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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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재밌게 읽었었다. 나랑 잘 맞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서 [베어타운]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바로 읽고 싶었으나 다른 책에 밀려 이번에 읽게 되었다.

전에 읽었던 세 권의 책들과는 뭔가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었고, 읽는 동안 밑줄을 참 많이도 그엇다.

책에 밑줄을 긋고 나서 그 내용들을 블로그나 노트에 필사로 옮겨 적다보면 책을 읽을때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들도 마음에 남는다.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의 문장들은 이번에도 좋다.

조용한 베어타운에서의 하키 이야기인줄말 앍고 읽어 나가다가 좀 지루해지려는 찰나에 내용에 반전이 있다는 얘길 듣고 덮었던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지금 읽으려고 생각해둔 책들이 많이 있어서 또 언제 그의 작품을 읽어낼지 모르겠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고 싶다.


네가 정직하면 사람들이 너를 속일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라.네가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이 너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친절을 베풀라.네가 오늘 선을 행하더라도 내일이면 잊힐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네가 만든 것을 남들이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도 만들어라. 결국에는 너와 하느님의 일이다. 너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아맛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기에 계획도 단순하다.

엄마는 그들 모자가 고맙게 생각해야 된다고 하고 아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이 나라, 이 도시, 여기 사람들, 이 구단, 의회, 이웃, 사장을 그녀보다 더 고맙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게 엄마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역할은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가 미안하다는 인사 없이 사장실로 들어갈 수 있는 날을 꿈꾼다.

"항상 간절함이 운을 이긴다는 거."

그들은 구구단도 외우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였지만 서로 의지하지 못하면 팀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았다. 그건 별것 아닌 동시에 엄청난 일이었다. 나를 절대 버리지 않을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는 건 말이다.

나이가 들면 가장 힘들어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너무 늦어서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페테르는 평생 스케쥴과 버스 이동과 로커룸과 쪼개진 인생을 살았다. 식단과 훈련 시간, 심지어 수면 시간까지 정해져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가르치기 가장 힘든 개념이 바로 ‘일상‘이다.

마야는 처음으로 아나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아나의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아나가 자기만의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인간은 들은 대로 달라진다. 아나는 지금까지 줄곧 틀렸다는 말을 들어왔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원동력이 되는 저마다의 두려움이 있는데, 페테르의 가장 큰 두려움은 부족함에 대한 두려움이다. 좋은 아빠가 되기에 부족하면 어쩌나, 좋은 사람이 되기에 부족하면 어쩌나, 좋은 단장이 되기에 부족하면 어쩌나. 페테르는 부모를 잃었고 맏아들을 잃었기에 미라와 마야의 레오를 잃을까봐 매일 아침마다 두려워한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자식의 뺨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며 "그러게 사는 게 어렵다잖니"라고 속삭였던 어머니. 아이를 낳으면 너무 작은 담요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덮어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추워서 바들바들 떠는 아이가 생긴다.

이 집 식구들이 가장 즐기는 취미 생활은 하키가 아니라 감정 표현 자제하기 게임이다. 언성을 높이면 진다.

가슴이 아프더라도, 지각의 대가를 가르치겠다는 아빠 때문에 초등학생인 케빈이 어두컴컴한 한밤중에 헤드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자는 척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부모의 마음이 편한 것이 아이에게 최선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고, 케빈은 그들의 용인 아래 강인한 아이로 성장했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그는 숨어 있는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똑같이 숨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안다.

베어타운에서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정신적으로 죽을 수 있는 방법은 더욱 그렇다.

생애 가장 끔찍한 사건들은 한 가족에게 그런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게 무너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순간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충돌하기 직전의 순간, 사고가 나기 전에 주유소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집으로 돌아와서 진단을 받기 전에 휴가지에서 한 마지막 수영. 우리의 기억은 밤이면 밤마다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자문하도록 강요한다. ‘내가 뭔가를 바꿀 수 있었을까? 내가 왜 행복해하면서 돌아다녔을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면 내가 막을 방법이 있었을까?

슬퍼하지 않으면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상실의 가장 끔찍한 부작용이다.

