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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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언제 책을 읽으시나요. 하루 중 어떤 시간에 책 읽을 시간을 내어주시는지요. 아니 하루가 짧은 이들에게는 질문을 다르게 해볼게요. 어떤 날들에 책을 읽으시나요. 근로 생활자라면 주중에 있을 휴일에 그냥 생활자라면 하루에 자신이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고 계시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하루를 마친 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잠깐, 휴일에는 오전의 시간에 책을 읽습니다. 추석이나 설 연휴가 있을 때에는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 권 읽기를 하려고 합니다.


빛의 세기에 따라 읽는 책의 종류도 달리하는 나름의 부지런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밤과 새벽에는 불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전자책을 오전에는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종이책을 읽습니다. 병렬 독서라는 걸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렇게 별다른 취미도 에너지와 활기도 없는 저는 독서 생활이 정신과 체력에 맞습니다. 책 읽을 기운이 없을 때는 독서 브이로그를 틀어 놓습니다. 다른 이의 독서 경험이 저에게 흡수되길 바라면서요. 


책을 읽는다는 건 은근히 힘이 들고 어려운 행위라는 걸 얼마 전부터 깨닫고 있습니다. 습관처럼 읽던 책을 이제는 힘을 내고 노력을 해야 읽을 수 있다는 걸 고된 노동이 알려주었습니다. 너무 애쓰지 말자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도 매번 애를 쓰고 부단한 노력으로만 살아온 내가 쉽게 들을 리 없지요. 번아웃이라는 거창한 말을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어느 정도 나는 소진되었습니다. 주제가 있는 대화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웃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멍하니 보는 것으로 힘을 내었습니다. 


일을 하다 화가 난 끝에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주문한 책 은유의 『해방의 밤』이 책상 위에 있었습니다. 책이 내 곁에 있다는 게 나를 기다려 주고 있다는 게 작은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벽에 눈을 떴고 다시 잠들기엔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자버리면 알람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고 책을 읽다가 다시 잠드는 시간들이 얼마 동안 있었으면. 이건 제가 결심하고 만들어갈 몫이겠지요. 


해방의 새벽이 되길 바라며 『해방의 밤』을 읽는 새벽은 참으로 찬란했습니다. 책의 모든 문장들이 나에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의 고독, 나의 불안, 나의 망설임, 나의 한심함, 나의 분노를 『해방의 밤』은 달래주었습니다. 우리를 말하지만 우리 안에 가장 소중하고 불완전한 건 나이므로 나를 지키며 방어하는 시간을 살도록 『해방의 밤』은 일러줍니다. 쉽고 다정하고 누구라도 이해 가능한 언어로 말이지요. 작가 은유가 읽은 책과 본 영화 이야기는 너의 아침이니 계속 가도 된다고 아침이 두렵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책 리뷰를 즐겨 읽습니다. 그러다 좌절하곤 하지요. 어렵다는 것 때문에요. 책 소개 글이지만 쓰는 이의 생활감이 묻어 있는 글에 애착이 더 갑니다. 『해방의 밤』은 딱 그런 책입니다. 수신인을 나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편지 형식의 글은 애틋하고 살가운 마음을 듬뿍 받을 수 있지요. 글쓰기 모임에서 학교 강연에서 만난 이에게 혹은 지인에게 보내는 『해방의 밤』 속 책 이야기는 온통 나에게만 말해주는 듯한 착각에 빠져 그가 소개한 책을 서점 장바구니에 가득 담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귀를 기울이며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나아가게 하는 건 책을 읽는 행위로서 가능해집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건 잘못임을 말할 수 있도록  『해방의 밤』이 지도서가 되길 바랍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는 비관 대신 해보고 안 되네 그럼 다시 해야지 무심한 낙관으로 다들 지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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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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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연애 로맨스 이야기를 읽거나 본 적이 언제였던가. 본 방송 시간에 맞춰 텔레비전 앞을 사수했던 적은 현빈, 하지원 주연의 《시크릿 가든》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김주원이 입은 반짝이는 운동복과 길라임의 산뜻한 단발머리에 마음을 빼앗겨 토요일과 일요일 밤을 보냈다.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이는 로맨스 활극이라니. 스턴트맨이라는 여주의 직업도 멋있었지. 클리셰로 범벅이었지만 (갇힌 공간에서 벽에 밀치기 같은) 그 또한 그때는 마냥 마음이 두근 반 세근 반이었지. 


