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브랜드가 되다 - 역사를 바꾼 마르틴 루터의 글쓰기, 인쇄, 출판 전략
앤드루 페트그리 지음, 김선영 옮김 / 이른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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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생애를 정리한 일종의 전기다이미 이런 종류의 책은 여러 권이 나와 있고나도 그 중에 한두 권 정도는 읽어본 기억이 있다그럼 이 많은 전작들 사이에 또 다른 책을 낸 이 책만의 독특함은 무엇일까이미 제목에 살짝 힌트가 있는데, “브랜드라는 단어다.


오늘날에는 어떤 상품을 팔기 위해그 상품을 만든 생산자의 이름을 독특하게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브랜드라는 것을 이용한다소위 명품들은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한다하지만 루터가 활동하던 17세기는 아직 특허권이나 저작권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고당연히 브랜드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시절루터는 그 자신이 일종의 브랜드가 되었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그 주요 분야는 바로 인쇄업이었다그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비텐베르크는 독일 지역의 작은 도시에 불과했고출판업 역시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그 모든 상황이 루터로 인해 변했다루터가 써낸 수많은 글들을 출판하면서또 출판의 품질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루터의 감독과 격려의 결과 비텐베르크만의 독특한 양식이 나타났고이제 루터와 비텐베르크라는 단어가 브랜드가 되었던 것.





이 책은 루터의 일생을 특히 출판업과 연결해 살펴보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여느 전기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당시 출판업계의 발전상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고루터의 보호자였던 작센의 선거후 프리드리히 현공의 이중적인(?) 태도와 그 의 자리를 이어받은 후임자들에 관한 정보라든지 하는 부분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쌓아둔 지식이다.


루터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한 점도 눈에 띤다사실 종교지도자였던 인물에 관한 글을 쓰다보면그에 대한 과대한 평가가 (어느 쪽으로든나오기 십상이다물론 최근 역사가들이 쓴 책은 나름의 객관성을 지니려고 애쓰고 있긴 한데이 책도 그런 줄에 서 있다책에는 루터라는 인물이 가진 장점뿐 아니라 그의 약점들도 가감 없이 써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객관성이라는 게 일단 까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할 텐데일부 본문들에서는 그런 느낌을 주는 해석들이 보인다특정한 결정을 루터의 인격적인 결함 탓으로만 돌리거나 하는 부분예컨대 그가 한 정치적인 타협(특히 농민전쟁과 관련해)이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살짝 등장하는 칼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시선이 보인다.)



확실히 루터는 당시 유럽의 복잡한 정치종교적 상황에서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리더였던 것 같다그가 가지고 있었던 활기와 (때로 고집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뚝심무엇보다 모든 일을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용기 등은 그가 마주했던 일들을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그토록 젊은 시절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아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완고함은 생길 수밖에 없었겠다 싶으면서도특히 그의 개혁 후반부의 다양한 색깔의 종교개혁 세력들과의 연합에 실패했던 일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부분이었다물론 여기에는 루터의 완고한 후계자들의 영향이 좀 더 강했지만.


루터의 일대기를 그리는 데 이 책이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일반적인 전기들과 달리 살짝 각도를 비스듬하게 해서 그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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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 체스터턴의 영원한 사람 G. K. 체스터턴의 영성 고전 시리즈 2
G. K. 체스터턴 지음, 송동민.서해동 옮김 / 아바서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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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학자도 아니고,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활동한 소설가였던 체스터턴을 기억하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다그나마 어린 시절 몇 권 읽었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추리소설들을 통해서 어렴풋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작가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갖게 된 건 역시 C. S. 루이스 때문이었다루이스는 체스터턴의 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실제로 그의 글에서는 체스터턴의 자취가 짙게 느껴지는 부분이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 체스터턴의 글을 몇 해 전부터 아바서원에서 한 권씩 번역해 내주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이전에 나왔던 책들은 주로 그의 소설들이었다면이 책과 앞서 읽었던 정통은 비평가이자 사상가로서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그의 면모와 생각들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다이 책의 경우 영어 원서를 알라딘에서 무료 전자책으로 풀어주어서 다운받아두었지만확실히 언어의 장벽 때문에(내용이 내용인지라 쉬운 문장들도 아니었다방치해두었다가이렇게 한글번역이 되어 나오니 보이는 대로 구입했다가 몇 년이 지난 이제야 손에 들었다.