어떻게 해야 무너진 가족을 재건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깨져버린 삶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지 설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결국엔 무엇을 바라게 되는가 하면 행복한 하루를 바라게 된다.

그녀는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처럼 생각하고 있다.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모든 증거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죽음과 워낙 가까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그것이 사람에 따라 여러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아이를 앞세운 부모에게 죽음은 그 무엇보다 정적을 이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엌에, 현관 앞에, 전화기에, 자동차 뒷자석에, 금요일 저녁에, 월요일 아침에, 베갯잇과 쭈글쭈글한 시트 속에, 다락의 장난감 상자 맨 밑바닥에, 부엌 조리대 옆 조그만 의자에, 더 이상 욕조 옆 바닥에 흩뿌려져 있지 않은 축축한 수건 밑에. 아이들은 온 사방에 정적을 남기고 떠난다.

자발적인 선택이었건 강요에 의한 선택이었건 리더가 되면 가장 먼저 터득하는 것이, 리더는 무슨 말을 할지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무슨 말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만 들어가야겠어요, 엄마. 지금보다 한참 더 끔찍해진 다음에서야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니까 가야해요."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보면 거의 항상 ‘인간의 본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생물 선생님이 설명하기에도 쉽지 않은 주제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똘똘 뭉치고 서로 협력한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자가 약자의 희생을 딛고 번영을 구가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쯤에 선을 그어야 하는지 항상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디까지 이기적이어도 될 것인가. 얼마나 서로를 챙겨야 하는가.

"커피, 커피, 커피. 여기 사람들은 커피밖에 안 마셔?" 그녀가 투덜거리면 페테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이랑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거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이렇게 얘기하긴 어렵지만 ‘커피 한잔 하실래요?‘ 이렇게 얘기하긴 훨씬 쉽잖아. 여기는.... 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여기는 문제가 복잡해도 해답은 단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바깥이 어둠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으려면 자기 안의 더 큰 어둠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고마워.‘ 아맛도 한 마디로 답장을 보낸다. ‘미안했어.‘고맙다는 한 마디는 그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인사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그럴 용기를 내기까지 걸린 시간에 대한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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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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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남자일지 여자일지 생각해봤을 때 난 남자일 거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트럭을 몰며 화물 일을 하던 남편이 빗길 사고로 사망을 한 후 아이와 자신만이 덜렁 남겨진 집이 싫어 이전의 남편처럼 트럭에 몸을 싣고, 큰 돈벌이도 되지 않는.. 남자들도 하기 힘들어하는 그 일을 하며 도로 위에서 어느새 거칠 대로 거칠어진 어느 여자의 모습이다.


스물한 살에 아이를 갖고 결혼을 하겠다는 나의 말에 미친년이라며 등짝을 후려치는 친정엄마와, 눈물을 비치며 그래도 제 새끼 책임지겠다고 하는 걸 보니 된 놈인 모양이라고 어디 데려와보라는 친정아버지.

그렇게 나는 결혼을 하여 딸아이를 낳았고 어느새 그 딸이 내가 결혼했던 나이 때와 비슷한 스물두 살이 된 어느 날 나에게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얘기를 했다.

얘기를 들어 보니 남자의 나이는 딸보다 열 살이 많았고 자신과는 다르게 집안 형편이 좋아 보였다.

가장 예쁠 때 가장 행복하고 싶고, 사랑하니까 결혼하고 싶다는 딸.

참 철없는 얘기한다.. 싶을 수 있지만,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의 딸이 '결혼'이라는 단어와 함께 맞물려 있는 수많은 '가능성'등을 예상할 수 없고, 그려볼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내놓은 일 말고는 해준 게 없었고, 용돈 한번 넉넉하게 쥐여주지 못하며 겨우겨우 키운 딸아이가 내일 남자네 집에 인사를 간다며 거울 앞에서 옷을 열 번도 넘게 갈아 있었다.

딸아이가 남자네 식구를 만나러 가 있는 동안, 나는 딸아이가 없는 집 아이라고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말실수라도 해서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시댁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가난이 죄라더니, 딸 가진 게 더 죄스러웠다.


