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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파랑새
임용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2월
평점 :
하늘색 책 표지가 참 예쁜 책.
표지만 보면 파랑새에 대한 동화책같은 동화책 같기도 하지만(비극에 가까운 결말로 끝나는)파랑새 이야기 보다는 훨씬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명동파랑새 의 저자인 임용혁님은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해왔으며 전 서울 중구 의회 의장을 맡아 활동한 정치인이다. 개인적으로 살아있는 정치인의 자서전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색이 섞여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실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특히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로 상경하여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로 현재 위치에 오른 자수성가한 사람, 그리고 정치인이기 이전에 사업가로 성공하고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고 일어선 인물이라는 점에서 배울 점이 참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공하고 메세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열심히 일해도 아사를 걱정해야만 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의 고난과 성공과는 비교할만 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젊은 날을 극복하고 성공한 임용혁님이 전해주는 메세지는 그만큼 더 큰 무게와 가치로 다가왔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던 저자는 젊은 시절 노숙을 하며 굶어죽을 뻔한 이야기부터 재향군인 동회장, 향군 부회장, 다방 총지배인 등을 거치고 뚜레주르 명동점을 운영하며 명동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과정이 참 스펙타클하다.(악기 연주 실력은 이후 큰 도움이 된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인생을 살아온 것 같고, 워낙 드라마틱한 삶이라 사건들을 나열했을 뿐이지만 위기와 역경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읽는 것 자체로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책에는 최근 사진은 물론 저자가 젊은 시절 찍었던 흑백사진들이 곳곳에 실려 있는데 '그래 옛날엔 이런 느낌이었지' 라는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시대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젊은이들이라면 사진을 통해 조금 더 책의 내용을 현실감있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관광공사 감사로 일하면서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다른 부서의 부당한 지시, 외부의 힘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끝까지 저항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 명동'파랑새'인 것도 중의적인 표현으로 희망을 상징함과 동시에 불의나 어려운 상황에 끝까지 저항하고 꿈을 이루어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또한 감동적인데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한 아버지세대, 기성세대로써 깊은 죄책감과 부끄러운 마음에 펜을 들었다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과 중산층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준 집값 폭등, 부동산 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도 곁들여져 있다.)
나도 지금은 공정과 정의가 무너진 사회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한 편으로 후배들과 청소년들에게 많은 미안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메시지와 동기가 더욱 공감이 가는 듯하다.

나는 지난 삶을 통해 양심 깊은 곳에 소우주 세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소우주 세계의 삶은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인 것이다.
그곳에는 두려움도 미움도 없고
오직 사랑과 미소만 있을 뿐이다.
그 삶이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필자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훨씬 어려운 상황도 딛고 일어선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실패 후 좌절 속에 머물러 있거나, 실패를 두려워해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