이후로 몸은 그대로인데 영혼이 바뀌는 설정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노인이 어려지기도 하고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꾸기도 하는. 영혼 체인지, 타임 슬립 장르는 시가 이후와 이전으로 갈리지 않을까라는 이상 방구석 텔레비전 키즈의 논설이었습니다. 아무튼 시가를 보면서 달달한 연애 이야기의 항마력을 모조리 끌어다 썼는지 로맨스물에는 눈도 주지 않고 있다. 오직 장르물.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주인공들이 눈이라도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과감히 다른 장르물로 넘어간다. 제발 사건에만 집중하라고. 


강지영의 장편 소설 『하품은 맛있다』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다. 미리 보기로 읽은 첫 페이지에 감화되어서. 배경 묘사로 질질 끄는 거 없이 바로 사건 현장으로 무기력한 ISFP를 데리고 간다.(연휴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나를) 원룸에 특수청소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고인을 위해 묵념을 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고독사, 자살사, 사고사든 죽음은 도처에 널려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람이 죽은 이후를 담지 않는다. 벽지와 바닥에 튄 피는 어떻게 제거하나.


학자금 대출 삼천이 나 잡아봐라 놀리는 모양으로 따라다니는 박이경이 『하품은 맛있다』의 주인공이다. 작은 키에 못생긴 얼굴을 가졌다고 스스로 말하는 이경. 면접은 번번이 실패고 그나마 일당이 센 특수청소 일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아빠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간호하고 있다. 돈이 모인다 싶으면 아빠 병원비와 생활비로 쓰인다.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좌절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원룸 특수 청소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었다. 이경은 잠에 빠진다. 눈을 떴을 때 이경은 다른 몸에 들어가 있다. 현실의 이경과는 전혀 다른 몸이었다. 사는 곳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몸에 아름다운 엄마가 있는 곳에서 이경의 의식은 눈을 뜬다. 명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인 다운이라는 여성의 몸에서 이경은 놀라운 일들을 경험한다. 꿈을 통해 타인의 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에 갇힌채 일어나는 사건들 앞에서 이경은 선택이 아닌 강요에 의해 앞으로 나아간다. 


꿈으로 타인의 몸과 의식을 지배한다는 설정의 『하품은 맛있다』의 결말은 지독하리만치 기괴하다. 인간은 선과 악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명제를 결말을 통해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인과응보의 교훈적인 주제로 끝을 맺는 것 같지만 나쁜 놈들 대신 내가 나쁜 놈이 되어 죽지 않고 살아가리라는 특이한 형태로 소설의 문을 닫는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벌이는 이판사판 공사판의 끝까지 간다의 설정은 알고 보니 회장님 아들 혹은 첫사랑의 그 애라는 뻔하고 지루한 설정보다는 봐줄 만하다는 게 게으름뱅이 집순이의 주장이다. 제발 회사에서 그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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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여 페이백] 아홉수 가위
범유진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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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라고 해서 별 건 없고 대형마트에 가기 위해 택시를 두 번 탔다. 생각해 보니 갈 때는 버스 타고 내려서 걸어가도 되었던 것이다. 그저 무지성과 편안함에 길들여 택시를 탄 나 자신 반성해. 올 때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만큼 그 또한 무지성과 안일함으로 쇼핑 카트에 물건을 담아 제꼈다. 세일하는 스누피 면기와 숟가락, 디퓨저, 물때 끼지 않는 샤워 호스는 충동구매의 결과임을 밟힌다. 


딸기는 쳐다도 보지 않았고(딸기보다 고깃값이 싼 거 실화임?) 호객 행위에 걸려든 호갱이라 냉동 완자를 네 봉지나 산 건 비밀이다. 원래는 만두를 사려고 했다만 자본주의 친절에 넘어가버려 냉동실에는 완자 천국이 되어버렸다. 길고 긴 영수증을 받아들고 집에 와 마트 장본 물건을 언박싱 했다. 분명 물에 불려 먹는 누룽지를 골랐는데 집에 와보니 과자로 먹는 누룽지여서 나를 열받게 했다. 내가 나를 열받게 하는 것 또한 능력이다. 