며칠 사이 부쩍 살이 내린 아이의 눈가가 붉게 부어 있었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만 끔벅인다. 이불을 걷어치우고 아이를 앉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바른대로 말 하라며 몇 번을 다그친 뒤에야 아이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없다는 건 알았는데 어미가 화물 운송을 한다는 말에 다들 표정이 바뀌더란다.


이십여 년 전의 나처럼, 딸아이는 혼전임신을 하여 결혼을 하려고 하였고 죽어도 그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결국 유산을 하였다.

지금의 나는 한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망설임 없이 다음 날로 수술 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부분에서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라는 옛 어른들의 미신적인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 엄마와 딸의 팔자가 돌고 돌아 서로 같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욕실에서 물소리만 들린다. 오래 걸리냐는 나의 물음에 아무 대답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바닥이 온통 피범벅이었고 시뻘건 핏물이 고인 세숫대야에 아이의 손목이 담겨 있었다.


폭염. 찌는듯한 더위..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은 더위.. 사람의 몸에서 물이란 물은 다 빼내어 버릴 것 같은 더위.. 끝날 것 같지 않은 더위..

하지만 이러한 폭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살랑 바람에 조금씩 꺾이고 시간이 지나 더 큰 바람들에 완전히 꺾이는 때가 온다.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은 때가 온다.

그 바람이 어린 딸에게는 보이지 않았고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보다. 아니, 어쩌면 딸은 조금 있으면 이 죽을 것 같은 폭염에서 나를 살려 줄 바람이 불어와 줄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딸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폭염과도 같은 일들을 이겨 낼 힘이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닮아 있는 이 모녀의 삶. 한없이 치열했고, 한없이 외로웠을 이 두 모녀의 삶의 모습이 마음을 너무 묵직하고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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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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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화자인 '나'에겐 일곱 살 아래의 동생, 즉 두 살배기 동생이 있었다.

동생의 유모인 '류보피 오니시모브나'가 나와 동생을 데리고 삼위일체 공동묘지로 산책을 나가곤 했고 한 무덤가에 앉아 내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많았는데 '분장예술가도' 그중 한 내용이었다.


류오피 오니시모브나는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사람이었고, 그녀의 극장 동료인 '아르카지'는 배우들이 역할에 필요한 성격과 얼굴을 그에게 얘기하면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실력으로 배우들이 요구한 그 모습대로 만들어 놓는, 배우들의 '머리손질과 화장'만을 담당한 '분장예술가'였다.

백작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르카지가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의 머리를 깎거나 면도를 해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백작은 무섭고 흉악스러워 짐승처럼 생긴 자신의 얼굴에 아르카지의 손길이 닿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품위 있어 보이니 그런 아르카지의 기술을 백작 본인만이 향유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백작은 아르카지를 평생 집 안에만 머물게 했고, 돈 구경 한번 시켜주지 않았다.


류오피 오니시모브나와 아르카지는 으레 청춘 남녀가 그렇듯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어떤 여배우가 사고로 다리를 다쳐 연기를 할 수 없게 되고 그 자리를 류보피 오니스모브나가 지원하게 되고 감독이 류바(류보피 오니스모브의 애칭)가 잘 해낼 것이라는 확인을 해줌으로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아르카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백작에게 보내져서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또한 자신이 곧 죽음보다 더 한 고문을 받게 될 상황에서 그녀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여 어떤 사제의 집에 찾아가 자신들을 하룻밤 묵게 해주고, 결혼식을 거행 해주길 요청 한다.

사제는 아르카지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요구하고, 그들을 쫓는 사람들이 사제의 집에 찾아 오자 그들을 숨게 해주며 그들이 어딨는지 모른다고 입으로는 얘기하나 손으로 어디 있는지 알려 주는.. 세속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렇게 아르카지와 류바는 끌려 간다. 류바는 자신이 감금되어 있는 방의 아래층에서 아르카지가 고문 받는 그 끔찍한 소리를 계속 들으며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도구를 찾으나 아무것도 있지 않아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목을 감아 자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살아남게 되는데 그 이후로 류바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버렸다.


