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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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 윗집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고양이가 우는소리. 냉장고가 한 번씩 돌아가는 소리. 소리가 소음이 될 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책을 읽거나 무언갈 끄적거릴 때는 음악을 듣지 못한다. 백색 소음이 좋다고 해서 틀어놓기도 하지만 이내 꺼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신경이 예민한 사람인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피곤한 날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을 자니까.

조남주의 데뷔 소설 『귀를 기울이면』에는 소리에 민감한 나이가 나온다. 모두들 그 아이를 바보라고 불렀다. 심지어 부모도 그렇게 불렀다. 김일우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심지어 일우는 잘 생기기기까지 했다) 다들 바보라는 말로 퉁쳤다. 왜 이제서야 이 소설을 읽었을까. 조남주의 다른 소설을 다 읽어 놓고 『귀를 기울이면』은 빠뜨려 놨을까. 2018년에 이북으로 나온 걸 샀는데. 그때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조남주의 이름이 여기저기 알려졌을 때였다.

『귀를 기울이면』은 첫 소설답지 않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능숙함이 엿보인다.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해가며 한 번 읽으면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방송 작가 출신의 이력을 살려서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데리고 간다. 동네 바보라고 불리는 김일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오빠 호칭에 설레는 정기섭의 이야기를 받아서 한때 잘나가다가 중간에 삐끗해서 후배한테 당근 뺀 김밥을 사다 바쳐야 하는 피디 박상운의 이야기까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유쾌한 사서 속으로 안내한다.

노숙자를 아빠라고 생각하고 따라갈 정도의 지능을 가진 김일우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머즈 급의 청력을 가진 소년이다. 일우의 학교 선생님은 부모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보라고 한다. 피아노는커녕 멜로디언도 사주지 못하는 형편의 부모는 일우를 정기섭이 세오시장을 살릴 목적으로 주최하고 박상운이 숟가락을 얹어 만들어낸 좋게 포장하면 쓰리컵대회 일명 야바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내보낸다.

집 보증금을 빼서 쓰리컵 대회 출전비를 마련한 일우의 부모는 여관방을 잡아서 훈련을 시킨다. 『귀를 기울이면』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은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과장과 허풍이 한몫하기도 하지만 조남주는 탁월한 유머를 구사해서 밉지 않게 인물을 그려낸다. 애초에 그들은 누굴 속이거나 사기를 쳐서 이득을 얻으려는 속셈이 아니었다. 유학 간 아내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내 집 마련을 이루고 상인회 총무로서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벌이는 일이었다. 일은 자꾸만 꼬여간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우한 소년이 꿈과 용기를 갖는 지극히 아름다운 성장 소설인 줄 알았다, 『귀를 기울이면』은. 아니었다. 일이라는 게 벌이면 벌일수록 꼬이고 엉키며 이상한 결말로 나아가는 속성을 가진지라 계획을 세운 그들의 앞날은 보기 좋게 망한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귀를 기울이면』의 주제로 적합한 말이다. 진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일우 집 보증금이 무사히 반환되기를 응원하는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겁도 많고 일어나지 않을 일에 미리 걱정하는 사람. 『귀를 기울이면』에서 보여주는 서사에서 긴장과 서스펜스를 느낄만한 사람인 것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조남주는 『귀를 기울이면』에서 왕창 보여주었다. 프린터를 사서 토너가 닳을 때까지만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황현진이 수상자 조남주를 만나서 인터뷰하고 쓴 글은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해서 웃기고 애잔했다.

우리의 일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해가 지고 간판 불이 켜지는 걸 매일 보고 있을까. 소설은 나를 일으킨다. 이야기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며 쓴 소설은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인다. 손을 잡고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 아이를 소개한다. 여기, 귀를 기울이며 너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가 있어. 그러니 용기를 내. 『귀를 기울이면』은 그런 말을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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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3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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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소설일까. 예언서일까. 소설의 배경 오랑시에서는 페스트가 돌자 다른 책은 팔리지 않는다. 대신 도서관에 있던 낡은 예언서를 편집한 책이나 기자가 대신 쓴 미래를 예언하는 기사가 잘 팔린다. 사람들은 도시에 병이 들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도지사가 페스트를 선언하고 폐쇄 명령을 내리자 그때야 당황한다.

194X년 오랑에서 일어난 일을 연대기 순으로 다루고 있는 『페스트』에서 병의 발현이나 조짐은 쥐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아, 쥐떼들. 쥐들은 그렇게 작은 몸짓으로 다가올 죽음의 전조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쥐가 죽고 사람들이 쓰러진다. 멍울이 생기고 종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급성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주인공 베르나르 리외는 의사로서 이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다.