이 책은 일종의 역사책이다하지만 무슨 연도를 나열하면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를 서술하는 내용은 아니고최초의 인간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그리고 이 역사관에서 두드러지는 건 저자의 기독교적 관점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첫 번째는 인류 일반에 관한 설명이고두 번째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신앙에 관한 설명이다그 기준은 성육신 사건이다.(일단 여기만 봐도 기독교적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저자는 20세기 초에 유행이었던 진화론적 관점을 강렬하게 비판한다정확히 말하면 진화론적 역사관그러니까 인간 역사의 여러 부분(문화종교사회질서와 구조 등)이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되었다는 식의 단순한 해석에 대한 비판이다이 때 비판의 핵심은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선사시대의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란 고작 동굴 속 사슴 그림 몇 개 정도가 전부다하지만 학자들은 이것들을 가지고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진화론적 역사가설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한다그거 오래된 것은 원시적이고 조악한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걸 방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런 선입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저자는 어린 아이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그리고 그런 관점으로 바라본 신화는 단순히 미개한 원시인들이 가진 조악한 심리적 환상이 아니라뭔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한 지식과 일종의 예측이 담겨 있을 수 있다쉽게 말해 저자는 인류의 신앙이 점차 진화되어왔다는 통속적 가설에 반대해처음부터 그 안에 중요한(그리고 핵심적인것이 계시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기독교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보는 내용이다이 역시 기독교는 콘스탄티누스와 같은 몇몇 권력자들의 비호로 인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식의 통속적인 설명을 비판하면서이단들과의 투쟁여러 차례의 쇠락과 부활을 경험하면서 오늘까지 이를 수 있었다여기에는 단지 외부적 원인만이 아니라 기독교 내부적 요소가 있었다그 안에 진짜 생명이 있었던 것.



책의 내용도 흥미로웠지만문장의 풍미도 좋다어떻게 보면 책 전체가 농담으로 채워져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자유자재로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이 돋보인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농담이란 실없는 말의 낭비가 아니라사안을 유쾌하게 묘사하는 쓰기 방식인데당연히 어느 정도의 내공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다덕분에 읽는 내내 머리가 좀 아프면서도 유쾌한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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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 IVP 모던 클래식스 4
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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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잘 알려진 선교학자였던 레슬리 뉴비긴의 교회론/선교론에 관한 책이다제목에서 이미 이 책에서 어떤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잘 알 수 있는데저자인 뉴비긴은 현대사회가 다원주의화 되었다고 진단하면서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복음을 따르고전할 수 있을지를 이 책에서 살피고 있다.


책 초반은 다원주의가 무엇인지특히 그것이 가지고 있는 대전제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데 할애되어 있다저자는 일견 굉장히 포용적이고 평등해 보이는 다원주의가 실은 검증되지 않은 대전제―어떤 사상이나 종교도 절대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주장―를 고수하고 있는 모순적 사상임을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이런 다원주의가 주류가 된 세상에서 기독교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모든 사상과 종교가 동등한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특성은 독선이나과거 20세기까지 이어졌던 제국주의적 모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그 때문인지 일부 기독교인들은 기존의 선교적 관점을 폐기하고사회정의나 약자들을 위한 신학(크게 보면 해방신학에 속한 다양한 아종들)을 계발하거나교회가 속한 그 지역의 문화에 대한 무제한적인 수용을 절대적 과제로 삼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다원주의적 세계 속에서 기독교의 복음은 절대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부활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새로운 기준이 된다기독교인들은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복음을 전해도 괜찮다다만 이때 그들이 받은 선택이란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고난을 함께 지는 역할로의 선택이지복음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내용이 꽉 차있는 책이다분량도 분량이지만 담겨 있는 내용이 결코 쉽지 않아서꼭꼭 눌러가며 읽어 가는데 일주일이 훌쩍 넘게 지나버렸다. 40년 동안 인도에서 선교사로 사역해온 저자의 경험과 교회와 선교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잘 어우러져서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 나왔다.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훨씬 더 흘렀지만여전히 뉴비긴이 말하고 있던 다원주의에 대해서 교회는 적절한 대응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사실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전략을 짜는 일 자체가 보기에 드물기도 하다그 결과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거의 상실된 것처럼 보인다일부 개별 교회들이 열심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사회 전반에서 기독교나 신앙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신념의 영역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응책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문제는 우리가 거기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고이렇게 된 데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아예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기껏 나오는 반응이 언론이 문제라는 식의 불평뿐이라면우리는 이 판 자체를 흔들 능력을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이다.


사실 늦은 때는 없다애초에 기독교는 매우 적대적인 상황 속에서 300년을 시작했고오히려 그 과정에서 교회의 가장 큰 무기인 희생과 사랑진리에 대한 열정을 성장시켜왔으니까여전히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교회가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힘을 합쳐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면,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미래는 달라질 수도 있다.


훌륭한 현실 인식과 선교를 바탕으로 한 교회론을 훌륭하게 그려낸 게 장점인 책한 번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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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키워드로 읽는 이사야서 LTC 주제강연 6
차준희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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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유니온에서 진행했던 LTC(Leadership Training Course)에서 했던 강의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당시는 코로나가 한창이라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었고나도 그 참가인원 중 하나였었다.