백작은 아르카지에게 자비를 베풀어 살려 주겠다고 하며 대신 그를 군대로 보내버린다. 고문이란 고문은 다 아르카지에게 행했으면서 자기 손에 아르카지가 죽었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는지 가장 죽기 쉬운 전쟁터로 그를 보내 버리는 잔혹함을 보인다.

전쟁터에서 겨우 살아 남은 아르카지는 장교의 지위와 함께 귀족의 순분을 얻었으나 십자훈장을 받기로 한 날, 여인숙 주인에게 살해를 당한다.

류바는 이 사실을 알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다가 보드카가 담긴 망각의 병, 즉 눈물병을 마시며 쓰디쓴 슬픔, 마음의 불을 끄며 살아가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유모인 류바가 아르카지의 무덤 앞에서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 한 얘기이다.

류바는 눈물병이 없으면 하루도 제대로 잠들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그 평생의 아픈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아닌 왜 그 어린 아이에게 했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내 주위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 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어떠한 문제들은 가까운 지인에게 보다는 오히려 나를 잘 모르는 타인에게 풀어 놓기 쉬운 경우가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꺼내 놓음으로써 내면의 불구덩이를 끄고 싶지 않았을까 싶은데 자기의 아픈 이야기가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더 큰 아픔이 되지 않고 그저 듣고 흘릴 수 있는 대상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럴 상대가 류바에게는 자기가 돌보고 있는 아기의 형인 '나'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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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틸 미(Still Me) : 『미 비포 유』 완결판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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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 『Me befor you』를 보고 여운이 남아서 두 번 정도 더 본 기억이 있다.

그 여운이 한동안 지속되었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Still me』가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가 완결판이라고 하여 이북으로 구매를 하여 읽었다.

내가 영화로 만났던 『Me before you』의 결말과 『Still me』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Still me』 전에 『After you』가 있었다.

『After you』를 읽지 않았어도 내용을 따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루가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인 샘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었는지의 자세한 내용은 『After you』를 읽어야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때의 단점 한 가지. 영화에서의 배우의 모습이 책을 읽을 때 그 배우의 모습으로 떠오른다는 건데..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에서의 여배우 캐스팅에 만족했던지라 책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참으로 '루'답다는 생각을 하며 재밌게 읽었다.

『Me before you』의 배경은 뉴욕이다. 사실 파리가 배경일 줄 알았는데 뉴욕이어서 살짝 당황했지만 내 마음속에 ' 제2의 고향' 같은 뉴욕이 배경이라 더 반가웠다.

뉴욕의 모습(거리, 사람들, 뉴요커들의 향동, 분위기 등등)을 너무나 잘 묘사를 하고 있어서 순간 '조조가 미국인이었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역시 영국인이었다.


평소 뉴욕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는, 작가는 이 글을 쓸 때 '뉴욕 & 뉴요커'를 설명하고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한때 뉴욕에 여행이나 잠시 머물렀던 경험을 떠 올리며 썼을까..? 아니면 뉴욕이 배경인 영화를 보면서 거리 이름 (Avenue), 부유한 동네, 사람들을 관찰한 것일까..?하는 궁금증마저 들었다. 그만큼 뉴욕의 모습이나 분위기를 작가가 잘 살렸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루와 샘의 헤어짐. 난 그래도 그들이 그들이 처한 환경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긴 오해와 갈등을 잘 해결하고 다시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결국 그렇게 끝나길 마음으로 바랐는데 결과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고, 루는 예전의 연인인 윌과 너무나도 닮은 조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세상을 떠난 윌과 너무나도 닮은 조쉬이기에 난 그녀가 조쉬가 아닌 샘과 잘 되길 바랐나 보다. 그래서 난 이 부분이 좀 아쉽다고 느껴졌지만 그래도 루가 조쉬와 함께 하며 그녀 안에 있었던 슬픔이나 상처들이 치유되고, 조쉬에게서 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조쉬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루, 그녀라면 그럴 것이라고도 믿는다.


먼저 자신을 알고, 그런 다음 합당하게 자신을 꾸미라

윌처럼 브루클린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는데, 아래 물을 보니 가슴이 뛰고, 차량이 지나는 흔들림이 발바닥에 느껴졌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다시 윌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담하게 살아, 크라크.‘

"미리 클라크. 인생이 흑백이 아니란 걸 아가씨도 알겠지요."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이 용감하고 강인해서야. 당신은 나를 일깨워줬어.... 누구나 각자의 장애물이 있다는 걸. 내 장애물을 극복할 거야."