동료 의사와 긴 이야기 끝에 리외는 도시에서 발병하는 병이 페스트 라는 것을 알아낸다. 리외가 쥐의 죽음을 목격한 날짜는 공교롭게도 4월 16일이다. 그날 아침 이후로 오랑시의 풍경은 달라진다. 소설이다. 자꾸 그렇게 생각해보아도 『페스트』는 과거에서 날아온 예언서처럼 읽히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한국 사회에서 부채 의식을 가지며 다가오는 봄을 만끽할 수 없게 만든 시간도 4월 16일이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비약이 심하고 상상력은 빈약하다고 하겠지만 이런 우연은 흔하지 않을뿐더러 현실은 우연의 연속과 범벅일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망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회의가 열리고 오랑시는 폐쇄된다. 봄과 여름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해수욕을 하는 대신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으로 칩거에 들어가고 환자가 생기면 격리된다.

시설이 부족해지자 공동으로 사용된 공간이 비워지면서 침대와 천막이 들어찬다. 시신을 매장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졌고 화장터로 오래 사용하지 않은 철로를 복구해 시신을 옮긴다. 리외를 중심으로 보건대가 조직된다. 타루, 그랑, 랑베르 그리고 코타르. 오랑시를 잠식해 들어가는 페스트에 맞서기 위해서 개인이었던 그들은 우리가 되어간다. 코타르는 좀 다르지만.

코타르는 경찰에게 쫓기고 있어 자살을 시도했지만 옆집에 사는 시청 비정규직 공무원 그랑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페스트가 창궐하는 그 시기에 코타르는 암거래를 해서 돈을 벌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생활의 여유가 있는 타루는 리외와 함께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페스트와 싸운다. 『페스트』는 역경에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감동을 극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병이 창궐하지만 오랑시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그곳은 여전히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그려진다. 환자가 나오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절망이 엄습하지만, 살아간다. 때때로 불안에 빠지고 폐쇄된 공간에서 탈출의 욕망이 들끓어 오르지만 어떻게 하든 살아가려는 의지로 인간애를 잃지 않는다. 카페에 다니고 어쩔 수 없이 오랑시에 갇힌 연극단의 같은 공연을 본다.

『페스트』를 읽은 이유는 뻔하다. 2020년의 3월을 살아가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환자를 돌보고 죽어가는 이들의 고통을 바라보면서도 회의에 빠지지 않는 리외를 통해서 삶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인지 알고 싶어서. 그들이 나누는 길고도 오랜 대화를 읽으며 현재를 도모할 수 있을까 싶어서. 결론은 이미 내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실행하지 않으려는 오만이 있을 뿐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 몇 문장을 가지고 온다.

"당신 같은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죠? 세계의 질서가 죽음에 의해 규정되는 이상, 신이 침묵하고 있는 하늘을 바라볼 일이 아니라, 신을 믿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죽음과 싸우는 것이 어쩌면 신에게도 더 좋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그래요, 리외. 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나는 인생에 대해 다 알고 있어요), 사람은 저마다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방심한 순간에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전염시키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날 아침에 의사가 작별하면서 "용기를 내세요. 지금이야말로 올바르게 판단해야 할 때예요"라고 말해준 랑베르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영영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사람을 지체 없이 되찾았다. 그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행복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인간이 언제나 원할 수 있고 또 가끔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베르 카위, 『페스트』中에서)

더 적고 싶은데 여기까지. 『페스트』의 결말을 읽고 나면 놀랄 것이다. 세계의 거대한 슬픔은 끝나지 않고 인간의 불행은 서로를 불신하는 것으로 반복된다는 서술은 단순한 소설적 결말에 그치지 않는다. 소설을 가장한 예언서로 읽을 수 있는 까닭이다.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라 괜찮다. 힘든게 아니라 힘들지 않다. 불행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닌 불행을 인식한다. 우리는 싸움에서 실패하지 않는다. 병을 겪고 병의 기억을 가지고 우정을 도모한다.

『페스트』는 말한다. 현재를 과거의 형태로 두고 미래로 바꾸며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나로 이루어진 각자가 아닌 나로 모인 우리가 될 때, 병의 종식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다시 불행이 찾아온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로서 살아가면 된다. 아픔에 신음하는 누군가를 걱정하는 일로서 말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은 우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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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기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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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늘은 파랬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호박 고구마를 데워서 우유에 먹고 책상에 앉았다. 어젯밤에 읽은 기준영의 소설집 『연애소설』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일곱 편의 소설을 읽어가며 내일은 맑은 하늘을 기대했다. 창문을 잠시 열어둘 정도로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표제작 「연애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안부를 직접 묻는 대신 친구들에게 연락해 물어보는 장면이었다. 친구는 스물세 살이 많은 남자와 살고 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글을 쓰는 나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친구는 네가 글을 쓰니 내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 애가 왜 이러나. 그간의 사정을 물어볼 만도 한데 화자인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친구를 따라 걷고 심술 맞은 친구의 동생을 일별하고 걷는 동안 발의 따끔한 통증을 느끼지만 모른척한다. 결국 친구의 나이 많은 애인에게 업혀 병원에 가서 발을 꿰맨다. 이상하고 낯선 동행의 끝에서 나는 소설을 쓰려는 시도를 한다. 바로 이어지는 소설 「시네마」에서도 기이한 동행은 계속된다. 이별을 통보받은 나는 애인의 친동생의 연락을 받는다. 사랑 얘길 쓰고 싶은데 여자에 대해 모르니 좀 알려달라는 부탁. 거절을 하지만 거절은 거절당한다.

