠언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생각만큼 튼튼하지 않다.


본문들 사이의 조화 시도 일체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태도도 아쉽다물론 일부 조화 시도는 무리한 주장이기도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모든 조화시도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 않은가기본적으로 경전이나 그와 비슷한 문서에 대한 고대인들의 존중심을 생각한다면 인터넷 문서 수정하듯 그들이 그 내용을 간단하게 수정했다고 보기는 오히려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문비평 자체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무엇보다 본문 자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작은 차이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 이유에 관해 탐구하는 자세는 필요한 부분이니까결과적으로 관점의 차이를 감안하고 본다면썩 괜찮은 역사적 재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애초에 이 책만이 갖는 매력이 좀 떨어질 수밖에 없다몇 개의 역사적 정보들을 넣은 것을 제외하면익히 알려진 수난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것뿐이니까물론 그걸 간단히 읽을 수 있도록 짧게 정리해놓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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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구원을 팝니다 : 상 + 하 - 전2권 구원을 팝니다
김민석 지음, 김영화 그림 / 새물결플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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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웹툰 플랫폼인 에끌툰에 연재되던 김민석 작가와 김영화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구원을 팝니다가 책으로 엮여 나왔다이번 작품에서는 교회와 신앙전도라는 문제를 좀 더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김민석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었고이 책을 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어느 정도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달까.


주인공 이국면은 두 권의 소설을 출판한 작가였지만최근 새로운 작품이 좀처럼 써지지 않아 고민에 빠진 상황이었다심지어 동료작가의 말을 듣고 2천만 원이나 되는 부적을 사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쓰고는 하루하루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천국의 재정을 운운하는 민희주 집사를 만나게 되고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도움을 받게 된다그녀의 말을 따라 몇 가지 일을 하면서 점점 재정적으로 나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지만이국면은 조금씩 민희주 집사의 말에 대해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그녀가 말하는 전도란 진짜 전도였을까그녀가 꿈꾸던 하나님의 사업이란 정말로 하나님의” 일이었을까.



먼저 작가는 구원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전형적인 레퍼토리에 따르면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에 출석하고새신자 교육을 받은 후세례까지 받으면 된다물론 이건 외적인 표지이고내적으로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자신을 구원하는 효력이 있음을 알고’, ‘믿으면’ 된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개이다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


작가는 이 작품에서 구원이 가져오는 관계의 회복을 강조한다이 회복은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나와 이웃 사이의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회복까지도 포함된다는 것예를 들어 작품 속 이현실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실수로 딸을 잃고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런 그녀에게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와 닿을까?


또 다른 질문은 아마도 재정이 아닐까 싶다민희주라는 캐릭터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었는데그녀는 선뜻 수백 만원이나 되는 돈을 이국면에게 주면서 도왔고입만 열면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인물이다분명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좀처럼 그게 뭔지 짚어내기 힘들다그녀가 가지고 있는 철저하게 물질중심적 신앙이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일까.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동성애 이슈는 물론 다른 의견도 있을 것 같다작가가 채택하고 있는 입장은 관련 이슈에 관한 여러 가지 견해 중 하나이고그들을 포용하기 위한 방법이 반드시 그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까하지만 무엇보다 그들 역시 교회가 안아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점만큼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겠는가.



다양한 생각을 해 보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조만간 함께 읽고 나눌 사람들을 모아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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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영성 - 공간, 공동체, 실천, 환대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김경은 옮김 / IVP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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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계라는 스케일로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 살고 있지만산업화된 국가의 경우 적지 않은 비율로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서울과 그 주변의 경기도인천을 합쳐서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그 중 대부분은 도시 거주민이다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군대에 있었던 36개월을 제외하고는 이제까지 도시에서만 살아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도시생활이지만편리함이라는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흔히 도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삭막하고정이 없고개인주의가 심하고다른 사람의 삶에 별 관심이 없으며상업적이고 하는 것들이다요컨대 도시는 물질적이다.


현대의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들은 물질성(혹은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고 계획되어 있다사람들은 오직 소비할 때만 모이고원하는 것을 구입한 후에는 흩어져서 각자의 둥지에 들어가 개인적인 삶을 이어간다각 구획으로 나뉜 도시의 구조는사람들의 삶을(그리고 삶에 대한 감각을분열시켰다아마 이게 도시에 관한 전형적인 이미지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이미지에 조금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정말로 도시가 그런 곳일까처음부터 도시는 그런 곳이었을까저자는 서양을 배경으로특별히 기독교 전통 속에서 도시에 관한 좀 더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태도가 일찍부터 발견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수도원 전통이라는 조금은 의아한 예를 끄집어 든다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도시를 완전히 분리시키고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그들만의 공간인 수도원을 만드는 전통과 세속 도시에로의 참여라는 주제가 어떻게 연결된다는 걸까저자는 언뜻 이런 전통들이 신앙과 세상의 완전한 분리를 말하는 것 같지만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세속 사회에 대한 강력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 부분에 썩 크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물론 기독교의 사회 참여그리고 도시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성경과 기독교 전통 안에서 결코 소외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동의한다하지만 고대와 중세 수도원 전통을 도시로의 참여와 연결 짓거나아우구스티누스의 두 도시(도성)”를 반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그 좋은 해석일까그저 현대의 관점을 지나치게 고대에 이입시키는 시대착오적 이론은 아닐까도 싶고.


