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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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절대 안되지!!! (라는 냥집사의 발언이었습니다)



떡국이(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나같은 냥집사에게는 제목부터 가슴 철렁한 이 소설은 가와무라 겐키상의 첫번째 데뷔 소설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무려 200만부가 팔렸고 2016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기 전까진 존재 자체를 몰랐던 영화인데 사토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이라 한번 보고 싶어짐)


처음 몇장을 읽었을 때는 이딴 게...200만부? 운이 좋았거나 마케팅이 좋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200만부도 적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나는데 이 악마는 세상에서 무언가 한가지(한개가 아니다)를 없애는 조건으로 주인공의 생명을 하루씩 연장해주는 계약(?)을 제안하게 된다.

이런 설정은 파우스트를 비롯해 창작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으로 나도 종종 생각하는 상황이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그런 주인공의 상황이 (초중반까지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만화같은 분위기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특히 알로하(하와이에서 입을 법한 옷차림이라 주인공이 지은 이름)라는 악마와 주인공의 주변인물들, 그리고 양배추와 양상추라는 고양이들은 더욱 더 만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단지 이레(7일)동안 주인공 주변에서만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전부일 뿐인 소설이지만

생각이 끊이지 않고 디테일한 상상을 잘하는 나와 비슷한 남자가 주인공이라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이런 상상을 구체적으로 하는 편이라 책 속의 상황을 보자마자 그럼 하루에 하나씩 아주 작은 것들, 필요없는 것들을 세상에서 없애달라고 하면 되잖아? 라고 주인공과 똑같이 생각했는데 역시 그러면 소설이 진행이 안되는 법.

알로하(악마)는 없애는 것을 정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룰을 알려준다.(칙쇼)

이 세상에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어 하는 인간이 많아.

문제는 그것을 사줄 악마가 좀처럼 없다는 거지.

이 대사는 잘못됐다. 왜냐하면 내 앞에 영혼을 사줄 악마가 나타났으니까.

결국 처음에는 전화, 그 다음에는 영화...이런 식으로 세상에서 한가지 종류의 무언가를 없애버리는 대신 생명을 연장하는 주인공.

전화를 없애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주인공은 첫사랑이었던 여자와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부터 이 책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첫사랑과 마지막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 유일한 친구와의 마지막 인사,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님과의 만남 같은... 우리들이 한번 쯤 생각해봤을 법한 상황, 상상들을 구체화 시켜서 보여주는 부분에서 특히 이 소설의 감동적인 부분들이 드러난다.


단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편린, 생각의 나열들이 많았던 책이지만 유독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던 것은 나 또한 비슷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 떠오른 지난 연애에 대한 후회와 상념들, 우스꽝스럽고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생각들은 마치 내 머리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이 책의 제목같은 순간(이 세상에서 모든 고양이가 사라지게 되는)이 찾아오게 되는데 나 같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해봤는데 역시 나도 주인공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스포라서 결말은 얘기할 수 없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보통 첫 창작물의 주인공은 작가 본인을 투영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주인공의 성격과 생각, 행동양식을 고려했을 때 가와무라 겐키상은 아무래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INFP가 아닐까 추측해봤다.

게다가 나랑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 음악, 소품이나 배경들도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좋았던 소설.

하지만 주인공이 다음에 없앨 것이 영화 대신 음악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NO MUSIC YES MY LIFE라니...밤길에 홀로 걸으며 듣는 빌에반스라니 절대 잃을 수 없지.)



냥집사의 심기를 자극하는 제목에 끌려 붙잡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상의 바램대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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