이 강의는 구약 성경에서 읽기가 쉽지 않은 이사야서를 다룬다우선 그 볼륨도 클뿐더러예언서 특유의 각종 상징들이 잔뜩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 윤곽을 갖는 것도 쉽지 않은 책이다저자는 단순히 1장부터 설명해 나가는 방식 대신소명예배평화고난 받는 종선교하나님의 영이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 전체를 훑어보는 방식을 취한다괜찮은 방식이다.


또 한 가지선지자의 예언을 이해하기 위해서저자는 이 책이 크게 세 시기에 걸쳐 기록되었다는 본문비평적 관점을 취하는데여기에 제1, 2, 이사야라는 명칭을 붙인다각각 주변의 인근의 강대국의 변화에 따라 아시리아바빌론페르시아 주도기라고 시대를 특정한다. (최소세 명의 인물이 이사야라는 이름으로 이 책을 기록했다는 것.(이 부부분에 관해선 충분히 다른 관점도 가능하다)


이사야라는 책에 관해 전반적인 윤곽을 그리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주석과는 다르기에 모든 구절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건 아니지만이사야라는 방대한 책을 처음 공부하는 거라면 이 정도의 해설도 좋을 것 같다이 책이 주석책은 아니지만일부 본문에 관해서는 간략하면서도 좋은 주석들이 담겨 있어서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이사야라는 책에 관해 전체적으로 건전한 소개를 담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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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디서오셨어요
권주은 지음 / 도시사역연구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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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지하철에서도그냥 동네를 걸어갈 때도 외국인들의 모습이 드물지 않다하지만 교회에서 그런 외국인들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아직 적은 것 같다비율적으로는 비슷한 수가 나와야 할 텐데실제론 그렇지 않다우리나라에 입국해 있는 외국인들이 기독교를 믿지 않는 수가 높은 걸까아니면 교회가 그들에게 충분히 안심이 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일까.


또 한 가지의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다국내에 있는 외국인 기독교 신자들은 그들만의 예배 처소를 따로 갖고 있을 수도 있다이른바 외국인교회혹은 국제교회인데이 책의 저자가 사역하고 있는 곳이 바로 구미의 다문화교회다이 책은 그런 그가 이 땅을 찾아온 외국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는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한 교회는 아니다그도 그럴 것이 이 작은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이 땅이 돈을 벌기 위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은 그렇다도리어 급한 수술비를 준비하기 위해 저자와 아내는 집에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나 뒤지던 중 교회 임대보증금을 내놓기로 결심한다.


남는 것 없이아니 가진 것을 다 쏟아 부어 가며 사역을 하는 모습이 퍽 안 돼 보였는지주변의 선배 목회자는 그에게 채찍과 당근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묘한(?)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여기에 좀 더 깊은 의미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충고로서는 한심한 수준이다). 더구나 저자 부부 역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입장이니 돈이 필요한 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저자가 사역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럽다는 느낌을 받는다넉넉하지는 않아도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교제를 나누며복음을 실천하는 모습이야말로사역자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이런 저자의 사역 나눔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좀 아프다코로나를 핑계로 외국인 노동사들을 사실상 회사 기숙사에 감금하다시피 하는 사장이나외국인이니(아마도 백인인 서양인이 아니었으니다짜고짜 무례한 말투로(우리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겠지검사부터 받고 오라고 소리치는 의사처럼나름 배우거나 사리분별은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가 만난 한 중국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목사님은 제가 한국에 4년 넘게 있으며 처음으로 먼저 인사해 주고 말 걸어준 한국인이에요그리고 제 핸드폰에 단 한 명뿐인 한국인 친구입니다.” 가슴이 찡했다그가 4년 동안 이 땅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하면서 버텨오는 동안 이 땅의 누구도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좀 부끄럽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를 얼마나 받아들이고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법률적 지위를 부여할지는 국가의 주권에 속한 내용이다모든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 나라에 와서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해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지 않던가또 그 일 대부분은 내국인이 잘 하려 들지 않는힘들고 상대적인 보수도 적은 것들이라이들이 없으면 관련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게 되는 지경인데도 말이다.



그런 이들을 우리 곁에 찾아와 잠시 머무는 방문자로손님으로 대하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아니최소한 동료인간으로 대해달라는 것 말이다특히나 나그네에 대한 호의를 하나님의 명령으로 기록하고 있는 성경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경우 조금은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교회가 이 부분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확신은 들지 않는다.


책 후반부에 저자가 제기하는 한 가지 의문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한국교회 어디서도 이주민 장로나 권사를 볼 수 없다는 말하긴 뭐 아직 (내국인여성에게 장로 직분을 주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교단도 적지 않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인터넷상에는 중국인이나 베트남 사람들을 향한 혐오와 조롱이 가득하다남을 조롱해야만 자의식을 세울 수 있는 하찮고 저열한 의식이 한 시대를 가득 채우게 되면그런 사회는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부디 한국 교회가 최소한 사회가 나아가는 것만큼은아니 그것보다는 조금 더 앞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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