물론 앞선 시대의 기독교인들이 도시나 세상에 관해 그런 약간은 분리적인 생각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로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 수 있었다거나오늘 우리도 그런 고립주의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근대에 이르러 새롭게 강조되어 왔던 것처럼 사실 성경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세상에로의 적극적인 차며를 독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다만 그걸 너무 억지로 작업하지는 말자는 것.



책의 2부는 약간 어렵다주로 철학이 물씬 묻어나오는 신학적 고찰들인데장소공간공동체 같은 주제들에 대한 검토다이런 검토를 마친 뒤 결국 저자가 하려는 말은 공동선에 대한 강조기독교인들 또한 이를 위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인 듯하다지극히 당연한 결론이고 따로 부정할 만한 게 없는 이야기.


다만 이런 당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맥락에서 좀 더 설명해 주기를 바랐는데책은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살짝 아쉬운 부분그리고 기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하려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어렵다그게 어디 소수의 엘리트 학자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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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기독교 - 어떻게 공적 신앙을 실천할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 라이언 매커널리린츠 지음, 김명희 옮김 / IVP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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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청량감을 주는 파란 색으로 제작된 이 책은거의 같은 디자인에 컬러만 빨간 색으로 되어 있는 앞선 책 광장에 선 기독교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사실 원제부터가 앞선 책이 "A Public Faith"이고이 책은 “Public Faith in Action"으로 후속편이라는 느낌을 물씬 준다.


앞선 광장에 선 기독교가 공적 신앙의 의의와 정당성그리고 필요성 등에 관한 이론적 검토였다면이 책은 공적 신앙이 실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내용이다. 2부는 좀 더 구체적인 삶의 정황을, 3부는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성품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는 차이가 약간 있고.


물론 여기에 제안되고 있는 내용도 어느 정도는 원리적인 차원이긴 하지만그것이 제시되는 맥락이 워낙에 실제적인 상황이기에 각각의 사안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확실히 이 책보다 이론적인 성격이 더 강했던 전작에 비해 읽는 데도 훨씬 수월하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는 확실히 위축된 것 같다물론 이런 상황이 단지 지난 2년 동안 새롭게 나타난 건 아니고그보다 앞서 최소 십 수 년 동안 서서히 형성되었지만 확실히 사회 전방위적으로 이렇게 적대적인 반응을 마주한 건 최근의 일이다어떤 이들은 언론 탓정권 탓을 하지만그게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었을까?


로마 제국의 핍박을 받는 와중에도기독교인들은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기르고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그들을 죽이려 달려드는 로마의 군대들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적도 없었고묵묵히 자신들이 운명을 받아들였다오죽하면 일부 총독은 이들을 잡아 죽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할 황제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만이 아니라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느냐다우리 안에 담긴 것을 보여주는 건우리의 손과 발이 행하는 일이니까하지만 이 일이 쉽지만은 않다악을 피하고 선을 따르라는 단편적인 조언으로는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복잡한 사안들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저자들의 결론이 절대적인 해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사실 일부 내용들의 경우 약간 애매한 느낌도 준다예컨대 평화주의에 관한 저자의 의견은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 닿을까물론 여기에 제안된 논의는 저자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개략적이고좀 더 깊은 논의로 들어가는 마중물에 해당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단지’ 이런 논의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점이다우리에겐 좀 더 많은 힘이 있고그 힘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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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문애란 지음 / 복있는사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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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담겨 있는 두 개의 키워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출근’(직업)과 그리스도인이 그것저자는 일과 신앙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자신의 삶과 엮어서 차분히 풀어낸다일견 이론서라고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그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는 광고계에서 제법 유명한 인물이라고 한다제일기획에 입사해 해외 광고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정부에서 훈장까지 받을 정도라니까그렇게 나름 성공가도를 걷고 있었지만그녀의 마음 속에는 허전함이 있었다다행이 그는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신앙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컴패션이라는 NGO에서 10여년 동안 무보수로 전임근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저자의 관점은 크게 달라진 것 같다일의 영역과 신앙의 영역을 분리해 사고하던 이전과 달리 그 둘을 한 자리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물론 이런 일은 기독교와 관련된 전임사역을 할 때 쉽게 경험할 수 있지만저자는 그게 꼭 그런 자리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책에는 저자가 발견한 깨달음과 함께어떻게 하면 우리의 일터가 신앙의 자리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조언들도 담고 있다몇몇 조언들은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지만대체로 건전한 내용들이다딱딱한 이론서 보다는어쩔 때는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꼭꼭 눌러 쓴 편지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그만큼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쉽다고 해서 내용이 빈약하다는 뜻은 아니다사실 이보다 길게 같은 내용을 좀 더 각 잡고 쓴 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그런 책엔 더 많은 성경구절과 참고문헌들그리고 긴 설명구가 더해질 테고하지만 그런 책은 확실히 읽기도 힘들어지니까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한 시도를 처음 한다면 이 책도 괜찮은 선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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