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지만, 그 가운데 날카로운 교계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저자가 처음 고흥에 가서 농사를 지으며 교회를 개척하려고 했을 때, 감리교 교단의 지방 조직 내 알력다툼을 원만히 끝낸답시고 양쪽 파벌에서 지지하는 개척인가를 모두 허락하지 않기로 했던 사건이라든지,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교회들에서 은퇴를 해야 할 목사의 전별금을 후임 목회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목사를 청빙한다던지 하는 것들은 한국 교회 내 고질적인 악습이다.
그리고 저자와도 밀접하게 관계있는 소위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다. 저자가 속한 감리교단에서는 2016년 이중직을 금지하되 미자립교회에 한해서는 허락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애초에 미자립교회의 목사자들을 먹여 살릴 것도 아니면서, 일까지 하면 안 된다고 금지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긴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결정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지적을 한다.
이런 결의는 교단에서 목회자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느껴진다는 것. 차라리 이중직을 금지하고, 목회자들에게 최저생계비(전부가 아니면 일부라도)를 지급한다던가, 또는 생계에 곤란을 겪는 목회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하는 대신, 그저 이중직을 풀어 줄 테니 알아서 먹고 살라는 식으로만 느껴졌나 보다(물론 꼭 그런 취지로 개정된 건 아니겠지만).
각 교단에서 운영하는 직영 신학교에서는 한 해에도 수천 명의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지만(물론 그 가운데는 제대로 된 교육을 안 한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사역의 진로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모두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식이다. 가톨릭처럼 그들의 거취를 중앙의 행정에서 조절하는 식이 아니라도, 근본적으로 목회자 수요와 교계 현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인데, 관련 논의가 등장한 지 20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도 여전히 대안은 없어 보인다. 어어 하다가 0.7 이하로 내려가 버린 출생률처럼, 아마 이 문제도 결국 파국으로 끝나버리진 않을까.
저자의 선택에 완전히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는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