공동체가 갈 장소가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만나서 얘기하고, 생각을 교환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요.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거든요? 책은 삶을 가르쳐줘요. 책은 ‘공감‘을 가르치죠. 하지만 집세도 근근히 낼까 말까 하면 책을 살 형편이 안 되죠. 그러니 도서관은 필수적인 자산이에요! 도서관을 닫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닫는 게 아니라 ‘희망‘을 닫는 거라고요, 루이자.

추운 계단에 다시 선 기분이 느껴졌다.

사랑했던 얼굴이 내 삶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아무도 다 갖지 못해. 그리고 우리 이민자들은 이걸 누구보다 잘 알지. 항상 두 곳에 한 발씩 넣고 있지. 진짜로 행복해질수가 없어. 왜냐면 떠나는 순간 자신이 두 개가 되니까. 그래서 어디 가든 늘 반쪽이 다른 반쪽을 부르지. 이게 우리의 대가야, 루이자. 이게 지금의 내가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서 복잡하지 않은 사람이 나를 보고 기뻐하니 일순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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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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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맨 앞에 있는 저자 소개 부분에 적힌 저자의 이름을 보고 '내가 모르는 작가네..' 하며 저자 소개를 읽어 내려가는데.. 이 책의 저자가 내가 그동안 영화로만 만났었던 [노트북], [디어 존], [라스트 송] 등.. 여러 유명한 영화들의 원작자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책을 읽기도 전에 설렘과 궁금증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 번쯤은 들어봤던 그 영화들의 원작자인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그의 형과 함께 3주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여행기이자 인생 회고록이다.

인생 회고록인 만큼 이 책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그의 삶엔 어쩌면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싶다. 책의 본문에 기록되어 있던 형의 말처럼 말이다.

"네 인생은 평평한 땅에 내려보지 못하고 끝없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롤러코스터 같아. 네겐 모든 게 최상 중의 최상이고 최악 중의 최악이었어." (p294)

나도 언제부턴가 내가 기대했던 이상이나, 또는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의 일들이 나에게 찾아올 때면 그 기쁨을 맘껏 누리지 못하고 그 기쁜 감정의 삼분의 일 정도는 그저 조용히 침묵으로 대신하게 되는 습관이 들었다.

매번은 아니었겠지만 좋은 일 다음에 힘든 일들이 찾아왔던 몇 번의 기억 때문일까.. 내가 맘껏 기뻐하는 순간이면 덜컥 두려움도 함께 자리 잡게 되었다.

후에 찾아올 힘든 일들을 겪는 중에 문득 '내가 그때 너무 좋아 했어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나 보다..'라는 자책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훗날 이 책의 저자를 아주아주 우연히 마주치게라도 된다면 "저 [일중독자의 여행] 읽었어요."라고 얘기하며 따뜻한 미소를 그에게 보내주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참으로 힘들었을 그 많은 일들을 잘 버텨낸 그처럼, 나도 앞으로의 인생에서 수없이 만나게 될 파도들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2019년의 첫날의 오후를 보낸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늘 참담하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듯한 단순한 꿈들이 종종 더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늘 닿을 듯 가깝지만, 잡을 만큼 다가오지는 않고, 가슴만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p105)

"분명하게 말할게." 어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공평하지 않다 싶겠지? 근데 인생이 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중략)

"글쎄." 어머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말을 했다. "책을 써봐." (p215)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애초에 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또다시 꿈에 도달하지 못하고 말지라도 다시 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꿈을 좋을 때 사람은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 그리고 힘든 훈련을 통해 인내의 가치를 배운다. (p219)








"꿈은 항상 그렇게 허망하더라." 내가 말했다. "간절히 뭔가를 원하다가 마침내 얻는가 싶으면 갑자기 끝나버려. 꼭 달리기 시합 같아. 운동장에서 몇 분 뛰려고 그 고생을 하며 훈련을 하잖아. 그래도 나는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웠어."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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