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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
강흥수 지음 / 북향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를 공부한지 얼마 안 되는 나로선 ‘조광조’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보았다. 그래서인지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이름이 제목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때는 1506년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르는 시기. 반정 공신들이 조정을 장악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연산군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그저 공신들의 세상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반정으로 세상이 바뀌던 날, 조광조는 스승 김굉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연산과 그 잔당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고, 알 수 없는 공허함만이 가슴 깊이 밀려들었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세상이 바뀌어야 했다. 그의 스승이 그에게 끝없이 해주던 말, ‘지금의 조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왕도정치 뿐이다. 나의 모든 정신을 너에게 물려 줄 터이니 내가 하지 못한 바를 네가 이루어 다오.’ 피눈물을 흘리며 유언 같은 말을 남긴 지 얼마 안 돼 세상과 작별을 고해야 했던 스승. 알고도 행하지 않는 자가 진정한 소인배라 말하던 스승의 전언들은 끝없이 조광조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급해하던 날이 수도 없이 흘러갔다.」(p.15)
이렇게 조광조는 사림의 영수였던 김굉필의 유언을 간직한 체, 젊었을 때부터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그는 학문을 미친 듯이 공부하여 연산군 때는 사람들이 그를 피하였지만, 중종 때에 와서는 사람들이 그를 오히려 사림의 영수로 떠받드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꿈꾸는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의 개혁이 필요했다. 자신의 그늘 아래 모여든 사림들. 조광조에게는 그들만이 유일한 힘이었다. 작은 바람만 불어도 금세 사라질 것 같은 아주 작은 힘이었다. 개혁을 위한 실천, 지금이 나서야 할 적기일까. 자칫 서두르다가 실패한다면 조선의 개혁정치는 더욱 더 후퇴하게 될 것이다. 시작점을 찾는 조광조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했다. 심정이 복잡해질수록 그의 자리는 더욱 더 확고해져 갔다. 이제야 성리학의 세상이 열리는구나 싶자, 사림의 씨앗들은 자신들이 따를 영수를 찾았다. 사림을 형성하기 위해서 영수가 필요한 시대, 그 시대 앞에 조광조는 운명처럼 솟구쳐 오른 존재였다. 일개 성균관 유생으로서는 전무후무하고 유일무이한 사림의 영수, 그렇게 조광조는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 자연스레 초토화 되버린 사림의 영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리기에 한없이 영광스러울 수도 있으나, 어리기에 한없이 짐스럽고, 조심스러웠으며 두려웠다. 자신 하나의 잘못이 자칫 사림 전체의 잘못이요,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조광조는 하루도 수신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닦고 또 닦아 반질반질 해질 때까지 자신을 가꾸고 다듬고 수양했다.」(p.17)
사림의 영수가 된 조광조는 젊은 나이의 말단직에 있었지만 고위직의 신하들뿐만 아니라 왕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던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역사를 한창 공부하는 나로선 이런 인물들의 성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러면서 생각난 인물들이 있었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정도전, 조일전쟁(임진왜란)의 일등공신 이순신 등이다.
짧게 공부한 나로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인물들의 성격을 보면서 배우는 바가 많다. 물론 대쪽 같은 그들의 성격 때문에 일찍 죽음이 그들에게 다가왔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이루어 놓은 많은 것들이 있었기에 오늘을 사는 나로서는 그들을 존경하며 따르고자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해지는 것 같다.
「멀어지는 정암을 보던 화담이 그의 뒷모습을 보며 홀로 말했다. ‘정치는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과 같습니다. 왜 우는지 알아야 하고, 배고 고프면 밥을 주고, 아니면 필요한 것을 해주어야지요. 그저 운다하여 매로만 다스린다면 회초리가 부러지는 순간 서로의 마음도 꺾일 것입니다. 이미 대쪽 같은 분이시니 부디 유연함을 터득 하세요.’」(p.250)
화담의 바람대로 대쪽 같은 조광조가 유연함도 갖추게 되었다면, 조선 역사가 얼마나 변화되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이 때 조선 조정이 제대로 기틀을 잡아 국력을 강화하게 되었다면 몇십년 뒤에 있을 조일전쟁(임진왜란)과 정묘․병조호란 등의 전쟁은 거뜬히 막아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그랬다면 아마 조선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 같아 더 가슴이 시려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현재에 사고 있는 나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많은 고민과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조광조가 살았던 그 때나 지금의 상황의 정치적인 상황은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조금씩 꿈을 꿔 보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