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장례식에 다녀왔다.
종일 버티고 있으면서 몇 끼를 먹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왜 장례식장 음식은 이렇게 천편일률적인걸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내 장례식 때는,
카레우동이랑 돈부리를 식사로 냈으면 좋겠다.(누군가 기억해주길)
'그 사람 평생 까다롭게 살더니,
마지막에 한 끼 잘 먹이고 갔다'고 생각들 하려나? ㅋ
아, 그러면 거기 계속 있는 사람은 좀 질릴 수도 있을 테니,
점심엔 비빔밥 같은 걸 내볼까?
기독교식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장례예식은 전통의 틀 안에 있는 것 같다.
단지 틀만이 아니라,
그 틀에 묻어있는 개념들까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전통을 벗어나면 무슨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아버지 장례 때 술을 갖다놓지 못하게 하려 했더니
아버지 친구분들이 (이미 어디선가 취해 오셔서) 화를 내시더라.
장례식장에서 술취해 낄낄대며 밤새 고스톱이나 쳐대는게
뭐 그리 대단한 애도의 방식이라고, 보전-유지-발전시키려는 건지...
술값을 드릴테니 나가서 드시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당신들이 20년지기 친구라 애도하시는 거라면
30년 가까지 한집에서 살았던 나는 애도를 안하는 건가?
(정작 아버지는 술을 거의 못드셨다. 한 잔을 마시면 며칠을 앓으셨으니)
아무튼 내 장례식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