조금씩 모아 놓은 돈은 흔적도 없이 녹았고 나는 반성 모드로 책을 구매했다. 몸의 양식에 때려 부은 돈을 마음의 양식으로 돌려야 하기에. 안전가옥에서 나온 범유진의 소설 『아홉수 가위』는 책을 소개하는 '청년은 폭발하기 직전이다'라는 문구에 꽂혀서 샀다. 왜 그럴까라는 물음도 없이 현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마음 안에는 용광로가 몇 개씩 자리 잡고 있다. 사는 게 참 마트 영수증만큼이나 길고 무섭고 정말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의아함으로 가득차 있으니까. 


네 편의 소설이 실린 단편집 『아홉수 가위』는 슬프고 속상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 정직원이 될 꿈만 가지고 버티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청춘을 보내기엔 막막하다. 이사 아들이라는 탁 팀장은 회식 때 나를 성추행 했고 생삼겹살로 탁 팀장의 뺨을 갈겼다. 그 이후로 나는 탁 팀장의 만만디 북이 되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오일장 할머니에게서 우주 씨앗을 산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겠지?(「1호선에서 빌런을 만났습니다」)


「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는 자매 및 형제란 무엇인가 잠깐 상념에 빠지게 한다. 생물학적 부모를 같이 둔 그들은 어떻게 싸우고 화해하고 용서하는가를 판타지스럽게 이야기한다. 표제작 「아홉수 가위」는 서늘하지만 따뜻한 소설이다. 이 앞뒤 안 맞는 걸 역설이라고 한다지. 소설의 내용은 무섭지만 무섭지 않으며 읽어나갈수록 괴상한 스토리 전개 때문에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훌쩍훌쩍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공평 없는 세상에서 노력으로만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소설이다. 


마지막 소설 「어둑시니 이끄는 밤」에서 트라우마의 극복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고찰한다. 내 안의 어둠을 먹고 사는 어둑시니를 삭제하기 위한 노력의 분투가 돋보인다. 책을 읽는 동안은 괜찮다. 과소비를 한 나 자신 써봐야 얼마나 썼다고 그걸 자책하는 나 자신을 한심해하다가  『아홉수 가위』를 읽고는 안심했다. 지박령이자 물귀신이 들려주는 살아 있는 동안의 우리가 해야 할 행동 요령 때문에. 죽음 이후를 남길 생각을 하지 말 것. 현생에 맛난 거 먹고 예쁜 걸 가질 것. 아홉수에 갇힌 우리를 도와줘서 지박령이자 물귀신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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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 - 내 삶을 지배하는 길티 플레저
박미소 지음 / 낮은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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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의 목록을 넘기다가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라는 제목의 책을 봤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순전히 제목만 보고 구매했다. 제목이 그러니까 제목이 다 한 책이다. 10년 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급기야 작년 12월에는 배민의 천생연분이라는 등급을 얻고야 말았던 나에게 따귀처럼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는 날아왔다. (트위터는 안 합니다. 트위터 대신 유튜브에 빠져 있습죠.)


먼저 다이어트. 


저자 박미소처럼 나 역시 '말랐다기에는 살집이 꽤 있고, 뚱뚱하다기에는 정상 체중인, 그야말로 평범한 몸이'다. 어디 가서 말랐거나 뚱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 그냥저냥 한 몸이었다. 이런 내가 각성을 하고 다이어트에 돌입한 계기는 나도 말라보고 싶다는 열망이 어느 날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르다 못해 뼈만 남은 것 같은 그녀들을 주입식으로 보면서 무의식이 의식을 점령했다.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에 쓰인 「다이어트」 챕터를 읽으면서 이건 내 이야기인데 하는 기시감을 계속 느껴야 했다. 격하게 뚱뚱한 몸이 아니었음에도 엄마랑 옷을 사러 가면 옷핏이 살지 않으면 엄마는 박미소의 엄마처럼 애가 뚱뚱하다고 점원에게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야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박미소처럼 병원을 다니면서 살을 빼진 않았지만 음식을 먹을 때면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배달음식. 


요리해 본 사람들은 알죠.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끓이고 차리고 치우는 지난한 과정을. 에너지 없음의 대명사 나란 사람은 요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기가 빨린다. 그에 반해 배달음식은 얼마나 간단하고 빠른 식사 방법인가. 손가락 터치만 몇 번 하면 맛난 음식이 문 앞에 도착한다. 그리하여 배민의 최고 등급인 천생연분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다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돈이 없어서 돈을 버는데 돈을 벌었는데도 돈이 없는 가난의 무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자각. 


