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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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알라딘에서 구입하면 받을 수 있는 단독 사은품인 노트와 함께 받은 야쿠마루 가쿠 작가의 장편소설 <어느 도망자의 고백>



노트 내지에 줄이 없어서 드로잉 북으로 써도 좋을 듯.


야쿠마루 가쿠는 히트작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나쓰메 형사 시리즈 등의 소설을 통해 어두운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이번에 읽은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주인공으로 인간의 죄의식과 진정한 속죄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상당히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는데 지방에서 혼자 살고있던 작가의 아버지가 인플루엔자로 입원했다가 석달 후 돌아가셨다고 한다. 슬픔에 젖어있던 어느 날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이 소설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머리 속에 흘러들어 왔고 대사와 장면, 세세한 묘사까지 계속 머릿 속으로 들어와서 메모를 하며 밤을 새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 나오는 사고 당시 인플루엔자로 아팠던 뺑소니 사건으로 부인을 잃은 노인과 그의 아들 마사키는 작가 부자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은 명문대 대학생이었던 쇼타가 직장동료이자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여자친구의 부름을 받고 음주운전을 하던 중 남편의 열을 내리기 위한 얼음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다녀오던 노부인을 차로 치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사건으로 시작된다.


쇼타는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부정하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4년 10개월의 실형을 살게 되면서 사건은 중반으로 진행되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지만 범인인 쇼타가 느끼는 죄책감, 죄의식 그에 대한 반성이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쇼타의 경우 평소 행실이나 20살의 젊은이라는 면에서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굉장히 무책임하고 현실을 외면하려는 모습을 상당히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노력하는 쇼타를 사랑하는 다른 이들, 부모님이나 여자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 사람을 평생 망가트리고 죄책감 속에 영원히 가둬놔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또한 물음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을 죽이고도 반성하는 기색없이 또 다른 범죄를 생각하는 마에조노의 모습과도 비교되는데 쇼타는 후반부 마에조노의 회유와 폭력에도 다시 범죄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부분에는 임종이 가까운 피해자의 남편(노리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노리와는 오래전 참전 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로폰을 복용했었고 그게 원인이 되어 첫번째 딸의 생명을 해치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 왔던 인물이다. 그는 쇼타 또한 죄책감으로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쇼타를 진심으로 용서를 하게 된다.

초반에는 뺑소니 사건을 저지르고 자신의 범행을 부정했던 인간, 그리고 약 5년 정도의 징역을 살고 난 후 속죄를 다했다고 말하는 주인공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죄도 짓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뉴스에서 범죄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분노하고 슬퍼하지만 우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의 쇼타나 노리와처럼 자신의 의도나 악의와는 관계없이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쇼타가 되거나, 내 친구, 내 가족이 쇼타의 상황에 놓였을 때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큰 죄를 저지른 인간에게 용서와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져야 하는 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격리시켜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범죄자에 대한 생각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야쿠마루 가쿠 작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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