「아마도 악마가」에서 펼쳐지는 희망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결핵 진단을 받고 요양 차 내려간 곳에서 목격한 죽음은 삶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의식」에서 일탈은 「파티피플」의 작은 용기로 변주 된다. 「B캠」의 사람들은 파괴적인 충동을 가지는데 「제니」에서 보여주는 일주일 치의 절망은 이 세계의 슬픔이 계속되리라 예감하게 한다. 『연애소설』이라는 통속적인 제목에 기대 기준영은 낯설고 기이한 연애를 그려낸다.

패배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일상의 적정 온도를 맞추는 게 중요해졌다. 폭력은 도처에 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연애소설』의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모르던 사실이었다. 그들이 헤어지고 시간을 두고 과거를 회상했을 때야 드러나는 상처였다, 절망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건 그것뿐이었을까.

다만 절망이었어도 내일을 가능하게 하는 열망 정도는 남아 있다고 『연애소설』은 말한다. 그거면 된 거 아니냐고도. 오늘의 안부를 전하기 위해 내일이 필요하다. 그 정도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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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에 밥이 슬슬 익어갑니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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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에 밥이 슬슬 익어갑니다』에서는 '먹는 것의 행복'을 다룬다.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가족이 저녁 식사 자리에 둘러앉는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아버지 시로 씨는 마트에서 식료품 구경 하는 걸 좋아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가난해서 많이 먹을 수 없었던 기억. 어머니 노리에 씨는 사교성이 좋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방 이야기를 나눈다. 시로 씨가 놀라워하는 대목이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가고 디저트를 좋아하는 히토미 씨는 비혼 여성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히토미 씨가 결혼하지 않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 결혼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의 상태를 좋아한다. 세 가족이 평온하게 함께 하는 삶을 보면서 '지금 여기의 행복'을 생각한다.

마흔 살의 히토미 씨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엇에 대해서? 결혼, 연애, 출산.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식이 없다. 나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비애가 없다. 직장 동료와 나누는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걱정이 무의미 하구나 느낀다. 동네 산책을 하고 도서관을 다니는 시로 씨의 하루. 친구들과 사교 모임을 하면서 소소한 유머를 나누는 노리에 씨의 점심.

밥이 중요하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가족이 모이는 식사 자리가 뜸해지는 요즘,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에 밥이 슬슬 익어갑니다』의 세 가족의 밥상 모임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가족이 좋아하는 게 보이면 사 온다. 소소한 정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일상이 중요하다. 차를 마시고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서 대화를 나누는 일상.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걱정을 나누고 좋아하는 걸 사다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다. 시로 씨, 노리에 씨, 히토미 씨의 식사 자리에 초대받고 싶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초인종을 누른다. 어서 와요.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밥이 익어 가는 식탁으로 안내받겠지. 걱정하지 마. 지나갈 거야. 지친 어깨를 다독여 줄 것만 같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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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는 연애중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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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가 돌아왔다. 항상 예의 바르고 자기 주관이 철저한 '내 누나'. 이번엔 남동생과 연애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내 누나는 연애중』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내 누나' 시리즈 3탄인 이 책은 연애, 일상, 관계, 미래의 고민을 그리고 있다. 누나와 남동생이 저녁이 되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현실 남매의 모습에서 웃음과 따뜻함을 만날 수 있다.

내 누나 지하루는 연애 중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솔직하게 말을 걸기도 하고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도 가지고 있다. 솔직함이 무기인 내 누나는 연애뿐만이 아니라 일과 관계에 있어서도 가식을 떨지 않는다. 남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사랑스럽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그들의 대화는 타인을 이해하는 태도까지도 보여준다.

자신에게 관대하는 대하는 법. 좋은 상사의 조건. 지금 원하고 하고 싶은 것. 좋은 사람의 다음 단계는 무엇. 저녁의 대화 주제치고는 다소 심오할 수도 있지만 마스다 미리는 섬세하고 따뜻함으로 일상을 격려한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읽고 있으면 내일의 걱정도 불안도 잠시 잊어버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다독이고 사랑하는 법이라고 알려준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일상의 모습은 '작은 행복'이라고도 말한다. 남동생 준페이와 누나 지하루가 살아가는 하루를 엿보면서 나의 일상을 되돌아본다. 나를 향해 웃어주고 초콜릿을 사다 주는 가족. 행복이 무엇인지 의문하다가도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하루.

지겹게 생각되었던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 『내 누나는 연애중』을 읽으며 생각에 빠졌다. 지하루가 하는 말, '직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내게는 직장이 있어라고 생각하면 극복할 수 있는 일도 있어!'. 매번 살을 3킬로 정도 빼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디저트를 듬뿍 먹는 지하루. 마음을 다스리는 요령에는 책 읽기, 음악 듣기, 달달한 음식 먹기가 있다.

『내 누나는 연애중』에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가 담겨 있다. 재치 있고 위트 있는 현실 남매의 대화를 통해서 지친 나의 마음을 다독인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심심한 그림을 보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인물이 하는 말을 들으며 긴 호흡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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