박미소는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에서 길티 플레저라는 죄책감이 드는 즐거움 세 가지를 반복했던 과거의 시간을 들려준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죄책감)을 내내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즐거움) 중독된 시간들. 평범한 몸이었지만 서울에 상경해서 마른 사람들을 보며 병원을 다니며 시술을 받고 약을 먹는다. 살은 빠졌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냉장고에 식자재가 있지만 손은 어느새 배달 앱을 열어서 주문을 한다. 


트위터도 마찬가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트친들의 글과 타임라인을 훑느라 몇 시간을 소비한다. 더 이상 볼 글이 없음에도 손가락은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 현실의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으니 익명의 누군가에게 나의 즐거움, 슬픔을 말한다. 익명의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에 따분해하지도 한심해하지도 않는다. 공감과 리트잇을 해주며 나의 존재를 긍정해 준다. 


제목에 들어 있는 두 가지 혹은 다른 형태로 세 가지에 중독되어 있는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는 위로한다. 당신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에 빠져 있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 괴로워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다이어트에 배달음식에 트위터에 왜 집착하는지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는 문제의 힌트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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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 술술 읽고 정확히 이해하고 싶은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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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뭐든 잘해봤자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해서) 그나마 잘하고 욕심부리고 싶은 건 글쓰기이다.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여러 종류의 책을 샀다. 샀다 다음에 읽었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사기만 한 이 행위에도 나는 만족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러니 잘 될 턱이 없지. 부단하고 꾸준한 노력과 약간의 재능이 따라줘야 하는 법.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다.


어째 시간이 갈수록 머리는 나빠지는 것 같고(아니 나빠지는 게 아니라 원래 나빴던 거겠지) 글을 쓰려고 앉으면 텅 빈 상태가 되어 버린다. 일상에서 쓰는 헐, 대박, 진짜 같은 말만 생각나는 것이다. 단순하게 살자는 주문이 너무 강력했던 것일까. 생활이 아닌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말았다. 어서 빨리 중독 상태에서 벗어냐 야 할 텐데, 그나저나. 


이주윤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은 지금 이 시대 이 시간의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글쓰기 도움서이다. 어쩌다 집중력을 도둑맞게 되어 한자리에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어법, 맞춤법을 공부하겠다고 산 책을 그저 쳐다만 보는 상태의 나에게 말이다. 체언, 용언, 보조사, 호응관계를 알려주는 책을 몇 달 동안 보고만 있는 것이다. 읽어보려 시도했던 흔적은 있다. 책갈피가 앞부분에 꽂혀 있다.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생각을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니지. 그럼 안되지. 공부를 해야지. 상황과 문법에 맞는 글쓰기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지. 가벼운 걸까 무거운 걸까 헷갈리게 만드는 죄책감이 들 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을 꺼내서 읽으면 좋다, 좋겠다. 


맘에 드는 이성과 소개팅 후 문자를 주고받는다. '오늘 하루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뵈요. ' 분명 1은 사라졌는데 답이 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를 모르겠다면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을 읽어야 한다.(이건 페이크임을 책을 사서 본다면 알게 될 것이다. 답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의 전작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읽어야 한다. 이렇게 책 홍보를.)


암만 상대가 아이돌 뺨치는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뭐해.(아차차. 아이돌급 외모의 상대는 현실에서 만나기 힘들겠지. 이건 그냥 어디까지 글쓰기 비유니까. 그냥 넘어가 주삼.) 맞춤법을 틀리면 확 깨버리지. 그래도 한 번 더 만나자 하는 마음에 만났는데. '이번에 저희 나라가 4강에 올라갔어요.' 하는 순간에는 바이, 짜이찌엔 해야 할 판이다. 


맞춤법 몇 번 틀렸을 뿐인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우리 세계에서는 그게 용서가 안된다. 대신에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을 손 위에 얹어주면서 정중히 안녕을 고하면 되겠다. 자기 전 읽으면 재미도 지식도 얻는 책이라서 상대가 왜 나에게 이 책을 주었는지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책이다. 머리맡에 두고 재독하는 거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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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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